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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낙하하는 저녁 - 에쿠니 가오리

by librovely 2007.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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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하는 저녁                에쿠니 가오리     2003'     소담출판사

 

 

 

 

작년 이맘때부터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다.

그 시작점에는 일본 소설이 있었다...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을

비롯한...에쿠니 가오리, 야마다 에이미...

일본 소설은 단순하고 밝고 가벼운 느낌이 든다. 소녀적이고...

나풀나풀한 샤방한 레이스가 달린 원피스에 스니커즈가 생각난다.

계절로 말하면 햇살이 따사로운 봄~

색으로 말하면 연노랑 혹은 베이비 핑쿠색~

 

 

에쿠니 가오리는 그 중에는 그래도 다소 무게감이 느껴진 작가...

물론 이 여자의 책도 고작 2편인가 읽은게 다이긴 하지만...

반짝반짝 빛나는과 낙하하는 저녁을 두고 어떤 것을 빌릴까 고민...

반짝반짝이 재밌다는 평을 봐서 그걸 빌릴까 했는데 첫장의 15개월

동안 실연하는 내용의 소설이라는 설명을 보고는 아무 고민없이

낙하하는 저녁을 선택하게 되었다. 정말 재밌겠구나...

 

 

실연...

설명 불가능한 인간의 심리 중 최고라고 느껴지는 연애...

그 연애와 불가분의 관계인 실연...

연애가 있으면 실연은 필수가 아닐지...

핑클 노래를 비롯한 여러 예술작품에서 영원한 사랑을 말하지만...

 

 

 

15개월 동안의 실연 과정을 아주 자세하게 묘사했을거라는 기대감

그 슬픔의 여정을 경험할 수 있겠구나...하는 기대감이 매우 컸다.

바닥을 치는 그 처절한 슬픔을 느낄 수 있겠지? 하면서 읽기 시작...

역시나... 일본소설에게 내가 너무 무거운 것을 기대한 것 이었을까?

실연이라는 극단적인 소재도 일본소설에서 다뤄지면 무게가 느껴

지지 않는다... 노골적인 슬픔도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에서보다 덜 과장되고 무덤덤하다...가볍다...

깊은 슬픔은 원래 요란하지 않은 것일까? 그래서 그런걸까?

 

 

책의 소개야 오랜 연인관계가 깨지고 15개월동안의 여자의 실연에

대한 내용이라고 나와있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이 소설은 실연에

대한 책이 아니다... 독특한 성격의 하나코라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

요시모토 바나나의 티티새에서 츠구미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이야기

를 이끌어 가듯이 .. 이 책의 츠구미는 하나코다.

 

 

물론 앞부분에서는 갑작스런 이별통보에 살짝 흔들리는 여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하나코의 등장 이후에는 그 실연의

감정보다는 하나코의 삶이 더 크게 보여진다.  오히려 후반부의

하나코의 상실이 더 강하게 와닿는다....

 

 

읽는 동안 재미있기는 했지만...

일본 소설 특유의 '읽고나면 허무해~'의 느낌이 다가왔다....

상황이나 말투나 등장인물의 소녀적인 외모 묘사나...모두 감각적

이라서 읽기에 그냥 소소한 재미는 있다. 하지만 별로 뭐 남는 것도

생각할만한 것도 없어서 아쉽다...재미는 있지만 별거 없는 수다와

비슷한 느낌... 수다도 어떤 수다는 나름 뭔가가 남는데 말이다...

 

 

그냥 드는 느낌들은...

샤워하고 싶다...이 책에는 샤워하는 내용이 많이 등장한다.

우유마시고 싶다... 하나코는 우유를 좋아한다.

음료는 반 정도만 마시고 싶다... 하나코는 엄청 소식한다...

마르고 싶다... 하나코는 인형처럼 마른 몸이다...

여행가고 싶다... 하나코는 자기 맘대로 훌쩍 잘 떠난다...

라디오를 듣고 싶다... 하나코는 라디오를 즐겨 듣는다...

 

 

하기 싫은 것도 있다...

하나코의 아저씨 편력은 정말 별로다... 다소 짜증난다....

도대체 에쿠니 가오리는 하나코의 이런 요상한 인생을 통해 무얼

말하고 싶었던 걸까? 누구에게나 사랑을 쉽게 받고 남의 연애를

깨고 남의 가정을 깨는 하나코... 동생을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 다소

무심한 하나코... 물론 주인공 여자에게는 어느정도 잘 해준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 마음을 열지 않고 사는 것을 말하는 걸까?

잘 모르겠다...

 

 

작가 후기에서 에쿠니 가오리는 이 책은 혼이 스쳐지나가는 이야기

라고 말하는데... 그리고 미련과 집착, 타성에 대한 이야기라는데...

에쿠니 가오리의 문체가 아기자기하고 감각적이라는 것은 느껴지고

이 소설의 핵심적인 것들은 잘 안 느껴진다...

그릇이 예쁜건 알겠는데 담겨진 요리의 맛을 모르는 난감함...

 

 

 

 

 

두 사람 사이에 생기는 혐오감 내지는 권태감 같은 것을

한 쪽은 느낀즌데 다른 한 쪽은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사흘

겨우 사흘만에 다케오는 나와 헤어질 결심을 하고

그 결심을 당장 실행에 옮겼다. 주저없이

 

 

다케오가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서 샌드위치를 만드는 것은

혼자서책을 읽는 것보다 다케오에게 가까운 일이었다.

 

 

하나코와 함께 있으면 내가 다케오의 시선을 대신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그것은 몹시 서글픈 인식이었다.

나는 하나코에게 휘둘리고 있는 다케오에게 휘둘리고 있었다.

 

 

다케오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내게는 그 방법이 가장 건전하다

 

 

다케오에게서 이렇게 멀어지고 말았다.

이렇게 조용한 마음으로 혼자가 되고 말았다.

한시도 떨어져 살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편안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