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은 끔찍했다
그 끔찍함은 내가 자초한 것이었고 그래서 더 끔찍했다
끔찍함이 정점을 찍었던 그 때 갑자기 (마음 속으로는 매우 친밀하게 느끼지만) 거의 연락을 하지 않던 친구에게
안부 전화를 걸었다 단지 편찮으시다던 그 친구의 아버지 안부를 물어봐야지 물어봐야지 마음으로만 반복하다가...
(왠지 안 좋은 대답이 나오면 오히려 나쁠 것 같아서 그랬는지 뭔가 두려워서 자꾸 미루었다...)
끔찍함이 정점이던 그 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아무 일 없다는듯이 잘 지내냐고 묻고는 아버지는 괜찮으시냐며
물어보니 의외로 담담하게 계속 안 좋아지시고 있다는 답을 했다...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목소리에서 오히려 깊은
슬픔이 묻어나는 것 같았고 난 뻔한 위로의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그렇구나...라는 말만 들려줬다
그러자 친구가 너는 잘 지내? 라는 질문....그 말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신세한탄 시작...
이런 일이 있었고 또 이런 일이 있었고 어쩌고 저쩌고 그러다가 이젠 자기비하 시작...
내가 이래서 그래 너도 나 잘 알잖아 그러는 거...다 내 잘못인거 맞지? 그러자 친구는 그게 아니다 나도 그런 적 있다...
원래 이게 쉬운 게 아니다...적극적 경청 모드...나는 정말 오랜만에 대화하다가 울컥했다...
그냥 내버려두면 펑펑 눈물이 쏟아졌을 것인데 꾹꾹 눌러가며 하여튼 그렇게 친구 아버지 안부는 1-2분 묻고는
내 신세한탄을 30분 정도하고는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전화를 끊었는데 그렇게 하고 나니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자기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는 것이 상당히 고통스러운 것이라는 걸 이번에 알았다
그리고 꾸역꾸역 바꿔보려고 애쓰는 중인데 여전히 문제는 많지만 나아졌음을 느낀다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건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었고 별 생각 없던 게 사실은 진짜 중요한 것 이었음을 이제서
알았다니 한심하지만...그래도 이제라도 알았으니까 된거지....라고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어쨌든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진 이 시간들을 어떻게 버텨낼 것인가...했는데...
시간이 흐르니까...지나가니까...
가을은 뭔가 일이 꼬이는 계절...
3년 전 가을에 정말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바보짓을 했었고
그 다음 가을에 또 비슷한 류의 바보짓을 하고 후회로 머리를 쥐어뜯었고..
작년 가을에만 별 일이 없었구나...
그리고 올해 가을에는 그 이전의 바보짓과는 종류가 다른 일이 있었던 것이고
가을날은 가는구나 이렇게
올해도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남은 두 달 동안에는 더 스스로를 정확히 보려고 노력해봐야겠다
식스센스라는 영화를 아직 못 봤지만...그 영화와 같은 해로 보내봐야겠다 ㅎ
나는 내가 생각하던 내가 아니었던거야...나의 실체는 이 모양이었던게지...
알아야 고칠 수 있는거다...
정확한 건 나는 문제가 상당하다는 것
자기비하는 여기에서 끝내고...
봄날은 간다...라는 영화도 아직 못봤는데...뭐랄까 볼 기회도 없었지만 딱히 찾아볼 생각도 안했기에
일단 이영애를 예전부터 그리 좋아하지 않았기에... 왜? 너무 여성스러워서...ㅋㅋ
근데 SNL의 라면 먹고 갈래요? 부터 궁금하더니 마녀사냥에서 보여준 영상을 보고는 이 영화 한 번 봐야겠네...
하는 생각이... 봄날은 간다의 이영애 캐릭터...는 현실에도 상당히 존재하는 것 같고 그런 사람들이 연애는 더 풍부(?)
하게 잘 하는 것 같고...
여행가고 싶다
내 인생에서 간절히 꿈꾸면서 동시에 실현 가능한 건 여행밖에 없는 것 같다...
뭔가 되게 불쌍하지만 딱 나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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