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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멜랑콜리 즐기기 - 에릭 G. 윌슨

by librovely 2012. 7. 27.

 

 

멜랑콜리 즐기기                                                                  에릭 G. 윌슨                 2010              세종서적

 

 

이 책은 읽은 지 정말 오래된 책이다...

영화 멜랑콜리아...를 본 그 즈음에 도서관에 갔다가 신간 코너에서 보고 그냥 뽑아왔는데...

읽어보니 아 정말 괜찮았다...다만 아쉬웠던 건 같은 말을 자꾸 반복하며 책이 흘러갔다는 것

내가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한걸지도?

 

하여튼 책의 내용은 참 좋았고 내 평소 생각의 방향과도 일치하고...

난 나쁜 면...을 정확히 봐야 더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뭐가 어찌되었든 외면하지 말고 직시하는 것이

일단 필요하다고 생각...그리고 그 부정적인 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가 생각하면 될 일...극복이 안된다면?

그게 현실인거고 받아들여야지...말은 참 쉽지... ㅜㅜ;

 

멜랑콜리한 것이 마냥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공감...

각종 예술의 원천이 되어 주기도 한다는 것...멜랑콜리함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도 그러하고 또 그 자체가

소재가 되어 주기도 하는...

 

전도서의 이 세상 모든 것이 죄다 허무하다~는 내용은 그렇게도 기억하지 못하는 성경의 구절 중 머리 속에

읽자마자 박혔던 내용인데...역시 이 책에서 그 내용을 언급하기도...어쨌든 난 이 책을 읽으며 참 즐거웠다

요즘 너무 긍정적인 것만 강조하는데...그렇다고 부정적인 것을 강조하자는 건 아니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게 좋은 것 같다...얼마 전 할 일 없이 케이블 채널을 넘기다가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를 봤는데 인터뷰를 하는데...두 명인가가 어떤 질문에 대한 답에...뭐더라...인생관 뭐 그런 질문?

하여튼 거기에 대한 답에 싱긋 웃으며 긍정적인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어쩌고...물론 그런 게

나쁜 건 아닌데...어쨌든 긍정 긍정 긍정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분위기인 건 사실이고...그게 좀 심한 것 같고

그래서 이런 책은 많이 많이 읽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그 사회 특유의 우리보다 사뭇 더 강한 긍정 강조 분위기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사하게 흘러가는 분위기가 있고...그러니 우리나라에도 이런 책이 필요한거겠지?

하면서도...한편으로는...살기 그리 쉽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마냥 내키는 대로 멜랑콜리해도 괜찮아~ 하면

안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긍정의 힘 없이는 짜증나서 살기 힘든...그런...??

 

 

 

좋은 책이다

멜랑콜리하자는 책을 아주 즐겁게~ 읽었다

 

 

 

 

 

 

 

 

 

 

멜랑콜리는 실로 두려운 선물이다

그것이야말로 멀리서 바라본 삶의 진실이 아닐까 - 조지 G 바이런

 

우리 시대는 모종의 불길함에 둘러싸여 있다

 

우리가 당면한 또 다른 멸종 위기의 존재란 바로 우울증 큭 멜랑콜리를 말한다

어느 날 달콤한 슬픔이나 가벼운 상실감 같은 미묘한 심리적 경험이란 지나간 시대의 유물 취급을 받을지 모른다

 

미리 밝혀둘 것은 나의 이런 진단이 다분히 미국식 행복과 이를 둘러싼 사고방식에 대한 지적이라는 점

 

우리는 로봇을 닮아가며 방정식에 맞춰 행동하고 항상 방긋거리며 만족의 통념에 갇혀 살아간다

광채나는 우울 끔찍한 아름다움 같은 아이러니한 감각을 잘 모른다

아메리칸 드림이란 차라리 악몽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행복이라고 여겨왔던 것이 생기를 잃은 억지 웃음의 디스토피아에 불과할 수도 있다

 

누렇게 시들어가는 덤불 사이의 여기저기를 쑤시고 다니는 호기심 많은 개똥지빠귀가 노니는 자연의 세계

진한 슬픔을 머금고 있는 자주색 달리야

 

미국적 낙관주의의 원형에는 역사적 체험이 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하나님이 기꺼이 보상해주신다

최악의 환경에서도 감히 비전을 응시할 수 있는 선민의식

 

아메리카 드림이란 구체적인 현실의 죽음이다

 

어느 순간부터 인문교육은 비즈니스 교육을 위해 거치는 전 단계로 그 위상이 추락했다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란 기본적으로 미국적 자본주의를 준비시키는 과정일 뿐이다

 

우주란 나를 위해 돌아간다는 오만함 그리고 이기적인 욕망에 갇혀 살 경우

내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려는 쳇바퀴같은 삶에 집착할 것이다

세상은 본래 낯설거나 슬픔에 찬 것이어서 말라비틀어진 채소 따위는 아주 흔하며 상처 입은 사슴들도

많은데 그런 세상이 갑자기 나를 덮쳐오면서 빚어지는 우연 그리고 결코 작지 않은 행운도 만날 수 없다

 

행복 신앙

제 눈을 가려 세상으로부터 소외를 재촉하는 것

 

이런 생각을 가장 구체적으로 표현한 사람이 랠프 왈도 에머슨이다

1844년에 쓴 에세이 <경험>에 그런 생각을 담았다

에머슨은 첫아들이 여섯 살 되던 해 성홍열로 잃었다 아들을 앞세우며 에머슨은 비로소 독자적인 철학을 키우기

시작했다 즉 세상과 우주가 인간에게 당연히 최적의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세상을 살면서 부정적이거나

나쁜 일 따위는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 당시 사람들의 고정관념이었다. 이것은 정형화된 기독교적 통념이었는데

에머슨은 그것을 흔들어버린 것이다 그에 따르면 차라리 그 반대가 옳다

세상으로부터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을 때 뜻 밖의 풍부한 경험을 맛볼 수 있고 때때로 중용의 미덕도 지킬 수 있다

 

지각과 감각의 문을 활짝 열어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는 속 편한 태도

그것은 세상과 우주를 손아귀에 거머쥘 수 없는 거대한 수수께끼이자 체스 판으로 이해하고

그 거대한 전체 모습을 함께 흡수하려는 열린 자세이다

(철학자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주장한 세상은 신들의 주사위 놀이판..)

 

영국 낭만주의 문학 시대를 연 윌리엄 블레이크도 <유리즌의 책>에서 지나친 자기 중심주의적 행복을 추구할

경우 자칫 죽음으로 이어지며 고여있는 늪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욕망을 재촉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가 자주 했던 말

주인의 지시를 고분고분하게 따르는 조련된 말 대신 가슴에 분노를 담은 호랑이가 되어라

 

슬픔 상실 멜랑콜리란 불완전하며 따라서 추방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세상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

행복이란 어떤 이상적인 형태나 추상적인 목표가 아니다

행복이란 한 없는 행복을 느끼는 순간에서부터 상실과 슬픔에 이르는 또 다른 순간에 이르기까지

연속적으로 이어지기 마련인 삶의 모든 과정을 커다란 하나로 인식하는 것

 

이 책의 원제인...

진정한 행복에 반대하는 태도가 아니라 소박한 행복에 다가가려는 몸짓

 

호손(주홍글씨)이 지닌 멜랑콜리 기질이란

누구나 안전하고 분명하다고 믿기 마련인 세상의 통념 혹은 진리에 쉽게 안주할 수 없는 정신

부정과 회의주의가 항상 그를 피곤하게 만들었으며 우울증도 재촉했으리라

그런 태도가 영혼을 단련하는 힘 즉 숫돌과도 같아서 진정 살아있는 인간 날카로운 긴장을 유지할 수 있는

작가 용감하게 행동할 수 있는 영웅으로 만들어주었다

 

전도서 1장에 등장하는 솔로몬 왕의 기록

헛되고 헛되다...세상 만사 헛되다

태양 아래 행하는 수고와 땀방울이 무슨 쓰임새가 있느냐

 

우리 각자가 아무리 행복한 척하더라도 내면에서는 피할 수 없ㄴ 긴장을 느끼고 있기 마련이 아닌가

 

호안미로 미켈란젤로 자코메티 등의 주요 작품들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비전문가라도 남의 얼굴을 보면서 나름이 골상학을 통해 그가 살아온 내력 역사르 유추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그 사람의 고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시대에 어디를 가나 보는 것은 가면을 쓴 모습이다

 

불안과 상실의 느낌 화를 내는 것 냉소적인 심리 같은 부정적인 면을 포함하는 이름인 악마란

다름 아닌 인간 전체의 모습을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 봐야한다는 점

 

강물이 흘러 결국에는 바다에 도달하듯이 세상 모든 것의 바탕에는 멜랑콜리가 깔려 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며 사랑하는 것 모두 언젠가는 죽어 없어진다

죽음이야말로 삶의 비밀이 아닐까  -헨리 프레더릭 아미엘

 

영국 시인 존 키츠

삶의 미스터리를 푸는 유일한 방법은 세상살이에 따르는 슬픔 고통 아픔 억압을 몸소 겪어보는 것이다

 

삶이란 죽음의 품안에서 자라나며 죽음은 삶 안에 스며들어 있다는 진리

 

예쁘장한 것이란 결국 공허하지 않던가?

 

멜랑콜리 죽음 아름다움이라는 삼각관계는 정말 아이러니하다

낭만주의적 아이러니

이런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은 고난과 슬픔으로 점철된 세상살이를 피하지 않는다

몸을 담그는 것을 망설이지 않지만 세상의 게임에 완전히 몰입하지도 않는다

이미 한 발자국을 뽑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관조를 유지하고 여유를 보인다

조용한 관망이야말로 더 이상 우아할 수 없는 자세이다

 

 

존 레논 밥 딜런

멜랑콜리한 아이러니의 진수를 보여준 뮤지션

 

프리드리히 폰 실러 <인간의 미적 교육에 관한 서한>

인간은 왜 멜랑콜리한 존재인가?

낙원 시대의 순수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자기의식이 스며든 인간은 스스로에게 편안한 존재가 아니다

찢겨진 존재 영원한 이데아를 찾는다며 버둥대는

 

인간은 언젠간 죽는 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죽음 때문에 삶이 무기력해지기는 커녕 생명력을 키운다

 

겉으로만 행복한 척하는 미국적인 삶에 접근하는 지름길이 있는데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지적한

조용한 자포자기의 길이다  놀라운 환의 대신 만성적 불만족에 빠지는 것

소로는 우리의 삶은 항상 야생이라는 강장제가 필요하다 그 세계는 해오라기나 뜸부기가 출몰하는 늪지를

건너야 하고 그러다보면 도요새의 낭랑한 울음소리를 종종 듣게 되는 그런 자연스러운 세계이다

 

 

어떤 사람이라도 종이를 붙잡고 자기가 겪은 고통을 글로 쓴다면 멜랑콜리한 작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그가 겪은 혹독한 멜랑콜리의 경험이 무엇이었는지를 털어놓은 뒤 지금 왜 즐거움에 푹 빠져있는지를

쓸 때 비로소 진지한 작가가 될 수 있다 - 프리드리히 니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