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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 선희 2013 한국 홍상수

by librovely 2013. 9. 19.

 

 홍상수 영화를 참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재탕 느낌이 들었다 봐도 새로울 게 별로 없었고 나중에는 좀 지루한 감도

있었다... 북촌방향 이후로 안봤다...그 이후로 영화가 있긴 했나?

이 영화도 별로 크게 구미가 당기지 않았는데 보자길래 봤다

근데 재밌네...보길 잘했네...

 

새로 개관한 디큐브의 롯데시네마에서 봤는데 좌석이 고작 32석...그래도 이런 영화를 해주는 관이 있는 게 다행...

자리가 없어서 맨 앞에 앉았는데 맨 앞인 대신 다리를 올릴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들어가면서 봤는데 건너편에 거기에 맨발로 다리를 올린 나이 있으신 여자분들이 있었다...그녀들의 발에는 뭐라고 하지?

덧신같은 스타킹..그러니까 발바닥만 감싼 스타킹이 신겨져 있었는데 그게 잠시 식겁하게 했다...차라리 아무것도

신지 않았으면 괜찮았을 것을... 내가 이상한건지 모르지만 난 그런 걸 신지도 않지만 신었다면 발을 올릴 때 신발을

벗지 않았을 것이다...하여튼 그랬다...내가 이상한건지 모른다...내가 이상한거겠지....음

그녀들은 영화를 보면서도 계속 떠들고 무슨 자기 방에서 드라마 보는 걸로 생각하시는듯...이 또한 내가 이상한거겠지..

 

 

우리 선희...

착한 우리 선희...

그렇다 남자들은 저런 여자를 착하다고 한다...그런거지...내 눈에는 나쁜삐리리인데 남자들은 착하다고 좋아하는거다...

이 영화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선희의 어장에서 놀고 있는 남자들...

선희가 나빠서 사악해서 어장을 관리하는 건 아니다...어쩌다보니 그렇게 된거고 뭐 그런거다...

그렇다 어쩌면 우리 선희가 착해서 그렇게 된 걸 수도 있다...

 

남자의 시선으로 본 여자...예쁘고 착한 우리 선희에 대한 시선이 참으로 흥미롭게 느껴졌다

 

 

 2년?

하여튼 대학을 졸업하고 잠수를 타다가 나타난 선희....

일반적인 여자는 아닌 것 같다...일반적인 여자들은 잠수타고 뭐 그러는 건 아니니까...

그녀가 대학에 나타났고 추천서를 부탁하려고 교수를 찾아가다 만난 이 선배님은 그녀에게 거짓말을 한다

그 교수 한국에 없다고...그런데 있었고 선희는 화가나서 사과하라고 화를 내고 선배는 장난인데 왜 그러느냐는...

선희는 계속 불같이 따져댄다....

 

다른 영화에서도 그랬지만 홍상수의 눈에 여자들이 그런 모양이다...갑자기 별 것도 아닌 일에 삑삑 화를 내곤 하는...

감정의 기복이 심한....어쩌면 그런 경향이 남자에 비해 있긴 한데...그런데 그걸 남자를 대상으로 더 표현하는 것 같다

내 생각에는 그렇다...영화 속 그녀들처럼 화를 내곤 한다면 버틸 동성 친구는 없다...그러니까 남자들...만만하고 나의

미모에 그냥 넘어가 실실 웃어댈 남자들을 대상으로만 그렇게들 화를 내곤 하는 모양이다...난 그런거 못해봐서 모르지만

그런 면이 있긴 한 거 같다...

교수님을 만나 추천서를 부탁하고 학교 앞 치킨집에 가서 혼자 맥주 한 잔 하려다가 꼭 치킨을 시켜야 한다고 해서

먹고 있다가 창 밖으로 본 옛 연인 이선균을 부른다... 그녀를 여전히 아주 좋아하는 이선균은 막 어떤 어린 여자애와

헤어지고는 정유미에게 간다  아마도 이선균이 홍상수 감독의 분신? 영화를 만들었고 거기에 내 이야기가 너무 많은 거

아냐? 라는 말에 이선균은 그런가? 하더니 나중에는 나의 화두는 너다...너는 영원히 내 영화의 주제이고 너는 너무 예

쁘다는 말을 한다 술이 들어가자 계속 반복하는 말...너는 너무 예쁘고 착하다...그렇지...그게 동의어겠죠...

근데 내 생각에는 그렇게 그녀가 좋다는 이선균은 그녀의 잠수 기간동안 다른 여자도 기회가 닿는대로 만났을 것 같다

외로우니 만나지만 마음 한 켠에는 정유미가 있던듯

 

정유미에게 이선균은 묻는다 왜 헤어진건지

정유미는 나중에..라며 대답을 안한다

난 참 나쁘다는 생각을 했다...사악해...말을 해줘야지 나중은 뭐야...난 이런 태도가 어장관리로만 보임...

그녀는 의도 없이 그랬다고 해도 당하는 입장에서는 더 미련을 갖게 되는 거고...

 

선희로 인해 싱숭생숭한 이선균은 선배인 정재영을 부른다...정재영은 나가기 싫어서 방에서 혼자 짜증을 내는데...

이 캐릭터도 웃김...감독인 모양이다 이 사람도...남자들은 저러는구나...나가기 싫다는 뉘앙스를 줘도 못 알아듣고

끝까지 기다리고 어쩔 수 없이 짜증내며 끌려 나가고...

이선균은 선희 만난 이야기를 하고 정재영은 여기에서 의미심장한 가르침을 준다

여자가 남자보다 똑똑하다 그러니 존중해줘라...남자는 그냥 좋으면 좋아하지만 여자는 안 그런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고 아니니까 싫다고 하는거다...그냥 존중해주면 되는거다...

결국 선희가 싫다고 했으니 미련 버리라는 말...

 

그러자 이선균은 자기는 끝까지 파보고 싶다고 그래서 어떻게 되는 지 알고 싶다고...

선희에게 접근을 적극적으로 해야 그래야 선희가 자기를 알 거 아니냐 그래야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소리인듯

그러자 정재영은 그냥 네 한계 어쩌고 저쩌고 하며 쓴 소리를 하고 이선균은 뭐가 어떻게 된거냐는 이야기를 하자

나중에...정재영은 나중에 말해준다고 넘겨버린다... 듣고 싶은 말은 다 나중에... 한 마디로 넘어가버리는...

 

이 곳 주인이 예지원.... 아리랑...734-1009? 전화번호까지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어느 장면에서 반복되어 흘러나온

그 요상 야릇한 음악도 인상적...

라면 먹을래요? 치킨 먹을까요?

예지원은 그렇게 치킨 타령을...남자들 눈에는 여자들 치킨 좋아하는 게 신기한건가...

나도 많이 봤다...치킨 좋아하는 여자...보통 남자들과 잘 어울리는 여자들은 맥주를 좋아하고 치킨도 좋아하는듯...ㅡㅡ;

 정유미는 추천서를 받고 이상하게 쓰여있는 글에 당황하고 다시 교수를 만난다...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술을

먹고는 왜 예전에 자기 손을 세게 잡았냐고 묻고 교수는 좋으니까 그랬다는 식으로 말하고 둘다 술이 취하고 좋다 어떻다

떠들다가 뽀뽀고 하고 그렇게 반연인 관계가 된다...

 

그 다음날 김상중 교수님은 아주 밝고 설레는 모습으로 정재영을 찾아가 이런 기분 오래만이라며 자랑한다...

교수들은 워낙 어린 영혼들을 자주 만나니...저런 일이 아예 없지는 않을듯...물론 사람 나름이겠지만...

정유미가 가장 마음에 둔 사람은 아마 교수님이었던 모양이다...단지 추천서 때문에 그런 건 아니듯 하고...

어쩌면 자신에게 제일 날을 세운 사람이기에 거꾸로 마음이 갔는지도 모른다...쌀쌀맞으니까....

그런 말을 자주 한다...정유미가...

왜 이렇게 저에게 쌀쌀맞게 대하세요?

 

하여튼 정재영과 벅찬 마음에 대해 나누다가 김상중은 정재영에게 묻는다

대체 왜 나와서 혼자 사냐고...아내도 있으면서...

정재영은 대답을 회피한다 계속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정재영은 전광수 커피하우스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던 정유미가 소리질러 불러서 정유미를 만난다

정유미는 보이는 사람을 다 불러제낌...그리고 술먹자고 하는...음...

정유미가 반가운 정재영은 자기도 커피 한 잔 마시겠다고 하자 정유미가 술 사달라고....

 

그래서 둘을 또 아리랑에 가서 술을 마시는데...마시다가 취하고 정유미는 정재영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예쁘다고 한다

그렇게 요상한 분위기...에서 치킨도 먹고 나와서 뽀뽀 하고 정유미는 돌아간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우리에게는 아직 많은 날이 남아있어요 였나?

하여튼 기가 막힌 여인네군....

여기 저기 여지를 질질 흘리고 다니는 이상한 여자...지만 남자들은 아주 좋아함...왜?

예쁘니까

술 마시자고 하니까

술 마시면서 손도 잡아주고 얼굴도 잡아주고 그러니까

그리고 여지도 남겨주며 설레게 만드니까

뭔가 미래를 꿈꾸게 만들고 그러면서 가끔 확 잠수를 타는 예상 못할 그녀가 치명적일 수도 있겠다

 

창경궁에서 만나 정유미는 추천서를 다시 읽어보는데 극찬이 줄줄 써 있음...

그게 나냐고 하니 너 맞다고....

 

이 영화에서 느낀 정유미 캐릭터는...

중심이 잡히지 않은 여자...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스스로 생각해보려 하지 않고 남들에게 의지해서 찾으려고만 한다

아니 실체를 보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누군가가 자신을 인정해줌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발견하는 나약한 심리..

추천서를 부탁하며 등장하는 설정과도 뭔가 통하는 그런 캐릭터...

가끔 남자 없이 절대 못 사는 여자들을 보곤 하는데...그녀들의 공통점은 남자들이 자신을 떠받들어 주는데서 많은 위안을

안정을 얻는 것 같다는 점...물론 남자 없이 살아온 나같은 루저들이 괜시리 부러워서 하는 소리일 수도 있다...

하여튼 그런 경우가 많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자존감이 낮아서 누군가가 네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소중해...

너 없이는 못 살아...넌 정말 대단한 존재야...라는 소리를 해주는 남자가 있어야만 하루 하루 버틸 수 있는 그런 내면...

 

영화에서도 종종 정유미가 하는 말이...

나는 내가 누군인지 알고 싶어요....끝까지 가보고 싶어요...

그래서 유학을 가겠다는 말 같은데...하여튼 정유미는 좀 요상한 여자...지만 분명 그런 여자는 꽤나 존재한다....

어쩌면 그런 여자가 아주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건지도 모르겠다...

사회악은 그 반대의 여자들인지도 모른다...

 

창경궁의 춘당지와도 같은 우리 착한 선희의 어장에서 즐겁게 헤엄치다 만난 세 남자....

빈익빈 부익부...

 

자 이제 여자들이여 우리 착한 선희처럼 살자...

나이가 어찌되었든 말든 남자면 누구에게나 술 사달라고 하자...밤이든 낮이든 그런 건 상관없다

헤어진 전 남자친구도 불러제껴 만나고 헤어진 이유를 물으면 절대 대답하지 말자

맘에 드는 남자면 마음이 가는대로 하고 살짝 걸쳐놓고 싶으면 적당히 마무리하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명언을 들려주자... 선희를 우리 선희라고 불러줄 수 있는 남자를 최대한 많이 만들자...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동행인이 이번에는 여자를 까는 내용이네...라고 했다

그렇다...

항상 찌질한 남자만 그렇게 바보스럽게 그려내더니 이젠 속을 알 수 없는 애매한 그러나 착하고 예쁜 우리 선희와

그녀의 주변을 맴도는 바보같은 남자 3명을 동시에 그려냈구나

 

재밌다

 

영화에 계동이 나온다...

전광수 커피 하우스

그리고 카페 공드리~

 

언제 한 번 구경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