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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왕자의 특권 - 아멜리 노통브

by librovely 2012. 8. 8.

 

 

왕자의 특권                                                                                          아멜리 노통브   2009     문학세계사

 

 

아멜리 노통브...

정말 좋아하는 작가... 기욤 뮈소를 싫어하는 이유와 아멜리 노통브를 좋아하는 이유는 같다...

기욤 뮈소는 재탕...아멜리 노통브는 책마다 다 다른...

내 아내의 모든 것을 본 이후로 아멜리 노통브 책을 죄다 읽어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고...

 

 

아멜리 노통브의 책 중 가장 먼저 읽은 두려움과 떨림...처음엔 이게 뭐지 하다가 아주 재밌게 읽었는데...

그리고 또 생각나는 건 적의 화장법...이건 나름 반전...

다른 책들은 읽을 때는 재밌지만 읽고나면 기억이 잘 안나는...도서관에서 이 사람의 이 책을 읽었나 안 읽었나

헷갈리는 작가는 아멜리 노통브밖에 없다...왜 특이한데 기억은 잘 안나는걸까?

 

 

왕자의 특권은 역시 처음부터 재밌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지...누군가와 어울리는 게 가끔은 아주 귀찮을 때가 있는 법...

물론 어느때는 또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함을 느끼기도 하고...

나이 스물 다섯이 넘으면 누군가와의 만남도 별 의미 없다는 말도 인상적이고...앞부분에서는 모종의 위로를 안겨준..

 

그리고 중반부로 가자...다른 이의 삶을 대신 살아보는 이야기가 나름대로 흥미로웠다...

다만 그 이상적인 삶이라는 게 남자 입장에서 돈 많고 예쁜 여자와 사는 설정인 것이 여자인 나에게는 살짝 아쉽...

돈 많고 잘 생기고 재미있는 남자와 사는 설정이라면 감정 이입이 쉬웠겠지...라고 쓰고 싶지만 난 이상하게도...

예쁜 여자와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할 지 대강 알 것만 같다는 난감함...이건 다분히 나같은 사람에게는 위험한 말인데

외모는 껍데기일뿐이야...가 나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 말이 되는...

하여튼 껍데기긴 한데 예쁜 껍데기는 좋은거다...ㅡㅡ;

 

그렇게 정체를 들킬까 걱정하면서 즐겁게 남의 인생을 살다가 나중에는 막대한 재산으로 예술품을 사들이기 시작

대출까지 받아가면서...그리고 부자에게는 너그럽게 대출해주는 것에 대해서도 살짝 비꼬고...또 그걸 가지고 강대국

에 대해서도 살짝 비꼬고...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왕자의 특권은 면책 특권...돈을 갚을 능력도 없는데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특권,...이런건가?

옮긴이의 말에서 그리고 예전에 읽은 책에서도 읽었는데...아멜리 노통브는 다작을 하고 글을 쓰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말도 했다.. 왕자의 특권...이 책에서 주인공은 하루 하루 무의미하게 살다가 우연히 집으로 기어들어와

갑자기 죽은 다른 이의 삶을 대신 살며 그야말로 살기 시작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하기도 한다...

아멜리 노통브가 책을 쓸 때마다 주인공이 그러하듯 남의 삶을 살면서 그렇게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소설 속 주인공처럼 소설 안에서 아멜리 노통브가 주인공의 몸을 빌어 무슨 짓을 해도 면책

특권이 있고...

 

솔직히 뒷부분의 뭔가 나름 비판적인 언급은 앞 부분과 잘 어울리지 않아 살짝 당황스럽긴 했다...

이야기가 갑자기 사회 비판 어쩌고 분위기로 가서...

물론 그래도 좋다...

다른 이의 후기를 찾아 읽어야겠다...읽긴 읽었고 그것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주제도 잘 파악하지 못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택시를 부르세요

신문에서 못봤나요? 아무개 씨 병원으로 이동 중인 차량 안에서 사망했다

솔직히 이상하지 않나요? 아무나 탈 수 있는 택시 안에서 죽다니

취미치고는 대단한 악취미가 아니냐는 말이죠

참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선생님 차를 이용하면 안됩니다

-편집증이 과하신 것 같은데요?

카프카 이후로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에요 사람은 두 가지 중 하나지요 편집증 환자 아니면 범죄자

-그렇다면 아무도 집에 들여놓지 않는 것이 상책이겠군요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들으니 기쁩니다 그래요 아무도 집에 들이지 않는 게 낫지요

 

나이 스물다섯이 넘고 나면 사람들 사이의 모든 만남은 반복에 불과해요

 

내가 전화를 하지 않기로 결심한 이유가 또 있었다 이 시체는 내거다

난생 처음으로 뭔가를 발견했는데 진짜로 혼자 발견했는데 그게 이 남자의 죽음이었다

 

만약 신분증을 꺼내고 시체를 당분간 여기 이대로 놔두면 내가 죽은 걸로 될 수 있지 않을까

나이도 비슷하겠다 같은 유럽 사람이겠다 머리도 갈색으로 별 차이가 없었다

몸무게가 15킬로 더 나가보이지만 구더기들이 만찬을 벌인 후에는 이 올라프도 시체 표준 사이즈로 아주

날씬해질 테니까 게다가 내 사는 꼴로 미루어 보건대 모두들 한참 후에나 내가 죽었다는 걸 알게 될 게 뻔했다

 

웬 북구 사람이 내 집 거실에 걸어들어와 죽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을까?

보통 무엇을 하며 토요일 아침 나절을 보냈던가? 모르겠다

나는 나라는 인물에 관심 없는 게 아니었다 밥티스트 보르다브가 시들했던 것이다

내 관심은 온통 올라프 질더 그에게 쏠려 있었다

 

오전 열한시에 잠이 깼다 내가 이렇게까지 늦잠을 자본 적이 있었나?

새로운 몸을 입은 것과 관계가 많은 것임에 틀림없다

자기 자신이기를 그만두는 것보다 더 굉장한 휴가가 있을까?

 

부코우 스키

미국 현대 문학에서 가장 독창적인 작가 알콜과 섹스에 집착하며 주류에 대한 철저한 조롱과 냉소로

빈민굴 계관시인이라 불린다

 

질투의 대상이 되면 쾌감을 느끼는 하나만 봐도 인간이라는 종이 얼마나 저질인지 알 수 있다

 

나는 지그리드와 결혼식을 올릴 필요가 없었다 나 대신 올라프가 이미 다 해두었으니까

다행이었다 행사라면 언제나 나는 치를 떨었다 격식을 차릴 필요도 없이 나는 지그리드의 남편이라는

모든 남자들이 부러워할 만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사형을 앞두고도 생존의 원초적인 기쁨들을 되살리려는 인간의 욕구는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충격이 몰려왔다 으깬 감자 애플 파이 혹은 밀크 셰이크에 대한 욕구는 막을 수 없다

 

나는 전화를 끊고 파라오급의 빚을 계속 늘려나갔다

위험 따윈 없었다 은행들은 어마어마한 빚을 진 고객에게도 백만장자 고객에 버금가는 집착을 보인다

특히 그 빚이 클수록 더 그렇다 한 때 재력을 자랑하던 사람이라면 곧 재기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그리드와 나는 지구상에서 제일가는 강대국들의 경제논리를 개인 차원에서 재현해 보이고 있었다

우리가 공식적으로 진 빚은 우리 알 바가 아니었다

우리는 왕자의 특권 면책 특권을 누리고 있었다

 

 

옮긴이의 말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으로는 열일곱 번째 작품이지만 노통브는 이번 작품이 예순 세 번째 소설이라고 밝히고

있다 글을 쓰는 것에서 존재 이유를 찾는 다는 글쓰기광다운 발언이다

일년에 평균 3.7편의 소설을 쓰고 그 중에서 단 한 편만을 발표한다는 작가는 다작하는 작가가 빠지기 쉬운

비슷비슷한 소재와 주제라는 함정에 빠지는 법이 없다. (기욤 뮈소는 그 함정에 빠진듯....-> 내 생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