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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by librovely 2011.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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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2007          청미래



개정판이다
뭐가 달라졌는지 잘 모르겠다
책 표지가 달라진 건 알겠찌만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너무 가벼운 느낌이 들어서...게다가 기욤 뮈소 책 표지를 연상시켜서 더더욱
기욤 뮈소 팬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나도 첫 책은 좀 흥미롭게 읽었고...하지만 지금 생각은...
기욤 뮈소의 소설은 뭐 하이틴 로맨스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너무 가볍고 별다른 통찰 따위가 없어 보이는..



내가 늙은 건지 이해력이 떨어지는건지 아니면 반복해서 읽는 거라서 식상해진건지 아니면 너무 좋은 책을
접한 후라서 이젠 이 정도의 책으로 대만족하긴 힘들어진건지....원인은 모르겠지만 예전만큼 와 알랭 드 보통은
대단한 인간이다 라는 탄성이 나오지는 않았다...하지만 그래도 이 책은 대단히 멋진 책인 건 확실하다는 생각
다시 읽었음에도 재밌구나...정말 그래...라는 생각이 반복해서 들었다...하지만 예전만큼은 아니었다




솔직히 이런 연애 감정을 죽기 전에 느껴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내 성격상 쉽지 않은 일이고 내 외모나 기타 등등을 객관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에도 쉽지 않은 일이라 여겨진다
게다가 어제 본 우디앨런의 영화가 더욱더 그 생각을 굳혀주셨다....멋진 사랑은 환상에서나 가능한거다...
그리고 이젠 다른 나라라면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34살의 그저 그런 아니 어쩌면 좀 초라한 노처녀가 멋진 사랑을
꿈꾼다고 말하는 건 더욱 어이없어 보이는...난 이제 내 나이에 맞는 생각을 하기로 했다 적어도 여긴 한국이니까
난 그래야 하고 그게 옳다... 하지만 이런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야 누가 말리겠는가... 난 이 책을 통해 알랭 드
보통이 되어 클로이라는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가 실연을 당하는 경험을 온전히 했다....ㅡㅡ;;




이 책을 읽으니 낭만적인 사랑의 시작이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아름다운 생각도 들었고
그렇게 시작된 사랑도 결국은 서로 마음이 식기 시작하고 누군가가 먼저 다른 이에게 마음이 옮겨가고
헤어지게 된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도 하였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그래서 사랑이라는 것을 긍정하면서 동시에 부정하게 만드는 그런 요상한 결과를...



뭐가 어찌 되었든
내가 읽어본 책 중 가장 현실적으로 사랑의 과정을 훑어주는 그런 책이다
알랭 드 보통의 누구나 느끼지만 말로 표현해내기 힘든 것을 글로 주절주절 풀어주는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그런 책이다
누구나 꼭 읽어보면 좋을 책









예전에도 발췌를 했었는데 다시 한 번....아마 상당부분이 겹치겠지...






짐을 챙겨서 세관을 통과했을 때 나는 이미 클로이를 사랑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을 두고 자신의 필생의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은 다 살아보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다


진정으로 기다림(유사 메시아적인 성격을 지녔다)은 끝이 났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에게서 내가 평생 서툴게 찾아다녔던 바로 그 여자를 발견했다
웃음과 눈매 유머 감각과 책을 고르는 취향 불안과 지성이 내 이상에 기적적으로 들어맞았다


사건들은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서사적 논리를 부여했다



989727분의 1의 확률


사랑 내부의 관점에서는 삶의 우연적 성격을 목적성이라는 베일 뒤로 감춘다
우리는 불안에서 벗어나려고 운명이라는 것을 만들어낸다


나의 실수는 사랑하게 될 운명을 어떤 주어진 사람을 사랑할 운명과 혼동한 것이다
사랑이 아니라 클로이가 필연이라고 생각하는 오류


결국 우연일 뿐이라고
989727분의 1의 확률일 뿐이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
그녀에 대한 사랑이 끝나는 순간



사람을 꿰뚫어보는 일을 중단하고자 하는 순간적인 의지 때문에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닐까


장점을 의도적으로 과장


사랑은 내가 아주 갑자기 느끼게 된 것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세속적 논리에 따라서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이제 그녀의 말에서 통찰이나 유머를 찾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녀가 그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내가 그녀가 하는 모든 말에서 완벽함을 찾아 내기로 결심했다는 사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게 된 사람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최초의 꿈틀거림은 필연적으로 무지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구애자는 판결을 기다리는 범죄자처럼 떨면서 그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그녀가 나를 바라는 것일까 바라지 않는 것일까?



순수와 공모의 중간에 걸려 있는 클로이의 모든 행동에는 나를 미치게 만드는 의미들이 담겨 있었다
유혹의 흔적을 찾아낸 것 같은데 맞나? 아니면 나의 욕망이 순수의 얼굴에 투사된 것뿐일까?



사랑하는 사람이 보내는 모호한 신호들과 마주쳤을 때 이런 분명한 태도의 결여를 수줍음 탓으로 돌리는 것
보다 더 좋은 설명이 어디 있겠는가
유혹의 대상이 수줍어한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은 절대 실망하지 않는다


가장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가장 쉽게 유혹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랑의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이다


그녀와 비교하면 나는 도대체 무엇일까



정작 상대가 나를 사랑해줄 경우 그 사람의 매력이 순식간에 빛이 바랠 수가 있다
그 사람이 나같은 사람을 사랑할 만하다고 인정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취향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



그루초 마르크스
자신과 같은 사람을 회원으로 받아들여줄 클럽에는 가입할 생각이 없다고 농담



몽테뉴
사랑에는 우리를 피해서 달아나는 것을 미친듯이 쫓아가는 욕망밖에 없다


스탕달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기초해서만 생길 수 있다


가장 사랑하기 쉬운 사람은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상대를 마음대로 살게 해 주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마음대로 살라고 허락한다면 그것은 보통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상대를 자신의 이상형에 더 가까이 끌어들이려는 일상적인 시도들
(그래서 연애하면 싸워대는구나...)



가장 흥미로운 얼굴은 대개 매력과 삐뚤어짐 사이에서 동요한다
완벽함에는 어떤 압제가 있다
심지어 싫증이 느껴진다
진정한 미는 아슬아슬하게 추를 희롱한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말했듯 고전적으로 아름다운 여자는 남자에게 상상력이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내가 그녀에게서 무엇을 보았을까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본질적인 평범함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그 광기를 드러낸다
나도 비슷한 망상의 피해자가 아닐까
신곡을 쓰느 사람의 얼굴을 하고 앉아서 코스모폴리탄의 별점을 열심히 읽고 있는 여자와 한 방에 단 둘이 있는
나는?



어쩌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아주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사랑을 받기 전에는 온전하게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클로이는 내가 이젠 귀엽지도 않게 미친짓을 한다고 말했다
나는 우리 근처에 앉은 안경을 쓴 아름다운 처녀에게 마음이 끌렸다
그녀 때문에 낯선 여자와 입맞추지 못한 것에 대한 벌


클로이는 초대를 받아들이면서 내가 앨리스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나도 그녀를 약간은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클로이를 사랑하지만 그래도 이 여자들을 볼 때 가끔 아쉬움에 가슴이 떨렸다


나는 클로이를 사랑할지 모르지만 그녀를 알기 때문에 갈망하지는 않는다



상대방에게 무엇 때문에 나를 사랑하게 되었느냐고 묻지 않는 것은 예의에 속한다
나라는 사실 때문에
속성이나 특질을 넘어선 존재론적 지위 때문에 사랑을 받는 것이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너의 재치나 재능이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아무 조건 없이 네가 너이기 때문이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너의 눈 색깔이나 다리 길이나 수표책 두께 때문이 아니라 네 영혼의 깊은 곳의 너 자신
때문이다



내가 모든 것을 잃고 나 만 남았다고 해도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이다
내가 영원히 가지고 있을 것들 때문에 나를 사랑하는가?


왜 나를 사랑하지 않는가는 왜 너는 나를 사랑하는가 하는 질문만큼이나 대책없는 또 훨씬 덜 즐거운 질문이다
의식적인 통제를 할 수 없다는 사실
내가 무엇을 했길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내가 무엇을 했길래 사랑을 거부당하는가
네가 너이기 때문에


너는 나한테 너무 좋은 사람이야 그렇게 말했어



이제부터 삶이 무슨 의미일까



멍하게 이틀을 보냈다


이기적으로 자발적으로 사랑했을 뿐이다



어떤 사람이 사랑을 한다거나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난할 수는 없다
그것은 그 사람의 선택 따라서 책임을 넘어선 일이기 때문이다



사랑에서 버림받은 뒤에 자살하는 것보다 합리적인 반응이 어디 있겠는가


나를 버렸다는 것은 그녀가 너무 천박해서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증거일 뿐이었다


내가 견딜 수 없는 상실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처음부터 그녀가 그렇게 가치있는 존재는 아니었다고
뒤집어버리는 것이었다



사랑이 미친 짓임을 안다고 해서 그 병으로부터 구원을 받을 수는 없다
자신이 옳다고 아는 것에 따라서 행동할 수 없다는 것


레이철이 다음 주에 저녁 식사를 하자는 내 초대를 받아들였고
그 후로 그녀를 생각만 해도 시인들이 마음이라고 부르는 영역이 떨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