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20대 중반 즈음 대학로 연극도 보러 다니고 그랬는데...봐도 봐도 그다지...
영화를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이...영화는 공간이나 뭐 그런 걸 보는 재미나 있지 연극은 한정된 공간에서
책을 읽는 것과 비슷한 분위기인데다가 내가 속도를 조절할 수도 없고 의자도 불편하고...연기는 과장되어 오그라들고...
물론 이게 다 제대로 볼 줄 모르는 내 수준 때문이겠지만...
연극을 보러 가자는 연락...표가 생겼다고 했다
뭔가를 누군가가 보여준다고 하면 거절하지 않으나...연극은 다르다...연극은 보러 갈 마음이 별로 들지 않는다...
그러나 제목도 조금 끌리고 무엇보다도 세종문화회관에서 한다니...일단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고 뭔가 검증된
연극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좋다고 하자 나는 보러 갈 줄 알았다고 했다...음 무슨 의미일까...?
위치 좋고...들어가기 전 시간이 남아 로비의 의자에 앉아 바라본 광화문 풍경은 좋았다...
교보문고도 보이고..
집에 놓인 책들이 인테리어 효과를 내듯...서점은 거리 분위기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광화문하면 교보문고~ 광화문은 시청이나 명동과는 다른 묘한 분위기가 있다는 생각...그게 다 서점과 씨네큐브와 또...
앉아서 멍하게 창밖을 바라보다가 돈이 많아서 마음껏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다고 말하자 동행인이 그건 아니지 않냐...
돈이 없어서 못 하는 그런 건아니지 않느냐...하길래 아니..난 충분한 여유가 없어...라고 말했고
들어가서도 그 말에 골똘해진건지 다시 동행인이 말을 꺼내길래...
난 돈이 많으면 오페라 연극 뮤지컬을 일주일에 1-2 번은 꼬박꼬박 볼거야...그런데 그럴 수 없잖아...
그러자 끄덕끄덕... 이 말을 하면서 사실 속으로 내가 진짜 좋아한다면 보긴 보러 다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다른 곳에 쓸 돈이나 저축할 돈을 줄여서라도 보러 다니겠지...정말로 좋아한다면...
연극을 보러 가는 남자
연극을 보러 가는 여자
의자도 편하고 무대도 괜찮았다
연극을 보면 한정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동행인이 이 연극 17세 이상이라고 했고...무슨 연극에 관람등급이 있나 했는데...음...뭐 그런 거 안 정해도 될 분위기...
드라마보다도 수위가 높지 않다...그래서 든 생각...오히려 그런 등급이 사람들을 더 보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걸까?
나같은 사람들...ㅡㅡ;;
연극은 아주 좋았다
마담 버터플라이라는 그러니까 나비부인을 소재로 새롭게 각본을 쓴 연극이다...
어찌보면 프랑스 외교관이 중국에서 오페라 공연을 보다가 나비부인 역할을 한 여자인줄 알았는데 남자였던 그리고
스파이였던 그와 바람이 나는 단순하고 뻔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서 여러가지를 다룬다...제국주의...남녀차별...
제국주의를 어쩌면 이미 많이들 그렇게 해왔지만 하여튼 남자와 여자로 비유한 것도 괜찮았고...
게이...그리고 사랑 이야기까지... 본 지 일주일이 지나버려서 또 기억이 잘 안나는 아쉬움이...
연기도 매우 좋았다...다른 이들은 그냥 연기 잘한다...였지만 릴리 역할을 한 김다현은 연기를 참 잘한다는 느낌...
물론 그 연기가 여성스럽기 그지 없는 연기라서 어쩌면 더 쉬웠을지도 모르지만...하여튼 그는 정말 여성스러웠다
극 중에도 그런 말을 한다...왜 중국에서는 여자 역할을 남자가 연기하느냐고...그 이유는...
어떤 것이 여성스러운 것인지는 남자가 더 잘 알기 때문이라고...이 말 정말 인상적이었다...
여성적이다..여성스럽다...라는 말도 어떤 폭력성을 지닌 말이 아닌지...여자는 이래야 해...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게 어딨어...내가 여자니까 내가 하는 행동이 여성스러운 것이지...여성스럽다는 어떤 기준에
나를 끼워 맞춘다는 게 이상한거지...음...즉 남자가 원하는 특성을 여성스럽다는 말로 만들어 주입하는 게 아닌가 하는..
남성답다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모르겠다...
스파이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비밀을 캐려 억지로 가까워지다보니 그 사람을 알게 되고 좋아져 버렸어...
나에게 접근해오는 그가 스파이인줄 모르고 가까워지다보니 나중에는 스파인인 것을 알게 되었음에도 여전히 좋아...
뭐 이런 설정은 이미 익숙하고 식상하다...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색계....
그러나 이 연극에서는 그 상대가 그러니까 여자인줄 안 사람이 알고보니 남자...게다가 처음에는 몰랐는데 나중에는
어렴풋이 짐작을 하는 상황...그래도 부정...알고 싶지도 않다...그냥 이 상황을 깨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겠지...
릴링이 그랬었나?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고 믿고 싶어하는 대로만 믿는 법이라고...
이 상황이 어찌보면 역겨워질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겠지만 나는 너무 슬펐다...그리고 진짜 사랑이 뭔가 골똘해짐...
하나 더 슬픈 건 상상의 나래라도 펴 볼 그가 나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좋아하는 남자가 없다는 게 슬픈 게
아니라... 이런 상황...
그러니까 내가 너무 너무 좋아했는데 근데 그가 알고보니 동성이야...이런 상황...
내가 아주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려보고 그가 남자가 아니라 알고보니 여자였네...그래도 그를 사랑할 수 있을까?
어떤 감정이 들까? 이걸 생각할 대상이 없던 거다...이게 아주 아쉬운...어떨까? 어떤 기분이 들까?
아 정말 애매하고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 연극에서 주인공은 릴링이 남자인 줄 짐작하고도 그녀(?)를 사랑했다..
이런 상황에서만 나는 진정한 사랑을 조금이라도 엿보게 되는데...이상하기도 하지...
렛미인에서도 그 어린 둘의 관계가 감동을 주었던 건...소녀가 소녀가 아니라 몇 백년은 살아온 뱀파이어라는 설정
그리고 그녀가 언젠간 소년을 잡아먹고 또 다른 소년을 찾아가게 될거라는 설정...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 좋아하는
소년...이런 이상한 설정이 맘에 들어왔던 것...
오페라 나비부인에서는 여자가 할복 자살을 하는 모양인데...이 연극에서는 오히려 남자가 갑자기 여장을 하더니
자살을 한다...무슨 의미일까? 희곡을 쓴 이는 서양 그리고 남자...를 거꾸로 자살하게 만들고 싶었던걸까...
르네가 자살한 이유는... 받아들이지 못해서 였겠지... 남자라는 사실...자신이 사랑한 그녀가 남자였다는 사실...
어쩌면 남자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정리할 수 없는 자신을 용납하지 못해서 그런걸지도...
연극이 전체적으로 재미있었다...두 시간 정도 했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고 집중해서 봤다...
가장 웃겼던 부분은 르네가 릴링의 속을 태우려 밀당~하는 장면...웃겼다~
무비 꼴라쥬 관에서 상영하는 평이한 영화를 즐겨 보는 이라면 재밌어~라며 볼 수 있을 것이고...
헐리우드 액션 영화나 로맨틱 코미디만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조금 지루해 하거나 졸려 할 수도 있을듯...
수준의 차이가 아니라 취향의 차이라고 말하고 싶다...그러니까 뭔가 골똘하게 생각하고 싶은 사람은 재미있어 할거고
오락용 그러니까 단순 명쾌한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연극보다는 다른 웃기는 연극들을 보는 게 현명...
중편 소설 한 권 읽은 느낌으로 상쾌하게 공연장을 나왔다...
나는 대만족... 피로가 누적된 몸을 질질 끌고 나온 동행인은 좀 힘들었다고 했다...꼴라쥬 영화 잘 보는 편인데도
피곤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이젠...가끔은 연극도 보고 싶어질듯.
특히 이런 이야기는 연극이 제격...그게 당연한게 연극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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