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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걷기예찬 - 다비드 르 브르통

by librovely 2007.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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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 기 예 찬              다비드 르 브르통        2002'        현대문학

 

 

계속 미루다가 반납하기 하루 전에 읽었다.

이 책에 대한 사전지식은 전무한 상태...

단지 책 표지 디자인이 마음을 끌었다.

정말 걷고 싶은 앙상한 나무들이 서 있는 적당히 휘어진 길...

흑백이라서 더 좋고 나뭇잎이 없어서 더 좋다...

영화 디아더즈에서 나온 희멀건한 장면과 유사...

10도 안팎의 기온으로 얇은 코트를 입고 걸으면 좋을 것 같다.

 

회색빛 사진과 녹색이 고급스럽게 어울린 북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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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책을 펼치면 간간히 섞인 감각적인 흑백사진들이 보인다.

 

프랑스 사람으로 추측되는 저자의 이름...

그래서 이 책을 쉽게 읽지 못한 것 같다.

내 머리속에는 '프랑스 = 난해, 지루' 정도의 공식이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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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 정보가 뒤섞여 끊임없는 이야깃거리

를 만들어서 제공한다. 그렇다고 무슨 딱딱한 설명문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주관적인 감정에 의한 글도 아니고... 두 가지가 어느정도

섞인 느낌... 전문적인 고찰인듯 하면서도 개인적인 느낌같기도

하고... 걷기라는 어찌보면 매우 단순한 행위에 대해 이렇게 많은

생각을 펼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지은이의 생각의 폭과 깊이가 참 부럽다.

어릴 때 외국의 기숙사에서 벌어지는 소녀들의 이야기에 대한 책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때 읽으면서 신기했던 것은

외국에서는 벌을 줄 때 '작문해오기' 하는 벌이 있었다는 것...

그런 문화에서 자라면 이렇게 생각하는 힘이 길러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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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걷기란 매우 인간적인 것이며...

인간은 본디 걷는 것을 부여받은 존재라고 말한다.

걷는 과정을 통하여 세계를 그 본연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그 안에서의 사유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걷는 것은 몸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는 행위...

그러나 현대는 걸을 기회도 별로 없고... 가끔 걷는 행위 조차

진짜 걷기가 되지 못한다.  각자의 현실에 쫓겨 종종걸음으로

걷는 그 걷기는 진짜 걷기가 아니다.

 

인간이라면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자연 그 상태의 나로 돌아가

걷는 것을 경험해 보아야 한다는 것...

걷다가 주변을 살펴보기도 하고 마음이 끌리면 멈춰서 더 몰입도

해보고... 목적을 정하지 않고 마음내키는대로 걸어보고...

걷다가 호수가 있으면 물끄러미 구경도 하고 숲을 걷다가 밤이

되면 그 숲에 누워서 밤하늘의 별을 보며 잠도 자고 또 아침을

그 숲에서 눈뜸으로 시작하고 또 걷고... 마굿간이나 헛간...

어디에서든 잠이 드는 것이다. 발에 물집도 생겨보고 더위와 추위를

몸으로 그대로 느끼며 겪어보라는 것이다. 배고픔도 느끼고 야생의

동물에게 습격도 받아보고 돌과 풀에 상처도 나보고...

(일부러 작은 신을 신고 발을 아프게라도 해보라는 말이 재밌다...)

그런 경험이 있은 후에야 따뜻한 벽난로 앞에서 담요를 덮고 있는

아늑함을 느낄 수 있으며 음식의 맛과 평화로움의 기쁨을 제대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걷는 과정의 다양한 사색의 기회를

통해 자유로운 사고를 경험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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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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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를 즐기지 못하고 시도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못할 책...

그런 사람은 아마 끝까지 못 읽을 수도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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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걷는 동안 여행자는 뜻하지 않은 수많은 질문들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걷기는 세계를 느끼는 관능에로의 초대이다.

 

혼자 걸어가면서 했던 생각들과 존재들 속에서만큼

나 자신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이 뻗어간 선을 따라 걷는다.

 

보행은 그 어떤 감각도 소홀히 하지 않는 모든 감각의 경험이다.

 

도보로 산책하는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혼자여야 한다.

 

한 밤 지붕 없는 곳에서의 잠은 또한 철학으로의 초대이며

자신의 존재의미에 대한 한가한 성찰에의 초대이다.

 

라벤더 향기가 은은하게 풍기는 가운데 아마포 시트를 따뜻하게

덮고 누워 있으면서도 나는 여러 시간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한채

이제는 익숙해진 외양간, 헛간, 창고의 매력과 비교해 보면서

그 모든 감미로운 맛을 즐기는 것이다.

 

나는 들리지 않는 것을 듣는다.

 

침묵은 인간의 마음속에 돋아난 쓸데없는 곁가지들을 쳐내고

그를 다시 자유로운 상태로 되돌려놓아 운신의 폭을 넓혀준다.

 

보행은 가없이 넓은 도서관이다.

 

길을 따라가는 동안 조우하는 온갖 우연한 만남들의 기회는

우리를 근원적인 철학으로 초대한다.

 

비는 황홀한 것일 수 있다. 비는 풍경에 푸릇푸릇한 생기를 준다.

 

산책은 걷기의 단순하지만 근본적인 형식이다.

산책은 친숙한 것의 낯설음을 고안해낸다.

 

어떤 도시에 대한 참다운 인식은 오직 육체를 통해서만

기분 내키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거리를 걷는 걸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비는 우리가 평소에 쓰고 있던 가면을 벗기고

우리들 저마다를 겸허한 인간조건으로 환원시켜준다.

 

순례는 신에 대한 항구적인 몸바침이며

육체를 통하여 드리는 기나긴 기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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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