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by librovely 2013. 6. 4.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                           2012                  달

 

베스트셀러 코너에 오래 머물러있던 책이라서 눈에 익었는데 보이길래 빌렸다

이병률...이 책 말고 끌림인가? 두 글자의 어떤 책 이름으로 더 익숙한...사실 이름과 책 제목을 보고는 나이든 작가로

생각했었다 예전에...그러니까 피천득의 인연과 헷갈렸던 모양이지...

 

하여튼 민트색의 눈에 띄는 책이라서 들고와 열어보니 여행 작가인 만큼 여행 오래 하고 좋아한 사람다운 그런 글이

(여행 오래 하고 좋아한 사람다운 그런 글 = 여행의 목적이나 즐거움을 꿰뚫어 표현한 그런 글)

들어 있긴 했는데 감성적인 글이 가끔 섞여 있었다... 근데 그 감성적인 것들이 나와는 뭔가 코드가 맞지 아니하는..

물론 지나치게 감성적인 글로 독서를 포기하게 만드는 그런 종류와는 다른 훨씬 나은 것들이긴 했지만 그래도...

어쨌든 그런 부분 빼고는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내가 아주 좋아하는 그런 여행기 종류는 아니었다...

내 취향의 여행기는 이 책과 함께 빌려온 다른 책에서 만났다....유머러스한 미혼의 여자가 쓴 여행기가 최고~

근데 그 책도 이 책과 같은 회사...그리고 이병률 이름이 적혀 있다...이병률은 출판사에서 일하나보다...

여행 작가이면서 책도 내는 모양이었다...

 

이 책은 내용도 뭐 나쁘지 않았지만...(연애 많이 한 사람은 이런 여행기를 좋아할 수도....)

사진은 참 좋았다...

 

 

 

 

 

 

시간을 럭셔리하게 쓰는 자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

나에게도 여행은 시간을 버리거나 투자하는 개념이 아니었다 여행은 시간을 들이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내게 있어 여행은 시간을 벌어오는 일이었다

낯선 곳으로의 도착은 우리를 100년 전으로 100년 후로 안내한다

그러니까 나의 사치는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감히 시간을 사겠다는 모험인 것이다

 

세 달 동안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보니 그 친구의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생각하는 법 사람을 만나는 법 돈 쓰는 법 심지어 먹는 것까지 바뀌어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넓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사는 곳은 단지 세상의 조각에 불과했어

나는 가능한한 세상의 모든 경우들을 만나볼거야

 

11월과 12월 사이를 좋아합니다 그건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삿뽀로에 갈까요

이 말은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아저씨가 한 말은 이랬다

너무 많으니까...

왕복 요금을 다 내기엔 너무 많다는 게 이유였다

나는 몸짓을 그만두고 입을 다물고 숙연해졌다

 

 

아저씨가 인상을 쓰며 이리 오란다

이제 죽었구나 싶어 가까이 갔는데 내 양손을 펴서 모으라고 하더니 두 손 가득 건포도를 얹어주었다

 

당신이 좋다는 말은 당신의 색깔이 좋다는 말이며 당신의 색깔로 옮아가겠다는 말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아주 사소한 부분들을 쌓아가는 것이다

당신이 좋다는 말은 당신이 무슨 색인지 알고 싶다는 말이며 그 색깔을 나에게 조금이나마 나눠달라는 말이다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대상은 색이 없어지고 오히려 지워져 창백해진다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사랑의 간정으로 대상은 참을 수 없이 완벽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사실 그렇게 생겨먹었다 인연의 시작은 그토록 어리숙하고 애매하게 첫 단추를 꿴다

마치 첫 여행이 그런 것처럼

 

꼭 만나야 할 것 같은 사람이 있다

꼭 만나게 될 것 같은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을 만나게 되는 상황도 있다

어쩌면 그 사람을 만나 사랑하게 되는 경우까지도

 

당신이 맘에 든다 내가 누군가를 맘에 들어한다는 것은 푸른 바다 밑

심연 속으로 당신을 끌어내리고 싶어한다는 것 그러면 당신은 눈을 뜨고 나를 보는지 아니면 두려움에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눈을 감고 마는 지 실험하고 싶은 것

 

근데 선배 가고 돌아와 보니 마루에다 먹은 걸 토해놨더라고요 챙겨준 사료는 건드리지도 않았구요

아니 왜? 나 있을 땐 아무렇지 않았는데 어디 아픈거야?

아뇨 선배 여기 올 때 큰 여행가방 가지고 왔을 거 아니에요?

떠날 때는 큰 여행가방 들고 나가셨을 거구요 개가 여행가방에 민감해요

정들었는데 떠나는 걸 알고 마음이 많이 안 좋았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