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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시간이 스쳐간 뉴욕의 거리 - 이제승

by librovely 2008.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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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스쳐간 뉴욕의 거리                              이제승              2008'           시공아트

 

 

 

제목처럼 뉴욕에 대한 책이다.

하지만 일반 여행서적과는 좀 다르다.

뭐가 다르냐면...

이 책의 저자는 서울대 산업디자인과와 건축과에서 학사를 마치고

미국에서 건축 도시설계 공부를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어쨌냐고?

어쨌냐면...ㅎㅎ

 

 

건축학도의 시각에서 뉴욕을 바라봤다는 것이다.

물론 건축학도임을 들먹일만큼 내용이 전문적인 것은 아니다.

전혀~~ 아주 일상적인 시각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다만 그 일상적인 것이 건축학을 배우는 자의 일상이기에~

나같이 건물은 높이나 넓이 혹은 색상으로만 판단하는 사람에게는

신선한 설명들이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상당히 많은 뉴욕 관련 서적을 읽어댄 모양이다.

잡다한 뉴욕이라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 있어서 참 재미있다.

저자의 글솜씨도 상당히 괜찮은 편이고 가장 좋은 것은 내용이

일반인에게 아주 흥미로울 수준이라는 것...

편안하게 찻잔을 앞에 두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읽는 동안 참 즐거웠다.

 

 

건축이라는 것...

관심이 간다.

무슨 골치아픈 건축 설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공간을 창조하는 일이니까...

그래서 건축에는 필수적으로 이런 이런 인간의 생활을 의도하는 과정이

들어가는 것일테고...그 점이 상당히 흥미를 유발한다는 것...

 

 

뉴욕이라는 도시가 세계 최고의 도시가 된 것도 건축과 별개로 생각할 수 없다.

뉴욕은 상당히 매력적인 도시다.

세계 최고의 경제 중심지이면서 현대 미술의 중심지이기도 하며

브로드 웨이 뮤지컬을 비롯한 재즈 등 공연예술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게다가 콜럼비아 대학과 뉴욕 대학이라는 훌륭한 두 대학을 그 좁은

땅 덩어리에안고 있기도 하며 초고층 빌딩이 빼곡한 도시이기도 하며

상당한  아니 지나친듯 해 보이는  넓이의땅을차지하고 있는

센트럴 파크가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날이 선 정장 분위기의 월스트리트가

있기도 하며 보헤미안 분위기가 철철 넘치는 그리니치 빌리지가 있기도 하다.

인종마져도 아주 다양하다. 가장 바쁜 도시이면서 동시에 길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사람이 흔한 가장 여유로운 도시이기도 하다.

 

 

하여튼 뭔가 독특한 도시임에는 틀림없다.

뉴욕과 같은 도시는 세계 어디에도 없을 만큼 개성이 강한 도시가 아닐지...

이런 도시를 만든 것은 분명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겠지만...

즉... 그 맨날 여기저기서 떠드는 '뉴요커' 에게서 나오는 힘도 있겠지만

그 뉴요커들의 삶의 방식을 만드는데 기여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건축이 아닐지..

(이민자들의 도시....새로운 것에 두려움 없이 뛰어든 그들의 피가 뉴욕이라는

도시를 만들어 낸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하여튼...)

센트럴 파크와 각종 스퀘어들...개성 강한 초고층 건물들...브루클린 브릿지...

이런 것들이 모종의 특성을 지닌 뉴요커들을 불러 모으기도 하였으며

또 그들의 생활방식을 어느 정도 조성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맨해튼 사진은....

비행기가 뉴욕에 도착할 즈음 내다본 그 때를 생각나게 한다....

그야말로 신세계를 보는 듯한 비현실적인 느낌....

그리고 저녁에 숙소로 가면서 버스 창으로 내다본 번쩍이는 초고층 빌딩...

비현실적인 그 느낌....

그런데 신기한 것은 금세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것...

다니는 길의 초고층 빌딩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이상한 일이지...

 

 

책에 등장한 곳의 사진을 보니 새록새록 기억들이 솟아나 처음에는 즐겁다가

나중에는 마음 한 구석이 공허해졌다...그립다는 말....

뭘 했다고 그리운건지 알 수 없지만...자꾸 다시 가보고 싶은 맘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뉴욕 뉴욕 하는 허영? 그런건 아닌 것 같다....

 

 

그리니치 빌리지 아래로 왜 그리 길이 제멋대로여서 찾기 힘들게 만들어진

건지도 이 책을 보니 알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은연중에 궁금증을 갖고

있었던 것에  대한 답이 있어서 좋았고...브라이언 파크에 얽힌 이야기는

의외였고...역시나 할렘은 밤에 가면 안되는 곳 이었음을 깨달았다.

 

 

 

뉴욕 관련 책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 요즘...

책 마다 겹치는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어서 좀 아쉬웠는데...

이 책은 다른 책들과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어서 참 좋았다.

맘에 쏙 드는 책이다.

 

 

저자의 부인은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고대 교육대학원을 나온 후

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는데... 교직이수를 안해서 대학원을 가셨구나..

하여튼 그건 그런데...책에 삽입된 삽화는 참...이거 참....난감....

난 그림 볼 줄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지만....

이 책과 저자 부인의 그림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시공사의 예술관련 출판부가 시공아트인가? 하여튼 시공아트의 책 디자인

속지 디자인까지 그리고 저자의 글...모두 상당히 세련되고 좋았는데....

생뚱맞은 삽화들이 자꾸 분위기를 깨버린다....이상해....

일단 그림 자체도 영 별로이고 이 책과 어울리는 측면에서 보면 더 이상...

서울대 미대를 나왔다면 당연히 잘 그렸을텐데...왜 내 눈에는...ㅡㅡ;;;

 

 

그리고 중간 중간 삽입된 번호를 붙인 사진들은 크기가 너무 작아서 난감..

왜 그랬을까...사진 크기가 정말 너무 작다....가혹하다고 느낄 정도...

잘 보고 싶은데 안 보이는....이런...ㅎㅎ

 

 

 

 

 

 

 

프롤로그

 

맨해튼은 20세기의 로제타 스톤이다.    - 건축가 렘 쿨하스 [정신 착란의 뉴욕]에서

(로제타 스톤 - 이집트 상형 문자를 해독하는 열쇠가 된...)

 

 

 

이 책 끝자락쯤에서 새로운 뉴욕에 눈뜰것이다.

그리고 불현듯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 뉴욕행 티켓을 예매한다면

그 여행 가방에 이 책이 함께한다면 나로서는 더없이 큰 즐거움이겠다

 

 

 

 

 

본문

 

그리니치 빌리지부터 제 성격을 드러내기 시작한 길들이 뉴욕 시청을 지나

월스트리트에 이르면 규칙과는 무관하게 자유를 외쳐대니 말이다.

도시 구조의 차이에서 미드 타운과 로어 맨해튼의 탄생이나 성장 배경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미드타운의 격자구조는 철저한 계획 아래 만들어졌다.

반면 로어 맨해튼은 유럽에서 처음 건너온 사람들이 정착하느라 길을 내고

집을 지으며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맨해튼에 유럽의 식민지를 세우기 시작한 것은 네덜란드 사람들이었다.

매나하타라는 이 섬에는 수천명의 인디언이 농사를 짓고 사냥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네덜란드 무역상은 1621년 단돈 24달러를 주고

매나하타 섬을 사들였다.

 

 

 

네덜란드 인들은 먼저 섬 남쪽 끝에 정착해 뉴암스테르담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1644년 영국 국왕은 뉴암스테르담으로 함대를 파견했고 항복을

얻어내고 새 주인이 된 요크 공작의 이름을 따서 뉴욕이라는 새 이름을

얻기에 이르렀다.

 

 

 

1811년 위원들의 계획이라고 부른 전환점

뉴암스테르담의 벽을 헐고 북쪽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한다.

14번 스트리트부터 시작하는 그리드 계획

수직으로 뻗은 12개의 애비뉴로 나누고 다시 수평으로 152개의 스트리트로 나뉘었다.

각 블록은 200-300 * 70 미터의 가로가 긴 사각형이었고

다시 8*30 미터의 조각들고 나뉘었다.

줄지어 늘어선 건물마다 정면이 대략 8미터 정도인 것도 이런 이유이다.

 

 

 

유럽인들이 맨해튼에 발을 들여놓기 전부터 존재한 브로드웨이

인디언들이 사냥하고 곡식을 나르며 돌아다니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니기 편한 모양으로 오솔길이 생겨났으리라.

 

1811년 그리드 계획은 빈 공간이란 거의 남겨놓지 않고 신선한 공기와

건강을 위해 너무 작은 공간만 남겨두는 놀라운 발상이었다.

이 촘촘한 그리드와 브로드웨이가 만나는 곳마다 숨통을 터주는

제법 넓은 공간들이 생겨났다. 바로 유니온 스퀘어나 매디슨 스퀘어 같은

스퀘어들이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스퀘어는 맨해튼의 구조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타임스 스퀘어의 내부는 대부분 빈 상태이다.

광고부착료 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수익을 내니 노후한 내부 설비를

수리해서 임대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올름스테드는 센트럴파크의 자연스런 풍경을 자동차 도로로 끊어놓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지면보다 낮게 센트럴파크 횡단 도로를 만들고

그 주위에 나무를 심어 공원 안에서는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시카고 사람들은 새롭고 멋진 경기장을 갖기 보다는 올름스테드의 공원을

유지하고 싶어 했다. 막대한 돈을 들인 시설물을 올림픽 후에 철거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은 백인 동네, 흑인 동네 혹은 히스패닉 동네에서

끼리끼리 모여산다.

 

 

 

도시설계 공부를 하다보면 소득 수준이 낮고 저개발된 흑인 지역을 조사할 일이

자주 생긴다. 물론 흑인지역이라고 다 못사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높은 실업률에 낮은 소득수준이 나타난다. (인구조사를 해보면 흑인 지역의 90

퍼센트 혹은 98퍼센트까지 흑인이기도 하다.)

 

 

 

나에게 할렘은 위험하기에 피해야 할 지역이라는 의미 외엔 없었다.

그러다가 미국 도시계획 협회가 선정한 2007년 좋은 거리 10곳에

할렘의 125번 스트리트가 포함된 것을 알았다.

(레녹스 라운지가 있던 곳이네~ 아폴로 씨어터도~ 할렘 미술관도~)

 

 

미국 도시 계획 협회가 말하는 좋은 거리의 조건은 이랬다.

다양한 사람들의 사회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조경과 건축물들이 어우러져

있고독특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녹아있는 거리

 

 

 

백인 문화와는 다른 독창적인 문화를 만들고자 했고 이렇게 시작한 흑인 문화

중심지가 바로 할렘 125번 스트리트이다.

 

 

Less is More     현대 건축의 거장 미스 반 데어 로에

 

 

 

도로에 너무 가깝게 높이 지으면 거리에 햇빛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맨해튼의 마천루들은 계단식으로 좁아지거나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사다리꼴이 되었다. 그러나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미스는 이러한

형태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시그램

빌딩을 보도에서 멀찍이 뒤로 밀어놓고 보도와 빌딩 사이에 플라자를

만드는 것이었다.

 

 

디자인을 의뢰한 조세프 시그램과 그의 아들은 대지의 절반정도를 비워놓아야

했고 대지 뒤쪽의 땅을 추가로 사들여야 했다.

그런데 미스는 그가 디자인한 플라자에 사람들이 몰려든다는 말을 듣고 너무나

놀랐다고 한다.  보도에서 조금 올라온 가장자리 턱. 그저 평평한 분수 주위에

사람들이 앉을거라곤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시그램 빌딩 플라자의 우연한 성공은 도시설계에 새로운 개념으로 이어졌다.

개인이 소유한 공공 공간의 개념

 

 

 

사회학자이자 저널리스트였던 윌리엄 와이트

공공장소의 성패는 무엇에 의한 것인가?

결과는 다른 무엇도 아닌 사람을 보기 위한 것...

지나가는 사람을 보기 좋고 널찍하고 계단이나 가장자리가 있으며

시그램 빌딩 플라자처럼 세 면에 둘러싸이고 한 쪽이 터진 장소...

여기에 햇빛과 나무 그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물이 있다면 금상첨화

더욱이 음식까지 마련된다면...

 

 

소호라는 이름은 휴스턴 스트리트의 남쪽이라는 의미

South ofHouston Street

(뉴요커와 관광객 구분은 휴스턴, 하우스턴의 발음 차이라는데...

 후자가 뉴요커라던데...ㅎㅎ)

 

 

워싱턴 스퀘어 서남쪽으로 내려가면

카페 레지오, 카페 피가로, 카페 와? 가 있다.

모두 그리니치 빌리지가 보헤미안의 마을일 때부터 자리를 지켜 온 작은 카페들이다.

카페 와는 밥 딜런과 지미 핸드릭스가 음악 생활을 시작한 곳...

 

 

 

 

 

에필로그

 

평소 걷기를 즐기는 나 조차도 하루 종일 뉴욕의 이곳저곳을 걸어다니다

돌아올 때면 녹초가 된다. 그래도 아침이 밝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거리로 나선다. 스스로를 조용히 잠재울 수 없을 만큼 뉴욕이라는 곳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나서면 다양함과 즐거움이 나를 들뜨게

하기에 여간해서는 이 유혹을 참아낼 재간이 없다.

 

 

이 책이 뉴욕의 모든 것을 담지는 못하였지만 뉴욕이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를 돌아보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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