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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 프롬 헤븐 Far From Heaven 2002 프랑스 미국

by librovely 2008.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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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프롬 헤븐      Far From Heaven               2002              프랑스        미국




이 영화가 개봉되었을 즈음에 박정현이던가? 하여튼 우리나라 가수의 노래에 이 영화의 영상을 편집해서
만든 뮤직비디오가 엠넷에 자주 나왔다.  그 뮤직비디오만 나오면 난 가만히 앉아서 끝까지 넋놓고 바라보곤
했다.  영화가 보고싶긴 했지만 안보고 그냥 시간이 흘렀는데...



교보문고에 가서 DVD코너를 구경하다가 다시 마주치게 되었다.
가격이 3900원...아름다운 가격과 함께 DVD 표지에 쓰여져있는 깨알같은 영화제 수상 및 노미네이트 목록들
이 영화 괜찮은 모양이구나... 그렇다면 영어공부를 위해 구입해야겠구나...DVD에 음악 CD도 함께 들어있다.
아직 들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영화 내내 흐른 그 클래식 곡들이겠지.


내용은 잘 몰랐다.  백인 여자가 종인 흑인 남자와 눈 맞는 이야기를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겠지 정도로 생각하고
봤는데 내용이 꽤 괜찮다..각본도 감독이 썼다고 하는데...잘 쓴 것 같다.  감독이 백인인데 말이지...
영화를 보는 내내 몇 년 전에 읽었던 앵무새 죽이기가 생각났다...


대기업의 잘나가는 중역 남편
토끼같은 자식 아들 하나 딸 하나 골고루
집안 꾸미고 아이들 남편 챙기고 동네 고급스런 여인들과 티타임하고 가끔 파티하고 미술관가고~~
1950년대의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을 보여준다.  안주인인 줄리안 무어(캐시)는 사교계의 명사급....


너무 완벽해보이는 가정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별로 행복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남편은 일은 잘할지 모르나 여자에게 애정표현도 안하고 아이들에게 별 관심도 없다.
부인은 아름답고 행복해보이나 나는 행복해~라고 스스로 억지로 생각하고 웃음을 날리고 다니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사는 것이 정답인거니까 난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틀림없이 행복한 상태일거야 라고 생각하는 느낌?


그러나 남편은 알고보니 동성연애자이고 병원을 다녀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동성연애자인 남편에게는 부인이 사랑스러울리 없고 잘해보자고 노력하는 그녀가 오히려 답답하고 부담이
되기에 심지어 자기도 모르게 폭력적으로 돌변하여 상처를 내기도 한다. 


어디가서 말도 못하고 캐시는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데...
원래 일하던 정원사가 죽어서 대신 오기 시작한 흑인 정원사가 보는 줄도 모르고 정원에서 울음을 터뜨린다.
정원사는 자신과 함께 자기 동네에 가서 기분전환을 하자고 말한다.


정원사가 바뀐 것은 그 전에 알게 되었다.
흑인이 정원에 있는 것을 보고 심각하게 경계하며 다가갔으나 죽은 정원사 아들임을 알고 마음을 연다.
정원사는 화원을 경영한다고 말하는데 경영학과 출신임을 쓸쩍 내비친다. 부인은 죽었고 11살 딸이 하나 있다고.
어느 날 바람이 세차게 불어 캐시의 연보라 스카프가 날아가고 그걸 정원사가 주는데 자신이 덤벙거림을 알고
자신의 것이라고 여겼냐고 캐시가 말하자 그게 아니라 그 색이 부인에게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여긴 것이라고 말한다.   아마 이 부분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캐시가 정원사를 달리 느끼기 시작한 것이...


그 다음에는 미술관에서 마주친다.
백인만 가득한 그 장소에 정원사는 딸을 데리고 간다. 거기서 캐시를 만나 둘은 미로의 그림을 보고 대화를
나눈다. 현대 미술에 대해 어찌 생각하냐며 정원사는 현대미술은 아름다움을 간단하게 표현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아마 이런 대화를 나누며 캐시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 모양이다....이런 대화를 하며 사는
것이 사는 것인데...하면서...


하여튼 처음에는 싫다고 하나 나중에 다시 나와 흑인과 캐시는 흑인 마을로 간다.
정원과 숲을 구경한다. 캐시는 너무 아름답다고 감탄을 한다.
둘은 동네 음식점에 간다. 가니 모두 흑인뿐...상황이 뒤바뀐 상황...
거기에서 음료를 마시고 캐시는 기분이 좋아졌다고 잘 왔다고 고마움을 표시한다.
이 때 남녀가 춤을 추는 음악이 흐르는데 난 캐시가 춤을 추지 않고 빨리 돌아가려고 고맙다 어떻다 마무리
느낌의 대화를 하는 줄 알았는데 캐시는 춤을 추고 싶다고 말하고 둘은 춤을 춘다.


이렇게 어울리는 모습을 백인 말많은 여자가 목격하고 소문은 금방 퍼져나간다.
다들 쑥덕거리고 눈을 흘기고 심지어 캐시의 아이들까지 뭔가 거부당하는 분위기...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단지 흑인과 어울렸다는 것만으로 이랬던 거구나....고작 50여년 전인데...
백인들의 행동은 그야말로 미개해 보인다...눈을 흘기는 그 표정들이 얼마나 역겹던지...
에리히 프롬이 말한 그 자아도취....이거 참 더러운 정신 상태구나.....


캐시는 할 수 없이 정원사를 해고한다.
그리고 몰래 만나 상황이 어쩔 수 없음을 말하며 운다....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칭찬을 하며...


남편은 치료를 받으나 방법이 보이지 않고 증세는 더 심각해진다. 둘은 여행을 다녀오며 극복하려 노력하나
결국 남편은 이혼을 요구한다.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나... 그것도 처음으로....
캐시는 울며 절친한 친구에게 드디어 문제를 드러내고 친구는 이해해주며 돕겠다고 말한다.
캐시는 당장 먹고 살 걱정을 한다...여자는 경제적 활동을 안하던 시기였으니...흠...
친구에게 캐시는 정원사 이야기를 한다. 순수한 관계였다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꾸 생각난다고...
지금 그는 뭘 할까? 무슨 생각을 할까?
이렇게...캐시도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 것이겠지...
그리고 그와 함께 할 때면 자신은 존재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이러자 친구는 돌변한다...갑자기 쓰레기 보듯 보며 거부하기 시작한다...


캐시는 보모에게서 정원사의 딸이 백인 남자아이들 돌에 맞아서 다쳤었음을 말하고 캐시는 미친듯이
그 집을 향해 간다...그리고 딸의 안부를 묻는다. 정원사는 이사 간다고 한다. 더이상 이 동네에서는 일을
할 수 없다고...일도 주지 않으며 자신의 가게와 거래도 끊는다고...그래서 볼티모어로 이사하기로 했다고...
잘못은 백인들이 해놓고 왜 이들에게 일을 주지 않으며...괴롭히는건지 생각보다 인종차별은 정말 심각했던
모양이다....앵무새 죽이기 내용이 전혀 과장이 아닌거다...


캐시는 자신도 이혼하게 되었다며 거기에 따라 가겠다고 말하나..
정원사는 거기에 가도 변하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인종 편견이 그대로 일 거라는 말이겠지...흑인과 백인이 어울리면 둘다 거부당하게 되는 것이니...
정원사는 자신이 백인의 세상을 좀 넘본 대가를 딸이 치르고 있다고 말한다..그래서 더이상 그러기를 포기하겠
다고 말한다...


캐시는 이혼하고 나름대로 살아간다. 펑퍼짐하던 드레스 차림도 간단한 스커트와 자켓 차림으로 변했다.
그리고 정원사가 이사가는 날 기차역에서 마지막으로 그에게 인사를 한 후 다시 차를 몰고 일상으로 돌아가며
영화는 끝이 난다.



감독의 설명이 담긴 영상을 잠시 봤는데...
감독인 토드 헤인즈는 아임 낫 데어 감독이기도 하구나...
하여튼 이 감독은 이 영화에서 그걸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자기의 좁은 세계 안에서 허우적거리며 사는 모습....
남에게 보이기 위한 캐시의 일상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 그런 의도였던 모양이다.
남들이 보기에 완벽한 나의 삶~~



사실 이게 인생의 모토인 사람이 많지 않은가?
나도 그렇게 살고 싶은건지도 모른다. 현실이 너무 안따라 주니까 포기한걸지도??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남을 위한 삶..
내 삶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남이다. 모든 기준은 남이 보기에 어때 보일까? 이며
행복의 척도는 남이 행복하게 봐주느냐 아니냐에 있고...
나의 기분은 남의 인정을 받느냐 아니냐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고....



어떻게 하면 이런 삶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 수 있을까?
고솜이의 책에서 말한대로 남과 비교하는 것을 그만두면 가능할까?



영상이 아주 예쁘다....일부러 50년대 분위기가 나도록 촬영했다던데 정말 옛날영화스럽다~
의상도 예쁘고~ 흐르는 음악도 분위기있다...
다만 줄리안 무어의 둔탁한 허리선이 영 거슬렸는데 알고보니 임신중이었다고 한다...
더 찾아보니 줄리안 무어는 10살 연하의 남자와 결혼했다....ㅡㅡ;;



상을 이것 저것 받을 정도의 대작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볼만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