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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결혼하고 싶어 - 야마모토 후미오

by librovely 2013. 10. 13.

 

결혼하고 싶어                                                             야마모토 후미오          2009          창해

 

별 생각 없이 빌려서 읽었는데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아마도 날 불안의 구덩이로 밀어 넣는 가시적인 문제 중 가장 큰 것이 결혼 문제일 것이다...

그럴 때 내 속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생각들을 이 책의 저자는 하나씩 하나씩 풀어 놓았고 읽으면서 재밌고 위안도 되고

그냥 객관적인 눈으로 보니 별 문제가 아닌 것고 같고 그랬는데 끝에 가서 독신을 각오했던 저자가 재혼을 하게 되었다는

글을 읽고는 요상한 배신감이...ㅡㅡ;;

 

20대 때부터 결혼하려는 사람들은 대체 무슨생각인거야...했는데 이 책을 보니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저자는 연애 체질과 아닌 사람으로 구별하는데...난 정말 연애 체질이 아닌 사람인거고 나같은 인간이 결혼해도 바람도

안피고 그런다고 저자가 그랬다...이거 내세우기 좋은 거군...반대로 화려한 연애경력이 있는 사람은 결혼 하고도 연애병

이 샘솟아 또 다른 애인을 구할 확률이 높다는거네...음...

 

도쿄는 싱글이 그나마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지 않는 거 같은데...

영 안되면 일본어 공부 조금씩 해두어서 나이들면 일본으로 넘어갈까보다...

사이코 내지는 하자있는 인간 취급보다 피폭이 덜 두려워....ㅜㅜ

 

어디건 노처녀의 고민은 비슷한 모양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나는 하루라도 빨리 결혼하고 싶었다

아버지 대신 생활비를 대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도 아니고 아기를 낳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누군가 내가 아닌 한 사람을 나만의 것으로 독점하고 싶었다

 

생일 선물로 샤넬백을 받고 싶다 크리스마스에 바닷가에 있는 호텔 스위트룸에 예약해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은 그날 하루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그나마 겸손한 응석일지도 모른다

그에 비하면 나와 결혼해달라는 말은 나 말고 다른 사람과는 평생 연애하지 말아줘

나와 내 부모님이 병들면 자기 몸처럼 돌봐줘야 해 라고 말하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젊은 시절의 연애 결혼은 침몰할 리 없다고 굳게 믿으며 호화여객선에 올라타는 것과 같다

그러나 어느정도 나이를 먹으면 이미 모두가 타이타닉도 침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내가 첫 번째 결혼을 한 것은 스물다섯 살 때로 그때까지 몇 명의 남자와 연애응 해보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사람들과 헤어진 이유는 전부 결혼해주지 않아서 혹은 결혼하고 싶어지지 않아졌기 때문이었다

 

여자가 남자를 탐색하듯 남자도 마찬가지다

이 여자가 요리는 제대로 할 줄 아는지 경제 관념은 있는지 남을 배려할 줄 아는지 그런 것들을 시치미 뚝 떼고

관찰하는 것이다

 

사람이 기껏해야 이십 몇 년 동안 살면서 만날 수 있는 이성의 숫자는 생각보다 훨씬 적다

 

연애를 잘 못하는 사람을 마음 한구석에서 인기 없는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솔직히 있었다

지금은 그들을 연애를 하지 않고도 충만하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사람으로서 정말 부러워한다

연애를 한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엄청 피곤한 일이기도 하다

 

진득하게 특정 상대와 관계를 오래 지속하는 사람은 연애가 체질이 아닌 사람들 쪽이다

 

나는 모든 애매함이 두려웠고 불안과 어떻게 같이 지내야 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결혼만 하면 온갖 애매함이 사라지고 불안도 해소될 거라고 믿었다

안정을 스스로가 아닌 타인에게서 찾으면 이번에는 그 사람이 떠나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떨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

 

젊지 않으면 아무도 결혼해주지 않는다

결혼하지 않으면 보험 외판원 아줌마처럼 될 수밖에 없다

유치한 내 머릿속에 그렇게 한층 더 유치한 지식이 입력되었다

그 당시 내가 가장 두려웠던 것은 스스로를 비참하다고 여기는 것 이었디

늙더라도 결혼만 했으면 비참하지 않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타인이 나와 결혼해준다

지금부터 펼쳐질 인생에 언제나 나와 있어주고 챙겨주며 살겠노라고 맹세해주었다는 것

그것은 능력으로 선택받은 것이 아니라 인격으로 선택받은 것이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인격을 분명하게 인정받는 순간이란 뚯밖에 별로 없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고독한 존재지만 원만한 결혼생활은 사람이 숙명적으로 지니고 있는 고독을 일시적으로라고

잊게 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연애가 체질이 아닌 사람은 배우자 이외의 이성을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연애가 체질인 사람은 아저씨가 되었든 대출금이 남아있든 애인이라는 액세서리를 손에 넣고 싶어한다

 

결국 사람들이 결혼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세상 사람들이 대부분 결혼하니까가 아닐까

 

비혼을 주장하고 싶으면 교외에서 살고 비혼을 선택했지만 눈에 띄기 싫다면 도쿄에서 당당하게 살면 된다

 

부모들은 자신의 결혼 생활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어도 자식에게 평범한 게 좋은 거다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라

하고 말하니까

 

엄마들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남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살이가 편하다는 것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느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여자는 언젠가 중년 여성이 되는 날이 온다

아무리 마음이 젊어도 겉모습만은 노력과 상관없이 나이가 먹는다

중년이 되었을 때 여전히 독신이라면 어딘가 안정감이 떨어진다

절대 휴대전화를 사지 않거나 화장을 하지 않는 직장여성이 남들에게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으며 왜 라는 질문에

시달리는 것처럼 결혼하지 않은 중년 여성은 무슨 모임이 있을 때마다 반드시 섞이지 못하고 물 위의 기름처럼

떠돈다

 

결혼한 사람이 독신자보다 아무래도 어른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인내가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 말고도

현실적으로 결혼함으로써 결혼에 대한 환상이 어느 정도 깨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결혼한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내가 자유로워 보일테고 실제로 자유롭기도 하다

부모님은 먼저 돌아가실테고

가족이 없는 상태로 20-30년을 더 살아야 한다는 일은 끔찍한 일이다

도대체 그 긴 시간동안 나는 내가 먹고 살 돈이나 계속 벌 수 있을까

물론 최근에는 서서히 혼자 살아갈 각오를 굳혀 나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바야흐로 80년 이상이나 되는 긴 인생동안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르니까 사람들은 우선 결혼이라도 하고

아이라도 낳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좀 거칠지만 솔직한 내 생각이다

 

나는 결혼할 수 없다고 해도 좌절하지 않고 살아가고 싶었다

조금은 불행해도 괜찮으니까 편안한 마음으로 나이를 먹고 싶었다

나는 그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의식주 확보 가능한 경제력

사소한 일에 흔들리지 않는 마이 페이스 유지

많지는 않아도 믿을 수 있는 친구가 중요하다

 

역시 친구가 필요하다

특히 독신으로 살 것을 각오했다면 더더욱 그렇다

친구란 과연 무엇인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그 친구의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솔직히 말해 받아들일 수 있는 용량이 초과되기 시작했다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겠다는 각오를 하려면 진정한 의미의 친구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이 먼저 혼자서 알차게 지낼 수 있어야 한다

친구는 기대기 위해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물론 애인과 남편도 마찬가지다

 

소수파가 된 사람들이 피할 수 없는 것은 세간의 세찬 비바람이다

결혼 안 해? 라는 질문을 되풀이한다

세상 사람들의 눈보다 더 무서운 것은 세간의 눈을 신경쓰는 당신 자신의 마음

 

동성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는 여자를 나도 몇 명인가 알고 있다

심한 연애주의자로 동성친구와의 시간을 아깝다고 여기거나

응석부리 함부로 말하는 타입

 

살아 있는 그 자체를 감당하기 힘든 벅찬 마음은 어디로도 데려갈 재간이 없다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나는 스스로 혼자 살아갈 각오를 다지기 위해 이 책을 썼던 것입니다

 

재혼을 했다고 해도 나 혼자서 어떻게든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나 역시 남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주 적습니다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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