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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감정 교육 1 - 귀스타브 플로베르

by librovely 2012. 10. 7.

 

 

감정 교육 1                                                                         귀스타브 플로베르          2010     펭귄클래식코리아

 

 

소설을 읽지 않았을 때는 좀처럼 소설에 손이 가지 않았는데 또 몇 권 읽으니 그 나름대로의 즐거움에 젖어들어

자꾸 읽고 싶어진다...메마른 감정으로 인해 드라마도 웃기네...놀고있네...라는 (블로그에 써야 하므로 나름 순화된)

욕과 함께 채널을 돌리고야 마는데 왜 대체 왜 같은 이야기(남녀상열지사)를 하는 소설에서는 감동을 받게 되는걸까

드라마 보기보다 소설이 TV와 책이라는 매체의 차이로 인해 훨씬 있어보여서 그렇게 말하는걸까?

사실 매체가 중요한 건 아니라고 본다...잘 만드는 게 중요한거지..담긴 것...잘 만든 영화는 정말 좋으니까...

그럼 왜 유독 드라마는...? 사실 책에도 있다...비슷한 류가...하이틴 로맨스 그런거...

드라마 하니까 얼마 전 본 광해가 생각난다...광해는 나에게는 영화가 아닌 드라마였다...이병헌 실망이야...

 

하여튼 드라마도 좀 더 보는 이들이 말도 안되는 단꿈에 빠져들긴 바라지 않고 실제적인 무언가를 보고자 하는

요구를 보인다면 변하지 않을까? 드라마 작가의 문제라기 보다는 어떤 드라마를 원하는가...에서 답을 찾아야...

물론 말도 안되는 단꿈에 빠지는 것도 꼭 나쁜 건 아닌거지~~적절한 현실도피도 삶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고 하며 대강 넘어가자....나도 신사의 품격 앞부분은 얼마나 재미있게 봤다고...물론 보다보니 뒷부분에선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지경에 이르렀지만...

 

드라마 영화 소설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두고....이젠 두 개로 좁혀서...영화와 소설로....

사랑 이야기....는 그 사람의 심리 그러니까 보이지 않는 머리와 가슴에서 일어나는 잡다한 것들을 얼마나

읽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물론 생략의 묘미도 있는거겠지? 영화의 경우 정황과 표정 등으로

나머지 것들을 읽어내는 것...이런 경우 사랑에 빠진 경험의 유무와 그 깊이에 따라 느껴지는 것에 큰 차이가

있을거다...자신에 맞게 읽어내고 느낄 수 있고 흡사 시처럼...보는이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는 재미...

그러나 변변한 추억거리가 없는 불쌍한 심령들에게 생략된 것들은 답답함으로만 남기 마련이다...

건축학 개론을 보면서 맹하게 웃고 앉아있던 나와 옆 주변에서 눈물을 흘려대던 이들과의 괴리...이건 비극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이들에게는 소설이 꼭 필요한 법이다...소설에서만 깊이있는 사랑이야기를 간접경험할 수 있는

부류가 있는 법이고... 그래서 결론은? 사랑 거지들이여 대동단결하여 귀스타브 플로베프의 소설을 읽어라~

누가 우릴 무시할 수 있는가? 이 소설 하나 읽으면 어지간한 인간들보다 더 심도있는 사랑을 경험한 셈이다

자 당당해지자 ㅜㅡ;

정말 세밀한 감정 묘사로 감정 교육을 확실히 받을 수 있다...물론 그런 의미의 제목은 아니지만...ㅎ

 

 

저자인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14살 어린 나이에 여행지에서 슐레징거라는 여자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그녀는 이미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는 20대의 여자였다고 한다...아마 그 경험에서 이런 그야말로 깨알같은

심리 묘사가 가능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읽으면서 이건 정말 경험했어야 가능한 표현이지 상상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었다... 플로베르가 연상의 여자에게 빠져든 이유는 그가 유독 연상을

좋아해서는 아닐거다...모든 나이의 남자들이 원하는 여자의 나이는 정해져 있는 법...그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그 나이가 임신 가능성이 가장 높고 따라서 가장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나이니까...그래서 14살

소년이건 70살 할배건 겉으로는 뭐라고 이야기할지 모르나 여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나이는 아마도 그 나이...

하여튼 가장 매혹적인 나이의 여자였고 게다가 결혼한 아이도 있는 상태...결코 넘어설 수 없는 장벽...

스탕달도 그랬다... 장애물이 있는 경우 사랑 감정은 더욱 견고해지기 마련이라고...

 

그런 경험으로 인해 저자 자신을 투사한 인물 프레데릭과 슐레징거를 염두에 두고 그려낸 인물일 아르누 부인...

아르누 부인을 향한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했는데 낭만적이기 그지 없다...자세하게 잘 묘사해 놓아서 읽는 동안

내가 주인공이 된듯한 느낌마저 들었고 아르누 부인을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ㅡㅡ;

 

아무런 정보도 없는 여자를 만나 호기심이 일어나고 알고 싶고 만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그 여자의 삶으로 끼어들고 싶은 마음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그녀와 연관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 어느 여자를 보건 저 그녀와의 차이점 혹은 유사점으로 인해 무조건 끝에는 아르누 부인이

있다는 이야기...너무 성스러운 대상이라서 그녀와 성적인 관계를 맺을 남편에게 질투조차 일지 않는다는 말

그녀의 사소한 언행으로 인해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일 너무 하고 싶은 일은 오히려 겁이 나서 시도조차 할

수 없다는 것 그녀는 너무나 특별해서 어떤 선례를 따라 대할 수도 없다는 말 그렇게 좋아하다가 나중에는

체념해 버리고 마는 것...그녀는 마음에서 죽어갔고 무덤 조차 찾을 수 없다는 비유...정말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문장이 가득한 소설이다...사실 스토리 자체는 얼마나 간단한가...그가 그녀를 좋아했다라는 그 간단한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사건이 당사자의 마음 속에서는 무엇보다도 복잡한 것들로 존재하는거고...그걸 대단히 잘 묘사한 소설...

 

 

재미있다...흥미진진함이 아닌 공감이 된다는 점에서...내가 공감이 가능한 사랑 이야기라면 뭐 더 말할 필요도...

2권 앞부분을 읽다가 반납....다시 읽어야지...

벨아미를 쓴 모파상의 스승님 플로베르....뭔가 둘이 유사한 느낌이 있긴 한데...난 그래도 스승님의 글이 아주 조금

더 좋았다... 번역본을 읽을 수 밖에 없는 비루한 현실이 슬프지만...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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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글을 찾아 읽다가 내가 얼마나 이 책의 일부분에 대해서만 썼는지 깨달음...

사실 읽은지 한 달이 넘은지 오래고...발췌부분만 읽다보니 사랑 이야기에만 집중했는데 그런 책이 아니었다...

남의 글을 읽다보니 아 그런 내용도 있었지...반복....프레데릭의 멍청한 여러 행동에 대해서는 기억도 못했구나...

내가 거기에 집중을 안한 탓일테고 결론은 내가 소설을 제대로 날카롭게 읽어내지 못했다는 소리...

멀었군....

마음만은 소설인데 머리 수준은 드라마일세...

다시 1권부터 읽고 다시 써야겠다...음

 

 

 

 

 

 

그는 그렇게 찬연히 빛나는 갈색 피부 매혹적인 몸매 빛이 통과할 듯한 섬세한 손가락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이름은 무엇이고 사는 곳은 어디며 어떻게 살고 과거는 어땠을까?

그녀 방에 놓인 가구들 그녀가 입었던 옷가지들 그녀가 자주 만나는 사람들을 알고 싶었다

그러자 육체적 소유에 대한 욕망조차 보다 깊은 욕구 끝을 알 수 없는 호기심의 고통 속으로 사라져갔다

 

그녀는 회색 표지의 얇은 책을 읽고 있었다 간간이 그녀 입술 양쪽이 드러났고 기쁨의 빛이 그녀의 이마를

환히 밝히고는 했다 그는 그녀가 몰두하는 그런 것들이 만들어낸 자들을 질투했다

그녀를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그녀와 자신 사이에 깊은 골이 패는 것을 느꼈다

그녀에게서 한 마디 말도 끌어내지 못하고 추억거리조차 남기지 못한 채 이제 곧 완전히 그녀를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녀는 낭만적인 소설에 나오는 여자들을 닮았다

그는 그녀에게 그 어떠한 것도 덧붙이거나 떼어내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가 갑자기 커졌다 그녀는 만물이 수렴되는 빛의 중심이었다

 

나를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면 함께 뭐라도 했을 텐데...왜 웃어?

사랑은 양식이자 정령의 대기 같은 것이라고 특별한 감정이 숭고한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거야

내게 딱 알맞은 여자를 찾는 건 포기할래! 게다가 설령 그런 여자를 발견한다 해도 날 거부하겠지

난 불우한 종족이라 스트라스나 다이아몬드와 같은 보물을 간직한 채 죽게 되겠지 정말 모르겠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한 마디 한 마디가 프레데릭에게는 새로운 것 자기 존재의 모든 것이 걸린 것처럼

여겨졌다

눈을 뗄 수가 없었던 그는 여자의 하얀 살 속에 자신의 영혼을 쑤셔 박고 있었다

그렇지만 감히 시선을 더 올려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지는 못했다

 

숲 속에서 길을 잃고 어느 길로 가든 같은 자리로 되돌아오게 되는 여행자처럼

어떤 생각을 하든 그 밑바닥에서는 계속해서 아르누 부인에 대한 기억과 마주치고는 했다

 

어떤 때는 그녀가 자기 자신을 친구라고 불렀단다

그래 잘해 봐!

하지만 감히 그러지 못하겠는걸 하고 프레데릭이 말했다

그래 그럼 더 이상 생각을 하지 말든가 잘자!

데로리에는 벽 쪽으로 돌아누워 잠이 들었다 그는 그런 사랑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그게 청소년기의

마지막 약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자질구레한 말들에서 경멸이나 애정의 표시를 보곤했다

예컨대 한번은 그녀가 자기의 팔을 거부하고 디트메르의 팔을 잡았는데 그걸로 프레데릭은 가슴 아파 했다

 

아르누 부인의 집에 드나들면 들수록 그의 시름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 여자의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 강한 향수를 쓰는 것처럼 그를 자극했다

그것이 그의 기질 깊숙한 곳까지 뿌리를 내려 그가 느끼는 방식 새로운 존재 양식이 되다시피 했다

 

가스등 아래서 그가 마주치는 매춘부들 길게 연속적으로 장식음을 뽑아대는 여자 가수들

달리는 말 위의 여자 곡예사들 걸어다니는 여염집 여자들 창가에 선 천박하고 바람기 많은 여공들

모든 여자들이 유사하거나 확연히 대조적인 점들로 인해 그녀를 떠올리게 했다

 

그는 늘어선 상점들을 따라 캐시미어 레이스 보석을 늘어뜨린 귀고리들을 보며 그것들이 그녀의 허리 주위에

둘러지고 블라우스에 꿰어진 모습 그녀의 검은 머릿결 속에 환히 반짝이는 모습들을 상상했다

상인들이 늘어놓은 좌판 위의 꽃들은 그녀가 지나가며 고를 수 있도록 활짝 피었고 제화점의 진열장 속

백조로 문양을 댄 작은 비단 실내화는 그녀의 발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모든 거리들이 다 그녀의

집으로 향했고 광장에 서 있는 마차들은 오로지 그녀의 집으로 빨리 데려다 주기 위한 것이었다

파리는 온통 그녀와 연관되었고 대도시 전체가 그 모든 목소리와 함께 거대한 오케스트라처럼 그녀 주위에서 울렸다

 

혹시 그녀가 관심을 가질까 싶어 자신이 중병에 걸리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한 가지 사실에 그는 놀랐는데 그건 자신이 아르누를 질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옷을 입은 그녀 이외에는 다른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고 그만큼이나 그녀의 정숙함은 자연스러워서

알 수 없는 어둠 속으로 성(性)을 밀어냈다

 

아무 의미 없는 시시한 대화를 나누지 않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심지어 그는 그녀가 무엇을 싫어하고

취향이 어떤지 알게 되었다 어떤 냄새들은 그녀에게 불쾌감을 준다는 것 그녀가 역사책에 흥미를 느낀다는

것을 그녀가 꿈을 믿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끔 그녀는 일 분 정도 그에게 시선을 멈추고 미소를 짓곤 했다 그럴 때면 그녀의 시선이 마치 물 밑바닥까지

파고드는 강렬한 태양 광선처럼 자신의 영혼을 파고들어 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신이 사랑한 만큼 그녀도 자신을 사랑해 주기를 바라지도 않고 다른 사심 없이 절대적으로 그녀를 사랑했다

 

이제 그는 어머니와 함께 미사에도 가고 저녁이면 카드놀이도 하면서 지방 생활에 익숙해졌고 거기에 빠져들었다

심지어 그가 품었던 사랑마저 애잔함같이 나른한 매력을 띠었다

자신의 고통을 편지들에 쏟아붓고 독서 행위와 뒤섞고 들판에 내돌리고 사방에 뿌리고 다닌 바람에 고통은 거의

매말라 버렸다 그러다 보니 아르누 부인이 그에게는 마치 죽은 사람과 같고 그 무덤이 어디 있는지 몰라 놀랄

지경일 정도로 그녀에 대한 애정은 평온하고도 체념해 버린 것이 되어버렸다

 

어떤 사람들은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행동을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저 자신에 대한 불신이 그들을 당황스럽게 하고 혹시나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하는 걱정이 그들을 두려워하게

하는 것이다 게다가 깊은 애정이란 정숙한 여자들을 닮아서 혹시나 드러날까 두려워하며 눈을 내리깔고 생을 보내는

법이다

 

아르누 부인을 더 많이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어쩌면 바로 그 때문에) 그는 예전보다 더 무력했다

아침마다 그는 좀 더 대담해지리라 다짐하고는 했다 그렇지만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수줍음이 그를 가로막고는 했고

또 어떠한 선례를 따라 행동할 수도 없었다 그건 그녀가 다른 여자들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가 품은 꿈의 힘이 그녀를 인간 세상에서 벗어난 곳에 놓아버렸던 것이다

그녀 곁에만 있으면 그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그녀의 가위질에 떨어지는 비단 실밥보다도 못하다는 느낌이 들고는 했다

그러다 그는 밤에 복제한 열쇠와 마취제를 들고 급습을 하는 건 어떨까 하는 흉측하고도 어리석은 생각도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그녀에게 멸시를 당하는 것보다 더 쉬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들 두 명의 하녀 방들의 배치가 넘어설 수 없는 장애물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기 혼자 그녀를 소유하면 함께

멀리 가서 사람 없는 곳에서 살기로 결심했다 심지어 그곳이 스페인이나 스위스 혹은 동양이라면 푸른 호숫가가 좋을지

파도가 잔잔한 어느 해변이 좋을지 찾아보기까지 했다

 

철학자 시인 들의 저서들을 닥치는 대로 책상 위에 놓아두었고 판화 전시실로 마르크 앙투안의 판화를 보러 다녔고

마키아벨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했다 안정적인 작업으로 차츰차츰 그의 마음이 가라앉았다 타인들의 인간성에 몰두하면서

자신을 잊었는데 그것이 어쩌면 타인으로 인해 고통받지 않느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녀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기침을 하더니 말을 꺼냈다

우리 집에 오시지 않은 지 오래되었더군요

프레데릭이 뭐라 변명할 말을 찾지 못하자 그녀가 덧붙여 말했다

정말 세심한 배려를 해주시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