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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래비티 Gravity (2013) 미국

by librovely 2014. 1. 11.

 

본 지 워낙 오래 되어서 기억도 가물가물...언제부턴가 영화를 보고서도 뭔가 쓰지 않았구나 왜 그랬지?

이렇게 늙어가는 것일까? (뭔 소리야...)  블로그에 뭔가를 끄적이면서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나는 과연 언제까지

여기에서 이러고 있을까...하는 것...대체 언제까지 여기에 쓰고 앉아 있을까?  딴 건 모르겠고 책 발췌는 계속

하겠지? 일단 그건 정말 나 때문에 하는 것이니...

 

이 영화가 괜찮다는 소리는 여기저기에서...그러니까 매스컴에서 들었던 것도 같고 아니 어쩌면 평론가 평점이

높아서 봐야겠다고 다짐한건지도?  어찌어찌 되어서 보러 가기로 했는데 시간이 안 맞고 어쩌고 해서 결국

찾아간 곳은 용산 롯데시네마...거긴 정말이지 지하철 역에서 내려서 걸어가는데 시간도 10분을 걸리고

무엇보다도 가는 길이 정말 공포 체험... 남자랑 보러 갔다면 그 김에 꺄~악 하며 팔에 매달려보암직도 한 그런

길을 걸어가야만 통과해야만 롯데시네마에 도착한다... 정말 무섭다.... 8시 넘은 시각이었나? 하여튼 용산의

직원들이 다들 문닫고 퇴근 거의 다 한 시간이어서 그런지 용산역에서 나진상가 기타 등등이 있는 쪽으로 나가는

길에 불도 꺼져있고 그 어떤 통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만큼 칠흙같은 어둠이...동행인이 자신은 뒤를 볼테니

나보고는 앞을 보라고...할 정도...강도라도 만나면 그야말로 무방비로 탈탈 털리고도 남을 분위기였음...

내 생각에 그 길은 남자도 혼자 가기 무서울만한...ㅋㅋ

 

그런거다

나는 영화관을 가는 도중에 이미 영화에 대한 암시를 받게 되었던 것이다

아무도 없는 무서운 공간에 홀로 남겨진 느낌...

 

간만에 그래도 용산을 거닐고 있으니 옛날에 미니 카세트 사러 다니던 생각도 나고 추억 돋음...

삼성 마이마이~ 난 용산에와서 파나소닉 카세트를 원래 사려던 건 안 사고 그 이전 모델을 속아서

더 비싸게 사들고 집으로 룰루랄라 돌아왔던 아픈 기억도 있고...작은 소품 사러 왔다가 충동구매하여

큰 씨디 플레이어 사서 낑낑대며 들고 온 기억도 있고...이게 다 추억의 물건들이네 이젠...

하여튼 오랜만이구나...용산~

 

내용은 간단하다 정확치는 않지만

우주 정거장에 뭔가 고치러 간 박사들...그런데 뭔가가 폭발하여 그 잔해가 날라와서 그것들 때문에 이들의

우주선(?)이 부서지고 한 명은 바로 죽었나? 그랬고 조지 클루니 오빠와 산드라 블록 언니만 남았는데 둘도

떨어지게 되고 그러다가 조지클루니와는 다시 만남...그렇게 둘은 살기 위해 다른 정거장을 찾아 가다가

어쩌다가 그랬나? 하여튼 조지 클루니가 너라도 살아라 그러면서 손을 놓아버렸나? 그렇게 그는 둥둥 죽음을

향해 멀어져가고 홀로 남은 산드라블록은 어떻게든 살아보고자 애를 쓰는데 중국 우주 정거장이었나?

거기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다가 다 포기하고 싶어질 즈음...잡힌 전파(?)의 소리...개 짖는 소리였나? 그리고

아기 울음소리? 사람소리...그런 것들에 눈물을 흘리고 잠시 꿈을 꾸기도 한다...거기에서 조지 클루니를 다시

만나기도 하고...하여튼 생의 끈을 놓아버리려고 하다가 그런 것들의 도움을 받아 다시 마음을 잡고 이런 저런

시도를 하고 몇 번의 고비를 넘겨 겨우 지구로 날아 들어와 바닷물에 처박히고 그 안에서 나와 공기를 마시며

땅에 아직 적응이 안되어 비틀 거리며 발을 내딛고 영화는 끝이 난다...

 

삼디(3D)는 비싸고 또 어지럽고 안경 쓰고 앉아있는 것도 싫고 해서 싫어하는데 이 영화는 그걸로 많이

보는 모양인데 사실 굳이 쓰리디로 안봐도 실감은 났다...끈에 매달려 우주 공간에서 이리저리 몸이 패대기쳐

지는 장면에서는 보고 앉아있는 나까지 어지럽고 멀미가 나는 느낌이 다 들었다 그러니까 영화 스토리를 제쳐

두고 일단 촬영도 잘 한 것 같고 씨쥐~도 잘 넣은 것 같다... 우주 공간에 산소가 부족한 채로 둥둥 대책없이

떠다닐 때의 그 막막함...미래를 전혀 알 수 없고 죽을 것만 같은 막막함...난 이러다가 죽을거야 아마...

게다가 아무도 내 옆에 없고 내가 죽은 것 조차도 아무도 인식할 수 없어...

 

그렇다

외로움의 극단

궁극의 외로움

하다못해 개 한 마리 바퀴벌레 한 마리 없이 그냥 홀로 있다가 죽음으로 치닫게 되는 그런 상황

이런 상황에서 산드라 블록이 바라는 건 지구에 있는 딸의 목소리까지도 아니고 단지 그냥 개 짖는 소리에

감동받고 위안을 받고 알 수 없는 언어지만 인간의 목소리 그리고 아기 울음소리 따위에 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리고 살기 위해 단지 지구에 내 발을 딛고 싶다는 것밖에 바라는 게 없다

땅을 밟고 숨을 시원하게 쉬고 싶다

그것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알 수 없는 감동을 준다 이게 뭘까...

이야기 자체도 설정이 매우 생소하지만...그보다도 그 생소한 설정에 의해 드는 요상한 기분...

보통의 재난 영화와는 뭔가 다른 느낌을 유발한다...생명체를 찾아볼 수 없는 우주 공간에서의 재난영화라...

 

오래 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기억력 문제인지 영화를 보고 나서 뭔가 묘한 감정에 휩싸여 집으로 돌아갔는데

그게 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다만 이 영화를 보니 그냥 내가 살아서 숨쉬는 것 자체로도 기쁨이 느껴짐

이게 누군가에게는 그러니까 산드라블록에게는 그렇게도 바라던 상태가 아닌가...

그리고 내가 얼마나 외롭더라도 우주에 남겨진 산드라 블록 만큼은 아닐테니 그런 방향으로도 위안이?

뭐 그러라고 만든 영화는 아닐거다....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얼마 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떤 분이 여러 사람 앞에서 했던 말인데 자신은 지갑에 누군가의 사진을 넣고 다닌다고

그 사진의 주인공을 여기에 굳이 쓰고 싶지는 않은데 하여튼 되게 힘든 순간을 경험하고 현재는 생존

상태가 아닌 사람의 사진...그리고는 자신이 너무 힘들거나 외로울 때 그 사진의 그를 바라보곤 한다고

자신이 아무리 힘들어도 그 사람 만큼은 아니라며 버틸 힘이 생긴다는 말...그런 뉘앙스에서 보자면

이 영화도 비슷한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듯?  어쨌거나 대부분의 재난 영화가 그렇듯 일상...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 삶의 고마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주고...특히 이 영화는 그야말로 홀로 남겨진

상황이었기에...그리고 그 혼자 둥둥 떠다니며 막막함의 극단을 달리는 부분을 아주 자세히 보여주기에

그 이상의 요상 모호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어쩌면 내 발은 지구에 딛고 서 있지만 뭐 그렇게까지

산드라블록의 상황과 다를 것도 없다... 아무리 내가 끈으로 누군가와 연결이 되어 있더라고 그 누군가는

나와의 끈이 끊어질 순간이 올 수밖에 없는거고 조지 클루니가 사라져갔듯 내 인생에서 죽음으로 인해

단절될 순간이 오는거고... 산드라 블록의 산소가 몇 % 남지 않은 상태고 계속 줄어가듯 우리의 인생도

하루 한 해가 갈수록 남은 산소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단지 우리가 남은 산소가 얼마나 될까에 대해

굳이 생각해보려 하지 않기에...그러니까 너무나 당연히 다가올 죽음을 외면하며 현실에 급급하기에

느끼지 못할 뿐이지...인간의 삶이란 혼자 떨어지고 혼자 사라지는 것이지...아무리 가족과 연인이 존재한다

해도 결국 인간은 혼자인거다...아니라고 느끼려고 누군가를 만나고 대화하고 사귀고 같이 먹고 마시고

트윗하고 카톡하고 발버둥을 치지만 올 때와 마찬가지로 가는 것도 우린 철저하게 혼자서 감당해야 함...

즉 산드라블록이 우주 공간에서 보여준 상황이 인간 모두의 인생과 그렇게 다를 것도 없다는 느낌...

단지 그걸 극단적으로 압축해서 보여줬을 뿐....

 

기독교인 내 입장에서 보자면...

그냥 우주공간에서 고군분투하는 산드라 블록의 모습이 현실에서 고군분투하는 인간의 모습...

그리고 그렇게 결국 혼자 우주를 탈출하여 태아가 엄마의 양수에서 둥둥 떠다니다 거길 벗어나 밖으로

나오듯 바닷물에서 땅으로 발을 내딛는 것은 천국 도착~ ㅎㅎ 하여튼 그런 식의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런 의미로 만든 영화는 절대 아니었겠지만...

(어쩌면 살아있다는 것이 천국인지도 몰라...산드라블록이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딸...이나 개 짖는 소리

알 수 없는 누군가의 목소리...이런 것들이 천국을 만드는 것들일지도...)

 

 

감독이 위대한 유산 감독이구나...그 영화도 정말 좋았는데

감독이 각본도 썼던데...원작 소설 따위가 없다면...이 감독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뭔지 애매모호한 영화지만 어딘가 평소 건드리지 못하던 부분을 건드린 영화다

꼭 볼만함

다 필요없고 그냥 영화를 보는 동안도 재미있어서 즐겁기도 하다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영화  오락영화로도 제 기능 충실....  이젠 내렸겠구나 너무 오래되어서...

 

조지클루니야 워낙 꽃중년의 아이콘이고...산드라블록의 탄탄한 몸은 또 다른 감동을 줌...

이 언니 스피드 때부터 알아봤어...멋져....운동 잘하여 관리된 몸의 표본을 보여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