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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뉴욕

[뉴욕-10] 메이시스백화점. 빅토리아시크릿. 국제사진센터. 휘트니뮤지엄.

by librovely 2008.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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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첫인상은 별로 좋지 않았다...

왜?

그냥...높이 솟은 건물을 참 좋아하지만...괜히 정이 안갔는데..

별로 유쾌하지 않은 일도 좀 있었고...

 

 

그런데 소호를 간 그날부터 확 좋아졌다...

예쁜 물건들을 구경하는 잔재미...

그리고 맛있는 디저트들...

지저분한 거리나 지하철도 상관없고 하루 하루 지나가는 것이

아까워서 마음이 아플 지경...

 

 

이렇게 시간을 아까워하지만 정작 일찍 일어나서 나간 날이

단 하루도 없다...ㅡㅡ;;

평균 일어나는 시각은 10시-11시 사이...

숙소를 나서는 시각은 11시-12시 사이...

 

 

오전이 갤러리 구경에 딱 좋은데...

각종 뮤지엄들은 오후 5시면 문을 닫기 시작하니까...

낮시간이 밤보다 더 좋은데...

나이트 라이프를 크게 즐기는 성격도 못되니까...

 

 

하여튼 이 날도 느즈막히 일어나서 메이시스 백화점에

옷을 구경하러 갔다...

옷을 가서 사 입으려고 많이 안 가져갔기에 코트를 사러

갔는데... 여기저기 따로 돌아다니다가 동행인을 잃어버렸다.

찾는 것은 불가능...문자로 동행인이 구겐하임에서 만나자고...

 

 

그래서 각자 구경 후 구겐하임에서 만나 숙소로 가기로 했다.

열쇠를 한 개만 주었기에 같이 들어가야만 한다...

메이시스를 나와서 둘러보니 빅토리아 시크릿 대형 매장이

보인다... 속옷 세일이 심하다는 말을 들었기에 신나서 들어섰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슈퍼마델들의 사진이 붙어있는데 그 장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다이어트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외모 압박이 강하게...

남자친구랑 온 사람도 꽤 있는듯...

뻘쭘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고 앉아있는 남자들의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 없었다...ㅎㅎ

 

 

그런 장소에 남자랑 가다니 제정신들인가요?

왜?

속옷 고르기가 민망해서 그러냐고요?

그럴리가...

그게 문제가 아니고 사방에 핑크색 러블리한 속옷을 입고

사탕을 물고 샤방샤방 미소를 뿌리는 마~델들의 사진은

어쩔꺼냐고...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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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의 상점을 전전하다보니 국제사진센터에 기부금 입장이 가능한 시간이

되어서 지도를 보고 미친듯이 걸어서 가는 도중에...

또 몇 개의 상점에서 시간을 흘리고는 지나다가 날씨 좋은 계절에 멋진

남자들이 많다는 아주 바람직한 공원인 브라이언 파크를 지나쳤다...

성지순례하는 이 기분...

그리고 그 바로 옆에 뉴욕 공공 도서관...

 

 

 

아무래도 그 잘생긴 남자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보던 남자들이 아닐까?

최고의 조합이다...

책을 좋아하면서 잘생겼다니...ㅎㅎ

그 둘 중에 하나만이라도 가능하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고마울텐데...

하여튼 추운 날씨 탓에 구경거리?를 하나도 볼 수 없어서 눈물이 살짝...

 

 

 

도서관도 가봐야 하는데...

역시 영어...

내가 영어만 능숙했다면 이미 갔을 것이다...

나는 안다...

가봐도 책 구경에는 즐거울 수 있지만 그 내용에는 즐거울 수 없음을...

문맹을 몸으로 체험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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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진센터...

혼자 돌아다니니 거리가 눈에 훨씬 잘 들어온다...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주체적?으로 길을 찾고 그러다보니...

 

 

입장하면서 기부금 1달러를 내고 민망웃음을 흘리니

연신 잇츠오케이를 날린다...ㅎㅎㅎ

너무 그러니까 더 민망~~

 

 

들어가보니 사람들이 조용히 작품에 몰입해있다.

그 모습..분위기 자체도 미술처럼 느껴진다...

참 여러 종류다..

장소나 사람이나...

 

 

타임스퀘어 거리의 사람들

메이시스 백화점의 사람들

소호 거리의 사람들

카페 안의 사람들

맥도날드 안의 사람들

그리고 미술관 안의 사람들...

그 중에서도 많이 대중적이지 않아 보이는

이런 국제사진센터와 같은 곳의 사람들...

 

 

이 여러 종류의 사람들 중에서 난 국제사진센터 안의

사람들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하여튼 너무 줗았다...

내가 들어가서 분위기를 망쳤는지는 모르지만 공간 자체가 좋았다~

 

 

어떤 사람들이 있었느냐면 일단 데이트족이 보이지 않았다...그다지..

그리고 게이?로 보이는 남자가 많았다...ㅎㅎ

더 자세히 표현하자면

머리는 거의 밀어버렸고(개인적으로 머리가 짧은 남자가 좋다~)

길쭉한 키에 아주 스키니~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색과 소재의 스웨터에

통좁은 바지 차림...

 

 

이런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혼자 온 남자도 눈에 많이 보였는데...

아마 금요일에 퇴근하고 온 것이겠지?

 

 

조금 보다가 배가 고파서 센터 안의 까페에 갔는데

뭐 대단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니고 샐러드나 빵 커피가

간단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한 테이블에는 정말 딱 게이로 보이는 깔끔시리즈 남자 5명이

조용히 뭔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또 한 테이블에는

어떤 남자 혼자 뭔가를 섭취?하고 계셨다.

 

 

그래서 나도 머핀과 커피를 들고 자리를 잡았는데...

주문하러 그 주변을 서성일 때 여러명이 앉아있는 테이블에서

코리안 걸 어쩌고 저쩌고 라고 떠드는 말을 들었는데...

뒷 말을 못들었다...ㅡㅡ;;

내가 한국인으로 보인걸까?

 

 

여기와서 거의 대부분의 외국인이 일본사람으로 본다는 것을

알았다...말을 한 사람은 다 일본인이냐고 묻는다...

생각해보니 경유지였던 도쿄 공항에서 어떤 스튜어디스가

나에게 일본말로 실컷 말을 해서 일본인 아니라고 이야기했던

기억도...

내 얼굴이 일본인처럼 생긴건지 아니면 한국의 존재감이 아직은

일본에 치이는 정도인건지...어찌되었든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사진전의 내용은 상당히 좋았다.

난 그냥 로버트 카파나 뭐 사실 아는 사진작가가 없네..ㅎㅎㅎ

어쨌든 그냥 사진이 걸려있는게 끝일 줄 알았는데...

사진은 사진인데 참 독특한 사진이 많았다.

그러니까 흔히 생각하는 단순한 사진이 아닌....

 

 

오래되어서 이미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생각나는 것만 적어보자면...

 

 

직육면체가 있고 뚜껑부분은 유리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그 안에 사람들 사진이 들어있고

그 사람의 생일과 사망일이 적혀있다.

관...인가보다...기분이 요상했다...

실제로 살다가 이제는 사라진 사람의 사진을 보고 있자니...

 

 

중국의 곡예단이 접시를 돌리는 아슬아슬한 장면...

그 장면을 찍은 사진이 들어있는 액자의 유리가 깨져있다.

아슬아슬한 사진 속 장면은 멀쩡한데 액자를 깨 놓다니...ㅎㅎ

그런데 추하다는 느낌보다는 사진 속의 긴장이 해소된 기분이

들었다.

 

 

도자기를 엑스레이 같은 것으로 찍은 사진도 있었는데...

그건 뭘까?

도자기의 속을 보고 싶었던 것일까?

핵심은 그 속의 빈 공간이라는 의미일까?

 

 

사진을 걸어놓았는데 그 앞에 희미한 천으로 된 커튼을 쳐놓은

것도 있었다. 그 커튼을 밀어서 보아야 속의 사진이 보인다...

사진을 본다는 것...

누군가의 사진을 본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남의 감취진 것을

보고자 하는 욕망...? 심하게 들어가자면 관음증? 맞나?

뭐 하여튼 그런 것이 생각났다...

커튼을 들춰보는 그 행동이 뭔가 해소되는 느낌을 주었으니...

 

 

프레임에 대한 것도 있었는데...

액자의 틀...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지극히 선택적인 행위...

거기에 글이 쓰여 있었는데(대부분의 작품에 설명이 쓰여있다.

영어로! 그래서 대강 대강 읽기도 하고 그냥 넘어가기도 하고

읽은 내용이 정확한지도 모른다..막히는 단어가 꽤 많다..ㅡㅡ;)

법정에서건 어디에서건 우리는 한 부분을 선택하게 되고 그로인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뭐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읽기 시작한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이라는

책에서도 비슷한 말이 나온다...

여행을 다니면서 우리가 찍는 사진...그 사진은 보통 우리가 추구하는

그것이 담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자신이 아름답게 느끼는 그 부분을

사진의 틀 안에 담으려고 한다는 것... 맞는 말이다...

 

 

어떤 사진은 자물쇠가 달린 금고 사진인데 잡아당기면

금고 문이 열리는 느낌이 들게 사진이 벽에서 열린다..ㅎㅎ

 

 

한쪽 코너에는 911이 일어난 당시의 상황을 실은 각 나라의

신문1면을 모아서 붙여놓은 작품이 있었는데..

속상하게도 우리나라 신문은 없었다..하여튼...그랬는데

뭐라고 해야하나...

아랍쪽의 신문도 있었는데....

난 이 신문 스크랩들을 보고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 대한

슬픔보다는 미국은 이렇게 일을 당하면 전세계적으로 알려지기라도

하지만 약소국가들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대대적인 보도 조차 되지

않는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ㅡㅡ;;

 

 

영상물도 좀 있었는데...

실종된 남미쪽의 사람들 가족의 인터뷰가 담긴 영상..

그들의 유물들...

어떤 일로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들을

추억할만한 물건과 언제 연락이 끊겼는지를 설명하는 가족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끔찍한 일이다.

 

 

또 대형 영상물에는 무슨 내용인지 정확히 들은건지는

의심스럽지만 어떤 여자가 자신의 과거에 했던 인터뷰 내용을

다시 보고는 부정하는 그런 영상으로 보았는데...

젊었을 때가 훨씬 예뻤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감상했다.ㅡㅡ;;

그리고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가 얼마나 정확할 것인가에 대해

잠시 아주 잠시 생각해보았다.

 

 

안쪽의 한 코너에는 아주 인상적인 사진전이 있었다.

흑인 남자 사진...

30명은 되어 보이는 흑인 남자 한 명씩의 사진과

그들이 한 간단한 말이 적혀져있는 글귀 하나씩이

주욱 늘어서 있었는데...

정말 멋진 남자들이었다...뭐가? 외모가...그랬다.ㅎㅎㅎ

아주 파격적인 사진도 있었지만 남들도 집중하길래 나도 집중~

사실 이 사진들만으로도 국제사진센터는 나에게 100% 만족을

준 퍼페엑트한 장소로 여겨진다. ㅡㅡ;;

 

 

흑인 남자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흑인.. 정말 잘생긴 흑인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백인보다는 잘생긴 흑인이 눈에 띄는 경우가 훨씬 많다...

특히 여성 옷가게에 가면 모델같은 흑인이 많은데....

얼굴도 아주작고 다리도 길쭉하고 키도 크고 피부도 매끈~

그리고 눈동자도 상당히 깊다...백인의 멋짐은 가볍다면

흑인이 멋진 것은 깊이가 다르다...나만 그렇게 느끼나?

물론 흑인도 여러 종류지만...하여튼 멋진 흑인이 이렇게

많다니...그 사실이 참 놀랍기만 했다...

 

 

반면에 흑인 여자들은 대부분 얼굴은 남자들처럼 눈매가 깊고

예쁜경우가 많지만 하체 부분이 비만스러운 경우가 많아서

좀 안타까웠다...물론 아주 가끔 흑인여자도 길쭉하고 스키니한

여자도 있긴 하지만 아주 드물었다....아니 내가 여자들은 잘

안쳐다보고 지나다녀서 그런지도 모른다...ㅎㅎㅎ

 

 

 

이게 무슨 소리지....사진 이야기 하다가 어디로....

 

 

 

하여튼 국제사진센터는 생각할 거리도 많이 많이 주고

말끔한 남자도 많은 아주 훌륭한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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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진센터를 2시간정도 본 후 원래는 더 오래오래 있고 싶었지만...

금요일에 기부금입장이 되는 곳이 많기에 서둘러서 휘트니로 향했다.

 

 

휘트니 뮤지엄은 9시까지 여는데 7시 30분에 도착했다...

가보니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그리고 지하를 내려다보는 엄청난 인파...

뭔가 슬쩍 보니 지하에서 무슨 퍼포먼스가 행해지고 있었다.

아주 잠시 본 바에 의하면 어떤 40대 몸매 꽝~인 여자가

컬러풀하고 몸에 붙는 옷을 입고는 서서히 움직이며 요상스런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가운데에는 무슨 그물과 비슷한 형상의

물체가 놓여져 있었다.

 

 

퍼포먼스가 끝나자 사람들이 박수치고 환호성을 지르고...

음~~

 

 

1달러 내고 입장~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급한 마음에 들어섰는데 1층은 단 한 작품이

있었고 2층은 그림들... 3층은 흑인 여성에 대한 그림자 그림과 같은

기획전이...4층은 글자가 쓰여져 있는 어떤 기획전이 있었다.

여유있게 보려면 3시간 정도가 소요될 것 같았다.

 

 

1층에는 들어서자마자 거울이 사방에 놓여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내 모습이 반사되지 않는다...

그럼 유리인가 하고 손을 넣어보니 테두리만 있고 빈 공간...

즉 거울을 놓은 것처럼 보이게 반대쪽에 같은 물체를 그대로

재배치 해 놓은 것...대단하다...

근데 이게 무슨 의미일까?

 

 

2층에는 다양한 그림이 있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나하나 모두 독특하고 맘에 들었다...

물끄러미 한참 보고 있고 싶은 요상스런 그림들...

딱 하나 기억이 난다...

제목이 나 자신을 먹다...였는데...뻘건 색상이 죽죽 칠해지고

정말 괴물같은 모습의 그림이었는데...

자기파괴적인 그런 때의 내 모습이 보이는 느낌이 들어서 인상적...

보고나서 바로 적었다면 기억이 날텐데..이미 기억은 다 사라졌다...

 

 

하나 보다가 웃었던 그림이 기억난다...

제목이 이보다 더 지루할 수 없다 였고 작품은 하얀 바탕에

연필로 날려쓴 이보다 더 지루할 수 없다라는 문장의 반복...

ㅎㅎㅎ

어떻게 보면 미술과 유머는 통하는 것 같다...

어떤 면에서 그러냐면...생각의 전환...발상의 전환이 더 정확한가?

생각은 뭐고 발상은 뭐야...국어에도 아직 익숙하지 못하다..ㅡㅡ;;

 

 

3층에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

한 작가의 기획전...

그림이 다 비슷한 방법...

그림자 인형극의 실루엣과 같은 그림들....

그림의 내용은 흑인 여성에 대한 것...

흑인 여성의 노동력과 성적 착취에 대한 그림들이 대부분..

관람하는 사람 중 흑인이 눈에 띄었는데 그들의 마음은 어떨지

궁금했다...

 

 

예전에 오페라에 대한 책에서 본 내용이 떠올랐다...

자신의 하녀가 결혼을 하려면 첫날밤을 주인 남자와 보낸 후

결혼을 하는 그런 요상한 풍습...아..이건 흑인 하녀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었구나...그것도 떠올랐고 또 텔레비젼과 동물원이라는

제목...맞는지 가물가물하지만 하여튼 그 책에서 본 내용도 생각났는데

흑인들을 데려다가 동물원처럼 전시하고 그것을 보러 백인들이 정말로

왔었다는 그런 내용...

 

 

겉으로는 교양있고 고상한 척 다 해도 알고보면 백인들의 추접스런

행태도 참 많은 것 같다... 문제는 그런 것들이 잘 안 알려져있다는

것이 아닐지...아니 나만 모르나?

 

 

그림자극 영상도 있었는데 내용이 참 구슬펐다...

 

 

4층의 문자들은 솔직히 기억이 잘 안난다...ㅡㅡ;;

그렇게 많은 공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될 것이 아니었나...

하는 불만을 좀 가졌던 기억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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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뿌듯한 하루...

동행인과는 휘트니 뮤지엄에서 만났다...

다행히도 말이다.

내가 사진센터에 있을 때 동행인은 소호에서 쇼핑을 했다고 한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