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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 - 장폴 뒤부아

by librovely 2008.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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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                                 장폴 뒤부아          2006'        밝은세상

 

 

 

프랑스의 소설...

기욤 뮈소의 구해줘가 어려운 책이 아니었기에...

내친김에 장폴 뒤부아의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둘 다 밝은세상이라는 같은 출판사구나....

 

 

구해줘 만큼이나...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 라는 제목도 별로 나에게는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책이 얇음에 살짝 즐거워하며 읽기 시작...

 

 

북커버에는 개성있는 노가다 군상들의 익살맞은 엽기 소동이니...

프랑스식 유머니...하는 말이 쓰여있었지만...

과연 웃길까? 했는데...

읽어보니 가볍고 웃기다...

 

 

내용 자체는 상당히 가볍지만 그렇다고 빈 껍데기 이야기는 아니다.

읽으면서 그 안에 등장하는 이들을 통하여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겪었던 사이코틱한 인간들을 떠올리게 되었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그 사이코틱한 인간들의 특성이 모여 그 불화살이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에 걸려 나를 겨냥하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아

살짝 씁쓸해 지기도 했다.

 

 

인간...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란다...

그래서 인간은 인간들 사이에서만 인간답게 살 수 있다고 배웠다.

그러나 가끔은...

타인에 의해 인간답지 못함이 바닥을 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오늘이 그랬다...

 

 

한숨만 나오고...

처음에는 돈벌기가 쉽지 않구나 하면서 웃어넘기려 했는데...

그 다음에는 사는게 쉽지 않아....로 넘어가더니...

정확하게 인간에게 질려버렸어....라는 생각으로 넘어갔다...

그리고는 정말 이런 날에는 어디 아무도 없는 곳으로 훌쩍 떠나

며칠 쉬어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끔은 세상이 매우 밝아 보이지만....

이런 날에는 모든 인간이 과장하자면 괴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멀쩡한 척 살아가지만...

마음 속은 지독하게 음험한...성악설이 그렇게 와닿을 수가 없다.

물론 나도 포함해서 말이다....

 

 

인간을 행복을 추구하며 산다지만....오늘 처럼 심사가 꼬인 날에는

인간은 타인의 불행을 추구하며 산다가 답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죄다 그렇게도 가식적으로 보일 수가 없다...

결국 인간은 지독하게 이기적이다...라는 생각도 들고

 

 

어제는 구해줘를 읽고 인간의 관계맺음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를 느꼈다가도 오늘은 그런 타인과의 관계 맺음도 결국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 다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목숨을 받치는 것도 결국은 그런 행위를 했다는

자신을 스스로 아름답게 여기며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요상스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경험상...

이런 기분....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지만....

그래도 몇 년 만에 또 마주친 이런 끔찍한 상황은 열심히 절망의

구덩이를 파고 앉아있게 만든다....

내 잘못도 있긴 하지만...뭐 어느 인간이든 어찌 완벽할 수 있겠느냐...

짜증나는 일은 일이고 나는 별개다...이런 억울한 일이 벌어졌어도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자기계발서에서 배운 대로 마음먹으려고

애써도 도통 그 말들은 겉에서만 맴돌뿐 핵심부에서는 맹렬한 자기 비난....

 

 

하여튼...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는 속터지게 만드는 다양한 종류?의 인간들을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안에서 심오한 듯 보이지만 알고보면 결점

투성이인 인간들을 볼 수 있고 (우리 주변인들이 그러하듯이) 그리고

그 안에서 물론 자기 자신을 만날 수도 있는 것이다.

 

 

옮긴이가 옮긴이의 글에서...

그렇다고 너무 많이 웃지 마시길...

속 타는 타네씨도 사실은 속 태우는 타네씨일 수 있으니....

라는 말을 했는데...그런거다...그렇다...저자도 그런 의도로 쓴 것 같다....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 라는 제목도 그런 의도와 통하는 게 아닐지...

남들이 이러 이러해서 힘들다고? 황당하다고?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

당신은 남들보기에 더 가관이거든~

이런게 아닐지...??

남들때문에 힘들다고? 너는 더 심하지 않았니?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엄마께서 가끔 너는 왜 이러니...하면서 이러지 말라고....잔소리?를

하시는데...난 그 잔소리가 있을 때마다 하는 한 마디가 있다.

엄마...사실 모든 면에서 정상적인 사람이 생각보다 없어....

다 이상한 성격을 하나씩은 갖고 있다니까...진짜야...ㅎㅎ

문제는 자신이 그런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는거지...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즉 이상한 일부분의 성격을 제외하고 보자면 사람들은 너무나 괜찮은

사람들로 보일 수 있겠지만...이상한 성격에 초점을 둔다면 대체 멀쩡한

인간이 어디 있겠는가....ㅎㅎ

 

 

그리고 그 이상한 구석이란 또 사실 상당히 사소한 것들이다....

그래서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고 계속 그렇게 사는 것일지도...

 

 

타네씨는 큰 저택을 상속받게 된다.

그래서 원래 살던 집을 처분하고 그 돈을 바탕으로 저택 수리를 시작한다.

저택이 워낙 낡아서 수리 견적을 내보니 그 금액만 수억원이다....

원래 살던 집을 판매한 돈을 모두 수리비로 사용해야 할 상황...

 

 

그래서 하나씩 수리를 시작하는데...

수리하러 오는 사람마다 아주 가관이다....

어찌나 이상스러운지....

일을 대충 하고 매우 책임감이 없고 소란스러우며 개를 끌고와서

개판?을 만들기도 하고 이상한 말투로 대화를 하기도 하며...

글을 쓸 줄 모르기도 하고 외국에서 건너와 말이 서툴기도 하며

일은 잘 하나 터무니 없는 금액을 청구하기도 하고...

일보다 종교 활동을 일터에서 더 열심히 하기도 하고...

주인을 대장님이라고 부르며 일하는 도구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그러다가 한 번 실수를 하더니 그것에 상처를 입어 돈을 받지도 않고

잠적해 버리고...스스로를 예술가라 칭하며 돈주고 아무거나 시키면

해야하는 거냐며 자기가 하기로 한 일을 거부하기도 하고...ㅎㅎ

 

 

이렇게 요약해서 말하는 것은 좀 아니다 싶고...

글을 직접 읽으면 허탈한 웃음이 나올 정도로 유치하나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그들을 만날 수 있다....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한예슬이 한 때 유행시킨? 말...

"꼬락서니 하고는..." 그렇지만 그들이 밉지 않은 이유는 앞서 말했듯

그들이 나의 모습이기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주인공인 타네씨는 동물 다큐멘터리를 찍는 여유로운 사람이다.

그런데 공사를 시작하면서 일에...그리고 요상스런 인간들에 찌들어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어서 몸을 질질 끌고 겨우 연명하는 수준에 이른다.

 

 

 

옮긴이의 말에서 옮긴이가 동물 다큐멘터리를 찍던 폴타네씨가

인간 다큐멘터리를 찍었다고 말하는데 정말 딱 맞는 표현이다.

저자도 아마 그런 이유로 이런 설정을 한 거겠지?

폴타네씨는 동물 다큐멘터리 찍는 일을 쉬고 있던게 아니었다...

가장 흥미롭고 가장 가관인 동물, 인간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었으니까~ ㅎㅎ

 

 

 

 

 

그 잡종개들이 너무 심하게 짖어대자 개 주인 페드로는 어미 개에게 달려들어

배 한복판을 냅다 걷어찼다.

 

 

누가 견공의 심리학 강의나 해달라고 합디까? 개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그랬지

거 참 방금 해결책을 제시했는데도 그러시네

타네씨, 개들한테 물 좀 작작 뿌려대시라니까

 

 

지금 투렌에 있거든. 어머니가 몹시 아프셔서 말이오

개 짖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벌써 돌아오셨어요? 어머니가 다 나으신 모양이네

이것 보시오 난 지금 막 돌아왔어요

개떼가 울부짖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투렌에 계셨잖아요

이것 참 왜 이러시나 내 말을 잘 못 알아들으셨나 보네

지금 막 돌아왔다고요 타네씨

 

 

'좌우지간 '난 바보짓을 했다

'당연히'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보르도산 적포도주 두 병에 맥주 여덟 캔

견공들께서도 한 잔 걸치셨는지 나무 그늘 아래서 세상모른 채

주무시고 계셨다. <대낮의 맥주 파티>라는 제목이 붙음직한

이 그림같은 풍경 앞에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 꼴통들은 지붕을 다 덮을 수 있는 제대로 된 방수포가 아니라

허름한 비닐천막을 세 개 가져왔던 것이다

그나마도 사온 게 아니라 떠돌이 약장수한테 빌려왔단다

 

 

그건 그놈들의 연장이 아니었다.

내 연장, 내 전기톱, 내 곡선 전용 절단기였다.

그자들은 내 집을 내 연장을 내 돈을 다 먹어치웠다.

내 삶 조차도 난 순식간에 그들의 일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분이라뇨?

타네 선생님 말입니다.

지금 나를 두고 하는 말인가요?

방 안에 누가 또 있습니까?

샤볼로는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누군가를 찾아 방 안을 휘 둘러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안됐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점원이 불러주는 금액을 수표에 적어 넣고 다시 그 수표에 서명을 해서

봉투에 넣어 두 마리의 곰탱이들한테 들려 보내야 했으니까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별로 복잡한 얘기도 아닌데요. 라디에이터에는 페인트칠 안한다니까요!

그런 일 하러 우리 집에 오신 거 아녜요?

그게 무슨 뜻이죠?

도장공이시니까 당연히 페인트 칠하러 오신 거 아니냐고요?

도장공은 칠하라면 칠해! 그게 네 일이니까! 이건가요?

잔말말고 시키는 대로 해! 그래야 돈을 주지! 이런 거냐고요?

절대 그런 말 아녜요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타네씨 뻔한 걸 가지고 이 말 명심하세요

돈으로 뭐든 다 살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거

 

 

예술가께서 떠나신 후 나는 그분께서 그토록 질색하시던 일에 착수했다

그런 괴짜 중의 상괴짜의 조각품들은 대체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하고

현대 미술계가 그를 차 버린건 정말 애석한 일이었다.

까탈스런 인간이라면 사족을 못쓰면서 왜 그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