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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무르 Amour Love 2012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by librovely 2012. 12. 27.

 

 

아무르

사랑 이야기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하며 평론가 별점만 슬쩍 봤는데 8점대...거기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게다가 감독이 하얀리본 감독 미카엘 하네케... 안 볼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보자고 하니 거부하지 않았다...

같이 놀기 좋은 사람의 기준은 내가 이 영화 보자~고 할 때 별 따짐(검색 따위..) 없이 그러자고 하는 이들...ㅡㅡ;

 

이들이 별로 거부하지 않는 이유를 곰곰 따져봤는데 그건 뭐 이상할 건 아니었다...

한 명은 고등학교 때 이런 영화를 찾아 보셨다고 했고 또 한명은 언제더라? 하여튼 한 시절 이런 영화에만 꽂혀

비주류 인생을 살던 때가 있었던 듯...그리고 또 한 명은 뭐 골치아픈 것을 좋아하는 분위기? 그리고 무슨 이야기만

하면 모르는 게 없다...무슨 이야기를 꺼내도 거기에 대한 이야기가 줄줄 나오는...책을 많이 읽는다고는 들었는데

하여튼...

 

어떻게 보면 체인 영화관에서만 하는 영화가 아닌 다른 영화를 보기 시작한 건 내가 가장 나중인듯...

그러나 난...난 뭔가 한 가지가 좋으면 거기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함...한 때가 아니라는 것...다만 시작이 잘 안되는?

 

오랜만에 간 씨네큐브...깜짝 놀랐다...일단 표가 없었다... 큰 상영관이 매진이라니...

또 하나 신기한 건 주말에도 그리 사람이 없는... 있어도 보통 20대초중반에서 30대 가끔 40대...정도인 사람들이 대부분인

이 극장에 평균연령 65세 즈음 되어 보이는...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잔뜩 서 계심...이게 무슨 일이지?

생각해보니 포스터의 할머니...음..죽음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는 것을 슬쩍 보긴 했다....그래서 그렇게 많이들 오신걸까

바로 보려던 계획은 무산되고 그 다음 시간 영화를 고름..

 

명당...다리 뻗는 자리 가장 구석으로... 주루룩 예매하고 나서 내가 제일 구석에 앉을거라고 니들 자리 어디냐고 추태를

부리자 한 명이 표를 걷어서 나에게 다 주며 맘대로 골라잡아 앉으라고 정리를...왠지 바보가 된 기분이 잠시...

 

 할머니...곱게 잘 늙은 할머니...

그녀는 피아니스트였나? 피아노 선생님이었나 그랬고...

 그녀의 남편...할아버지...

어쨌든 둘은 부부고...초반부에 둘이서 음악 연주회를 다녀오고 나서 그 연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보기 좋았다

피차 나이들고 힘든 노년을 보내고 있지만 아직도 할머니를 여자로 대접해주며 외투 따위를 벗거나 입을 때 받아주고

돕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역시 보기 좋았다...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왔으니 이젠 남녀가 아니라 그냥 가족인거다...

연애하는 것도 아닌데 뭘 받아주고 말고 하느냐...가 아니라...오래 함께 살아왔으니 서로 더 이해하고 더 배려하는 사이

오히려 긴 시간을 함께 했으니 서로가 싫어하는 점을 더 잘 알 것이고 또 오래 시간이 흐를수록 퇴색되는 감정을

살려내기 위해서는 서로 더 노력해야 마땅한 거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고 하여튼 별 특별할  것 없는 지극히 일상적인

생활의 단면 속에서 두 노부부의 관계가 뚜렷하게 보였다면 과장일까? 

하여튼 제목처럼 둘은 여전히 마음이 변치 않고 잘 살아온 듯 보였다...

 

사람들이 나이든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기 좋게 함께 다니는 모습이 부럽다...는 식의 이야기를 할 때 그게 뭘까 했는데

아마 저런거겠지... 사실 여행가서 많이 느끼는 것도 그런 것...나이 많이 든 머리가 하얀 두 노부부가 서로 챙겨가며

여행을 다니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두 부부의 관계도 그렇고 그런 나이에도 세상에 대한 호기심...재미 추구

따위가 여전하다는 것 자체가 뭔가 희망적이었다...저렇게 산다면 노년이 그렇게 우중충하지도 않으리라...는 생각?

 

많이 나이 든 두 배우...그들 중 남자배우는 그 유명한 남과 여 라는 영화에 나왔던 모양이다...포스터인가? 어디에

쓰여 있어서 찾아봤는데...

 이 남자가 저 할아버지...

 이 여자가 저 할머니...

 얼굴이 뚜렷하게 나온 이 사진은 약간 나이가 든 것 같은데...하여튼 참 예뻤구나...예쁘다...

이렇게 젊은 남녀가 수십년 후 저렇게 나이가 들어 외모가 변한다는 것...죽음이 가까이 왔다는 것...그게 당연한데

참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그게 나의 일이 되었을 때 잘 받아들여질까? 쭈글쭈글한 내 얼굴과 몸...그리고 머지않아

죽을거라는 사실...나이가 든다고 그런 현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 같다...대체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둘은 그렇게 서로 의지하고 대화하며 살아온 것 같은데...시간이 많은 은퇴 후의 노년을 나름대로 평화롭고 즐겁게

누려온 것 같은데...어느 날 아침 할머니가 잠시 넋이 나가고...바로 직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자신이 그렇다는

사실 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고 온다...혈관의 문제였던 것 같다...그녀는 이제 한쪽 팔을 쓰지

못하고 휠체어를 타고 이동한다...걷지 못한다...처음에는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듯 하다...어떻게든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하려고 하고 애써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그러나 할아버지에게 약속을 받아낸다...병원에 넣어두지

않겠다는 약속....하지만 병은 악화되어가고 나중에는 소변 조절이 되지 않고...그걸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한다...

더 병이 진행되자 정신마저 온전치 못해 어린 아이처럼 칭얼대고 엄마를 불러대며 아프다고 소리 지른다...

 

할아버지는 처음에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가능한한 불편하지 않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을 해준다...

그리고 힘이 들기 시작하자 간병인의 도움을 받고...나중에는 간병인도 여럿을 부르게 된다...

그리고 점점 지쳐간다...

 

첫 장면에 안느와 조르쥬가 보러 간 공연에서 피아노를 연주한 안느의 제자...

그가 안느가 쓰러진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찾아오는데...찾아와서 안느의 건강을 걱정하는 말을 많이 하는데 안느는

그것을 상당히 불편해한다...그냥 그 제자의 피아노 연주에 대하여서만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데 자꾸 자신의

건강에 대해 염려하는게 거슬렸던 모양이었다... 팔이 한 쪽이 이상하게 오그라 들었어도 안느는 여전히 안느인데...

다른 사람으로 보는 듯한 시선이 싫었던걸까? 평소대로 대해줬다면...

 

 딸로 나오는 이자벨 위페르

 아파서 누워 있는 어머니에게 병문안을 와서는 하는 말이 순 자기 앞의 문제 이야기...

세상의 자식은 다 저 모양이다...자기 엄마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몸의 한 쪽을 사용하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거기에 대고 하는 말이 자기 집이 어떻게 되었는데 그걸 팔면 어떻고 요즘 집 값이 자꾸 어떻게 되어가고 ...

기가 막혔다...몸을 자유롭게 쓸 수 없는...심지어 그녀의 엄마는 피아노를 다루는 사람이었는데...그런 누위있는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그런 말이 쏟아져 나왔을까...그런 딸이 있다면 나라면 꺼지라고 했을 것 같은데

안느는...그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발음으로 애써 집을 어떻게 하라고 이야기를 해주려고 노력한다...그런거겠지...

부모와 자식은 저런건가보다... 씁쓸했다...그렇게 삶이 망가진 엄마를 앞에 두고도 본인 걱정만 떠들어대다가 말을

잘 못하는 엄마의 상태를 파악하고는 딸은 펑펑 울며 아버지 조르쥬에게 간다...그 딸의 울음이 왜 나는 보기 싫었을까?

엄마를 걱정하긴 하지만...난 그녀의 울음이 꼭 어머니의 인생이 안타까워서 우는 게 아니라...왜 나의 엄마가 저렇게

되었느냐...는 서러움으로 느껴졌다...뭐가 어찌되었든 일단 자기 걱정...자신이 먼저...

 

 딸은 그래도 가끔 찾아오는데...

나중에 안느의 상태가 좋지 않자 조르쥬는 안느를 딸에게 보여주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는 나중에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고백한다...

 

나중에 안느가 너무 힘들게 할 때...그녀가 이제는 정신도 온전치 않아 그녀가 아닌 듯 보일 때...

그 때 조르쥬는 안느의 연주 음악을 틀어놓고 안느가 연주하던 때를 떠올린다...

그리운거겠지...이제 그녀는 없다...살아 숨은 쉬나...더이상 안느가 아니다...

슬펐다...

 

난 이 장면을 보면서 가끔 하는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아이가 가장 귀여울 때는 5살 정도일 때가 아닐까? 그렇게 귀엽고 엄마 없이는 못살던 아이가 어느덧 자라서

부모의 손을 벗어났을 때 부모는 가끔 그 5살의 아이가 그립지 않을까? 난 그럴 것 같은데...특정한 나이의 그 사람이

그리워질 수 있는 거 아닐까...

 

하여튼 안느를 향한 조르쥬의 사랑은 여전한거다...다만 안느가 더이상 안느로 존재하지 않는 비극...

안느도 그런 사실을 아는 지 정신이 좀 돌아온 것 같을 때는 물을 먹기 거부하고 억지로 먹이면 뱉어 버린다...

어느 날 그런 안느의 뺨을 때리기도 한다...조르쥬는...자기도 모르게...

그리고 어느 날...아파~를 끊임없이 외쳐대는 안느에게 맛있는 것을 먹이고 편하게 다독여준 후 조르쥬는 갑자기

베개로 그녀의 얼굴을 누른다...그리고 몇 번의 발버둥 끝에 그녀는 축 늘어진다...

 

 

조르쥬는 그녀를 방에 놓고 테이프로 문을 다 막아버린다...냄새가 나지 않게 하려고 했던걸까....

그리고 혼자 궁색하게 생활을 시작한다... 그는 편지를 쓴다...일기 같은데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는듯한 문체...

어느 날 비둘기 한 마리가 들어온다...그 전에도 가끔 들어오긴 했는데...이 날 조르쥬는 창문을 다 닫고 큰 천으로

비둘기를 덮는다...죽이려고 저러나 했는데...그 천에 쌓인 비둘기를 자기 품으로 가져가 안고 있는다...

온기가 필요했을까? 조르쥬의 상실감과 외로움이 그대로 느껴졌다...슬펐다...

 

그렇게 얼마가 살다가...

갑자기 시간은 첫장면...그러니까 안느가 멀쩡하던 때로 돌아간 듯 하다...

안느는 설거지를 하고 조르쥬는 안느를 재촉하여 둘은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역시 그는 안느의 옷 입기를

옆에서 열심히 도와주고 안느는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그리고 밖으로 나간다...

아마 조르쥬는 자살을 한 것 같다...

 

영화 첫 장면에 빈 집이 나오고...그 집에 들어간 사람들이 역겨운 냄새가 난다는 듯이 창문을 급하게 연다...

그리고 안느는 침대에 예쁜 옷차림으로 눕혀져 있고 꽃으로 장식되어 있다....

이 장식과 옷은 조르쥬가 그녀를 죽인 후 바로 꾸며 놓은 모습...당연히 그들이 그녀를 발견했을 때는 엉망으로

부패되어 있겠지...하지만 영화에서는 조르쥬가 의도했던 그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여준다...

 

 

둘의 사랑 이야기...도 좋았고 죽음에 대해 다룬 것도 좋았다...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죽어가는 것...늙어가는 것에

대해 다룬 것이 좋았다...

상대방의 어떤 조건에 의해...물론 그게 외모일 수도 있겠지만 하여튼 불붙듯이 감정이 일어났다가 자신이 좋아했던

그것이 사라지거나 익숙해진 순간 안개처럼 사라져버리는 그런 가볍고 쉬운 사랑이 만연한 요즘과는 확실히 다른

것을 보여준 것 같다...과연 가능할까? 가능하겠지... 

몸이 하나씩 고장나고 나중에는 정신까지 혼미해져가는...죽어가는 과정도 골똘해지게 만들었다...

사는 것 만큼 잘 죽는 것도 중요하겠다...는 단편적인 생각도 들었고...왜 사는 것도 그러하지만 죽는 것도 늙는 것도

저렇게 힘들게 만들어 놓았는가...하는 의구심도 들었다...왜 그렇게 만들었을까?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누가 그랬더라

너무 멀쩡하면 죽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으니까...이렇게 힘들게 삶을 이어나가느니 죽는 게 낫다 싶게 하나 둘

고장나게 만든게 아니겠느냐는...

 

 

나중에 조르쥬가 안느를 죽이는 장면은...어떻게 보면 이기적인 이상한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전후 맥락을 보면

그런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안느도 저렇게 살아가는 것을 원할리 없고 안느는 더 이상 안느라고 보기도 힘들고...

그런 힘든 안느라도 살아서 옆에 있는 게 어쩌면 조르쥬에게는 나을 지 모르나 안느를 위해서는 죽여주는 게 좋겠다

는 생각이 아니었을까...존엄사? 그런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만든다....나라면? 나라면 당연히 제 정신이 아닌 채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고 헛소리만 하며 산다면 그 삶을 이어나갈 생각이 없을 것 같은데...

하여튼 안느를 그렇게 죽여놓고는 조르쥬는 상실감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결국 자신도 같은 길을 가게 된다...

안느 없는 세상은 의미가 없는걸까?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동행인 중 한 명이 너무 지루하다고 했다...내용은 좋은 데 좀 길다고...

그게 무슨 말인지 안다...이를테면 뭔가 오래도록 씹어먹는 장면...그리고 비둘기 잡는 장면도 어찌나 긴지...

그깟 비둘기 한 마리 생포하는데 몇 번을 실패하는지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러나 그게 노년인거니까...

늙으면 그렇게 사는 게 지루해지기 마련이고 쉬운 일도 영 해내기 힘들어지기 마련이고...

또 한 명은 무슨 영화에 음악이 한 번 깔리지 않느냐는 말도...그러게...그게 노년 다운거라니까...

적막함...지루함...쉬운 일도 어려워짐...그렇게 늙어가다가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이겠지....

 

 

죽음과 사랑을 함께 다룬...그러면서도 과잉은 없는 깔끔한 영화...

감독이 항상 각본도 쓰는 것 같은데...참 잘 쓰고 잘 찍은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좀 과장하자면 내가 한 번 늙어본 것 같고 죽어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젊은이(?)들이 보면 더 좋을 영화인듯.... 보고 나면 조금이라도 더 잘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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