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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터 프랭클

by librovely 2022. 6. 10.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2005                   청아출판사

 

아우슈비츠에 갔었다 

혼자 여행갔던 2016년 1월에 폴란드의 크라쿠프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갔었다

대충 뭐가 있는 지 책에서 보고 갔기에 가서는 그런가보다 했다 물론 머리로만 알고 있던 그 일이 벌어졌던 장소에 직접

가서 보니  너무 이상해서 비현실적이어서 별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게 바뀌긴 했다 가스실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며 남겼을

벽의 손톱 자국 같은 것... 총살하던 장소 그리고 그 곳의 벽에 남아있는 총알 자국들 수용소로 끌려 온 사람들의 신발이나

안경 무덤...살아남은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훨씬 많았을 그곳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이 쓴 책이다 

(사실 가장 충격적이던 건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관련 박물관에서 본 동영상...뼈만 앙상한 상태로 죽은 유대인들을

아무렇게나 수레 따위에 실어서 구덩이에 던져 넣던 장면들...)

 

수용소에서의 배고픔과 고단함을 구구절절 쓴 책은 아니다 저자도 뭐 그런 건 다른 사람들이 이미 많이 써서 굳이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다고 한다 물론 자신의 느낀 바를 말하기 위해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기도 한다

읽으면서 뭔가 많은 위로 비슷한 걸 느꼈다 나는 수용소에 갇혀 있지도 않은데 왜 그 극단적인 상황의 이야기들이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일까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주 많이 있겠지만 우리가 사는 삶과 비슷한 면이 있기에..

우린 누구나 죽는다 그런데 언제 죽는지는 알 수 없다 누군가는 이유도 모른 채 병에 걸리거나 사고로 곁을 떠나기도

하고... 삶은 대개 고단하다 이런 게 유사하다고 느꼈다 극단적으로 압축해 놓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저 극단적인

수용소에서도 삶에 의지를 갖는 게 가능하다면 지금 나의 삶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빅터 프랭클은 

그러함을 직접 보여준거고...

 

저자는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게 정신과 의사였던 저자가 만들어낸 치료법인 로고테라피의 핵심인듯...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든 내가 해야할 일(창조 포함)이 되었든 시련을 견뎌낼 태도를 갖기로 결정하는 것이 

되었든... 맞는 말이다... 흔한 말 중 아이들 때문에 산다...는 말이 있지 않나... 드라마 나의 해*일지에 나왔던

것처럼 지긋지긋한 이 삶을 멈추지 않고 꾸역꾸역 살아나가게 되는 이유...그걸 찾으면 되는거다...

난 뭘까? 난 없는 것 같은데...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엄마? 송이? 그런데 보통은 자식이나 자신과 비슷한 시기에

죽을 확률이 높은 배우자나 연인인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는데 송이처럼 먼저 죽어버리는 반려동물이라면?

어쨌든 난 없다고 보는 게 맞는듯 그럼 창조? 능력없음 ..그럼 일? 절대로...일은 아님....그나마 찾자면 마지막

방법에 속하는 것 같다... 그냥 살기로 결정했다 꾸역꾸역 시련을 견뎌내서 나에게 주어진 삶을 스스로 중단

시키지 않고 살기로 한 게 맞는 것 같다  알베르 카뮈가 시지프스의 신화에서도 던진 그 말 왜 자살하지 않는가

저 말을 누군가가 한다면 답할 이유가 있는데 그게 이 책에 나와서 신기했다 수용소에서 사람들이 자살하지 않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가스실의 존재였다는 것... 그러니까 굳이 자살하지 않아도 저절로 죽음에 이를 확률이 높기에

나도 그런 것 같다 굳이 자살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 왜냐면 어차피 삶이 길지 않기에... 만약 이 삶이 계속

끝도 없이 이어진다면? 그럼 생각해봤을 것 같다 이걸 계속 이어가야 하는걸까 그런 경우라면 아주 오래오래 

고민했을 듯 시간이 무한대로 있으니...근데 또 그래도 자살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이게 뭐지 ㅋㅋㅋㅋ

 

내용 중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의연했던 한 사람이 아이처럼 엉엉 울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신발이 안 맞아서 맨발로 눈길을 걸어가게 생겨서

그리고 옆에서는 그렇게 울고 있는데 빅터 프랭클의 자신만의 신나는 일에 빠져 있었다고... 그건 주머니에 있던

빵조각 뜯어먹는 즐거움.... 웃기면서도 슬픈 게 이런거겠지....

 

중간중간 유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끔찍한 상황...더 끔찍한 상황을 상상할 수 없을 그런 지경인데도

거기에서도 유머를 던지는 사람들... 어떤 사람은 다른 구역에 가면 안 되는데 위험을 무릅쓰고 넘어와서

다들 걱정하지 말라며 빅터 프랭클이 제일 먼저 죽을거라고(건강해 보이지 않으면 죽임) 농담을 던지고

빅터 프랭클은 또 그 소리를 듣고 웃고..... 끔찍하고 지겨운 상황에서도 놓지 않은 유머....

농담을 던지고 또 그 농담을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는 성향이 그런 상황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준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농담 따위가 또 계속 살아갈 힘을 준 것일지도... 이게 꼭 그런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그런 것 같다 유머의 힘....이 엄청남을 느낌 ㅋㅋㅋ

 

그리고 신체적으로 강한 사람보다 오히려 약해 보이나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사람이 그 상황을 더 잘 견뎌

낼 수 있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정신이 풍요로운 사람은 힘든 현실에서 자신을 또 다른 세계로 옮겨 

놓을 수 있으니...

 

로고테라피의 행동 강령 중 인생을 두 번째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살아라 첫 번째 인생에서 잘못한 것을

반복하지 않는 삶을 살라는 그런 의미인데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라는 책에서 나왔던 그 말이

생각났다 세상에 던져진 존재인 우리는 인간이 어떠해야 함을 내 삶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즉 어떤 인간이든 

그렇게 해도 마땅한 행동을 생각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맞게 이해한건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책임을 강조

하는데 로고테라피도 책임을 강조한다... 뭔가 비슷한 느낌  사르트르도 우리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결정할

자유가 있다고 했고 빅터 프랭클도 계속 강조하는 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건 우리 손을 떠난 일일지 몰라도

그 일에 대한 태도는 내가 결정할 자유가 있다는 것 

 

힘든 일이 있을 때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시련은 어찌할 수 없으나 그 시련에 대한 태도는 내가 정하는 것이다

 

사랑을 통해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은 왠지 좀 씁쓸했음 ㅋㅋㅋ 가능한가 싶어서 그랬을까

빅터 프랭클은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수용소에 끌려갔고 그렇게 그리워하던 부인은 수용소에서

죽은 모양이었다(누이 한 명 빼고 가족이 모두 죽음...이 상황만으로도 버티기 힘들었을듯) 

수용소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 부인을 생각하며 버티는데 수용소에서 나온 후 몇 년 지나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고 아마 자녀도 낳고 그런듯... 그 구원에 이를 수 있는 사랑의 대상이 꼭 한 명일 필요는 없나봄

 

요새 열심히 본 드라마 나의 해*일지와 뭔가 통하는 게 많은 것 같아서 신기했다 그냥 갖다 붙이기일지도

모르지만... 사랑을 통한 구원....추앙....그것도 그렇고... 행복의 대차대조표를 만들어 보니 줄을 잘 섰을 때

잠깐 행복했다...란 말이 나오는데... 저 드라마에서도 잠깐의 행복으로 하루를 버텨낼 수 있다는 말을 한다

 

저자는 각자의 인생은 다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다 우린 모두 유일하다는 것 똑같은 삶은 없다는 것

그래서 정해진 답도 없다고 한다 각자의 상황이 저마다 다르고 당하는 시련도 달라서 스스로 어떻게

할지 답을 찾아야한다고... 앞서 말한 그 시련을 대하는 태도를 스스로 정해야한다는 말

그리고 우린 다 유일하니까...뭐 의미가 있다는 그런 말도 하는 것 같고....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때로는 상당히 거지같은(나만 그런가?) 삶이라고 느낄 때 '힘을 주는 책'임은 확실하다

삶이 거지같지 않더라도 미리 읽어두면 예방도 되고 그럴지도 ㅋㅋ 

그냥 무조건 읽으면 좋을 책

내용이 어렵지도 않고 술술 읽힌다 

 

 

 

 

 

 

 

 

1984년판에 부친 서문

내가 원했던 것은 독자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심지어는 가장 비참한 상황에서도 삶이 잠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예를 통해 전달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만약 강제 수용소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이것이 입증된다면 사람들이 내 말에 귀를 기울여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겪은 일을 기록해 놓을 책임을

느꼈다 왜냐하면 그것이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옮긴이(이시형) 서문

지옥보다 더한 극한 상황에서도 남을 배려하고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말 한마디와 빵 한 조각을 나누어 주는

고귀한 인간의 혼을 지켜본다 그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공포와 싸우면서 어떤 절망에도 희망이

어떤 존재에도 거룩한 의미가 있다는 걸 설파한다

 

추천의 글(고든 W 올포트)

저술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플랭클 박사는 크고 작은 고통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가끔 이렇게 묻는다

그런데 왜 자살하지 않습니까

조각난 삶의 가느다란 실오라기를 엮어 하나의 확고한 형태를 갖춘 의미와 책임을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이 바로 프랭클 박사가 독창적으로 고안해낸 실존적 분석 즉 로고테라피의 목표이자 과제다

 

잔인한 죽음의 강제 수용소에서 생활하면서 그는 자신의 벌거벗은 실존과 만난다 

아버지 어머니 형제 아내가 강제 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았거나 가스실로 보내졌다

누이만 제외하고 가족 모두가 강제 수용소에서 몰살당한 셈이다 

가진 것을 모두 잃고 모든 가치가 파괴되고 추위가 굶주림 잔혹함 시시각각 다가오는 몰살의 공포에 

떨면서 어떻게 삶을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산다는 것은 곧 시련을 감내하는 것이며 살아남으려면 그 시련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삶에 목적이 있다면 시련과 죽음에도 반드시 목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목적이 무엇인지

말해 줄 수 없다 각자가 스스로 찾아야 하며 그것을 찾아낸다면 그 사람은 어떤 모욕적인 상황에서도 계속

성숙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프랭클 박사는 다음과 같은 니체의 말을 인용한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강제 수용소에서의 체험

이 수용소에서 저 수용소로 몇 년 동안 끌려다니다 보면 결국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양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만 살아남게 마련이다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자기 목숨을 구하려고 잔혹한 폭력을 일삼고 도둑질을 하는 건 물론 심지어 친구까지 팔아넘겼다

운이 아주 좋아서였든 아니면 기적이었든 살아 돌아온 우리들은 알고 있다

우리 중에서 정말로 괜찮은 사람들은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을

 

우스갯소리를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것은 아주 기괴하게 느껴졌다

 

15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기껏해야 200명 정도밖에 들어갈 수 없는 가축우리 같은 건물에 구겨 넣어졌다

우리는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렸다 바닥에 드러눕기는커녕 쭈그려 앉을 자리조차 없었다

나흘동안 우리가 받은 양식이라고는 5온스짜리 빵 한 개가 전부였다

 

그날 저녁에야 우리는 손가락의 움직임이 가진 깊은 뜻을 알게 됐다

그것이 우리가 경험한 최초의 선별 삶과 죽음을 가르는 첫 번째 판결이었던 것이다

함께 들어온 사람의 90퍼센트는 죽음을 선고 받았다 판결은 채 몇 시간도 못 돼 집했됐다

왼쪽으로 간 사람들은 역에서 곧바로 화장터로 직행했다

수용소로 이송된 사람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던 우리 생존자들은 저녁이 되어서야 진상을 알게 됐다

당신 친구가 간 곳이 바로 저기요 아마 지금쯤 하늘 위로 올라가고 있을 겁니다

나는 그가 쉬운 말로 사실을 이야기해 줄 때까지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들은 고참이 시킨대로 부츠 윗부분을 칼로 잘라내고 칼자국을 없애려고 자른 곳을 비누로 문질렀다

그러자 나치 대원들이 마치 그렇게 하기를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그 사람들을 옆에 있는 조그만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잠시 후 그 방에서도 채찍 휘두르는 소리와 고통에 찬 비명이 흘러나왔다

이번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 계속됐다

 

우리는 우스꽝스럽게 벌거 벗겨진 몸뚱이 외에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샤워기에서 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자기 자신을 물론이고 서로를 재미있게 해 주려고

그야말로 안간힘을 썼다 어쨌든 샤워기에서 정말로 물이 시원하게 쏟아지고 있지 않은가

이런 종류의 이상한 유머 외에 우리를 사로잡는 또 다른 감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궁금증이었다

언젠가 등반 사고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는데 절체절명의 순간 가장 먼저

궁금증이 생겼다 이 위기에서 내가 살아날 수 있을까 아니면 두개골이 박살날까

그런데 그런 냉담한 궁금증이 심지어 아우슈비츠에서도 눈에 띄게 나타났다

이것은 주변 환경으로부터 자기 마음을 어느 정도 분리시켜 어떤 일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한다

수용소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보호하려는 수단으로 이런 마음가짐을 가꾸었다

우리에게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결말은 어떻게 될까 

 

수용소에 들어온 사람들은 이것 말고도 비슷한 놀라운 일들을 많이 경험했다

나 같은 의학도가 제일 먼저 배운 것은 우리가 공부했던 교과서가 모두 거짓이라는 사실이었다

일정 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으면 죽는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완전히 틀린 말이었다

9명에게 배당된 담요는 2장 흙이 묻은 신발을 몰래 갖고 들어와 그것을 베개 삼아 잠자야 했다

그럼에도 신기하게 잠이 밀려왔다 수용소에서는 이를 닦을 수 없었다 그리고 모두 심각한 비타민 결핍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잇몸은 그 어느 때보다 건강했다 셔츠 한 벌로 반년 동안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될 때까지 입었다 수도관이 얼어붙어 세수는 고사하고 손 하나 제대로 씻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흙일을 하다가 어쩌다 찰과상을 입어도 (동상에 걸린 경우만 제외하면) 상처가 곪는 법이 없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인간을 어떤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존재로 묘사한 도스토옙스키의 말이 사실이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물론입니다 인간은 어떤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묻지 말아 주십시오

 

수용소에 있던 사람 중에서 잠깐이라도 자살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상황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 다른 사람의 죽음을 보고 나에게도 죽음이 임박했다고

생각하면서 겪는 고통이 자살을 생각하게 했다

 

아우슈비츠 수감자들은 충격을 받은 나머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 가스실조차 더이상 두렵지 않게 된다

오히려 가스실이 있다는 사실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살을 보류하게 했다

 

자기 구역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엄격한 규칙이 있음에도 나보다 몇 주 먼저 이곳에 들어온 동료 한 사람이

몰래 내 막사로 숨어들어왔다 그는 우리를 안심시키려고 몇 가지 말을 해 주었다

몸이 너무 말라 있어서 처음에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익살스러우면서도 저돌적인 말투로 정보를 알려 주었다

겁내지 말게 선별을 두려워하지도 말게 의사 M(친위대 주치의)은 의사에게 약하다네

그렇지만 단 한 가지만은 자네들에게 당부하겠네 가능하면 매일 면도를 하게 뺨을 문지르는 것도

혈색이 좋아 보이게 하는 한 가지 방법이지

이렇게 말한 다음 그는 나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아마 자네만은 예외일 거야

그가 말을 이었다

내가 솔직하게 얘기하는 걸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게

그런 다음 그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말했다

자네들 가운데 다음 선별을 두려워할 사람은 바로 저 사람뿐이야 그러니 모두 안심들 하게

그 말에 나는 웃었다

그리고 확신하건대 누구라도 당시 나와 같은 상황에 있었다면 나와 똑같이 웃었을 것이다

 

레싱이 이런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세상에는 사람의 이성을 잃게 만드는 일이 있는가 하면 더 이상 잃을 이성이 없게 만드는 일도 있다

 

구타당할 때 가장 괴로운 것은 그들이 주는 모멸감이었다

 

어느 날 아침에는 평소 꽤 용감하고 의연한 것으로 알려진 한 친구가 어린아이처럼 엉엉 우는 것을 보았다

신발이 그가 신기에 너무 작아 맨발로 눈 위를 걸어 작업장까지 가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료가 슬퍼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도 나는 다른 신나는 일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호주머니에서 작은 빵 조각을 꺼내 게걸스럽게 먹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영양실조가 수감자들의 정신을 먹는 것에 집중시키는 현상만 초래했던 것은 아니다

수감자들에게 성욕이 없었던 원인도 아마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원시적인 생활을 하면서 목숨을 부지하는 일에 정신을 집중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그 목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무관심한 태도를 취했다

 

정신적으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가혹한 현실로부터 빠져나와 내적인 풍요로움과 영적인 자유가

넘치는 세계로 도피할  수 있는 능력

별로 건강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체력이 강한 사람보다 수용소에서 더 잘 견딘다는 지극히 역설적인 현상

 

그 말을 듣자 아내 생각이 났다

인간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이고 가장 숭고한 목표

인간에 대한 구원은 사랑을 통해서 사랑 안에서 실현된다

 

강제 수용소에 예술 비슷한 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워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술뿐만 아니아 유머도 있었다는 것

유머는 자기 보존을 위한 투쟁에 필요한 또 다른 무기였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유머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것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능력과 초연함을 가져다준다

 

수용소 생활에서 느끼는 작은 행복은 일종의 소극적인 행복(쇼펜하우어가 시련으로부터의 자유라고 했던)

이었고 다른 것과의 비교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상대적인 행복이었다

진정한 의미의 행복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거의 없었다

한번은 즐거움에 대한 일종의 대차 대조표를 만들어 보았다

그 결과 지난 수 주 동안 나에게 즐거운 순간은 딱 두 번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중 하나는 줄을 섰는데 공평하게 국을 떠 주는 요리사 앞에 섰을 때

 

기아에 시달린 나머지 드디어 수용소 안에서 인육을 먹는 사태까지 발생했던 모양이었다

내가 때 맞추어 그 수용소를 잘 떠난 셈이다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마지막 남은 빵을 나누어 주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로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 갈 수 

없다는 것

 

비스마르크

인생이란 치과 의사 앞에 있는 것과 같다 그 앞에 앉을 때마다 최악의 통증이 곧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다 보면 어느새 통증이 끝나 있는 것이다

 

스피노자 <윤리학>

감정 고통스러운 감정은 우리가 그것을 명확하고 확실하게 묘사하는 바로 그 순간에 고통이기를 멈춘다

 

니체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에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하는 것

이라는 사실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시간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말이나 명상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올바른

태도에서 찾아야 했다 인생이란 궁극적으로 이런 질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고 개개인 앞에 놓인 과제를

수행해 나가기 위한 책임을 떠맡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사람도 어떤 운명도 그와는 다른 사람 그와는 다른 운명과 비교할 수 없다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경우는

하나도 없으며 각각의 상황은 서로 다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어느 누구도 그를 시련으로부터 구해낼 수 없고 대신 고통을 짊어질 수도 없다

그가 자신의 짐을 짊어지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그에게만 주어진 독자적인 기회다 

 

각각의 개인을 구별하고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는 이런 독자성과 유일성은 인간에 대한 사랑처럼 창조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일단 깨닫게 되면

생존에 대한 책임과 그것을 계속 지켜야 한다는 책임이 아주 중요한 의미로 부각된다

사랑으로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나 혹은 아직 완성하지 못한 일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게 된 사람은

자기 삶을 던져버리지 못할 것이다 그는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알고 있고 그래서 그 어떤 어려움도 견뎌 낼 수 있다

 

나는 단순한 위로의 말부터 시작했디 그리고 지금까지 시련을 겪어 오면서 다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을

잃은 적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나는 의외로 그들이 대체할 수 없는 것을

잃어버린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건강 가족 행복 전문적인 능력 재산 사회적 지위 등은 모두 나중에 다시 가질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때 나는 니체의 말을 인용했다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입니다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언젠가는 그때를 돌아보며 자기가 그 모든 시련을 어떻게 견뎠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날이 올 것이다 마침내 해방의 날이 찾아와 모든 일들이 아름다운 꿈처럼 여겨진 것과 같이 수용소에서 겪었던

모든 시련들이 언젠가는 하나의 악몽으로 생각될 날이 올 것이다

 

살아 돌아온 사람이 시련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체험은 모든 시련을 겪고 난 후 이 세상에서 신 이외에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경이로운 느낌을 갖게 된 것이다

 

 

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노력이 마음에 평온을 가져오기보다는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내면의 긴장은 정신 건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삶에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보다 최악의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나치 강제 수용소에 있었던 사람들은 수감자 중에서 자기가 해야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더 잘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내가 가르치고 있는 유럽 학생을 조사했더니 25%가 크든 작든 실존적 공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학생들은 60%가 이런 공허감을 느끼고 있었다

실존적 공허는 대개 권태를 느끼는 상태에서 나타난다 

인간은 고민과 권태의 양극단을 끊임없이 오가도록 운명 지어진 존재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이 이해가 갈 것이다

일요병을 예로 들어 보자 일요병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한 주일을 보내고 내면의 공허감이 밀려올 때

자기 삶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사람이 겪는 일종의 우울증이다 

자살의 상당수가 바로 이런 실존적 공허 때문에 일어난다

게다가 이런 실존적 공허는 가면을 쓰거나 위장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가 좌절되면 사람들은 권력욕으로 좌절을 대신 보상받으려고 하는데 여기에는 아주 원시적인

형태의 권력욕인 돈에 대한 욕구도 포함된다 한편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가 좌절된 곳에 쾌락을 추구하는 의지가 자리

잡는 경우도 있다 실존적 좌절을 겪은 사람들이 종종 성적 탐닉에서 보상을 찾으려고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짐으로써만 삶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는 말

로고테라피에서는 책임감을 인간 존재의 본질로 본다

 

로고테라피의 행동 강령

인생을 두 번째로 살고 있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지금 당신이 막 하려고 하는 행동이 첫 번째 인생에서 이미 그릇되게

했던 바로 그 행동이라고 생각하라

 

로고테라피에 의하면 우리는 삶의 의미를 세 가지 방식으로 찾을 수 있다

무엇인가를 창조하거나 어떤 일을 함으로써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어떤 사람을 만남으로써

(선이나 진리나 아름다움을 체험하는 것 자연과 문화를 체험하는 것

다른 사람을 유일한 존재로 체험하는 것 즉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

 

피할 수 없는 시련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사랑은 다른 사람의 인간성을 가장 깊은 곳까지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랑하지 않고서는 어느 누구도 그 사람의 본질을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

 

사람은 자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나 자기 인생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경우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시련의 불가피성이다

이런 시련의 도전을 용감하게 받아들이면 삶은 마지막 순간까지 의미를 갖게 되며 그 의미는 글자 그대로

죽을 때까지 보존된다 다시 말해 삶의 의미는 절대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시련의 잠재적인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