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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연애 낭독 살롱 - 이동연

by librovely 2012. 5. 1.

 

 

 

연애 낭독 살롱                                                                              이동연              2012          인물과 사상사

 

 

교보문고에 구경하러 갔다가 (사는 게 아니라 구경하러...) 우연하게 본 책

재미있어 보였다 책 표지 그림의 제목은 yes

별거 아닌 흔한 말이지만 그림을 보면 이 yes는 상당히 의미심장한 답이구나...

그리고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봤는데 기대했던 그런 내용들...

 

 

읽은지 거의 한 달이 넘어서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이것 저것 따지지 않고...그냥 마음가는대로 행동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왜 그렇지 않은가? 지금은 아무리 우리가 사랑에 빠졌다고 한들...

뭔가를 따져보고 나서 사랑에 빠지는 게 아니겠는가... 제 아무리 연애 대상이라고 할지라도 뭔가는 좀 따져보는 과정이

들어가는 게 아닌지...물론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대학교를 졸업한 시점부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래서 더 이런 책이 재미있게 느껴진 것 같다...

 

책을 보면 신분 나이 결혼한 상태를 다 떠나 그냥 마음이 흘러가는대로 본능에 충실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것만으로도 의미있다고 본다...여기서 구경이라도 해보자...뭐 그런 방향에서의 의미..ㅡㅡ;

물론 본능이라는 것도 그 사람의 외모를 본건데...근데 좋아하는 외모는 정말 제각각 아닌가...

게다가 책에 나온 연하남 킬러 아줌마는 정말 못생겼다고 하니까...

 

단테의 러브 스토리가 가장 인상적...

신곡을 읽어봐야겠다...

 

어쨌든 내 인생에서 낭만적인 로맨스 따위는 포기했는데 이런 책을 왜 자꾸 읽는지...

책으로라도 구경하려고 그러는걸까...ㅎㅎ

내용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했습니다 ~~했지요 식의 문체와 지나치게 짧은 문장들이 좀 별로였다...

 

 

 

 

 

 

 

 

 

백 년을 함께 살듯이 만나다가도 이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 한 번 윙크에 일생을 사모하며 지내기도 하죠

처음 본 사람을 평생 가슴에 담고 산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랑으로 불멸의 명작까지 남긴 사람 바로 단테입니다

 

늦은 아홉살이던 단테는 이제 아홉살을 시작할 무렵인 예쁜 주홍색 드레스를 입은 베아트리체를 본 순간

영혼이 흔들립니다

 

바로 그 순간 내 심장에 은밀히 기거하던 생명의 기운이 전율하며 그 떨림이 가늘디가는 실핏줄끝에까지 전해졌다

보라 사랑이 내 영혼을 지배하러 왔도다

- 단테 <새로운 삶>1장 중에서

 

단테가 열두 살 되던 해 아버지가 베필로 정해준 젬마 도나티와 약혼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단테는 베아트리체를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그녀를 가슴에 품은지 정확히 9년 되던 오월의 첫 날 아르노 강 베키오 다리에서 그녀와 마주친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베키오 다리는 가장 로맨틱한 다리가 되었고 2차 대전 때 히틀러도 이 다리만큼은 손대지 말라고

했을까요

 

사랑은 한 손에 내 불타는 심장을 쥐고 조심조심 먹었다

그리고 사랑은 울면서 떠나갔다

-단테 <새로운 삶> 3장 중에서

 

 

내 필요로 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널 사랑하기 때문에 네가 필요하다

-에리히 프롬

 

그토록 사랑하는 여인은 손을 내주기는 커녕 눈길 한 번 주지 않았고 다른 남자와 결혼하더니 젊은 나이에

요절해버렸습니다 그러나 단테는 떠나버린 베아트리체의 실체를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그녀에게서 인간이 가장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인 아가페를 경험했으니까요

아가페는 상대의 조건과 관계가 없습니다

 

 

괴테는 친구의 약혼녀인 샤를로테를 보고 첫눈에 반해 짝사랑하게 되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썼지요  수필가 피천득도 열일곱 살 되던 해에 만난 아사코를 그리워했습니다 소설가 김유정은 휘문고등보통학교 시절

목욕탕을 나서는 박녹수를 보고 첫눈에 반합니다

 

 

카르멘은 분명히 매력덩어리죠

그 매력에 돈 호세는 매혹되었습니다

매력이 객관성이라면 매혹은 주관성입니다

 

니체가 좋아했던 여자는 루 살로메였습니다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여자는 아니었습니다

옷차림도 늘 수수했죠 스물한 살의 살로메를 로마 베드로 성당에서 처음 만난 니체가 이런 멋진 인사말을 남겼습니다

여기 우리는 어느 별의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을까요

그녀에게 거절당한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걸작을 펴냅니다

릴케도 스물둘에 서른여섯의 살로메를 만나고 내 뇌가 심장처럼 뛰고 있다고 실토했습니다

프로이트는 그녀를 나이 쉰에 만났습니다 이때 살로메의 얼굴엔 주름이 지고 몸엔 군살이 끼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당당했습니다 누구에게도 경제적으로 종속되길 원치 않았고 지적으로도 어떤 주의나 사상에서

벗어나 있었으며 자기 운명의 주인으로 살아갔습니다

 

스무살의 브람스

마흔셋의 스승 슈만

서른넷의 슈만의 부인 클라라

스승의 부인이 자꾸만 여인으로 보이다니... 브람스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타오르는 연정을 연료로

<피아노 소나타 2번>을 작곡합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헌정합니다

슈만과 클라라 사이에는 어떤 사연이?

슈만의 나이 스무 살 때 열 한살이던 연주실력이 뛰어난 클라라가 오른손 약지를 다쳐 피아노를 칠 수 없는

슈만을 대신하여 그의 곡을 완벽하게 연주하며 처음 만났고 클라라가 열여섯 살이 되었을 때 연서를 보냄

 

클라라와 브람스

어쩌면 둘의 사랑은 부부라는 형식적 틀에 얽매여야만 지속될 만큼 약한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상대가 어디에 있어도 무엇을 해도 어떤 제도적 승인을 받지 않아도 두 사람의 심리적 결합은 공고했습니다

그래서 브람스는 간혹 다른 여성을 만났어도 클라라와 떨어질 수 없었던 거죠

 

브람스는 클라라가 세상을 뜬 후 매사에 의욕을 잃었습니다

11개월 후 브람스도 예순네 살을 일기로 클라라의 뒤를 따릅니다

 

상드와 헤어진 뒤 뮈세의 시는 진지해졌습니다

사랑을 알기 전 재기발랄하고 경쾌하게 시를 쓰다가 이별을 경험하고서는 그 비통함을 승화시키는 작품을

내놓습니다

인생이 잠이라면 사랑은 그때 꾸는 꿈이라는 뮈세의 고백

 

폰 메크 부인과 단절된 상태에서 작곡에만 매진하여 나온 작품이 그의 마지막 교향곡인 비창

차이콥스키의 비창 초연이 끝나고 9일 후에 콜레라에 감염되어 갑자기 세상을 뜹니다

그날은 메크 부인과 관계를 끝낸 지 3년째였습니다

메크 부인도 차이콥스키가 죽은 후 두 달 만에 생을 마감합니다

 

 

샤넬은 스트라빈스키를 진정으로 사랑했습니다

실패한 작곡가 가난한 유부남이라는 단점은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격정을 겪은 후 샤넬은 샤넬 넘버 파이브를 출시했고 스트라빈스키는 명곡을 만들어 냈습니다

 

오노 요코의 전시

천장을 보는데 웬 글씨가 깨알처럼 써 있군요 너무 작아 잘 보이지 않아 내용이 궁금해진 레넌이 그 아래

있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보았는데 적힌 글은 이것

yes

레넌은 근원적 자기 존재가 용납되는 기분을 경험했습니다

서로 누군지 알지 못하는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눈동자가 멈췄다 그리고 함께 느꼈다 이건 진짜 만남이구나 그게 전부였다

세상에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도 있구나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느냐구요                     로버트 브라우닝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느냐구요?

헤아려볼게요

내 영혼이 닿을 수 있는 깊이와 넓이 높이까지

그 너머 보이지 않는 존재의 끝과 이상에 이르도록

태양과 촛불만이 비치는 한적한 일상에서도

자유를 찾으려고 싸우는 사람들처럼 당신을 사랑해요

순수한 이들이 칭찬을 바라지 않듯이

철없던 때의 신념으로

그대를 잃어버릴 듯한 지난날의 서러움으로

나 당신을 사랑해요 내 숨결과 웃음과 눈물과 내 모든 삶으로

그리고 신이 허락한다면 죽은 후에라도

 

 

사람의 외모는 세월에 따라 변하고 시대에 따라 평가 기준이 달라집니다

인생은 덧없기 때문에 인간은 사랑에 집착한다고 하죠

프로이트는 모든 신경증의 저변에 거절당한 사랑이 있다고 합니다

시인 프루스트는 말했습니다 괴롭지 않게 계절과 사랑의 끝은 순수하고 복종하며 용납해야 한다

 

예이츠는 한 여자를 거의 30년간 일방적으로 애모하며 수많은 부침을 겪었습니다

구애가 애달프게 끝나도 그녀에 대한 연정을 평생 버리지 못했죠

그는 자기 묘비명을 미리 지어놓았습니다

싸늘한 시선을 던져라

삶과 죽음에

그리고 말 탄 자여 그냥 지나가라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연인을 독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카사블랑카)는 한없는 부끄러움을 안겨줄 것 같군요

사랑이 진정성을 띨수록 희생과 관용과 배려란 결코 억지가 아니라 본능처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