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모든 것 정이현 2013 창비
정이현
좋아하는 작가였는데...(책 한 권 안 사고 이런 말 하기 되게 미안하지만...) 그녀의 글이 예전같지 않은건지
아님 내가 여러 편 읽어서 이젠 덜 새로운 느낌이 드는건지...모르겠다
억지같은 소리를 좀 늘어놓자면...그녀가 결혼하고 나서 쓴 글은 뭔가 덜 예리하고 덜 새롭고 그런 느낌도...
예술의 혼을 불태우건 어떤 학문을 깊이 파고들건 간에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할지라도 이성에게 매력을 어필
하려는 의도도 섞인다는 뭐 그런 내용을 어디선가 봤는데 그게 어느 정도는 사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뭐 정이현이 그런 거라고 말하는 건 아니고..
너는 모른다도 그냥 그랬는데...이 소설도 비슷한 느낌이다...그냥 그렇고 뻔한 느낌도 들면서
등장인물 설정이 맘에 안 들기도 하고...내가 이해력이 떨어지거나 감수성 무딤이 원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비강남권 가난한 동네 출신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강남 출신 주인공들의 배부른듯한
고민들이 와 닿지도 않고...뭐든 기억하는 교수집안 딸 그리고 틱 장애가 있는 다소 평범한 소시민 가정
아들 그리고 주인공여자애는 엄마 아빠가 이혼했나? 어쨌든 그래서 돈 많은 할머니 집에서 사는데
되게 부자...인데 그 할머니는 나중에 치매에 걸리나? 하여튼 작은 사람이 되어 죽는데...이런 저런
설정이 다 별로다...음...생각이 많아지게 만드는 것도 없고 뭔가 어색해....음
90년대가 배경인데 별 감흥도 없고 그 당시 삼풍 백화점 붕괴나 그런 이야기도 그냥 그래...
날카롭고 예리한 그런 것들이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내 기대가 너무 컸던걸지도??
빌려 본 주제지만 하여튼 뭔가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프롤로그는 좋았다 학원에서 사회를 가르치는 일을 하는 주인공 중 한명이 등장하는...
이 소설 주인공들은 나와 같은 나이인 78년생들이다
현재를 사는 그 나이 또래 미혼 여성의 뭔가 뻔하고 공허하게 반복되는 삶이 보이는 것 같아 좋았다
요새는 가끔 내 인생의 목표가 오로지 하나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용히 닳아가는 것
뇌 속에 새로운 것은 단 한톨도 집어넣고 싶지 않다
나는 다만 퍼내고 또 퍼내고 싶다 쩍쩍 갈라진 밑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돌이켜보면 지난 삶은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비효율적인 인생이다 절망스럽지는 않다
대부분의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열아홉살 이후 나는 생에 어떤 기대도 품지 않아왔다
잠에서 깨어나면 오래 세수를 하고 이를 닦는다
텅 빈 위장에 뜨거운 인스턴트 커피를 들이 부으면서 누구하고도 대화를 나눌 필요가 없다는 것에
안도한다
누구에게도 절대로 잊지 못할 날이 있을 것이다
그 하루를 기준으로 인생을 사과처럼 둘로 탁 쪼갤 수 있게 된 날
한번 쪼개지고나면 그 이전의 생과 그 이후의 생은 같은 것일 수 없다
동그랑땡은 명절을 상징하는 음식이었다
온 일가친척이 모여들어 버글대는
골방에 숨어 버텨내야 하는 더러운 구덩이 속의 물처럼 시간이 고여 썩어가는 하루
늘 내가 먼저 그에게 연락하고 늘 내가 먼저 그를 찾아갔다
처음부터 그랬다 내가 연락하지 않으면 그에게서는 먼저 연락이 오지 않았다
불행은 틈을 주지 않고 들이닥친다
해석하거나 납득하려 들 필요는 없다
해석되지도 납득되지도 않는 것
그것이 불행이 가진 본성이니까
내가 끔찍이도 두려워했던 것은 혼자 남겨지는 게 아니었다
이 세상에 혼자인 사람이 오직 나 혼자뿐인 거였다
차는 계속 시속 백 킬로미터로 달려간다
우리는 곧 어디엔가 도착할 것이다
계속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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