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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용 도서

2010 여름 휴가를 위한 소장용 도서

by librovely 2010.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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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책을 한 권도 안 산 것 같다
8월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책을 구입하다니 지극히 나답다
오전에 주문했고 퇴근 후 병원에 들러 물리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니 책이 도착해 있었다




갑자기 퇴근 길에 버스에서 본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한 남자 아이(?)가 떠오른다
버스가 정류장에 멈췄고 누군가가 너무나 경쾌한 발걸음으로 버스에 오르기에 나도 모르게 바라보게 되었고
(원래  버스에서 남자 얼굴이나 훑어보는 짓을 즐겨하지 않는다 물론 즐겨할 수 있을 마음을 충분히 지니고
있으나 그 행동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불쾌감을 줄 수 있는지 알고 있기에 시선이 맘대로 지저분하게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지 못하도록 알아서 검열을 하는... 나는 그런 쿨한 중소도시 여자였는데 그만....)

하여튼 경쾌한 발걸음으로 버스에 오른 남자의 손은 만화책 2권을 꼭 쥐고 있었고 표정도 세상을 다 가진 표정
그 분은 맨 뒷자리로 사뿐히 올라가 앉았다 나의 바로 뒤에 앉아서 소리가 다 들렸는데 앉자마자 책장을 휙휙
다급하게 넘기는 소리가 음악처럼 귓가에 번졌다  과장하자면 신이 난 그분의 감정이 파장을 만들어 주변으로
좍좍 거미줄처럼 퍼지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나는 안다
얼마나 신이 났을지...
손에 꼭 쥔 만화책을 펼쳐드는 순간의 그 마음에 가득히 퍼지는 만족감과 기쁨과 기타 등등의 감정
연애를 해야만 느낄 수 있는게 아니다 만화책 두 권으로도 그에 상응하는 각양각색의 깊이있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책을 읽기 전 어떤 내용일지 정확히 모르지만 막연하게 느껴지는 기대감 내지는 설레임
책을 읽어나가면서 진도(?)가 나가는 뿌듯함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된 세계에 대한 경이로움 동경
수준이 맞지 않아 감당이 안되어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을 만날 때 느끼는 좌절감
읽다가 너무 재미있을 때 남은 페이지 수가 적어짐이 아쉬워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읽고 또 멈추는 밀고 당기기
어렵게 손에 넣은 책인 경우 더욱 심하게 느껴지는 집착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남에게 보여주기에는 괜찮다는 생각에 옆에 두기도 하는 허세



하여튼 요지는 궁금해하던 책을 손에 넣어 펼치는 순간의 기쁨은 정말 강력하다는 것
정말 원하던 이성을 꼬시는(?) 것에 성공하여 마주보고 앉은 순간의 기쁨보다 더 강하면 강했지 모자라지 않다는..
그 책이 철학책이건 만화책이건
물론 원하던 이성을 만나 마주보고 앉아도 그 이후에 대한 보장은 주어지지 않듯이
원하던 책을 손에 넣었다고 해서 그 책을 제대로 맛볼 수 있을지는 역시 미지수다
이 말에 제대로 상응할만한 책이 바로 <천 개의 고원>
이 책을 사려고 알라딘에 들어갔다가 이것 저것 장바구니에 담게 되었고 본래 목표는 바로 <천 개의 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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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몇 달 전부터 머리속에서 계속 맴돌던 책이다
읽어보고 싶은데 이 책은 무조건 사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줄 그을 곳이 한 두 곳이 아닐 것이고 워낙 두꺼워서 두고 두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왜 안 샀는가
너무나 당연한 답이 기다리고 있다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서



이 책은 즐겨찾기에 넣어두고 수시로 들락거리게 된 모 유명 블로거의 블로그에서 봤다
뭔가를 검색하다가 그 블로그에 처음 들어가게 되었고 들어가자 마자 그 블로그 메인 그러니까 프로필 사진
아니 대문 사진으로 걸려 있는 사진에 시선이 꽂혔다 책의 표지가 나와 있는 것은 아니었고 책을 편 상태로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고 그걸 클릭해보니 큰 원본사진이 떠올랐고 밑줄까지 그어가며 읽은 생생한 두 페이지의
글을 나도 열심히 읽어봤는데 그 부분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너무 재밌을 것 같았다



이 책의 제목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지만 책 제목을 알 수 없었고 그래서 페이지 하단의 소제목
'늑대는 한 마리인가 여러 마리인가'를 검색해 보았는데 그러다가 만난 것이 장석주가 쓴 천 개의 고원 서평이었다
아래 페이지에서 본 건 아닌데 하여튼 이 글을 검색해서 읽게 되었다
http://book.daum.net/detail/media/read.do?bookid=KOR9788988336687&seq=379448
어쩌면 이렇게 멋진 글을...  서평을 보니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책의 제목이 <천 개의 고원>임도
알게 되었다



그 블로그에는 지금도 종종 들어가서 절반 정도만(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못한 수준으로) 이해 가능한 뭔가
골치아픈 글을 읽어대고 있다  아쉽게도 처음에 걸려있던 대문사진은 며칠 후 다른 사진으로 바뀌어 있었고
지금 책을 펴서 그 때 읽었던 부분을 찾아봤는데 몇 쪽인지 찾았다...딱 한 번 읽었을 뿐인데...
그만큼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76-77쪽이었다
그 중 일부분을 발췌해 보자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언제나 군중 속에서 한 사람을 포착해내고 그가 속해 있는 집단에서 그를 가려낸다는 것
그것이 아무리 작은 집단이더라도 가족이든 다른 뭐든간에
나아가 그 사람에게 고유한 무리들을 찾아내고 그가 자기 안에 가두어놓고 있는
아마 완전히 다른 본성을 가졌을 그의 다양체를 찾아낸다는 것
그것들은 내 것에 결합시키고 내 것들 속으로 그것들을 관통하게 만들고 또한 그 사람의 것을 관통해간다는 것
... ...
(이 다음으로 이어지는 내용은 더 환상적이다~)




그나마 내용 중 사랑 어쩌고 하니까 쉽게 느껴질 부분인 모양이고 다른 부분은 아주 어려운 그런 책인가 보다
이 책을 주문하지 않고 망설인 이유는 하나같이 난해하고 어려운 책이라는 의견들
그리고 이 책의 해설서라고 노마디즘인가 하는 책이 1,2권으로 출판되어 있는데 두 권이 총 1500페이지는
된다는 것도 상당히 압박...정말 사 놓기만하고 절대 못 읽을 책인 모양이다...라는 생각



그러나 이젠 사도 된다
책장이 생겼으니까 못 읽어도 그만이다
전시용으로도 충분히 제 값을 할만한 책이니까
제목도 멋지고 두께도 대단하고 저자 이름도 질 들뢰즈~ 아 이 지적인 분위기...
책장에 꽂아두면 책장 수준이 바로 등업가능~



책이 좀 낡은 느낌이 들어서 연도를 확인하니 2003년도 책
이 책 많이 안 팔리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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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원의 <책>이라는 책
방명록을 통해 추천받고 머리에 담아둔 책인데 도서관에 검색해보니 없었다
그렇다고 희망도서 신청 후 기다리기도 싫고 강유원의 다른 책을 좀 훑어봤는데 무조건 사서 읽어야 할
그런 종류라고 느껴졌고 그래서 주문



이 책도 1판 2쇄  2004년에 찍은 책이 왔다
안 팔리는구나
뭔가 절판될 위기가 느껴진다
사두길 잘했다는 뿌듯함이...



그렇게 원하던 <내 방 여행>은 역시 종이책은 여전히 몇 년 째 품절이고 e 북이 뭔지 모르겠는데 그건
품절이 풀렸다... e book은 5000원대던데...파일로 다운받는건가? 그거라도 다운받아둬야 하나....
이 기회도 놓치면 나중에는 정말 후회할텐데...



이 책의 날개에 쓰여있는 저자 설명이 너무 인상적이다



회사원 철학박사
공부하길 좋아하지만 공부로 돈을 벌자고 하면 그것에 집어넣은 자존심이 다칠세라 줄곧 공부와 돈벌이를
따로 해 왔다   그래서 여기저기 강의를 하면서도 이런저런 회사를 다녔고 지금도 한 회사에 다닌다
철학도로서 그의 고민은 철학의 위기다
그가 보기에 오늘의 철학은 세상을 읽지도 못하고 세상에 뭘 제시하지도 못한다
그는 철학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철학보다는 역사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



정말 대단히 쿨하구나...
공부와 돈벌이를 따로 한다
공부와 돈벌이를 따로 한다
공부와 돈벌이를 따로 한다
음....
다들 돈벌이를 위해서 공부를 하는 이 마당에...




목차를 보니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이 책도 제대로 이해하며 읽기는 글렀어...
그리고 자세히 목차를 들여다 본 후 놀라움을 느꼈다...
이 책은 서평집이다...책을 읽고 아니 사서 읽고 쓴 서평집...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수십편의 서평 대상이 된 책 중 내가 읽은 책은 한 권도 단 한 권도 없다....
어디가서 취미가 독서라는 말 하지 말아야겠다...



아 그리고 이 책의 프롤로그 격에 해당되는 듯한 글에 책은 사서 읽어야 서평을 쓸 자격이 있다는 식의 글이
쓰여있다...
돈 주고 사서 읽어야 독자의 처지에 설 수 있다

물론 이는 책을 거저 받고 듣기 좋은 소리만 거짓으로 떠들어대는 것을 경계한다는 의미에서 쓴 것 같은데...
나는 다른 이유로 많이 뜨끔했다...빌려본 주제에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이 항상 뭔가 죄책감을 유발했는데..
그래도 난 공짜라도 솔직하게 쓰는 편이니까 상관없지 않느냐면 넘어가야지...난 계속 빌려볼 것이야...꿋꿋하게
그래도 강유원의 이 책은 사서 읽었으니 이 책에 대해서는 당당하구나...



                                        돈에 관한 한 칼 같이 깔끔을 떨어야 한다는 게 내 신념이다
라는 저자의 프롤로그 말처럼 이 책은 나온지 한 참 지난 그야말로 구간인데 할인도 참 쬐끔 한다....
정말 칼 같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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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읽으려고 생각했던 책인데 50% 할인중
이런 게 바로 횡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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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에게 보낸 편지라는 책으로 알게된 앙드레 고르
그 책에서는 시종일관 자신의 부인에 대한 러브러브 모드로 일관했는데 그런 감수성 예민한 분이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였다니 궁금했다 어떤 사상으로 사르트르와 교류도 했고 그렇게 유명했던 건지
대강 예상은 된다 아마도 버트런드 러셀(아는 사상가가 몇 명 안된다...ㅡㅡ;;)이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이야기했던 그런 내용과 통하겠지...라는...생태주의가 뭔지는 모르지만 뭐 그런 비슷한 분위기 아닌가...???



이 책도 알라딘에서 50%
두 번째 횡재 도서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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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의 책을 두 권째 읽고 있는데 너무 재밌다
그가 만든 숱한 영화를 단 한 편도 보지 못했다는 게 신기했고 하나 사서 봐야지 했는데 초특가 판매중
돈을 갖고 튀어라  2900원  



아껴두었다가 더럽게 우울할 때 보고 실컷 웃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