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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파리지앵 다이어리 - 조수정

by librovely 2011.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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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앵 다이어리                                                                            조수정              2010          지상사



보통의 사람들이 꿈꾸지만 하지 못하는 삶을 경험하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한국에서 공부를 한 후 외국으로 유학
그리고 또 다른 외국에서 직장생활
이런 것을 꿈꿔 본 일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있겠지)



하지만 보통은 꿈만 꾸지 여러가지 핑계를 대며 실제로 시도하지는 않는다
물론 핑계일 수도 있고 실력 부족일 수도 있고
나는 내가 뭘 하고 싶어 하는지 지금도 모르고
유학이라는 건 사실은 능력이 턱없이 부족해서 생각도 못하는 것이면서도 핑계는 가난해서...
하지만 저자는 보여준다....원하면 정말로 원하면 가능하다고...물론 그녀처럼 실력이 있어야겠지..그게 문제...



지난 번 여행 때 동행인과 나눈 대화가 갑자기 생각난다
동행인은 외국에서 1년 만이라도 살아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방법을 찾아봤었던 모양이다...결국 지금 가능한 방법은 딱 한 가지인데 그건 불가능...
그러면서 유학 이야기가 나왔는데 난 그건 생각도 못했다 영어도 바보 수준이지만 돈도 없고 라고 말하자
동행인이 말하길 진짜 원했으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진짜 원하지 않았으니까 시작을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벼룩 시장에 가서도 그릇을 만지작 거리며 사고 싶은데 못 산다고 하니까 진짜 원하면 정말 갖고 싶으면 샀을
거라고 했다...가져가기 힘들면 해외배송 이라도 해서 샀을 것이라고 했다...문제는 내가 정말 갖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는 데에 있다고 했다....  이게 자꾸 생각난다...그런가....그럴지도 모른다...말로만 원하다고 말하고
원하는 걸로 착각했던건지도 사실은 아니면서....진짜 원했다면 했겠지....아마도...




누가 지원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부모님은 말리는데도 저자는 혼자 학원다니면서 열심히 프랑스어를
배우고 결국 입학 자격 시험을 통과해서 파리로 가고 가서의 생활비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해결한다
프랑스는 학비가 비싸지 않아서 큰 문제가 없었던 듯...하여튼 그 과정이 절대 쉽지는 않았겠지...
읽으면서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내가 해보지 못한 것을 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건 즐거운 일이다
이 책은 충실히 들려준다...그래서 너무 재밌게 읽었다
나는 열심히 못살지만 다른이가 열심히 사는 이야기를 듣는 건 참 즐겁다....
본인도 종종 말하듯 그리 예쁘지 않은 외모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들여다 본 앞날개의 저자 사진은
참 예뻐 보였다....



멋진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듯한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던 책
아주 재밌었다
저자의 생활 말고도 파리지앵의 생활도 함께 구경할 수 있었고 그것도 참 흥미로웠다
지금은 뉴욕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또 책을 써주길....
나같은 중요한 세월 다 지나간 사람에게도 의미가 있겠지만 20대 초반의 인생들에게는 이런 책이 아주 큰 의미로
다가갈지도 모르겠다...물론 내가 그 시기에 이 책을 읽었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이러고 있을테지만....











싸구려 샌드위치와 에스프레소로만 때우는 식사도 10유로(17000원)을 쉽게 넘어간다
끼니는 집에서 해결하고 나서 친구들과는 에스프레소나 와인 한 잔 시켜놓고 서너 시간 떠들다 깨끗하게
헤어지는 파리 젊은이들의 밤문화가 당연하게 보였다


이에나 역 근처에 위치한 한국문화원 내의 도서관에서는 한국 책과 잡지를 빌릴 수 있고 한국 영화DVD도
무료로 볼 수 있었다



구립수영장은 입장료가 2000원이고 구립 스포츠 센터는 8만원만 내면 8개월 동안 요가를 배울 수 있다
신기한 건 그렇게 정부가 운영하는 시설들이 일반적으로 다른 곳보다 크고 깨끗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요청만하면 값 싼 수업료조차 내지 않고 발레 인라인 유도 연극 등등 갖가지 수업에
등록할 수 있는 쿠폰을 받을 수 있다
자신의 방학 계획을 잘 정리해서 제출하는 학생들에게는 시청에서 여행 경비를 보조해주는 행사도 여름마다 있다



파리에서 약자로 살던 내게 그곳은 유토피아처럼 보였지만 그 모든 사회제도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민들은
월급의 절반정도를 세금으로 내고 있었다



프랑스 영화의 사실적 경향은 60년대 과장하지 말고 그대로를 보여주자는 누벨바그 운동의 영향



유학생활동안 만났던 프랑스 사람들의 80% 정도는 내가 한국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모두 같은 말을 했다
한국이요? 저는 김기덕 감독 영화를 참 좋아합니다



프랑스에서 대접받고 존경 받는 사람은 외모나 옷차림이 출중한 사람 보다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초라한 겉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말할 때 논리와 주장이 분명하고 지혜가 엿보이는 사람은 어디에서나 인기가
많았다



돈? 없으면 없는거고  키? 뭐 작아도 상관없고  얼굴이나 스타일 다 별 상관없는데 난 무엇보다 대화할 때
지성미가 느껴지는 사람이 좋더라
프랑스 친구들에게 이상형이 어떻게 되냐고 물었을 때 100% 돌아왔던 대답이다



19세기 파리에서 화려하게 꽃피웠던 각종 문화예술도 카페의 산물이다
발자크 위고 졸라 발레리 릴케 피카소 생텍쥐페리 자코메티



새로운 국가 사업 하나를 시행하기 전에는 이에 대해 검토하고 정치가 전문가 국민 사이의 토론이 거듭되는
보통 10년 가까이 되는 검증 기간을 거친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결혼하기 전 1-2년의 동거생활이 예비결혼 단계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공립중고등학교들도 이론상으로는 평준화 되었지만 사실상 지역에 따라 수준 차이가 많다고 한다
위장전입을 하고 대학생 과외 선생님을 붙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1대학, 2대학 하는 식으로 평준화되어 있지만 암묵적 순위는 그래도 은근히 존재한다



프랑스만은 그렇지 않을거라는 나름의 유토피아적 기대도 날 유학길에 오르게 했던 한 가지 이유였는데
한국과 너무도 똑같은 모습에 약간은 실망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나의 조국이 그렇게 형편없는 나라만은 아닌 것 같아 다행이었다



대형 프린터 기기들이 10대 가까이 있었으며 종이만 가져오면 무료로 쓸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그런 기기로 도면을 출력하려면 장당 10만 원씩 지불해야 했다



내가 발견한 프랑스 건축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약자들을 위한 공간 연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



나는 파리에 오면 뭔가 특별하고 대단한 것들을 배울 줄로만 알았다
때로는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도 있긴 했지만 보통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이 한국이나 여기나 비슷한 것
같아 실망스러웠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것을 끄집어 내어 되씹는 태도가 이전과 달랐다
가끔 절간에 들어간 것 같이 외롭고 세상과 분리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나는 내 앞에 주어진 일에
더 집중했고 그것을 가슴 깊이 음미할 수 있었다



노출 콘크리트 마감을 한국 건축에 유행시킨 안도 타다오



뭔가에 대한 탐구활동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