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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옥희의 영화 (Oki's Movie, 2010) 한국

by librovely 2010.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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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의 영화라서 궁금했고 무조건 볼만하리라는 생각을 했다
상영시간이 고작 80분이라서 좀 아쉬운 감을 갖고 있었는데 동행인은 이 영화를 일주일만에 찍었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찍은 기간이 뭐 중요한가 하면서도 왠지 대강 만든 느낌이 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매진은 아니지만 자리는 많이 찼다
동행인은 이런 영화를 보러 오는 남자는 이상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럼 나도 이상한거냐 라고 하자 여자는 보러올 수도 있지만 남자가 이런 영화를 굳이 혼자 보러 온다는
건 이상한 취향이라고 했다 여자와 함께 온 사람이야 여자 따라서 온거라 일반적인 사람들이지만 혼자 온 사람은
이상하다고 했고 때마침 저 앞에 혼자 앉으러 들어가는 젊은 남자를 보면서 저기 보라고 했다 내가 보기에는 멀쩡
해 보여서 뭐가? 괜찮은 사람 같은데 왜...라고 하자 마른 것하며 얼굴 표정이 날카로운 것 같지 않느냐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고...모르겠다



동행인은 이런 영화는 역시 비주류이기에 보는 사람도 비주류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래서 난 홍상수 영화가 어려운 영화도 아니고 인기도 있는 편이라고 했고 동행인은 또 이런 극장에서 하는 영화
는 아무래도 대중적인 영화는 아닌 거 아니냐고 했다 난 여기에서 상영하는 유럽 영화들도 단지 우리나라 대형
극장 체인에서 상영을 안하는 것 뿐이지 유럽에서는 대중영화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이야기하다보니 영화가 시작 시간이 되었다



이선균이지만 이선균이 아니다
어쩌면 그렇게 홍상수 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다 하나의 인격체처럼 느껴지는 걸까
김태우 김상경 이선균 다 동일인물처럼 느껴진다 말투며 자세 성격 다 똑같다
다만 이선균은 캐릭터에 비해 너무 날렵하여서 다소 어색한 느낌이 잠시 들었지만 또 그 나름대로의 엉뚱함에
적응이 되기 시작...이선균은 차마 둔하게 살찌우기 힘들었던 모양일까?  하여튼 그 답답하게 동여맨 목도리나
둔해보이는 겨울 잠바와 구깃한 면바지 그리고 책가방(?) 거기에 비굴한 웃음이나 말투 엉거주춤한 자세가
합해져서 딱 그 특유의 인간을 그려낸다



남자만 그렇겠는가
여자도 그렇다 아니 나도 그렇다
홍상수 영화를 보면 여자 버전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홍상수 영화에 등장하는 아무때나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내거나 이유를 알 수 없게 변덕을 부리고 남자의 애를
태우는 뭔가 한 단계 성숙해 보이는 갈망의 대상으로서의 여자 말고 여자도 나름의 찌질함과 구차함을 지니고
있는 법이니...그런 장면은 일상에서 많이 만난다..나를 봐도 그렇고 가끔은 타인에게서도 그렇고...
그래도 남녀 불문하고 적용할 수 있는 그런 모습도 많이 나오니 난 홍상수 영화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난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의 구차함을 많이 깨닫고 있는 편인데...물론 착각일지 모르지만...그래도 그런 것들을
영화에서 또 확인하면 기분이 나쁜 게 아니라 과장하자면 감정이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영화 첫장면의 무미건조하다 못해 서늘한 기운이 도는 부부의 대화란...아니 대화라기 보다는 그 시선이 참....
남자를 꼴보기 싫어하는 건지 아니면 한심하게 보는건지...부인의 표정이 정말 벌레보는 듯한....
그 부분에서 이선균이 뇌까리는 부인이 자신을 좀 싫어하는 것 같다는 걱정어린 독백이...슬프지만 웃겼다



홍상수 영화에는 교수님이 많이 나온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교수님이긴 한데 시간강사나 겸임교수?  그러니까 정규직이 아닌 교수 자리....
이 영화에는 정규직으로 보이는 교수도 등장하긴 한다...문성근이 그 역할을 하는데 송교수님...
정규직이라서 그런지 그는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여 돈을 받고 교수로 채용되는 것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본인은 애틋한 사랑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어린 여제자와 바람을 피우기도 한다...



난 교수님들의 인생에 대해 잘 몰라서 이런 설정이 자꾸 나오는 게 이상했고 영화를 본 후 동행인과 대화를
나누다가 이 이야기를 꺼냈는데 아마도 예술계통은 자유로운 영혼이 많아서 일반적인 상황보다 그런 일이
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고 그러다가 공대 교수 이야기가 나왔는데 동행인 말로는 공대 교수들은 사업을
따오는 일이 많고 룸싸롱 접대를 많이 받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정말일까...물론 누구는 그렇고
누구는 그렇지 않겠지...만 하여튼 교수의 자리에 앉아서 그런 접대를 받는다는 건...공부해도 소용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4가지 단편으로 나뉘지만 하나의 영화나 마찬가지로 느껴졌다
첫 단편에서 이선균이 사진찍는 여인과 대화를 대화를 나누다가 그녀가 유부녀인 것을 알고 바로 자리를 뜨는
것도 피식하게 만들었다 본인은 이미 유부남이면서도 그건 상관없이 끊임없이 새로운 여자와 어떻게든 연결을
시켜보려는 것이...그리고 연구실이 없어서 대학교 벤치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잠드는 장면도 뭔가 기억에
남는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어떤 여자가 이선균에게 유부남인 처지에서 자기 친구를 건드려서 그 아이의 인생을
망쳐 놓은 것에 대해 집요하게 묻고 이선균은 계속 기억이 안난다고 얼버무린다...기억이 안나...기억이....
정말 그 말처럼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을까?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에서도 교수님이 제자와의 숨겨야 할 일에
대해 바로 다음 날임에도 불구하고 기억이 안난다는 말을 중얼대기도 했고...


관객과의 대화에서 영화에 대해 묻는 질문에 자기 영화는 그냥 편하게 보면 된다고...우리가 살면서 누군가 만나고
거기에서 인상을 받게 되고...그런 것을 영화로 만든 것이라고...정말 제대로된 홍상수 영화에 대한 설명이구나...



두 번째 영화는 이선균이 대학생이던 때...똘아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본인은 그렇게 부르는 애들에게 미친놈
이라고 말한다...영화가 상을 타리라고 소문이 도는데 그는 이상하게 상을 타지 못하고 그 이유는 다음 영화에서
알게 된다...이선균과 정유미의 관계를 샘내서 송교수가 아무래도... 이선균은 정유미를 처음에는 따라다닌다
너밖에 안보여 다른 애들은 다 속물이야...수준이 낮다...뭐 그런 이야기를 하고 결정적으로 예쁘다는 말을 한다
그래도 무반응이지만 정유미 집 앞에까지 찾아간다...거기서 밤을 새고 결국 정유미와 사귀게 되는데...
홍상수 영화의 전형적인 사귐의 방법...따라다니다가 의외로 여자는 쉽게 마음을 열고 그 다음도 뻔하다



세 번째 폭설 후는 문성근이 주인공 격이다
폭설이 와서 학생이 안 오는데도 문성근은 본인 강의에 대해 가치를 두지 않는다고 느끼고 시간강사를 그만두기로
마음먹는다...그러다가 뒤늦게 온 정유미와 이선균과 대화를 나누는데...여기에서 정유미가 웃음이 터지는데 내가
보기에는 설정이 아니라 정말로 웃음이 때와 맞지 않게 나온 것 같은데 그냥 찍은듯...그래서 솔직히 좀 별로....



마지막 옥희의 영화는 옥희가 나이든 남자 문성근 그리고 젊은 남자 이선균과 시간차를 두고 사귀면서 똑같이
아차산 등산을 했던 것을 연달아서 연결시켜 찍은 영화다...옥희는 결국 영화감독이 된 모양이지...
눈에 보기에는 젊은 남자와의 것이 더 아름다웠지만 옥희의 설명을 듣자면 왠지 문성근을 더 좋아한 것 같다
솔직히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그냥 재미있긴 했다...와봤냐는 이선균의 질문에 능숙하게 아니 처음이야 라고
말하던 옥희의 대사가 기억에 남았을뿐...



동행인은 이 영화에서 옥희가 이선균과는 언제 헤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을 했다면서 그게 참...마음
에 남았다고 했다... 지금 찾아보니 대사가 이거였다....
나이든 사람과는 이 사람을 정말 사랑하는구나 느끼며 내려왔고
젊은 남자와는 언젠가는 헤어지겠구나 느끼며 내려왔습니다

동행인은 이 말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는데 사실 난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냥 재미있게 봤지만 하지만 내가 본 다른 홍상수의 영화보다는 약간 약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익숙해져서 그런 것일까...
개인적으로 홍상수 영화의 남주인공으로는 김상경이 최고라는 생각....
문성근도 아주 적당했다는 생각~~ 그 헤어스타일과 표정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