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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멜랑콜리아 Melancholia, 2011 덴마크 , 스웨덴 , 이탈리아 , 프랑스 , 독일

by librovely 2012. 6. 3.

 

 

멜랑콜리아... 개봉 날짜를 달력에 써두고 기다렸다...그리고 보러 갔다...혼자 보러 갔어야 할 영화

옆에 누가 있는 게 신경이 쓰여서라기 보다는 이런 영화는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영화고 일반적인 영화가 아니기에

괜히 보자고 했다가 민망해지는 결과가...한 명은 자다 깨다 하더니 말로는 재밌다고 좋았다고...한 명은 잘 모르겠고

또 한 명은 싫었다는 반응...이젠 영화보자면 같이 잘 안가려고 할 것 같구나...이젠 정말 혼자 볼 시기가 온건지..ㅜㅜ

 

난?

난 너무 너무 좋았다 영화를 이해 했는지 여부를 떠나 그냥 새로운 어느 부분을 건드려 준 영화라서 좋았다...여러 면에서

우울한 영화겠지..우울증에 대한 영화겠지 생각하고 갔다 우울증...나도 우울증이 있는 것 같다...그 정도가 미약해서

그렇지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울하지 않나? 아예 우울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거다 아마도...

 

나의 우울감이 가장 강하게 찾아올 때는 일요일 오후...특히 낮잠자고 일어났을 때...근원을 알 수 없는 바닥으로

추락하는 이상한 기분...허무하고 허무하며 허무한...사실 이건 아주 어릴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어릴 때 낮잠만

자고 일어나면 울어대서 엄마가 낮잠을 못자게 했던 기억이...나도 울었던 기억은 나는데...이유는 모르겠다...

하여튼 기독교인이 할 말은 아니지만...어쨌든 난 우울할 때가 있고 그 원인은 정확히는 몰라도 외로움이나 뭐

그런 게 아니라 허무함인 것 같다..허무하고 허무하며 허무하다...물론 그게 어찌보면 외로움에서 오는지도...

 

내가 정신없이 챙길 아이가 있거나 할 집안일이 쌓여있다면 우울한 느낌을 가질 여유도 없겠지...하지만 그게

느끼지 못할 뿐이지 아예 그런 기분이 저 아래에 없다고는 생각 안한다...그러니까 아이 다 키운 중년의 아줌마들이

우울증에 많이 빠져드는 게 아닐까... 내가 알기로 우리나라 노인층의 자살률도 높던데 이 또한 생활고나 외로움

단지 그것 때문이 아니라...여유가 생기니까 덜 바쁘니까...내가 왜 살지...뭘 위해 살지...그런 생각이 든 게 아닐까

하는...그리고 그 이유를 찾지 못하면 우울감에 젖어 들거나...아예 허무한 인생을 스스로 마감해 버리게 되기도...?

누가 그랬더라 사람이니까 외로운거라고...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인간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수시로 찾아오는

허무함과 우울감을 느끼며 극복해가며 사는 방법 밖에...그냥 나의 한 부분으로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

 

 첫 장면...

영화가 시작되기 전 그러니까 영화 제목이 뜨기 전 큰 음악과 함께 흡사 현대 미술...그러니까 사진전을 보는 기분이

들 정도로 인상적인 영상이 나온다....정말 멋지다...내용과 상관없이 그냥 음악과 함께 보여지는 장면 자체가 너무

멋지다...

http://www.youtube.com/watch?v=2kP-vuOy8cU&feature=fvwrel

오프닝...이런 영상은 불법 아닐까?

음악이 너무 좋다...영화와도 완전히 맞아 떨어지며 음악 자체로도 그냥 좋다...이런 묘한 음악이 있었다니...

영화를 볼 때는 영화 분위기에 맞게 누군가 작곡을 한 거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영화와 맞아 떨어진다....

 

이건 무조건 극장에서 봐야 한다....큰 화면으로 큰 음악소리로...완전히 몰입해서....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들을 다 암시하고 아니 거의 다 보여주는 오프닝...

음악이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서곡이라는데...오페라의 서곡처럼 오프닝 영상 역시 영화 전반적 분위기와 내용을

대부분 보여준다...어떤 경우 이런 설정이 오히려 김빠지게 할 수 있지만 이 영화같은 경우 영화를 본격적으로 보기에

앞서 보는 이의 제각각의 마음을 우울감으로 어느 정도 밀어 넣는 것이 감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런 도입은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영상을 넋놓고 바라보는 동안 자연스럽게 묘한 우울감으로 처박히기 시작하기 때문에...

 

다리에 나무 덩쿨이 얽힌 채 어렵게 한 발 한 발 내딛는 저스틴...가장 아름다운 순간...여자에게 최고의 순간이라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 순간이지만 그녀의 다리에는 발을 내딛기도 힘들게 지저분한 덩쿨이 뒤엉켜 붙어있다...

그리고 다음에는 헌터 부츠에 청바지 루즈 티셔츠 차림의 아무렇게나 자른듯한 머리의 저스틴 모습...때려친거지...

결혼 생활을...웨딩드레스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더더욱 우울해진 표정으로 초원에 서 있다...나중에는 손가락

끝으로 뭔가 전기가 통하듯 찌릿 찌릿한 것이 흐르기도 한다...

 

오프닝 영상에 잠시 등장하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진중권이 좋아하는 그 화가...피터르 브뤼헐의 눈속의 사냥꾼

이 그림을 그냥 감상하기에 앞서...난 이미 그림을 찾다가 이 글을 읽어버렸다....으..

http://cafe.daum.net/yoonsart/IZl6/10?docid=10P7I|IZl6|10|20070131080345&srchid=IIMxo65K00#Adownload.php?grpid=10P7I&fldid=IZl6&dataid=10&fileid=1&regdt=20070131071815&disk=9&grpcode=yoonsart&dncnt=N&.jpg

자연 앞의 미미한 존재인 인간...이라...영화와도 관련이 있구나...

행성의 충돌 앞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인간...

 

허무함 우울증을 눌러 놓지 않고 이젠 아예 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듯한 모습...

(커스틴 던스트처럼 헌터 레인 부츠가 잘 어울리는 이를 본 일이 없어요.ㅡㅡ;  커스틴은 옷을 입은 게 훨씬 예쁘다 )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데...그럴만하다....

우울감이 그대로 묻어나는 표정...

어떻게 이런 표정을....

영화는 1부와 2부로 나뉜다...소제목은 우울한 여인의 이름...

1부의 제목은 저스틴...

커스틴 던스트는 시골의 대저택으로 성대한 결혼식을 하러 아주 큰 리무진을 끌고 들어간다...

그녀는 아름답고 남편은 멋있다... 결혼식장은 화려하며 하객도 많다...회사에서 잘 나가고 있으며 승진도 한다

뭐하나 부족할 것이 없어 보인다...그리고 그녀도 행복해 보인다...결혼식장에 가는 길에 리무진이 너무 커서 차를 돌리고

어쩌고 하는 순간에도 그녀는 행복에 겨운듯 낄낄대고 시종일관 웃음을 머금고 다닌다...

 

결혼식에는 많이 늦었지만 결혼식은 언니와 형부가 신경써서 만든 매뉴얼대로 잘 진행되는듯 하다...그러나...

그러나...그녀는 견딜 수 없다는 표정을 언뜻언뜻 비치기 시작하고...갑자기 사라져서 목욕을 하거나 정원으로 뛰쳐 나가

바닥에 오줌을 싸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언니는 다 알고 있는 것 같다...언니에게 너무 힘들다는 말을 하고

대부분 이상함을 눈치채지만 별 일 아니라는 식으로 못본 척 넘어가지만 저스틴 스스로 견디지 못한다...

결국 나중에는 사랑의 눈길로 바라봐주던 남편마저 방에서 뛰쳐나간 저스틴에게 이별을 고한다...그녀는 정작 남편에게는

손도 못대게 해놓고는 아무 상관 없는 자신의 부하직원으로 잠시 고용된 남자와 정원에서 달빛을 받으며...

뭘까? 도대체 무슨 감정일까? 그녀가 평범하다고 여겨지는 상황에서 뛰쳐나가 한 행동을 보면...

목욕  배설  *스  물론 아무리 그렇게 한다고 해도 우울감이 사라지지 않는다...임시방편일뿐...

 

나중에 막 나가기 시작한 저스틴이 방에 장식해 둔 그림집의 펼쳐놓은 그림들은 우울함이 뿜어져 나오는 것들로

다 새로 펴서 올려놓는 행동이 매우 인상적이었다...코스프레 그만하고 내 내면을 이젠 그대로 받아들일테다...?

 

그리고 저스틴은 두렵다...두려워 죽겠다는 말을 해댄다....

또 저스틴의 남편은 그녀를 떠나며 한 마디 한다...잘 해보려고 했는데...잘 끝내려고 했는데....라는 말...

난 나중에 어쩌면 저스틴도 멜랑콜리아라는 행성이 다가옴을 두려워해서 그런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다들 결혼식에 아무렇지도 않게 참여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멜랑콜리아가 다가와 지구가 사라져버릴거라는 걸 알고

있는 게 아니었을까? 그래서 죽음이 목전에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뚜렷한 대책도 없으므로 아무일 없다는 듯...

그렇게 결혼식을 한 것이 아니었을까 했는데 아닌 것 같다... 왜냐면 저스틴은 2부에서 멜랑콜리아를 그리 두려워하지

않기에... 그럼 남편이 잘 끝내고 싶었다는 건 결혼식이라도 마무리를 어떻게든 하고 나서 이혼을 하려 했다는걸까...

 

결혼식에 대한 것 중 인상적이었던 건...

결혼식이 저스틴의 행복을 위함 보다는 오히려 타인들의 눈에 행복해 보이기 위한 행사로 보였다는 것...

그 결혼식을 위해 돈도 많이 쓰고 마음도 많이 쓴 형부는 저스틴에게 자신이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는지 알기나

하냐며 종종 불평을 한다...그리고 결혼식을 축하하러 온 저스틴의 상사...는 그 상황에서도 저스틴에게 광고 문구를

만들으라며 독촉해댄다...그는 필요에 의해 얽힌 전형적인 인간관계를 보여준다...

 

어쨌든 결혼식은 엉망으로 끝이났고 직장 상사와도 싸워버린 저스틴의 옆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오로지 한 명...언니뿐...그녀는 더욱 우울감에 자신을 내던져버리고 숨쉬기도 힘들어진 상황이 되어 언니의 집으로

보살핌을 받기 위해 오는데...그래도 전에는 목욕을 스스로 해가며 순간 순간 버텨왔지만 이젠 아예 아무것도 하려

들지 않는다...살고 싶지 않다...수준에 떨어진 것 같았다...온 몸에 힘이 빠져 잠만 자고 씻지도 않고 씻기려 욕조

앞까지 데리고 가도 그냥 주저앉아 버린다...가장 좋아한다던 미트볼을 해줘도 씹으면서 담뱃재를 씹는 기분이라고

말하고는 눈물을 흘린다...아무런 즐거움도 느껴지지 않는 것...아무런 의욕도 없는 것...우울증의 끝은 그런거겠지

살고 싶지 않다...모든 삶의 욕구가 사라진 것...식욕 성욕 모두 다...어쩌면 결혼식 중 그녀가 못견디겠다며 뛰쳐나가

한 행동들...목욕하고 먹고 배설하고 **를 하고...그런 것들이 다 삶의 욕구들인데...어떻게든 살아보려고 그런 행동을

생의 욕구들을 표출해보려 한 것 같고...이젠 아예 그런 것들에서 멀어져버린 대책 없는 상황....

 

어쩌면 우리는 죽고 싶다...살고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해 그렇게 더 먹어대고 열심히 배설하고 씻고

자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요상한 생각이 잠시 들었다....행동하는대로 생각하게 되기도 하니까...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다들 걱정의 눈초리로 그렇게 살면 안된다고 하는 것이...어쩌면 자신들은 인식하지 못하나

그렇게 혼자 살면 생의 욕구들이 약해지고 언젠간 죽고 싶어지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니 빨리 결혼해서 번식하고

그러라는 의미인지도? 라는 좀 사이코스러운 생각도 든다...

 

저스틴의 이야기는 음...나에게는 많이 다가온 이야기...

우울증에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고 생각한다...1부 저스틴의 경우 다 허무하다...지구가 사라지는 게 인간이 멸종되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잘된 일이다...어차피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고 우리의 삶도 아무 의미가 없다...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종류의 우울증...내가 우울증에 심히 빠져든다면 그 원인은 아마도 이런 류의 것이 아닐지...

 

그에 반해 클레어의 경우는 역시 우울증이지만 원인이나 증세가 저스틴과는 많이 다르다...

이것도 의미가 있는게 차라리 저스틴의 우울증인 경우 본인이나 주변에서 우울증임을 알아채기라도 할 수 있지만...

클레어의 우울증은 본인도 남들도 잘 자각하지 못하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잘 살고 있다는 느낌마저 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속으로는 더 곪아가는 것이지...현대 사회에서는 이 경우가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자신은 인정하지 않지만..

사실은 우울한....그래서 그 우울함을 가리려 더 노력하고 그러다보면 더 병들어가는....죽기 직전까지도 잘 숨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결국 이 세상에서의 삶이 의미가 없다고 느끼건 혹은 의미가 있고 즐겁다고 느끼건 두 경우 모두 멜랑콜리에 빠질 수

밖에 없는거다...전자는 원래 멜랑콜리하고 후자의 경우 그런 즐거움이 누군가에게나 다가오는 죽음으로 끝이 나니

멜랑콜리해지고...그래서 영화는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거대한 행성으로 멜랑콜리를 표현한 게 아닐까...

 

지구 그리고 멜랑콜리아

멜랑콜리아라는 이름의 거대한 행성... 2부에서야 안거다...멜랑콜리아가 행성의 이름이구나...

그 행성은 지구를 향해서 다가오지만 클레어의 남편을 포함한 과학자들은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지나칠 것이라고

안심을 시킨다...별 일 없을거야....

 

그러나 클레어는...

클레어는 마음을 놓지 못한다...그 행성은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으며 언젠간 충돌하고야 말거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불안하다...불안함에 그녀는 정상적인 삶을 누리지 못한다... 수시로 인터넷을 열어 뉴스를 검색하고...

심지어 나중에는 충돌하기 전에 먼저 자살을 할 생각인지 약을 잔뜩 사다가 넣어 두기도 하는데 그걸 본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남편이 그걸 먹고 자살이라도 할 생각이냐며 비아냥 거린다...

 

그러나 클레어는 일상적인 삶을 더 온전히 누리려고 노력한다

저스틴과 말도 타고 요리도 해서 먹으며 정원을 바라보고 차도 마시고...하지만 혼자서는 인터넷 검색하고 자살을 위한

약을 사놓고 그런 거고...

 

멜랑콜리아 행성에 의해 점점 피폐해지는 클레어에 비해 저스틴은 담담하다...그녀는 그런 일이 벌어져도 그만이라는

생각인 것 같다...한 번은 둘이서 대화를 하는데 저스틴이 말한다...지구는 악하다고....인간은 악한 존재라고...

즉 멸종된다고 해도 그게 나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안그래도 자살하고 싶은 마음인데

거대한 행성이 다가와 나 뿐만 아니라 내가 견딜 수 없어 하는 이 지구 상의 모든 인간들의 무의미하고 사악한 삶을

그치게 만들어준다니 오히려 그녀는 그게 이치에 맞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클레어가 지구의 종말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어쩌면 이 세상에 사는 것이 너무 좋아서 그런건 아니었을까?

삶이 너무 의미있고 계속되었으면 좋겠는데 그런데...언젠가는 다가오는 그 끝...끝이 있다는 두려움...

영화에서야 지구의 종말이라는 설정이 있지만 사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지구에서의 삶이 끝남을 다들 알고 있다

난 언젠간 죽는다는 것...그 후에 다른 세상이 있는지 여부를 떠나 어쨌든 정확한 건 난 죽는다 너도 죽는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는 그 끝이 있다는 것...즉 영화 이야기가 비단 영화에서나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

는 것이다...한꺼번에 다같이 죽는다 그리고 더 이상 생명체가 존재하기 힘들다...는 그런 설정을 떠나...개인을 놓고

보면 우리에게는 각자의 멜랑콜리아 행성이 존재하는 거다...나이가 들수록 그 행성은 나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

심지어 그게 언제 나에게 와 충돌할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

 

저스틴과 클레어는 그런 대화도 나눈다...

클레어는 우리 행성 말고 어딘가에는 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저스틴은 그런 건 없다고 한다...어떻게 아냐고 물으니 자신은 안다고...그냥 알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의 결혼식 때 이벤트로 한 콩의 갯수 맞히기도 자신은 이미 알고 있다고 그 수를....그러면서 정확한 수를 말한다...

저스틴은 계속 주장한다...다른 생명체...지구와 같은 행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냥 끝이라고...

여기에서 종교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그러니까 저스틴은 죽으면 끝~ 이라는 거고 클레어는 사후 세계가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물론 표현은 다른 행성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뭔가 무서운 영화다...

나에게는 좀 그렇다....

영화에는 말이 자주 나온다...

말은 인간보다 더 빨리 자연의 변화를 느낀다...

행성이 다가오자 말은 불안해하는데...오히려 가까이 다가오자 말들은 더이상 서성이거나 불안해서 울부짖지 않고

차분해진다...포기한걸까? 그냥 자신의 끝을 기다리는 분위기...고 그게 참 슬프게 느껴졌다

 

클레어의 남편은 걱정하지 말라면서도 비상 식량을 준비해두고 결국 나중에는 행성이 가까이 다가오고 충돌하겠다는

생각이 들자 클레어가 사다 둔 약을 먹고 마굿간에 가서 죽어버린다...마굿간...왜 하필 마굿간....

갑자기 예수 탄생이 떠올랐는데 뭐 설마 그런 연관을 생각하고 그런 설정을 넣었을까...

예수님은 마굿간에서 태어났고 클레어의 남편은 마굿간에서 죽었다...ㅡㅡ;;

 

이 영화의 각본도 감독인 라스 폰 트리에가 썼다....덴마크 사람...

이 감독은 도그빌도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을 했구나... 도그빌 정말 명작인데...각본도 아주 좋은 것 같고...

내 취향....역시 내 취향이구나...

킹덤이라는 공포영화도 이 감독의 영화...대학교 때 졸면서 여러 편을 봤던 기억이 난다...

공포영화 치고는 좀 묘하다는 기억이...

 

결국 멜랑콜리아는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클레어는 정신없이 탈출하려 시도하나...차도 기름이 없고

말도 이상하고...도망치려 하나 아무리 발버둥쳐도 피할 곳도 피할 방법도 없다... 그녀는 어린 아들을 보며 너무

안타깝게 생각한다...아들은 강해보이는 저스틴에게 다가가고 저스틴은 피할 공간을 만들어주겠다며 나무를 자른다...

클레어의 아들도 나무를 손질하고 그렇게 둘은 정원에 앙상한 나뭇가지로 만든 전혀 도움이 안되어 보이는 집 형상을

만들고는 그 안에 들어간다...셋은 손을 잡고 그 안에 앉아 있고 멜랑콜리아는 점점 다가오고 충돌함과 동시에 지구는

화염에 휩싸이고 영화는 끝이난다... 죽기 전 샬롯 갱스부르의 연기가 매우 인상적....

 

http://www.youtube.com/watch?v=fcZWZhUozr4&feature=related

엔딩

 

너무 슬펐다...

핵폭발이 일어난듯한 일시에 다 불길에 휩싸이는 그 장면이 너무 슬펐다....

우리 모두에게 다가올 죽음이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피할 공간이라고 만든 그 나뭇가지의 허술한

조합이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물론 그들이 그렇게 사라지고 나서 사후세계가 어떻게

벌어질 지 알 수 없으나 그런 걸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자면 너무 슬픈거다...

 

멜랑콜리아가 거대한 행성...나에게 충돌하려고 다가오는 행성이며 그걸 아무리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고

언젠간 나에게 와서 처박힌다는 것...그런 설정이...우울감은 인간에게는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그래서 누군가는 저스틴처럼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우울해하고 그걸 인식

하기도 하며 또 어느 누군가는 클레어처럼 두려워하면서도 아닌척 하고 억지로 살면서도 동시에 계속 두려워

하다가 자살도 살짝 살짝 생각하고...또 다른 이는 클레어의 남편처럼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는다는듯 무감각

하게 살거나 혹은 아예 부정하다가 그게 코 앞으로 다가오면 극단적인 결말을 지어버리는 건지도??

 

 

영화를 보고 나서 어떻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잘 수습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잘 수습해야 교회도 잘 다닐 수 있고 더 잘 살 수 있을테니까...

어쨌든 피하고 싶은 생각이 떠오르게 한 영화긴 하다...

무서워서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생각들...

 

좋은 영화다...

멋진 영화고...

 

뚜렷한 스토리...그 스토리가 어떻게 보면 별 거 아닌 하기도 하지만...사실 어느 생각이나 감정은...

꼭 뚜렷한 이야기를 통해서만 전달될 수 있는게 아니니까...영상이나 음악...전체적인 분위기...로 건드릴 수 있는 것도

있겠지...

 

 

본 지 열흘이 넘었는데...

이젠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어봐야겠다...도대체 이 영화 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