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 1995 오스트리아 스위스 미국

by librovely 2014. 1. 5.

 

정말 유명한 영화

1995년이면 고2때 봤던걸까? 그 때 한참 붙어다니던 나보다 3살인가 어리던 애와 비디오로 빌려봤던 영화

되게 재밌을거라고 생각하며 들떠서 빌렸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둘 다 잠들어 있다가 깼던 기억도 난다

그러나 영화 내용은 거의 기억이 안남...당연하지...제대로 못 보고 잠자다가 끝이 났으니까...

이런 재미없는 지루한 영화가 세상에 있겠냐며 비디오 대여료가 아깝다고 떠들었던 것도 같고

 

언젠가는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어려서 재미 없었을거라는 건 알고 있었기에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가 오스트리아의 빈...비엔나~  얼마 후면 여행갈 곳을 20여년 전 영화 속에서

미리 만나고 가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서 봤는데 사실 영화 배경에 대한 감흥보다는 두 주인공의

대화만 머리에 마음에 맴돈다

 

어떻게 보면 되게 진부하고 그래서 말도 안되는 것도 같고...뻔한데 사실 그 뻔한 일이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아이러니...그러니까 뭐랄까 뻔한 판타지라고 하면 적당할까?

누구나 꿈꾸는 것 중 하나가 아마 여행지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것...운명처럼

여행지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일은 그야말로 운명처럼 느껴질 수 있다

현실에서 동떨어진 가장 독특한 상황 속에서 만났다는 건 드문 일이니까...동네 마트에서 맘에 드는

남자를 만나는 것과 이 넓디 넓은 세계의 어느 한 곳에 어느 한 순간 여행 중인데 거기에서 맘에 드는

남자를 만나는 것은 차원이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이 비극의 씨앗이 될 수도 있는 셈

 

같은 나라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면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만난 이성이 다른 나라 사람이라면?

그것도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지 않으면 만나기 힘든 그런 나라의 사람이라면?

제시와 셀린느(이름이 명품일세...)가 그런 관계다 둘의 만남은 낭만적이다...

책은 가장 저렴하면서 럭셔리한 인테리어 소품이자 가장 낭만적인 이성간의 매개체이기도 한 것이다

파리로 가는 기차 속에서 책을 읽던 셀린느는 건너편에서 큰 소리로 말다툼을 하는 부부를 보고 자리를 뒤로

옮기는데 그 옮긴 자리 건너편에 제시가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고 자리를 옮긴 셀린느를 유심히 보는 제시의

시선으로 인해 둘은 대화를 하게 된다 눈인사만 하다가 서로 보는 책 제목을 교환한다 그 짧은 시간에 둘은

뭔가 속된말로 케미~ 화학작용이 일어난 듯...호르몬이 여기 저기서 샘솟았던 모양이고 어쨌든 시끄러운

공간을 잠시 벗어나자며 제시가 식당 칸으로 대피하자고 한다

 

그리고 식당칸으로 이동해서 간단한 음식과 커피를 마시는데 이 영화의 특이점은 분명 테이블에는 다 먹은

빈 음식 접시가 있는데 둘이서 음식을 먹는 장면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것...아마 끊임없이 대화를 하며

영화가 이어지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기차의 식당칸은 영화에서 볼 때마다 정말 가보고 싶은 곳...

고작? 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난 한번도 유럽에서 기차를 타 본 일이 없기에 궁금하기도 하고...

대화가 워낙 많아서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나오는 대화 하나 하나가 다 주옥같다....

 

대화가 다 같은 대화가 아닌거지...무슨 거창한 사회적 문제를 떠들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아무리 사소한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거기에 대해 얼마나 생각해보고 솔직하게 말하느냐는 제각각일테니까

그리고 보통 남녀간의 대화가 빈 껍데기같이 여겨지는(나만 그래? 나만 쓰레인가? ㅋㅋ) 이유는 그 대화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다른 어떤 목적을 위해 하는 대화로 가기 쉽기 때문인 것 같다...그래서 마냥 잘보이기 위해 상대가

원하는 대답이 어떤건지 혹은 어떤 대답이 가장 무난할지를 생각하고 대답을 하고 질문을 하기 때문에...

하지만 제시와 셀린느는 진짜 대화를 한다 그래서 아마 둘이 그 짧은 시간동안 함께 있었지만 그토록 깊게 서로를

이해하는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둘은 생각이 가치관이 그렇게 딱 맞는 편도 아니다 제시는 다소 비관적이고 어쩌면 철저히 현실적인 반면

셀린느도 물론 그런 면이 있긴 한데 또 어느 면에서는 긍정적이거나 단순하게 바라보기도 하고...

이를테면 그 시인....단어를 하나 주면 시를 지어주겠다 맘에 들면 사례를 해도 된다며 말을 걸던 강변의 시인

그를 보며 제시는 특이한 거지가 다 있다는 식으로 약간 비아냥 거리고 그 거지가 쓴 시를 듣고도 시는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지만 그 시를 아마 미리 적어두고 불러준 단어만 중간에 써 넣은 것 아니겠냐고 의심한다...

셀린느는 그냥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시에 감탄할 뿐인데... 거지 시인의 시는 정말 멋지더라~  둘의 관계에

딱 맞는 시를 적어주다니...너무 작위적인 느낌이 들었지만 낭만적인 건 어쩔 수 없네...그 거지는 외모도 멋짐

거지같이 입었는데 멋져...꽃거지님....유로피안 꽃거지~ 심지어 지적이기까지한 꽃거지~

 

셀린느는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편이고 또 세상에서 전쟁은 정말 사라져야 한다는 식의 생각도 한다

마냥 긍정적이고 밝게만 생각하고 살지도 않는 것 같고 그래도 뭔가를 의심하거나 꼬인 눈으로 바라보는

편은 아닌데 이런 건 내 눈에는 어린시절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셀린느의 부모님은 사이가 좋고

셀린느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것 같지만 제시의 부모는 사이가 안 좋았고 결국 이혼을 했다고 했으니까...

아무리 이혼이 많은 사회에서 자랐다고 해도 그게 어린 제시에게 충격을 주지 않았을리가 없고...하지만

제시의 사소한(?) 빈정거림도 셀린느는 충분히 포용할 수 있음...둘은 안 맞으면서 잘 맞는다 이게 답이지...

 

그렇게 여기 저기 떠돌며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둘은 많이 친해진다  사실 사람 사이가 가까워지는 게 시간의

문제라기보다는 누구냐의 문제겠지... 나랑 잘 맞는 사람은 하루만에도 아주 친해질 수 있는거고 뭔가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과는 몇 년을 보아도 서먹할 뿐인거니까... 나중에 돈이 떨어진건지 와인잔도 훔치고 와인도

나중에 돈을 보내주겠다며 받아오고...이 때 속을 확률이 높음에도 그냥 와인을 준 바의 주인도 멋지구나...

난 죽어도 그런 짓은 못할텐데...와인 공짜로 받은 일? 아니...와인을 남에게 공짜로 주는 그런 행동...ㅍㅎ

 

날씨가 춥지 않아서 그런지 둘은 노숙을 한다...아 그 전에도 여러 카페 음식점을 전전하는데...

한 번은 들어간 카페의 사람들을 카메라가 한 테이블씩 천천히 보여준다...좋았다...분위기가 전달되는듯

그리고 그 카페에서 셀린느는 친구에게 전화를 건 것처럼 자기 마음을 보여주고 제시도 마찬가지로....

이런 설정 되게 유치한데 왜 안 유치하게 느껴지는걸까?

어쨌든 그러다가 이건 또 다른 장소 같은데...배였나? 하여튼 거기에서는 오늘 이후에 대해 잠깐 말을

시작하려 하는데 셀린느는 하루로 끝내자...오늘 하루가 다인거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전화번호를 주고

서로 연락하다가 시시해지는 관계로 가는 건 원치 않는다는 뉘앙스로 말을 하고 제시는 뭔가 아쉬워하면서도

그게 좋겠다고 한다  셀린느는 비행기를 무서워서 못타고 어쩌면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해서 셀린느가 그렇게

하루로 만남을 정리하자고 말한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둘은 티가 안나게 상당히 세심히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고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한다  뭔가 조심스럽다...둘은 처음 만났을 때도 그런 이야기를 한다

오래된 부부는 너무 많이 알아서 싸우게 된다나? 기억이 안나네...하여튼 여기에서도 오래 만나 그 뻔하게

흘러가는 것보다 하루로 만남을 정지시키는 게 낫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데...어쩌면 하루의 온전한

만남으로 끝을 내는게 영원해지는 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원한 사랑은 없는거고 영원해

지려면 하루 온전히 시간을 보내고 헤어지는 것이지...그럼 둘은 영원히 그리워하며 영원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셈이 아닐까...라는 억지스러운 생각도 해봄...

 

둘은 재미있는 게 처음에 서로 연인이 있는지 묻지도 않았다는 것

밤이 되어서 게임을 하면서 연인에 대해 질문을 하는데 제시는 마드리드의 여자친구를 찾아가 함께

여행을 다니기 위해 지난 계절 내내 열심히 일을 했는데 그녀가 마음이 변해있었다는 말을 한다

셀린느는 헤어진지 6개월이 되었다고...못생기고 멍청한 남자와 헤어진지....

이런 설정이 좋다

그냥 사람 자체가 뭔가 좋아서 어울리다가 나중에 연인 관계를 질문하는 것...

 

시간을 흘러가기 마련이고 아침이 온다 둘은 걷는다 셀린느가 파리로 돌아갈 기차를 타기 위해 기차역으로

그리고 기차역에서 헤어지기 직전 제시는 다시 보자고 하고 셀린느는 네가 그렇게 말해주길 기다렸다는

식으로 대답하고 셀린느의 5년후라는 말에 제시는 1년후 아니 6개월 후 이 자리에서 만나자고 말한다

 

그리고 나서 보여주는 장면들....은 둘이 같이 있었던 장소들...거기에 둘은 없고 빈 공간만 남아 있는데

그 장면을 꼭 제시가 홀로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둘이서 그렇게 행복하게 빛이났던 장소가

셀린느가 사라졌다는 그 한 가지 이유로 그렇게 황량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만 같은 제시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느낌....

그렇게 영화가 끝난다

 

 

되게 로맨틱하다

저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당키나 하냐며 드라마를 못보는데 왜 이 말도 안되는 영화는 좋은건지...

미국 남자와 유럽 여자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인 것도 뭔가 색다른 설정 같다...

 

빈에서 찍은 영화지만

사실 배경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영화...

 

줄리 델피는 옛날 영화라서 그런지 요즘 배우에 비해 통통하지만 예쁘다..프렌치 쉬크~~한 헝클어진 머리며..

에단 호크는 뭐 완벽....

각본을 감독이 쓴 모양인데 남자가 썼다니 대단하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호인 (2013) 한국  (2) 2014.01.12
그래비티 Gravity (2013) 미국  (2) 2014.01.11
우리 선희 2013 한국 홍상수  (2) 2013.09.19
설국열차 2013 한국 Snowpiercer  (5) 2013.08.26
감시자들 2013 한국  (2) 2013.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