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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전망 좋은 방 - E.M.포스터

by librovely 2012. 2. 22.



전망 좋은 방                                                  E.M.포스터                          1908              열린책들(2005)



이 책을 내가 왜 읽기 시작한건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여행에서 돌아와서 그 다음 날 바로 도서관에 갔고 이 책도 같이 빌려왔고 앞 부분 조금 읽다가 말았는데
그 즈음 EBS 일요일 낮 영화에서 전망 좋은 방이 나왔고 처음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내가 읽으며 상상했던 그 부분이
생각보다 나의 상상과 비슷해서 신기하게 봤고 중반부까지 보니 이야기 자체가 흥미롭게 느껴져서 너무 재미있게
봤는데...그런데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서 눈물을 머금고 TV를 끄고 밖으로 나갔다...


나가서 말은 하고 있었지만 내 머리 속에는 오로지 전망 좋은 방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 되었을지 궁금증만 가득...
저 책의 표지에 나온 사진은 바로 영화 속 한 장면...저 장면은 못 본 것 같다...끝부분일까?
솔직히 급한 성격과 돌려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고상하지 못한 취향 덕분에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감수성 결핍
하여튼 그래서 소설을 잘 안 읽게 되는데...그것도 이런 약간의 로맨스를 담고 있는 소설은 더욱 그러한데...
이 소설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진행이 그리 느린 것도 아니고 포스터의 심리나 배경 묘사력도 탁월하기에...
물론 번역본이니 뭐라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아...난 이 책 정말 좋다~ 영화도 다시 제대로 보고 싶구나...


어찌보면 무슨 소설이든 그러하겠지만 스토리의 큰 틀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다만 그 이야기를 얼마나 세세하게
들려주느냐의 차이가 있고 또 이 소설의 강점인 개성 있는 캐릭터....의 유무...에서 소설의 재미가 결정됨...
읽으면서 약간은 제인 오스틴이 생각나기도 했는데...남자가 썼다고 하기엔 너무 섬세해...했는데....
아...브콜로리 E.M.포스터 너마저도 스트레이트가 아닌 것이었다...어쩐지 사진도 좀 그런 이미지야....


스트레이트 이야기가 나왔으니 더 써보자면...포스터는 20대 때 휴 메러디스라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데 그 둘은
정신적인 사랑만 나누는 사이...그게 당연한 게 포스터는 게이니까...그럼 그게 사랑인가? 그냥 우정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휴 메러디스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자 포스터는 자살 충동에 시달리기까지 하니 우정은 또
아닌 것 같고...음...전망 좋은 방의 앞에 H.O.M.에게 헌정한다는 말이 나오는데...그게 바로 휴 메러디스....
이 책을 출판하였을 때 이미 휴 메러디스는 결혼을 했고 포스터는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져있었는데도 그는
이 책을 그녀에게 헌정...하긴 쓰기 시작한 시기는 25살 때이고 그녀와 사랑에 빠진 건 24살이니까 그녀를 생각하며
이 소설을 썼을 것이다...그래서 그런지 참 잘 썼다....역시 모든 예술의 근원적인 힘은 ㅡㅡ;
어쨌든 연표만 읽고 있어도 포스터가 얼마나 여린 사람인지 알 것 같았고...그래야 소설도 쓰고 그러는듯...



루시는 노처녀이며 친척언니인 샬롯과 이탈리아 여행을 가고 어떤 펜션에 묵게 되는데...
전망이 좋지 않은 방을 받게 되고 그걸 속상해하자 듣고 있던 전망 좋은 방에 머물던 아버지와 아들이 방을 바꾸어
주겠다고 제안한다...그 제안에 엄청나게 망설이다가 결국 바꾸게 되는데...그렇게 두 집단(?)은 엮이기 시작...
별 일 아닌 것에서 별 일은 시작된다는 이 낭만적인 설정~


그리고 루시는 혼자 이탈리아 여행에 나선다...그런데 하필 어느 장소에서 살인을 목격하고..그녀는 그 충격으로
쓰러지는데 그 때 방을 바꿔준 아들인 조지가 근처에 있었고 그녀를 도와준다...
조지의 아버지인 에머슨도 나름대로 책도 많이 읽고 솔직하고 직설적인 개성이 있는 캐릭터지만...
조지야말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인물...


일단 방을 바꿨을 때 그가 사용하던 방의 거울(?)인가 하여튼 어딘가에 붙어있던 물음표가 적힌 종이...
이런 설정 좋다....
그는 아마도 이런 삶을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영화에서도 그는 그다지 밝은
표정으로 등장하지 않는다...뭔가 살짝 심각...하여튼 그런 그였는데...


이탈리아에서 루시를 우연히 도와주게 된 이후로...
아니 도와준 그 순간 그는 살고싶어졌다는 묘한 말을 한다...이런 말도 좋고....
또 루시의 엽서에 피가 묻은 것을 보고는 고민하다가 강에 휙 던져버리는 것도...행동에 드러난 그의 마음이 너무
멋지게 느껴짐...진심은 말에서 나오는 게 아닌 법...행동이 말해주는 법...


사실 둘 사이에 그다지 큰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하지만 둘의 마음에는 특히 조지의 마음에는 큰 일이 일어남
아니 루시에게도 그러했지만 루시는 일단 아니라고 부정하였을 뿐이었던 것 같다...뭔가 방어기제....
조지가 결혼 상대로는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랬을까?


이 일 말고도 둘은 여럿이 간 소풍에서 또 한 번 내가 보기에는 정말 사소해 보이는 그런 일을 하나 겪는다....
그리고 헤어짐...아무 기약 없이...


집으로 돌아온 루시...는 이상한 행동을 한다...안 이상할 수도 있지만 난 그렇게 느꼈다...
그녀는 이미 두 번이나 청혼을 했음에도 거부했던 세실이라는 남이 보기에는 멀쩡한 조건의 남자이지만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못한 뭔가 전형적인 캐릭터의 남자의 세 번째 청혼을 바로 받아들인다...
불안했던 게 아닐까...조지에게 끌리는 그 마음을 사라지게 만들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반대의 길로 걸어들어간..
그러나 루시는 자신이 세실을 좋아하는 것 처럼 착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세실은 남을 잘 무시하고 특히 루시의 가족을 교양없다는 듯 바라보는데...
바로 이런 점이 쓸데없는 허세나 가식이 없는 진심 뿐인 조지와 그의 아버지 에머슨과 비교되는 점...
세실과 조지는 정말 완전히 다른 곳을 바라보는 인물...


어쨌든 세실과 평탄한 인생을 설계하며 그럭저럭 약혼한 관계를 이어가는데 동네의 빈 집으로 세실이 조지와
그의 아버지를 불러들이게 된다...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뭐 이런 우연이 다 있어...라고 했겠지만...
그런 우연이 있으니까 운명인거지...라며 이 소설에 대해서는 심히 너그러워짐....
사실 인생 자체가 우연의 연속인거지...그걸 우연으로 볼지 운명으로 볼지는 당사자가 결정하는 것일 뿐...
이 이야기를 하다보니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한 부분이 생각난다...


클로이와 내가 옆자리에 앉을 확률 989727분의 1
1.적어도 사랑 내부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것을 운명 이외의 다른 어느 것으로는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2.내가 클로이를 만나고 못 만나는 것은 결국 우연일뿐이라고 989727분의 1의 확률일 뿐이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은 그녀에 대한 나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이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같은 사실도 사랑을 시작할 때와 끝날 때 다르게 해석되는 셈이다...
그 확률상의 희박함에 의해 그게 운명으로 느껴질 수도 반대로 우연으로 치부될 수도 있는 셈...
그런데 쓰고 보니 이건 위에서 말한 그 우연의 연속이 삶이다...라는 말과는 좀 다른 이야기구나...


하여튼 둘은 다시 만나게 되고 거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알고 있던 샬롯이 어떤 소설가 여자에게 그 이야기를
해서 그녀가 쓴 둘의 이야기가 책으로 출판되었고 그 책을 세실이 즐겁게 읽고 있었고 그런 사실을 루시가
알게 되고...이 부분에서 나는 건조하기 짝이 없고 방어적인 샬롯 조차도 사실은 그 둘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인상깊게 느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소설의 끝부분에 가서도 그런 뉘앙스의 이야기가 나오긴 한다...
오히려 둘을 방해하는 것처럼 보이던 샬롯이 도와준 셈이 되었다는...


다시 만나게 된 조지는 적극적으로 설득한다...세실과는 절대 행복할리 없다고...
그리고 결국 루시도 자신이 거부하던 눌러놓던 저 심연의 본 마음을 깨닫게 되고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소설의 주제는 뭘까?
일단 로맨스...아름다운 로맨스...
(책 뒷면에 존 캐리라는 사람이 '포스터의 작품 가운데 가장 행복하고 로맨틱한 소설' 이라고 써 놓기도 함)
그리고 또 계속 드는 생각은...가식이 없는 조지와 에머슨...그리고 그들과 다른 종류의 인간인 세실...
난 어떤 종류의 인간일까? 난 조지일까 세실일까?
요즘 보통의 사람들은 다들 세실처럼 살고 있는 것 같다...남의 눈을 의식하고 교양있는 척...하고 조금이라도
행동이나 말이 꾸며져있지 않은 솔직함을 보이는 사람을 무시하고 어울리지 않으려 하고...나도 그렇겠지...
어쨌든 연애건 결혼이건 아니 모든 삶의 순간들을 세실처럼 보내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함...진심...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내 마음이 가는대로~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그게 쉽진 않다...
왜 내 마음 가는대로 사는 게 쉽지 않은걸까...오히려...


전망 좋은 방...
왜 제목이 전망 좋은 방일까?
이야기에 잠깐 관련된 내용이 스쳐 지나가긴 한다...


세실과 조지가 나누는 대화인데 세실이 조지에게 우리 집에서 보는 전망이 어떤지 묻는다
조지는 전망들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아버지가 그러셨다 완전한 전망은 하늘의 전망 하나 뿐이라고
땅 위에서 보는 전망들은 다 그걸 어설프게 흉내낸 거라고
또 전망은 군중이다 나무와 집들과 언덕의 군중이다 이것들은 사람의 군중이 그렇듯이 서로 닮게 된다
그리고 바로 똑같은 연유로 우리에게 초자연적인 힘을 발휘한다
이런 이야기를 루시는 감탄하며 듣는다...
여기에 세실은 자신이 책에서 본 말로 대답한다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뉜다 전망을 잊어버린 사람과 작은 방에 있을 때도 그걸 기억하는 사람
(세실의 이야기는 다 책 이야기로만...그는 자신의 생각은 별로 없는 모양...)


저 전망에 대하여 조지가 들려준 이야기는 결국 그의 아버지인 에머슨이 한 말인데...
그럼 창문으로 내다보는 전망이 별로 중요하지 않고 그건 어설픈 것들이기에 그들은 방을 바꿔준 것일까?
창으로 보이는 그 작은 전망은 별 의미가 없다고...하늘에서 내려다 본...그러니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부분
들이 모인 그것이 진짜 전망이기에...우리가 보는 협소한 전망은 사실 진짜 전망이 아니기에?
여기에 대한 세실의 책에서 본 것에 의지한 의견은...전망을 아예 잊어버린 사람과 본인처럼 작은 공간에
있을 때도 전망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부류가 나뉜다?
근데 아마 세실이 말한 전망과 조지가 말한 전망은 사뭇 다른 의미인 것 같다...



이 부분 말고도 세실을 생각하면 전망이 없는 방에 있는 것 같다는 루시의 말도 있었던 것 같고...
세실이 자신을 보면 뭐가 생각나냐고 하자 루시가 전망이 없는 방이 생각난다고 그게 뭐 문제가 되냐고..
전망...은 그러니까 여기에선 그냥 세상을 바라보는 눈 정도로 생각하면 될까?
세실은 암담한거다...답답한 꽉 막힌 인간...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읽는 동안에도 읽고 나서도 행복했던 책...
뭐 아주 기발하고 대단한 내용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또 그런 내용이 뭐 가능하겠는가...환타지 소설이
아니고서야...사실 우리는 아주 간단한 것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니까 이런 소설이 필요한거겠지...
읽으면서 여러 캐릭터에서 내 주변 혹은 나의 모습을 보게 되고 여러 상황에서 그와 유사한 내가 겪은
혹은 겪을 상황도 보이곤 한다...그래서 소설을 읽는구나... 더 잘 살기 위해서...



세실같은 사람과 엮이면 큰일나겠다는 깨달음을 얻긴 했는데...그럼 더 무언가가 요원해지는 셈...
어쩌면 내가 세실같은 사람인지도...이건 정말 섬뜩하구나...
조지처럼 솔직하고 생생하게 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루시는 정말 좋겠구나...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


아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 이탈리아에 아주 가고 싶어지게 된다....
아이엠러브를 보고 나서도 그랬고 이탈리아를 유난히 좋아하는 스탕달 책을 읽어도 그렇고...
이탈리아....~~


소설 잘 못 읽는 여자에게 강추하는 책
제인 오스틴 정도의 스토리를 기대한다면 절대 실망하진 않을 것이다...













아름다움과 품위는 같은 게 아닌가요?
대개는 그렇게 생각하지 하지만 가끔 보면 세상일이 그렇게 간단한 것만은 아닌 것 같아
(주제 함축적...)


다 거짓말이야(조토의 작품을 보며 하는 말)
에머슨 씨가 지나치게 큰 소리로 말했다
저런 말은 귀에 담지 마라 믿음에 의해 건설되었다니 그렇다면 일꾼들이 제대로 보수를 받지 못했다는
뜻밖에 더 되겠니?


옛날부터 그랬지 세상이 녀석에게 맞지를 않아요(조지에 대해 에머슨이 루시에게 들려주는 말)
그녀는 불쑥 웃음을 터뜨렸다
이 우주가 자기와 맞지 않아서 인생이 얽힘 또는 바람 또는 긍정 같은 것이라서 우울한 청년이라니!


아 내가 무슨 일을 한거지? (루시)
그녀도 그 죽은 남자와 함께 어떤 영적 경계선을 넘어 버린 것만 같았다


소년이 남자로 변해갔다
무언가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저는 혼란을 물리치고 정직하게 이 일을 바라보아야 해요
한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만이 아닙니다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게 무언지 알아내야겠어요
(조지)


둘은 이미 펜션 근처에 이르렀다
그녀는 강둑 난간에 두 팔꿈치를 기댔다 그러자 그도 그렇게 했다
같은 자세가 된다는 것은 때로 마술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그것은 영원한 우정을 암시하는 일들 가운데
하나이다


한 사람이 죽은 것만이 아니었다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
그들은 이제 인격이 입을 여는 상황 유년이 문을 닫고 젊음의 갈림길이 열리는 순간에 이르렀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순식간에 모든 게 지나가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네요(루시)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아마도 살고 싶을 겁니다(조지)


그동안 조지는 루시에게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소망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하지만 그녀는 거절했다
그가 싫어서가 아니라 둘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아는 것 같았고 그것이 그녀를 두렵게 했다


그는 실패한 포옹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은 사실이었다(루시와 세실)
열정이란 저항할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
예의범절이라든가 심사숙고라든가 그 밖에 교양이라는 이름의 족쇄를 잊는 것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그것은 통행권이 있는 곳에서 허락을 구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생각해보면 우연이라는 건 생각만큼 흔한 게 아냐
예를 들어서 조지가 여기 온 게 완전히 우연인지 생각해 보라고
다행히도 조지가 입을 열었다
우연이에요 저도 생각해 봤어요 운명이라고 해야겠죠 모든 게 운명이에요
우리는 운명에 의해 만나고 운명에 의해 헤어지는 거예요
만나고 헤어지고 열두 바람이 우리에게 불어요
우리 스스로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해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루시가 조지 에머슨을 사랑한다>는 걸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루시의 입장에 선다면 그게 그렇게 분명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인생은 정리 하기에는 간단하지만 실제로는 혼돈스러우며 우리는 언제나 신경이라든가 다른 피상적인
말들로 내면의 욕망을 가려 덮으려고 한다
그녀는 세실을 사랑했다 조지는 그녀를 불안하게 했다
누가 그녀에게 두 문장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해 줄 것인가?
(신경이 쓰여서...라는 핑계....정확하다는 생각이...들었고 살짝 슬픈...)


아마 조지가 무슨 행동을 했어도 루시의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어설픈 행동은 루시의 가슴에 곧장 들어왔다
남자도 신이 아니었다 그들도 여자처럼 인간이고 또 서툴렀다
남자들도 정체 모를 욕망에 시달리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할 지 모른다
그녀가 받은 교육과 그녀가 걸어가는 인생행로는 남자도 약하다는 진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피렌체에서 조지가 사진을 아르노 강에 던져 넣을 때 이미 그것을 짐작했다


그가 산타크로체 교화의 무덤들 틈에서 이 세상이 자신과 맞지 않다고 한숨짓던 모습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 정체 불명의 이탈리아 남자가 죽은 뒤 아르노 강둑 난간 너머로 몸을 기울이고
저는 아마도 살고 싶을겁니다 라고 말했던 것도 생각났다


지금 닥친 문제는 사랑과 의무의 싸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실과 가식의 싸움이었다


(조지가 루시에게 하는 말)
당신은 그와 살 수 없어요 그 사람 하고는 친지 정도로 지내야 해요
그는 사교모임이나 지적인 대화의 상대로만 제격일 뿐 친밀한 관계에는 걸맞지 않습니다
여자하고는 더 말할 것도 없죠
그와 대화하면서 피곤해지지 않은 적이 있나요?
(대화하면 피곤해지는 경우...이건 정말 정확한 기준이 될 수 있겠다...나와 맞는지 아닌지...
비단 남녀 문제가 아니라 어느 사람에게든)



(조지가 루시에게 하는 말)
그는 매 순간 당신을 자기 뜻대로 빚어내고 어떻게 해야 매력적이고 흥미롭고 여성스러울 수 있는지
가르쳐 줄겁니다 남자가 생각한 여자다움을 말이에요

그 사람보다는 제 사랑의 방식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당신이 내 품에 안겨서도 당신 자신의 생각을 하기를 원합니다
나는 그 남자가 죽은 뒤로 계속 당신을 좋아했어요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어요
당신이 숲에 들어 왔을 때 나는 달리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나는 외쳤어요 살고 싶어서 내 인생에 기쁨을 줄 기화를 잡고 싶어서


(루시가 세실에게 하는 말)
나는 보호받기 싫어요 어떤 게 여자다운 건지 옳은 게 뭔지 나 자신이 판단하고 싶어요
나는 음악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그런 것에 숨막혀 죽고 싶지 않아요
왜냐면 사람이 그보다 훨씬 아름다우니까요
(세실이 책과 음악 따위 이야기로 거들먹 거리며 자기 가족은 무시하곤 했으니...이런 말을 한 것)



이탈리아에 다녀오고 나서 여행벽이 생긴건가요?
조지 에머슨이 이탈리아는 <운명>의 다른 이름이라고 하더군요
-아뇨 이탈리아 말고요 콘스탄티노플요(이스탄불~)
(파혼 후에도 루시는 조지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상황을 회피할 생각으로 여행을 가려고 한다)


(에머슨이 루시에게 하는 말)
나는 녀석에게 항시 사랑을 믿으라고 가르쳤어요 네가 사랑을 느끼면 그건 진실이란다
열정은 장님이 아니야 열정이야말로 눈이 밝지
네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여자는 네가 진실로 이해하게 될 유일한 사람이란다


(에머슨이 루시에게 하는 말)
혼란을 떨쳐야 해요 전망 좋은 방을 거절했던 일을 기억합니까?
그런게 혼란이에요 모두 사소한 일이지만 심오한 징조를 품고 있어요
사람은 살아가는 현장에서 삶을 익혀야 해요


(에머슨이 루시에게 하는 말)
벌써 아가씨 마음 속 한 자리를 녀석이 차지하고 있지 않소?
아가씨가 그리스로 달아나도 다시는 녀석을 안봐도 죽을 때까지 마음 속에 있을거요
사랑하는 사람들은 헤어질 수가 없어요
사랑을 비틀고 무시하고 혼탁하게 할 수는 있지만 그걸 떨쳐버릴 수는 없어요










-발췌하다보니 정말 문장 하나하나가 예술이구나....
 이런 소설을 휴 메러디스에게 헌정하다니...정말 좋아했나보다...라는 생각이 사뭇...
 게이인데 여자를 이렇게 아무리 정신적으로만이라도 좋아했다면 그게 게이인가?? ㅡㅡ;;
 육체적으로는 게이...정신적으로는 스트레이트....? 
 그건 그렇고.... 포스터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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