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

파리 빌라 - 윤진서

by librovely 2016. 2. 28.

 

파리 빌라                                                                                    윤진서               2015             달

 

윤진서의 책 비브르사비를 재밌게 읽었다

예쁜 여자는 왠지 똑똑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인 거 같은데...왜 그렇지? 은연중에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나...? 뭔가 공평할거라고...그러니까 미모를 가진 여자가 똑똑함까지 갖추지는 못했을거라고?

음...난 그럼 똑똑하게 생긴건가? ㅋㅋㅋㅋ 이런 소리 써 놓으면 여자들이 너 제 정신이냐고 할 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그런 편견이 좀 있지 않나...? 하여튼 윤진서의 책을 보니 윤진서는 좀 독특하고 이래저래 생각도

많은 거 같았고 중간중간 써 놓은 글의 표현력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게 했었던 기억이....그래서 또 윤진서

소설...이라고 쓰여있는 이 책을 보자마자 빌려온거겠지

 

읽은 지 2주 정도 되었나? 기억이 안나...ㅡㅡ;;

어느 정도의 실연의 상처를 안고 여행을 다니며 쓴 글 같았다

나도 실연을 당할 수 있었다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이상한 소리 하며 마무리...

하여튼 재밌게 읽었다

 

무슨 작품성 뭐 그런 건 모르겠고 판단할 능력도 내겐 없고.... 

일단 글이 솔직하다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임

윤진서의 글이 좋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근래에 알게 된 것들을 언어로 쏟아내고 싶은 때가 온다

누가 듣건 듣지 않건 간에 내가 세상에서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꼈는지 말이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 그래서 내 안에 무엇이 담기게 되었는지 스스로 기억해두지 않으면

기억들은 모두 날아가 공중에서 분해되어 다시는 내게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여행을 다니며 글을 쓰는 것은 내게 일종의 안정감을 주었다

 

그가 떠난 후 이곳에서 나는 이름을 잃어버렸다

그와 잔을 나누었던 카페의 자리에 앉아 커피를 주문했다

우리는 처음 만나 우주까지를 대화했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함께 읽었다

 

예전처럼 하루에 두세 편씩을 연달아 보는 일은 그만두었다

그곳에서만 존재하는 환상 혹은 상상 같은 일들은 실제의 삶 안에서 너무도 뼈아프게 다가올 뿐 아니라

영화에서처럼 아름답거나 신비롭지 않았다 운명 같은 사랑이나 삶의 의미를 찾게 해줄 특별한 사건들은

결코 내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 사실은 내 삶을 건조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어쩌면 그것보다 실제의

삶에서 무언가를 찾고 싶어졌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생제르맹데프레는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그러다 해가 비치는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우아한 분위기를

풍긴다 오래된 서점 라 윈에서 책 사이를 거닐다 배가 고프면 루이비통 매장 뒤에 있는 일식집 옌에서

우동을 먹는다 그러다 카페 드 플로르에서 커피를 마시는 일은 영화감독 레오 카락스가 내게 가르쳐

준 가장 호사스런 파리의 생활이었다 그는 허름한 술집 어느 곳에서 밤새도록 술을 마시다 알게 된

술친구였는데 <퐁네프의 연인들>과 <소년 소녀를 만나다> 같은 프랑스 영화의 감독이기도 했다

 

그 대답을 듣는데 가슴이 뭉클했어요 그 사람은 자신을 확신한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사실 사람들은 그런 것에 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잖아요 남들 시선에 따라 좋은 것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있잖아 만약에 네가 누군가에게 실연을 주었다면 아마도 그 사랑은 진짜 사랑이 아니었을거야

네가 당했던 실연만이 진짜 사랑이었을 거야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줄리 델피가 파리로 가는 길에 낯선 남자를 만나 비엔나 역에서 조심스레 그의

손을 잡고 내리는 장면에서 난 단 한 번도 그녀가 용기있다고 생각해보지 못했다

어쩌면 그런 상황이 누군가를 거쳐 내게 돌아온다 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확신이 아닐까

나는 여전히 지나간 그에게 머물고 있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살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러면 이전의 내 모습을 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마치 영화에 중독이 된 것처럼 매일 새로운 영화를 찾아 보았고 평생 이렇게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것마저도 힘들어져갔다 매일 허구 속에서 희망을 찾기에 인생은 너무도 짧았기 때문이다

 

고요한 새벽이 오면 어김없이 외로움과 두려움이 먼저 찾아왔다

언제까지 혼자 있을 수 있을까

언제까지 이 고독을 견딜 수 있을까

 

쓰지 않으면 더 고통스러우니까 쓰지 못하는 작가는 오판을 받고 감옥에 온 죄수의 묵언수행과 같은 거야

자신만이 증인인 일에 대해 평생 말하지 못한다고 생각해보게나 

 

내게 글을 쓴다는 것은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이제 보게 하는 일이다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하다 - 김영하  (0) 2016.03.01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  (0) 2016.02.28
보다 - 김영하  (0) 2016.02.11
파리 로망스 - 이동섭  (2) 2015.10.28
태연한 인생 - 은희경  (2) 2015.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