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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덕수궁 미술관 - 고통과 환희의 변주 : 김보현의 화업 60년전

by librovely 2007.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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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못들어 본 화가이지만...뭐 사실 내가 아는 화가 이름이

얼마 안되니까... 들어봤느냐를 이야기 할 필요도 없다....

 

 

김보현 전이 덕수궁미술관에서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서 좀 가보고도 싶었지만 그냥 그렇게 있었는데...

요즘 읽은 책에 김보현이 나왔다...

 

 

요즘 미술에 관련된 책을 두 권 읽었는데 정말 최고다....

내가 미술에 큰 관심이 있는건 아니고 그냥 적당히 알아보고

싶다는 느낌이 있었을 뿐인데... 이 두 책은 마음을 쏙 뺏어버렸다...

그 중 한 권인 아트 앤더 시티라는 책에 김보현이 살짝 나온다...

외국 화가가 더 많이 등장하지만 그 가운데 언급된 김보현과

백남준에 대한 글이 호기심을 잔뜩 자극해버렸다...

그리고는 김보현 그림을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보현 전은 2008년 1월 6일까지 한다...

얼마 안 남았구나...

우리나라보다는 외국에서 활동한 작가이지만 그래도

개인전을 열만한 사람이니 사람이 붐비겠다고 예상을 했는데...

가보니 사람이 정말 없다...당황스러울정도....

하지만 나는 너무 행복했다...사람이 없다니...최고다~~

 

 

전시가 독특하게 2층부터 보는 것인데 나는 그냥 1층부터 봤다.

그러다가 설명을 들으러 2층으로 갔는데...

설명이 참....

난 김보현의 생애와 그의 그림에 담긴 의미 이런 것을 듣고

싶었는데 그녀는 추상미술에 대한 설명을 했다...

이렇게...

"추상미술이 어렵다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쉽다고 생각하세요?"

혹은 이런 설명을 했다...

"이 작품은 이러 이러한 방법으로 제작한 작품입니다..."

난 그런 설명을 기대한 것이 아닌데....

그래서 좀 듣다가 그냥 보기로 했다....

 

 

김보현은 우리나라에서 교수생활을 좀 하다가 미국으로

가서 그 곳에서 활동하는 화가이다...

지금은 아주 나이가 많다...60년전 이라는 이번 전시 타이틀만

봐도 예상이 된다...

 

 

그의 그림은 3가지로 나뉜다...

초반 중반 후반부...

그림의 분위기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초반부는 한국을 떠난 그의 불안정하고 자유를 갈망하는 그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추상화들이 대부분이다....

추상화는 참 신기하다....

뭔지 모르겠지만 뭔가가 느껴진다....

화가가 뭘 표현한건지 모르겠지만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추상화가 나름 독특한데 그 이유는 서양미술인 추상화라는 분야와

또 서양미술도구인 물감을 이용해서 동양화의 방법으로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이를테면 물감의 번짐효과가 꼭 먹물의 번짐과

유사해 보이고 또 붓터치에서 꼭 먹으로 휘갈겨 그린 동양화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달마도??(이게 뭐지?)라는 그림에서

붓의 거친 움직임과 같은 그 것이 김보현의 추상화에서 느껴진다.

 

 

그림 자체도 감상의 대상이지만 그림을 그리는 동안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통한 퍼포먼스적인 요소도 감상의

대상이라고 한다... 그 거친 붓의 움직임 자체도 미술이라는...

그렇다...김보현의 붓의 움직임과 또 물감을 칠한 그 위로

흘러내리게 한 물감의 흔적도 그 그림 자체와 더불어 그가

그림을 그리면서 취한 행동도 자기 자신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하여튼 김보현이 뉴욕으로 건너갔을 때의 마음이 대강

어떤 느낌이었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알 것만 같았다...

추상화는 두 가지로 또 나뉘는 느낌이 들었는데...

휘갈겨 그리거나 눈물이 흐르듯 그림 위로 물에 탄 물감을

줄줄 흘려보낸 그런 그림과 또 하나는 물감을 잘 칠한 후

하얀 색으로 덧칠을 하여 원래의 물감의 색을 덮어서 모양을

낸 그나마 안정된 선과 깔끔한 추상화....

 

 

지난 번에 어떤 전시에서 물감을 칠한 후 그위에 하얀색을

덮어서 바탕과 그림이라는 요소를 거꾸로 만든 역발상이라며

참신한 작품이라고 설명하는 것을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뭐 김보현이 이미 오래 전에 했던 거였네...ㅎㅎㅎ

아니 그 이전에도 이런 그림은 분명 많았을 것 같은데....

김보현의 이런 흰색을 위애 칠해 그림을 그리는 것은

한국 미술의 대표적 특징인 여백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 여백이 단지 바탕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도 의미를 가질 수 있겠지...

 

 

두 번째 그림들은 내가 상당히 좋아하는 그림이다..

뭐냐면....

사과나 브로콜리나 마늘...양파 따위를 그린 그림...

색연필로 정밀묘사를 한 것인데 참 잘 그렸다....

내가 왜 이런 것을 좋아하는가...

난 사진을 찍을 때고 컵 하나 혹은 책상...빵...이렇게

사물을 찍은 사진들을 좋아한다...물론 내가 사진을 취미

삼지는 못하지만 남들이 찍은 사진도 그런 일상의 사물을

찍은 것이 너무 맘에 든다...왜 일까?

김보현은 그런 그림을 그린 의미에 대해 존재하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는 말로 설명한다...일상의 사소한 것들에서 아름

다움을 찾아내는 즐거움이라나...난 백번 공감이 간다....

김보현은 꽃은 원래 아름답다고 한다...그러나 양파나 호두

따위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은 새로운 일이기에

즐거움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맞아...맞는 말이다.

그의 섬세한 그림은 보는 동안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그가 그것들을 그리며 느꼈을 기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세 번째 그림들은 제목이 고통과 환희의 변주곡인데...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지 않는 분위기의 그림들이었다...

뭐라고 해야하나...정신이 없다...산만하고....복잡....

그런데 인생의 말년에 그가 느끼게 된 삶이란게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여러가지 것들이 뒤범벅된 그것이 삶이다...?

사실 요즘 나의 마음은 상당히 복잡하다...그 이유를 여기에

솔직히 쓸 수는 없지만...난 아직도 답을 찾을 수 없다....

정말 내 생각은 꿈속을 헤매는 생각들일까? 하여튼 그런

문제로 나름 고민중인데 김보현의 복잡한 그림을 보니

꼭 나의 머릿속을 보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하지 않는 분위기의

그림임에도 뭔가 위로가 되었다...

 

 

김보현은 새를 좋아하는 모양이다...색깔은 파랑색...

그러고보니 파랑새구나....

그의 그림에 간혹 등장하는 파랑새는 그 복잡한 그림 속에서

숨통을 열어주는 느낌이 들었다....그 작은 파랑새 한 마리가

그림 전체의 심난함을 환기시켜주는....

나에게 파랑새란 무엇일까?

나는 어떤 파랑새를 찾아 다니며 살고 있는 것일까?

 

 

그림을 얼마 보러 다니지는 않았고 또 그나마 보는 안목도

지니고 있지 못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느껴지는 것은...

위대한 화가의 그림은 잘 그렸다..혹은 못 그렸다의 의미가

아니라 뭔가 나에 대해 혹은 내 삶에 대해 질문을 주는 그

정도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나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주고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그런 화가들이 난 좋다...

김보현의 그림도 어느 정도는 나에게 생각할거리를  던져준

전시였기에 나는 참 좋았다....

 

 

입장료도 4000원이고 사람도 없으니 가보면 참 좋을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