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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유레일 루트 디자인 - 김덕영

by librovely 2011. 2. 21.


 

유레일 루트 디자인                                                                김덕영       2010         오픈하우스


서강대 철학과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뭔가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의 저자 사진
사진이 많아서 부담없어 보이는 내용
그래서 대출받았다


너무 여행 관련 가벼운 책만 읽어대는 것 같아서 좀 무거운 책을 골라보자 생각했지만 또 이런 책을 집어들었다
이런 책도 좋지만 너무 이런 책만 읽는 건... 그러나 앞부분의 글을 읽어내려가면서 책 참 잘 골랐구나 생각했다
제러미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에서 영감을 얻어 유럽 문화를 알아보는 그런 여행을 하고 글을 썼다는 식의
책 내용 소개가 구미를 심하게 당겼고 기대감은 높아질대로 높아졌다


하지만 기대감이 너무 높아져서 그런지 모르지만 기대 만큼은 아니었다
물론 그냥 즐겁게 흥미롭게 읽었고 문장도 깔끔하고 좋았다
그러나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기대하게 된 그만큼의 통찰력 있는 내용은 들어 있지 않았다
너무 많은 기대를 한 게 잘못이다...이 책 충분히 읽어보기 괜찮은 책이다...


난 책이건 그림이건...
그 질을 좌우하는 가장 큰 조건은 바로 얼마나 통찰력있는가...
얼마나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을 하게 만드는가...안 보이던 것을 보이게 만드는가...
나 스스로는 쉽게 닿지 못할 그런 곳에 이르게 하는 그런~~


책을 읽으면서 가장 신기했던 내용은
9살짜리 독일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건축가의 전시를 보기 위해 일부러 런던을 찾아왔다는 내용
부모가 억지로 데려 온 것도 아니고 아이가 졸라서 왔다는...
그 아이가 그런 분야로 나아가는 것과 별개로 그 나이에 이미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가 있고
거기에 빠져들어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게 보였다...



유레일 패스 아시아 이용객 중 70%가 한국인인 이유를 한국인의 모험심과 탐구심에서 찾던데...
음 그 내용은 좀 다르게 생각된다...
우리나라 말고 아마도 일본인이 여행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일본인의 경우 유레일 패스로
한 번에 여기저기 다니기 보다는 몇 곳만 여행하니까 상대적으로 덜 사용하는 것 같고 한국인은
물론 지금은 좀 변하고 있지만 하여튼 유럽여행을 가게 되면 일단 이 나라 저 나라 2-3일만 머물고
심하게 이동하며 여행하는 특징이 있어서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딱히 다른 나라 사람
보다 한국인의 모험심이 강한 건 아니라고 보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이젠 제러미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이 너무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 책에 약간 등장한 스페인 관련 내용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그립다....
스페인을 2009년 한 해 동안 80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았고 세계 1위 관광대국이라는
내용도 있었다...프랑스보다 더 인기가 있다니...왠지..더 그립다...
















2008년 겨울 나는 한 권의 책에 빠져들었다
제러미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이 바로 그 책이다
그는 일하기 위해 사는 미국인과 살기 위해 일하는 유럽인이라는 표현으로 서로 다른 두 가지
가치관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첫 도착지는 영국이었다
한때 산업 혁명부터 시작하여 세계 제조업을 지배했던 영국
그러나 지금 영국에서는 제조업이란 찾아볼 수 없다
제조업을 이미 포기한 영국은 대신 금융과 디자인 산업으로 방향을 선회했고 누구보다 먼저
창조 산업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영국 디자인 뮤지엄
모두 4개 층으로 이뤄진 이 건물은 1층에 간단한 커피와 음식을 파는 카페테리아와 기념품 숍이
있고 맨 위층에는 영국 조상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했던 제품들을 디자인 관점으로 정리한
디자인 역사관이 자리잡고 있다



전시관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이 의외로 많았다
세계적인 건축가의 작품을 아이들이 직접 눈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극성스럽게
아이들을 데리고 왔을 부모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하지만 일부러 이 전시회를 보기 위해 독일에서부터 왔다는 한 소년과 만나면서 그런 나의 생각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우리 아이가 평소 리처드 로저스의 팬이에요 이번에도 아이가 보고 싶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왔어요
사실 저는 별로 건축에 관심도 없어요



영국 디자인 뮤지엄 가이드에 의하면 이곳에서는 초등학생에서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정규수업의 연장선으로 디자인 학습이 진행되고 있다



여행도 공부의 한 분야로 생각하고 그런 여행에 돈을 대준다는 게 한국의 상황 아래서는 상식적으로
말도 되지 않는 일이지만 여기서는 분명 상식이다


나라가 문화로도 가난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은 배고픈 가난보다 훨씬 더 오래 사람의 뇌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



유럽의 작가들 중에는 기차 안에서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유롭게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다
사람들은 유러피언 라이프 스타일을 이야기할 때면 언제나 삶의 질을 제일 먼저 꼽는다
그런데 이것은 꼭 돈이 많이 드는 럭셔리한 삶과는 구별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답답하고 반복된 일상에서 벗어나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달려보는 기분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이니 말이다


미국 도시 연구가인 제인 제이콥스
그녀는 오래 전부터 창조성과 보헤미안적인 도시생활 간의 관계를 간파했다
그녀는 자신의 저서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을 통해서 활력 있는 도시 발전의 엔진으로서
창조성과 다양성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는 오래된 건물에서 나온다라는 말과 함께 창조의 공간으로서 오래되고
낡은 건물들이 갖고 있는 가치를 재발견했다


유럽의 서점들은 흥미롭게도 책을 사고파는 것만을 목적으로 두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책의 판매보다 중요한 것이 책을 통한 사람과의 교류였다


우리는 좋은 책을 읽으면 본능적으로 그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 한다
그것은 좋은 영화를 봤을 때나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의 경험보다 몇 배는 거 강렬한 본능이다
좋은 책은 그만큼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