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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풀밭 위의 식사 - 전경린

by librovely 2012. 12. 17.

 

 

풀밭 위의 식사                                                                      전경린                   2010                 문학동네

 

전경린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싸이월드 같은 곳의 허세(?) 돋는 사진 그리고 그 아래의 문장들....

그 출처에 자주 등장하는 전경린

도대체 어떤 글일까? 전체 글은 어떤 글일까?

발췌한 그 부분들은 상당히 있어(?) 보였기에...뭔가 괜찮으리라는 기대감이 컸다...

 

비록 한 권 읽은 처지이지만...다른 책도 빌려왔는데 읽다가 이상해서 보니 2권이었음..ㅡㅡ;

어쩄든 지금은 고작 한 권 읽은건데...솔직히 기대만큼은 아님..

공지영도 글을 잘 쓰는 건 인정...그러나 뭔가가 약하다...만족스러울만한 무언가가 없다...

그러는 너는 그런 거 쓸 수 있냐? 아니 못 써... 책을 사서 읽기나 했어? 아니요...

할 말 없지만 어쨌든...정말 좋아해요~라고 말 할 무언가가 없다는 것...

 

소설이 되었건 영화가 되었건 그것을 경험하기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주는 것이 좋은

작품이 아닐까?  단지 재미있네~ 에서 끝나는 건 재밌다고는 할 수 있겠지만 좋다...라고는 못하겠다

정이현의 경우 좋다...라고 할 것이 좀 있긴 했는데 전경린의 이 책은 솔직히 조금은 실망스러운...

그래도 상도 타고 유명한 작가인 것 같은데...

 

첫 부분에서는 감정이입도 좀 되고...작가가 노처녀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고 좋았다...

그냥 나를 보는 느낌이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나만 그런 건 아니었구나...하는 생각?

여리여리한 여주인공이 나와 비슷하다는 건 절대 아니고...그냥 벽을 만들고 그 안에 기어 들어가 있는

그런 분위기나 그다지 끌리지 않는 남자와 억지로 좀 이어나가다가 그만둬 버리는 그런 이야기나

서로의 열등감과 환부에 대한 솔직한 인정을 바탕으로 쌓아가는 우정이라는 이야기나..

(나도....서로에게 너는 하자가 있어...라는 말을 만날 때마다 하는듯...)

 

그러나 중간으로 가니 약간의 막장 분위기...그리고 뒤로 가니 이게 뭐지...하이틴 로맨스인가...하는

느낌도 들었고...별 거 없었다...내가 제대로 못 읽은건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그냥 그랬다....

아주 빠르고 쉽게 읽히며 문장력도 멋지다...라고 할 수 있지만 중심이 단단하지 못한 느낌...

 

그게 꿈인지 아니면 정말 있었던 일인지 모르지만 주인공 여자는 성폭행을 당했던 것 같고...

그 일이 원인인건지 남자들에게 맘을 좀처럼 못 열고...(이런 뻔하고 극단적인 설정은 내 취향 아님...ㅡㅡ;)

또 자신의 사촌에게 이성의 감정을 느끼고 급기야 정말 잠시동안 사귀(?)기도 하고....

 

사촌 이야기가 나오니 잠시...

친구 중 사촌을 좋아한 친구가 있었다...그게 가능해?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친구는 진지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고... 난 그럴만한 사람이 없어서 도통 상상하려해도 상상이 되지 않았는데...

그런 이야기를 나눈 것은 어느새 과거가 되었고 남자친구도 생기고 그 후 언제던가 자기 친척 오빠를 소개해

주겠다고 했었다...그래서 어떤 사람인데...? 하며 듣다보니 그게 그 사람이었음...기억을 못하는 것 같았다

나에게 이야기를 했던 것을...물론 궁한 상황이었음에도 핑계를 대고 못 볼 것 같다고 얼버무렸던 기억..

친구가 좋아했다는 것도 싫고 또 그렇게 좋았다면 외모가 괜찮을텐데 그 분이 날 거부할 확률 100%인데

뭐하러...낄낄낄...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하여튼...그게 가능하긴 한 모양이다...그러나 좀 이상한...

 

사촌을 좋아하고 얽히는 설정도 그렇고...또 그게 불륜...에고....

대학 교수님이 된 사촌과 대학생이 된 그를 좋아하던 여주인공이 잠깐 만나고...그리고 헤어지고

그 일로 마음 문이 닫힌? 그런 내용이었나? 기억 안난다...소설은 정말 읽고 나면 기억이 가물가물...

 

불륜 이야기가 나와서 또 써보자면...

불륜도 사랑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단지 타이밍이 안 맞았을 뿐?

근데 그게 사랑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일단 가정을 깨고 새롭게 홀로 되어야 한다...

널 사랑하는데 가정은 지켜야 해...는 그건 진짜 좋아하는 게 아니지...그건 갖고 노는 게 아닐까?

하여튼 한 쪽은 결혼 한 쪽은 미혼인 경우 손해보는 건 전적으로 미혼인 사람이 아닐지...

라는 단순무식한 소리...를 하다보니 또 떠오르는 생각...왜 사람은 남의 일을 볼 때는 객관적이다가도 자신의

문제가 되면 정신 못차리고 허우적대는 것일까? 아무리 누군가에게 그 사람이 너 갖고 장난치는거야...라고

말해도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자신의 일이 된 경우 이건 너희들이 보는 그런 것과는 다른

문제다...그 사람은 진심일거다...라고 착각하는 이유는...어쩌면 과도한 자기애가 원인이 아닐지?

내가 이렇게 멋진 사람인데...그걸 저 사람은 알아본거야....당연히 진심일 수밖에 없어...의 원인은 자기애...

아님 말고...ㅡㅡ;;

 

깨진 유리 위협으로 성폭행 당한 상처가 있는 누경은 유리 공예에 관심을 갖게 되는 설정은 ...

고통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뭐라고 하지? 승화??  예술로 승화...?

제목이 풀밭 위의 식사인데...풀밭은 아마 고통스러운 기억의 장소이고...식사는 무슨 의미일까?

산다는 건 즐거운 일이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고통스러운 기억이 하나 하나 쌓여가는 것이기도 하고...

그런 고통의 풀밭 위에서 하루 하루 그래도 먹고 살아가며 일상을 이어 나간다는 의미일까?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누경에게 결국 차이고 마는 기현이 하는 이야기가 이런 의미와 이어지는?

 

 

 

 

읽은 지 오래되어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기대가 커서인지 그냥 그랬지만...또 아주 나쁘지는 않았나?

전경린의 다른 책이 또 읽어보고 싶다...

 

 

 

 

 

 

이상하지 분위기가 이런 식으로 우아해질 때면 내가 속물처럼 느껴져

 

사랑에 대한 미감을 상실한 것 같은 무미건조한 헛헛함을 자주 느꼈다

모든 것엔 상미기간이 있는 것이다

 

 

닮은 사람이 과연 어울리는 것일까

그 어울림에는 오히려 내용 없는 공소함이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닐까?

얄팍한 기호와 소비 취향 공통된 경험과 습성 몇 가지가 불러일으키는 얇디얇은 착각이 아닐까?

 

환부와 열등감에 대한 솔직한 인정은 상미와 누경의 우정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매너였다

그것에 대한 공감작용으로 우정의 두께를 쌓아왔다

 

서른 둘을 넘기면서 상미는 비혼족이 되었다

사랑하면서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더 큰 이유였다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과 나의 비어있는 부분에 끌린 것 같아

편안하고 조용했어  그 부분이 아직은 비어 있기를 바라

그 사람이 내 곁에 있지만 사랑 운운하면서 얽히지는 않기를 바라는 거야

곁에 있어도 조금 먼 거리에 있는 것처럼

 

누경의 존재 형태는 소비사회와 얼마간 어긋나는 데가 있었다

적게 벌고 적게 쓰고 적게 움직이고 적게 말하고 적게 만나고 혼자 집 안에서 빈둥빈둥대는 삶이 누경의

천성에 맞았다

 

저마다 견디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인간의 조건에 공감했다

 

 

 

기현의 이야기...

취미가 냉장고 청소예요

냉장고를 반짝반짝하게 청소하고 가지런히 정리한 뒤에 다시 열어보면 안심이 돼요

모든 일이 잘되어가고 있다는 기분이 들죠 가스레인지 닦기 욕실 청소하기 거실 유리 닦기

그게 일요일을 보내는 나의 취미 생활이에요 그런 유의 활동들이 좋아요

직장 다니는 거 해 먹는 거 옷 갖추어 입는 거 정리하는 거 사람 만나는 거 다 좋아해요

그런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제대로 살 수 없어요

산다는 거 별다른 거 아니에요 몸이 기뻐해야 하는 거예요 

무슨일을 하고 살든 어떤 인간이 되어 어떻게 살든 기본은 그거죠

 

인생이 고독할 거라고 했던가

모든 것이 마구 흘러가버릴 거라고

아무것도 곁에 머무는 것이 없을 거라고 했던가

그러나 알고 보면 누구나 그렇지 않은가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없고 다시 돌아나가지도 못한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으로 살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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