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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단두대에 대한 성찰. 독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 알베르 카뮈

by librovely 2008.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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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두대에 대한 성찰.  독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알베르 카뮈          2004'          책세상



알베르 카뮈
노벨상을 받았고 본인은 인정하지 않지만 우리는 그를 실존주의 작가로 부르며 나는 그가 쓴 책 중 이방인만
읽어보았다  이방인의 내용은 아주 충격적이었고 많은 생각거리를 남겨주었으며 나랑 뭔가 잘 맞는 분위기임
을 느끼게 했다  솔직함 사실 난 솔직한 사람은 아닌 것 같지만 솔직함을 좋아하는 것은 확실하며 거추장스런
꾸밈이나 가식을 보면 허지웅의 과격한 문체를 따라하자면 토가 쏠린다  물론 나 또한 종종 가식을 뒤집어쓰고
살지만 내가 어떻게 사느냐를 떠나 추구하는 바 혹은 좋아하는 것은 솔직함 정직함 있는 그대로 라는 것이다


이방인을 읽은 후 시지프 신화를 빌렸었는데 (참 책 지독하게 안산다 이런 책은 살만도 하다는 걸 알텐데)
무슨 이유인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읽지 않았다 그리고 섣불리 알베르 카뮈의 책에 손이 가지 않았다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괜히 시도했다가 어려워서 포기하고 참담함을 느낄까 걱정이 되었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즉 나의 이해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한다는 참담함이라기보다는 알베르 카뮈의
책을 즐길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참담함  뭔가 잘못되었을 때를 먼저 생각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평소의 고치고 싶지만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그 태도가 책을 대할 때도 비슷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추석의 긴 연휴를 함께할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을 때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책이라는 것도 난 어느정도 인연 혹은 운명이라는 말을 써서 표현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는 무수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지만 접하게 되는 유의미한 관계를 맺게 되는 사람은 극히 일부분이다
세상에는 숱한 책들이 있지만 그 중 집어들게 되는 책 그리고 읽게 되는 책은 극히 일부분인 것이니
그리고 그 사람을 만나는 것이나 그 사람이 쓴 글을 읽는 것이나 아주 크게 다른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이를테면 알베르 카뮈의 이번 책을 읽을 때 다시 읽던 책을 다시 집어들어 펴는 동안 꼭 알베르 카뮈를
다시 만난다는 식상한 표현으로 밖에 설명이 안되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는 것이다



책은 저자와 독자의 대화라는 그 너무 식상해서 민망할 지경인 말이 이 책을 읽으면서 종종 떠올랐다
평소 이런 대화를 나누고 싶다 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자신이 원하는 그 대화를 나눌만한 적절한 사람과
실제로 관계를 맺기란 그리 쉬워보이지 않는다 물론 모든 여자들의 공통관심사인 연예인이나 옷 다이어트
음식 영화 남자 돈 직장상사 이런 유의 대화야 나누고 싶을 때 여자 한 명만 앞에 앉아있다면 실컷 떠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종종 머리속에 들어와 박히던 사형제도라는 것에 대한 대화를 즐겁게 나누기란
음 뭐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가능하겠다 그러나 알베르 카뮈의 글처럼 그야말로 아름다운 내용을 담은
대화를 나누기란 쉽지 않겠지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알베르 카뮈와의 대화라고 하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듣고 앉아 계시기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이방인을 읽고 그 내용이 이상하다고 여겨지지는 않았다 인간이 다 그렇잖아 원래 그런 면이 있잖아
절대 과장 그런거 아니잖아 이 정도의 생각이 들었다 혹 나만 그런가 물론 엄마의 장례식을 남일처럼
느끼는 것은 좀 심했지만 하여튼 그가 드러내고자 하려던 그 것은 그야말로 정직하게 인간을 담아냈다고
여겨졌지만 그래도 그런 면에만 집중하여 소설을 쓴 알베르 카뮈가 솔직히 좀 성격이 이상하겠다는 생각은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알베르 카뮈는 정말 인간적이다  그래서 알베르 카뮈가 너무 너무 좋아졌다
그의 글도 너무나 훌륭하지만 그의 글에 드러난 그의 생각과 그런 생각을 하게된 알베르 카뮈 자체가
너무 좋다 특히나 이 책의 표지에 찍혀있는 그의 얼굴을 보라 너무 잘생겼다 으으음
이런 멋진 인간을 보게될 때 나는 진심으로 이런 인간을 창조한 신께 경의를
진중권이나 알베르 카뮈나 얼핏 그의 글을 보면 지나치게 냉철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결국 그들은
똑똑하기에 그리고 정상적이기에 인간적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하여튼 눈이 나날이 높아지다 못해
이제는 알베르 카뮈  큰 일이구나  나는 그대로이고 눈은 세계의 잘생긴 천재에게까지 이르다니


다시 책은 독자와 저자의 대화라는 그 이야기로
이 책의 뒷부분에는 똑똑한 이들이 쓴 알베르 카뮈의 글에 대한 해석과 그의 연보가 나와 있는데
해석은 그냥 안 읽었고 연보는 읽어보았는데 책세상 출판사의 카뮈 연보는 독특하다 뭐가 독특하냐면
그가 어느 시기에 어떤 책을 읽었고 어떤 작가에게 영향을 받았는지를 잘 적어두었다는 것
이거 정말 좋은 정보가 아닐 수 없다  카뮈 연보에 언급된 책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에게 많은 영향을
주게 되었다고 소개된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 음 이 책을 나는 아주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내가
뭔가 이해를 못한 심오한 것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카뮈 또한 프루스트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프루스트의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예전부터 해온 다짐을 다시 한 번 다져보게 만든다



이방인도 책세상 출판사의 책을 읽었었는데 이번에도 책세상의 책이다
왜 갑자기 출판사 이야기를 하느냐 아마도 카뮈의 책이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번역가에 의해 번역되어
있을 것이다 다른 출판사의 책은 안 읽어보아서 어떤지 비교는 불가능하나 일단 이 책의 번역은 가히
환상적이라고 좀 과장되게 표현하고 싶다 카뮈의 글이 워낙 멋져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이 책의 문장들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잘 다듬어진 문장들이 너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카뮈의 글 그리고 번역가의 문장력 둘 다 완벽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두대에 대한 성찰은 프랑스의 단두대를 이용한 사형제도에 대해 비판하는 글인데 어찌나 일목요연하게
자신의 의견을 조곤조곤 밝히시는지 읽고 있기 매우 즐거운 글이다  핵심적인 사항을 정확히 꼬집는 실력
카뮈는 작가가 아닌 다른 일 그러니까 검사나 변호사 정치인 뭐든 잘 했을 것 같다 어떻게 잘 하느냐
명철한 판단력과 양심적인 태도로  사형제도에 관심이 있었건 없었건 이 글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다 읽었을 때 아마도 다들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방향으로 생각이 자리잡을 것이다 안그랬다면 그건
독자의 이해력이 부족해서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어디서 보았더라 설득을 잘 당하는 것이 어찌보면
이해력이 좋은 이유일수도 있다는 물론 설득 내용이 어떠하였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독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는 프랑스인이며 독일의 나치 당원들에게 협조하지 않는 자신의 위치에서
독일 나치 당원인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글의 형식이다 그런 형식으로 독일의 나치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아주 부드러운 문체로 절대 과격하지 않게 과격한 내용을 담은 것 자체가 아름답다
단두대에 대한 성찰은 논리적 문체와 인도적인 내용이 인상적이었다면 독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는
낭만적인 문체로 잘못을 부드럽게 지적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내용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다가올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멋진 책이다
담고있는 내용과
것을 표현한 문장들 모두
리고 절대 어렵거나 지루한 책이 아니다
반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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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두대에 대한 성찰


그의 손에 참혹하게 살해된 아이들 생각보다는 사람들이 목을 자르기 위하여 이제 막 마룻바닥에 내동댕이
쳐놓은 그 헐떡거리는 몸뚱이의 영상을 더 이상 지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형 집행이라는 의식이 그것을 보는 자로 하여금 결국은 그의 속을 뒤집어 토하게 만드는 것 이외에 달리
아무런 효과도 내지 못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로서 나는 언제나 모종의 안이한 자기 만족을 혐오해왔다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나는 우리가 처한 조건이 비록 거부감을 자아내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불가피한
것이라면 그저 조용히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침묵이나 언어상의 잔꾀가 마땅히 고쳐져야 할 부당한
행위나 해소될 수 있는 불행을 계속 지탱시키는데 쓰일 경우 언어라는 외투속에 은폐되어 있는 추악성을
분명하게 말하여 드러내 보이는 길밖에는 다른 해결 방안이 없는 것이다


야만적인 제도가 아직까지도 없어지지 않고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여론의 무심 혹은 무지 때문이다
여론이라는 것은 주입받은 판에 박은 말로써 반응하는 것이 고작이다
상상력이 잠을 자게 되면 언어는 의미를 상실한다


나로 말하자면 사형제도가 무용할 뿐만 아니라 대단히 해롭다고 믿는다
나의 이런 확신을 그저 과장된 감상벽 탓으로만 돌린다면 그 역시 옳지 못하다
오히려 나는 박애주의자들이 안이하게 빠져 드는 저 나약한 동정심과는 누구보다도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런 동정심에 휩쓸리다 보면 가치와 책임이 혼동되고 모든 범죄가 비슷비슷한 것으로 평준화되어 결국은
무고한 사람이 권익을 잃게 된다


우리 시대의 저명 인사들과는 반대로 나는 인간이 천성적으로 사회적 동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 반대라고 믿는다


우리는 그 짧은 시간에 마치 용서를 빌듯 애원하는 눈길로 나를 빤히 쳐다보는 사형수의 두 눈을 보게 되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성호를 그어 그 머리를 축복했다 그러자 눈꺼풀이 깜빡거렸고 눈길이 부드러워졌다
이윽고 표정이 또렷하던 그 눈길이 꺼져갔다
독자들은 신부가 제시한 설명을 각자의 믿음에 따라 나름대로 받아들일 일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표정이 또렷하던 눈길이라는 말에는 어떠한 설명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는 것은 재판을 받은 이후이지 범행을 저지르기 전이 아니다
생의 본능은 근본적인 것이지만 죽음의 본능보다 더 근본적인 것이 아니다
죽음의 본능은 어느 순간 자신과 타인의 파괴를 요구한다
살인 충동은 흔히 스스로 죽고 싶은 욕구 혹은 자신을 무화시키고 싶은 욕구와 일치한다
인간은 삶을 갈구한다 그러나 그 욕구가 인간의 모든 행위들을 지배하기르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인간은 또한 스스로가 무가 되기를 원한다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원하고 죽음 그 자체를 위하여 죽음을 원한다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나라에서 낸 모든 통계는 사형제도 폐지와 범죄율 증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예외없이 보여준다



사형제도는 복수라는 형식을 장차 희생될 사람이 알고 있는 가운데 공공연히 행해지는 사전 모의를
그리고 끝으로 죽음보다 더 끔찍한 정신적인 고통의 원천이 되느 어떤 조직화된 죽음을 그 죽음에 덧보탠다
그러므로 거기에는 공평함이란 없다 대부분의 법률은 사전 모의에 의한 살인을 단순한 우발적 살인보다 더
무겁게 다룬다


공적인 법 이론가들은 고통을 주지 않고 죽이는 방법을 논하고 있는데 이들은 자신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며 특히 이들에게는 상상력이 결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수개월 혹은 수년동안 사형수가 느껴야 하는 공포감은 사람을 망치고 황폐하게 하는 것으로서 죽음보다 더
잔인한 형벌이다


변호사와 신부는 단순한 인도주의 때문에 간수들은 사형수가 얌전하게 있도록 하기 위해 한결같이 입을 모아
그가 사면을 받게 될 거라고 말하며 안심시킨다 사형수는 온 마음으로 그런 말을 믿다가 그 다음에는 더 이상
믿지 않게 된다 낮에는 사면을 희망하고 밤에는 사면 때문에 절망한다


프렌 감옥의 어느 사형수는 말한다
머지않아 죽는다는 사실은 안다는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장차 살게 될지 어떨지 모른다는 것이야말로 끔찍하게 두렵고 괴로운 일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범죄학교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그것은 바로 우리 공화국이 자랑하는 선술집과 빈민굴이다


통계에 따르면 파리 시내에만 방 하나에 3-4명이 기거하는 인구과밀주택이 6만 4000개에 달한다는 것
이런 짐승같은 자들도 보다 인간다운 주거에 살았다면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오직 그들에게만 죄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있다
그리고 주택 건설업보다 설탕공장에 정부 보조금을 지급해주는 사람들에게 그들을 벌할 권리가 주어진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 같다


알코올이라는 씨앗을 파종하는 국가로 말하자면 범죄를 수확하게 되더라도 놀라서는 안 될 것이다
하기야 국가는 그런 사실에 놀라지 않고 다만 국가가 그렇게 많은 알코올을 쏟아 부은 머리를 자르는 것으로
만족한다


처형된 사람들 중에는 교화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이들 중 무고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사형 당한 후 무죄가 밝혀진 버턴 애벗
사람들은 이 사건이 예외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생명도 예외적이다


일반범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정치범의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 각자는 아무리 정직하다고 해도 어느 날 사형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는 개인으로부터 방어하는 것 이상으로 국가로부터 자신을 방어해야 한다


사람들은 신격화된 한 민족이나 한 계급을 위해서 살인을 한다
신격화된 미래를 위해서도 살인을 한다
무엇이든 다 안다고 생각하는 자는 무슨 짓이든 다 할 수 있다고 상상하는 법이다
절대 신앙을 요구하는 지상의 우상들은 지칠 줄 모르고 절대적인 형벌을 선고한다


강제부역이 너무 가벼운 형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우선 그들에게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지적해주고 그 다음에는 그들의 눈에 자유의 박탈이 대수롭지 않은 형벌로 보이는 것은 바로 현대사회가
우리에게 자유를 우습게 알도록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면 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이런 사람들의 수는 의외로 많다) 사형 제도가 진정으로 어떤 것인지 알면서도
그것의 적용을 막지 못한다는 것은 진정 견딜 수 없는 일이다 이들도 나름대로 형벌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부당한 일이다 적어도 이들의 마음을 짓누르는 추악한 이미지들의 무게를 덜어 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도 사회로서는 잃을 게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결구 그것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죽음이 불법이 되지 않는 한 개인의 가슴속에도 사회의 풍속에도 항구적인 평화는 없을 것이다





독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사람은 어느 한 극단으로 쏠림으로써가 아니라 양 극단에 동시에 닿음으로써 자신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파스칼


벌써 5년전의 일입니다 그때 이후로 우리는 갈라졌습니다 그 오랜 세월동안 나는 단 하루도 당신의 말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군요
오늘에 와서 이 말을 생각할 때면 나는 어쩐지 목이 메는 것을 느낍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내 나라를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에 정의롭지 못한 것이 있을 때
그것을 고발하는 것이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가 그에 대해 지니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에 값하는 존재이기를 요구하는 것이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면 말입니다


예전에 가끔 생각하던 것과는 달리 정신이 검을 당할 수 없지만 검과 힘을 합친 정신은 한갖 검일 뿐인 검에
대해서 영원한 승리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거기서 배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이 우리 편임을
확신하고 난 우리가 이제 검을 뽑아 들기로 작정한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사람들이 죽는 것을
보아야 했고 스스로 죽음의 위험을 무릅써야 했습니다


나는 결코 진실 자체만의 위력을 믿은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같은 힘을 들였을 경우 진실이 거짓을 눌러
이긴다는 사실을 아는 것 부터가 이미 대단한 일입니다


우리는 불의를 무릅쓰기 보다는 차라리 무질서가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은 처음에는 내 언어가 바뀌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단지 우리가 같은 말에 같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을 따름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같은 언어를 쓰고 있지 않습니다



당신들은 유럽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당신들에게는 유럽이 소유의 대상인 반면 우리는 우리가 유럽에 속해 있음을 느낀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사랑은 옳지 않습니다


나는 이 지상의 삶에 충실하기 위하여 정의를 택했습니다
나는 여전히 이 세상에 다른 것보다 우월한 의미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무엇인가에는 의미가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바로 인간입니다





카뮈 연보


처음으로 지드를 읽게된 것은 열여섯 살 때였다
내 교육의 일부를 책임지고 있던 삼촌이 때때로 나에게 책을 주곤 했다
삼촌은 푸줏간 주인이었는데 장사가 아주 잘 되었지만 그의 진정한 관심거리는 독서와 사상에 관한 것뿐이었다
그는 아침 나절에만 장사에 물두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서재에서 책을 읽거나 동네 카페에 나가 이야기와
토론을 하곤 했다



고통이라는 이름의 앙드레 드 리쇼의 소설
나는 그 훌륭한 책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습관대로 하룻밤새 그 책을 다 읽어 치웠다
다은 말 잠에서 깨었을 때 낯설고 새로운 자유를 가슴에 안고 나는 머뭇거리며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책에서 얻어지는 것이 망각과 심심파적만이 아니라는 교휸을 터득한 것이다
나의 집요한 침묵 가족들의 고결성과 가난 나만이 알고 있는 비밀 등 이 모든 것이 이야기될 수 있을 것이다



말로의 <인간조건>   프루스트 탐독



1938년 사르트르의 <구토>
이미 이때부터 사르트르의 이 책을 면밀히 읽은 카뮈는 사르트르의 입장에 반대를 취하고
사르트르가 실존의 비극성을 창출해내기 위해 인간의 추한 모습을 지나치게 강조한다고 비판한다



1953년 동베를린 폭동
세계의 어느 구석에서 한 노동자가 탱크 앞에서 맨주먹으로 자기는 노예가 아니라고 외치며 대항할 때
우리가 무관심하다면 도대체 우리는 무엇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