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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우스트 Faust 러시아 2010

by librovely 2012. 12. 26.

 

 

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작가 이름 참 멋지구나...괴테 이름은 많이 들어봤어도 정작 책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단 한 권만...

보게 될까 의심하며 던졌는데 동행인이 물어서 보러 갔다...

 

 

얼마만의 아트하우스 모모인가...

그렇다...크리스마스 이브에 여기에 갔다...8시 20분에 시작해서 10시 30분에 끝나는 영화..

그렇다...영화를 보며 크리스마스 이브를 다 보냈다...

 

 영혼을 팔아먹었다는 정도의 이야기만 알고 있었다...이 영화에 대한 정보도 없었는데...

보러 들어가기 전 홍보물을 봤는데...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스크린의 화가....

 

 게다가 요즘 TV에서 내리 3번이나 반복해서 봤는데 영 질리지 않는 블랙 스완의 감독이 저런 극찬을...

기대가 되었고 살짝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상 받은 영화라는 말에 걱정하는 동행인에게 걱정하지마...그래도 19금이니까 볼만할거야...라며 고급스러운 위로를...

 

그렇다....

이 영화 19금 맞다...첫 장면에서 나는 희미한 소리를 내고 앉아 있었다... 잔인한 건 누구보다 잘 본다고 자부하던 내가

으윽...하며 손가락을 뻗어 눈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영화가 끝나면 뭐라고 욕을 할려나...걱정이 되었고

그러면 나는 늑대소년 같이 봐줄게...로 안정을 시켜야겠다는 대사를 쓰고 계셨다...

 

 의사인가 했다

시체의 배를 갈라 그 속의 내장과 장기들을 꺼내 연구하는 파우스트 박사...

어찌나 인간의 장이 길고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지...26년에 이어 내장...이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예전에는 잔인함 하면 피...뭐 이런거 정도였는데...그 이상의 느낌을 주는 게 바로 배 속의 길고 꾸물거리는 장들...

첫장면에서 인간의 육체...에 대하 노골적으로 보여준다...죽은 이의 몸을 통해 보여주는 인간의 육체...영혼이 없는

시체...육체만 남은 인간...은 인간이 아닌...그냥 차디찬 살 덩어리....

 

파우스트의 아버지도 의사다...그는 돈도 되지 않는 가난한 이들을 치료해준다...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놓고

고민에 빠지기 보단 실질적으로 그냥 남에게 도움을 주는 의사...여전히 잠을 잘 못자느냐는 질문을 한다

파우스트 박사는 잠도 잘 못자고 돈도 없어 힘들면서도 대체 인간이 무엇인가 왜 사는가 따위의 외려 살아가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될 질문에 빠져 산다...

대사를 보니 그는 의학 철학 법학 뭐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공부를 한 모양이었다...

식욕 수면욕...이런 건 신경쓰지 않으면서....오히려 그런 욕구를 최소한의 수준까지도 채우지 못하고 살아가고...

(그러나 나중에는 성욕에 휩싸여...영혼까지 팔아버림...)

 

 그러다가 먹을 것이 없어 자신의 물건이라도 맡겨 돈을 받아볼까 하고 전당포에 간다...

그 전당포에는 먹고 살기 위해 자신의 소중한 것을 내맡긴 이들의 물건이 잔뜩 쌓여있다...

이 설정이 참 맘에 들었다...그때나 지금이나 먹고 살기 위해 진짜 삶을 저당잡히는...

 

이 때 놓고 온 반지를 되돌려 주러 저 인간이 파우스트의 집에 찾아오는데...파우스트가 먹고 죽으려고 했던 독약을

벌컥 마시고도 죽지 않는다...그런 그에게 파우스트는 악마냐고 묻는다...악마인가?

이런 악마와 함께 파우스트는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뮐러가 안 왔다면 파우스트는 자살했을까? 그는 성경의 처음부터 막힌다...태초에 말씀이 있었다가 뭔 소리냐고...

그리고 독약 준비... )

 

 파우스트는 뮐러와 다니며 자신이 몸담고 있던 세상에서 한발짝 뒤로 빠져 구경하기 시작한다...

먹고 살기 위해 여념이 없는 사람들...

빨래터에 가서 젊을 때 끊임없이 일하고 또 일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고..생각없이 일만 하며 젊음을 보내는...

이 때 여자들에 둘러 쌓여 구경하다가 뮐러는 목욕을 하는데....그는 성이 없다...여성도 남성도 아닌...?

그걸 보고 사람들이 수군대는데...그것 말고도 덕지덕지 붙은 아랫배의 살들이 징그럽기도 하고...

여자들을 잡스러운 집안일에 빠져 살고 또 외모만 신경쓴다는 의미일까?

 

술집에 가서 전쟁의 광기에서 놀아나는 엉뚱한 용기에 넘치는 군인들을 구경한다...

와인을 자꾸 뮐러는 당나귀 오줌이라고 하는데...나중에 벽에서 와인이 쏟아지게 하고 그걸 마시자 당나귀 오줌으로

변하게 만드는데...이때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되었다는 성경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그걸 비꼬려는 의도였을까

아니면 그냥 술독에 빠져사는 한심함을 이야기하는 걸까... 그리고 어떤 군인과 시비가 붙었는데 이 때 어찌어찌 하다가

파우스트가 그 군인을 찌르게 되고...그는 도망나왔고 그 군인은 죽는다...

어쨌든 남자들은 전쟁과 술에 빠져 살고 있다고 말하는걸까...

 

 죽음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데...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려면 죽음은 따라 붙을 수 밖에 없는...?

장례식 마차와 사람들이 어떤 좁은 길을 가다가 가축을 실어 나르는 마차와 맞딱드려 겨우 겨우 빠져나가는 장면...

아주 인상적이었다... 생각없이 영혼없이 살다가 죽는 게 인간이라면 저 돼지와 무슨 차이가....

 

 그렇게 삶이 무엇인가...를 추구하던 고귀한 박사님도...예쁜 소녀에게 마음을 빼앗기자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게다가 그녀는 자신이 죽인 군인의 여동생...

빨래터에서도 어린 여자에게 마음을 한 번 빼앗기는데..그 여자와 이 여자가 같은 사람인건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튼 이 처녀를 본 박사는 그 전까지의 모든 질문들은 사라진 듯하고 오로지 저 소녀를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을까

에만 골똘해진다...

 

저 여자와 홀어머니에게 뮐러를 시켜 돈을 가져다주게 한다...뮐러는 전당포를 해서 그런지 돈이 많다...

그 돈을 꺼내는 장면도 인상적...아주 더럽고 먼지나는 곳에 기어들어가서 꺼낸다...그리고 그걸 갖다 주는데....

아들이 죽었음에도 그 돈을 홀랑홀랑 받으며 앞으로는 다르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어머니의 모습에...

영화는 각종 학문도 부정하고 어머니의 아가페적인 사랑도 부정...신도 부정...그런건가?

 

장례를 치르고 돌아가는 길에 뮐러는 소녀의 엄마를 맡아 따로 가게 만들고 파우스트 박사는 어린 소녀와 둘이서

산을 내려올 기회를 갖게 되는데... 소녀는 이것저것 질문을 던진다...박사님이라는 말을 듣고 그런걸까?

장례를 치를 때도 물론 함께 오래 살지 않아 별 정이 없어 보이는 오빠지만 오빠의 장례식인데도...옆으로 다가와 슬쩍

손을 대는 파우스트 박사의 행동에 소녀는 긍정적인 반응을...

그렇게 둘은 좀 친해지지만... 파우스트는 기회를 날려버리심...

 

그리고 나중에 파우스트가 오빠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된 소녀...는 파우스트의 집으로 찾아오는데...이게 그 비극을

따지러 온 게 아닌 분위기...역시 파우스트는 기회를 또 날려버리심...

그렇게 기회를 자꾸 날리더니 뮐러에게 단 하루만 그녀를 갖게 만들어달라고 하고 뮐러의 종이에 서명을 한다...

피로 서명...  영혼은 뮐러의 것이라는 서명...

 

그리고 나온 장면...포스터에 등장한 소녀...

고작 그것에 영혼을 넘기다니....근데 영혼을 넘겼다는 게 대체 무슨 의미인지 의아했다... 그 후에도 파우스트는

파우스트 맞던데...뭐가 영혼을 넘긴건가....어쨌든 그렇게 그녀와 시간을 보낸건지 자세한 건 나오지 않지만

엉망이 된 그녀의 집...그리고 옆에 죽은 듯 누워있는 그녀의 엄마...(잠시 잠드는 약을 먹은건지...)

그리고 파우스트는 뮐러와 길을 떠나는데...

 

그 가는 길에 죽인 군인도 만나는데...거긴 지옥인걸까? 아님 망자의 혼이 돌아다니는 곳인걸까?

그렇게 가다가 끊임없이 뜨거운 물을 내뿜는 호수같은 것을 보게되고 거기에 대고 뭐라고 하더라...신을

부정하는 말을 했던가...그리고 계속 가다가 뮐러를 버리려고 한다...영혼을 나에게 준다고 서명하지 않았느냐는

말에 그는 뮐러를 돌멩이를 던져 아프게 하고 파묻어버린다...그리고 바위를 계속 올라가며 소리친다...

멀리 더 멀리 가겠다고...그리고 영화는 끝이 남...무엇으로부터 멀리 가겠다는 의미일까?

 

 

보는 동안 졸리지는 않았고 아주 심히 지루한 건 아니었는데 어렵다는 생각이 둥둥~

동행인도 그렇다고 하였다...졸지는 않았는데 보기 쉽지 않았다...

나온 대사들이 의미심장한 것이 상당히 많았는데 그게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아 아쉬운...

책을 읽어야 할 것 같다...파우스트를 거의 전 생애에 걸쳐서 괴테가 썼다고 하던데...뭔가 인간의 삶을 압축적으로

그려낸 소설인 것 같은데 잘 파악을 하지 못한 느낌이...영화는 화면이 역시 예상대로 아름다웠다...

 

명화의 장면 장면을 이어 붙인 영상을 보는듯 아름다운 장면이 많았다...가장 예쁜 장면은 장례식 후 소녀와

함께 내려오던 산길 장면...독특한 색감의 초록과 그들의 검정 옷이 아주 멋진...

그리고 300여년 전의 유럽 사람들의 생활을 엿보는 재미도 좋았다...입은 옷이나 집의 구조...거리 모습...

 

뮐러의 역할을 연기한 사람도 인상적...아주 잘 한다...악마라는 것이 꼭 무서운 모습으로 나올 것이 아닌...

어쩌면 저런 살짝 얼 빠진듯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간지럽게 여기 저거 나타나 살살 꼬이는 느낌...

그런데 꼭 악마로 보인다기 보다는 그 뭐더라...스쿠루지 영감을 끌고 다니는 요정같은...느낌이...

인간이 사는 모습이 이런거다...자 객관적으로 잘 구경해봐...분위기...

뮐러의 연기를 보니 다크나이트의 히스 레저도 좀 생각나고...맞아도 목 관절 꺾으며 끊임없이 다시 일어나던...

 

 

내가 뭘 제대로 못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파우스트가 어느 면에서 대작인지 잘 모르겠다...

인간의 삶이 이렇게 구차하고 무의미하고 인간이 소 돼지나 별 차이 없이 살고 있다..신이 아닌 내 머리로

생각해봐라....사는 게 의미가 있나...없으니까 죽으려고 독약이나 준비하고...이런 설정들이..지금은 이미

많이 나와서 익숙해졌는데 그 시대에는 독특한 생각이었던걸까?

 

내 머리로는 뭔가 이도저도 파악이 안되었으나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막연히(?) 든다...

책을 읽어봐야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을 뿐...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동행인에게 그래도 뿌듯하지 않느냐...2시간 20분을 견뎌낸 성취감이 들지 않느냐...

동행인은 홍보물에 마가레타를 갖기 위해 대금업자 뮐러에게 영혼을 주었다는 것만 너무 강조해서 써 놓았다

그거 말고도 뭐가 많은데...라는 이야기를 했는데...그러게...그 설정이 상당히 중요한 거 같긴 한데...뭐가 달라진

건지 영 모르겠고...

 

그래도 나에게 마가레타가 뭔지는 한 번 생각하고 끝을 내야지...

뭘까 그게...

돈? 아니...

명예? 아니...

남자?...아니

내 영혼을 팔아 먹을 혹은 좀 먹고 있는 그것은 무엇이냐...

그게 아직 뚜렷하지 않은 게 내 문제일지도 모른다...남자건 아이건 가정이건 그게 있다면 덜 허무하겠지... ㅡㅡ;

영화 초반부에 나온 대사가 생각난다...여자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파우스트의 질문에 뭘러가 답하길

돈 정욕 가정

그렇군...난 아직 저 세 가지에 내 영혼을 팔아먹지 않았는데...앞으로 팔아먹기 위해 더 열심히 애써야...

이게 아닌데...이런 이야기가 아닌데....

 

 

영화 배급사에서 이 그림을 홍보물로 넣은 모양이다...

피터르 브뤼헐의 그림...사람들을 멍청(?)하게 잘 묘사한 화가??

저 안에 나 있다....

너도 있을거야...ㅡㅡ;;

 

 

내 머리로 이해 안되는 영화...다른 사람 글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