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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도쿄 타워 - 에쿠니 가오리

by librovely 2012. 4. 2.

 

 

 

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2005                소담출판사

 

도쿄 타워...는 사실 얼마 전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 우연히 하던 영화로 먼저 본...

내용도 내용이지만 잘생긴 일본 남자를 구경하는 재미...게다가 여리여리한 일본 여배우 구경도...

공감하기 힘든 내용이지만 워낙 캐스팅이 잘 되어서 그럴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영화와 소설은 약간 다르다...물론 소설이 먼저지...무조건 이런 경우 소설이 먼저인데...꼭 그래야 하나? 하는

바보같은 생각이 든다...끝부분이 좀 다른데...소설에서는 별다른 문제 없이 그냥 엔딩을 열어놓는데...

영화에서는 시후미가 남편과 깨지고 파리? 밀라노? 하여튼 유학을 가고 거기에서 토오루와 재회하며 해피엔딩

또 다른건 영화에서는 키미코가 코우지를 마음으로 좋아하기 시작한 귀엽고 순진한 아줌마인데...

소설에서는 마음도 물론 있었겠지만 코우지의 몸을 더 좋아하는 뉘앙스로 등장해서 좀 슬픈...

개인적으로 엔딩은 소설이 낫고 키미코 캐릭터는 영화가 낫다...소설 속 그녀는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이 소설은 일단 남녀 관계가 매우 특이하다...시후미는 40살이던가 토오루는 19살? 그리고 둘이 처음 만난 건

토오루가 17살이니까 시후미는 38살?  그리고 코우지는 19살 키미코는 35살... (정확하지 않다...)

연상 연하 이야기면 그냥 그러려니 하겠는데 나이차가 20살 정도나 나고 게다가 시후미는 토오루 엄마의 친구

이게 만약 남녀가 뒤바뀐 나이라면 덜 충격적이겠지...그만큼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많은 경우는 익숙해진...

그런 경우 남자가 이상하다...고 욕하기 보다는 능력이 있다는 소리를 떠들어댈테지만...

여자가 남자보다 스무 살 정도 많은 경우 아름답게 보기보다는 좀 이상한 거 아닌가 하겠지...문화라는 건

그런 것 같다...단지 익숙한 것 뿐인데 그게 정상적인 거고 아닌 경우는 이상한거고...단지 익숙한 것 뿐인데

 

영화를 볼 때도 소설을 읽을 때도 처음에만 나이 차이가 심하네...했지 나중에는 그런 건 그냥 다른 것과

마찬가지의 설정일 뿐 신경이 쓰이지 않았고 인물들의 심리에만 집중이 되었다

물론 고등학생 남자애에게 사랑을 느끼는 설정에 감정이입이 되긴 힘들었지만...스토리가 일단 첫만남은

그때고 본격적으로 이어지는것도 19살이긴 한데...대학생인 경우이니까...뭐 이건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하여튼 이 소설에서 나이 차이가 주는 의미는 딴게 아니라...그냥 둘이 정말 좋아하는구나...그런 걸로 느껴짐...

왜냐하면 나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다가 시후미는 유부녀임에도 불구하고...좋아하니까...

이야기도 사실 나이 차이 보다는 여자들이 유부녀라는 것에 문제가 있다...그게 중심적인 문제점인데...

유부녀 둘은 너무 이기적이다...코우지는 같이 이기적이니까 차라리 괜찮은데...코우지는 젊은 여자친구도

따로 사귀고 있고...제 할 거 다 하면서 재미로 키미코를 만나는 셈이나 마찬가지...물론 좋아하긴 한다...진심으로

 

하지만 토오루의 경우 다른 여자친구도 없이 오로지 삶의 중심에 시후미만 존재한다...그녀의 연락을 기다리고

그녀가 만나자고 하면 만나고 그렇게 만나도 시후미는 잠시 있다가 남편에게로 가버리는 경우가 빈번하고...

그래도 토오루는 시후미와 끝낼 수 없다...토오루는 시후미를 정말 좋아한다...모든 의미가 다 거기에서 시작되고

끝이 나는 것 같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계속 함께 있고 싶고 집착하고 질투하게 되는데 토오루의 경우 그 단계를

넘어선...그런 마음을 갖는 경우 아예 끝이 나는 상황이니까 그걸 넘어서서 초월해버린...끝판왕의 경지에 이름...

토오루의 마음이 너무 예쁘다는 생각이 들면서 불쌍해서 보고 있기 힘든 지경...

그런 마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시후미와 토오루의 이야기는 그냥 그야말로 로맨틱하다....

시후미를 대하는 토오루의 모습은 전형적이다...그녀의 전화를 기다리고 부르면 뛰어나가고 추천해주는 책을 읽고

추천해주는 음악을 듣고...모든 것의 중심이자 의미는 오로지 시후미...너무 전형적이기에 독특할 지경...

근데 코우지의 이야기는 참으로 일본스럽다...엽기적이야 무언가가...

 

토오루와 고등학교 동창인 코우지는 스무살 연상의 여자와 사귀는 토오루를 보고는 호기심이 생겨서

어느날 같은 반 여자 친구의 엄마를 꼬시는데 그 순진해 보이는 어머님이 너무 쉽게 넘어가셨고 그 순간을

또 딸인 여자 애가 보게 되고 그 딸은 자기 엄마에 대한 배신감에 나중에 코우지를 찾아가서 자신과는 왜

안되느냐며 억지를 부리고 괴롭히고 그런다...그리고 코우지는 키미코를 만나면서 동시에 정상적인(?) 여자 친구도

사귀고...근데 이게 더 맞다고 느껴지는게...키미코도 자기 가정을 갖고 남편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셈 아닌가..

포기한 게 없다...그러니 코우지도 일반적인 애들처럼 어린 여자친구를 만나는 것이 공평한 거 아닌가 하는 요상한

계산이...

 

키미코 캐릭터는 확실히 영화가 낫다...권위적인 남편을 위한 가사도우미 분위기를 풍기는 일상...

작은 차를 끌고 문화센터 전전하며 억눌린 감정을 해소하는데...나중에는 플라멩코를 배우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키미코는 다른 여자애와 데이트하는 코우지의 차를 따라가 뒤에서 일부러 여러 차례 밀어대는데...

소설에는 없는 내용이다...소설 속 키미코는 그냥 어린 남자애의 몸이나 좋아하는 것 같은 이상한 캐릭터...

 

어쨌든 표면적인 내용이야 연하남 불륜 이런거지만...

결국 하고자 하는 말은 사랑에 대한 거다...그런 각종 장애물이 있을 때 본질이 더 드러나는 법이 아닐까

토오루의 마음에서 진짜 사랑이 뭘까에 대해 생각해보고 골똘해지기도 했고

남편이 제공(?)하는 안락한 경제적 정신적 풍요로움을 놓지 않은 채 낭만적인 사랑을 토오루와 계속 유지하려는

시후미가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랬다...

토오루와 시후미는 어떻게 보면 정반대...시후미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고 토오루는 모든 걸 포기했다...

그래서 이야기가 아름다우면서 슬프다...

 

제목이 도쿄 타워...

둘은 같이 있지 못한다...시후미와 토오루...그들이 같이 있는 순간은 극히 짧을 뿐...

하지만 둘 다 다른 장소에서 있어도 도쿄 타워를 바라볼 수는 있다...

괜찮은 척 하다가 결국 같이 살면 안되느냐고 매달리는 토오루에게 시후미가 하는 말이 있다...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행복해

같이 살지는 못하지만 같이 같은 순간에 도쿄 타워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

아무리 그렇게 설명해도 내가 보기에 너무 잔인한...

 

에쿠니 가오리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대화 내용 하나 하나가 얼마나 세밀하게 건드리는지...대화가 시처럼 느껴지기까지...

아주 잘 쓴 소설이다...

내 생각에 도쿄타워가 에쿠니 가오리 소설 중 최고인 것 같다...물론 다 읽지는 못했지만...

내가 읽은 것 중에서는...

영화도 잘 만들었다고 생각함...대사가 정말...

 

 

 

 

 

 

오후 4시

이제 곧 시후미한테서 전화가 걸려온다

토오루는 생각한다

언제부터였을까

언제부터 나는 그 사람의 전화를 이렇듯 기다리게 되었을까

 

 

토오루는 생각한다

시후미는 무엇이든 갖고 있다

돈 자기 소유의 가게 그리고 남편

 

 

대학교 마당에 어떤 식물이 있었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아 한 가지도 이상하지?

혼자 걸은 적이 없어서가 아니고?

토오루는 말하고 그 목소리에 포함된 질투의 울림에 스스로 당혹스러웠다

 

 

토오루는 그립게 떠올린다

시후미에게 깍듯이 경어를 사용하여 이야기했던 무렵

두 사람이 만났을 당시 토오루는 이성을 사귄 경험이 없었고 시후미는 이미 결혼한 몸이었다

코우지는 그런 말을 했다

놀아 주는 거야 좋지만 버림받고 죽거나 그러진 말아

말하자면 젊은 육체를 탐닉 당하는 셈인가 라고도

 

 

언제부터일까

도대체 언제부터 식욕까지 잃는 상태가 되어 버렸을까

 

 

사람과 사람은 말야 공기로 인해 서로 끌리는 것 같아

언젠가 시후미가 그렇게 말했다

성격이나 외모에 앞서 우선 공기가 있어 그 사람이 주변에 발하는 공기 나는 그런 동물적인 것을 믿어

 

 

유부녀를 유혹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때도 지금도 코우지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 사람들은 즐거움에 굶주려 있는 것이다

 

사랑은 하는 것이 아니라 빠져드는 거야

토오루는 그것을 시후미에게 배웠다

 

 

시후미와 함께 있으면 언제나 그렇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요리를 먹는다

토오루는 머리 꼭대기에서부터 발끝까지 이탈리아 요리로 가득 차 버린다

 

 

연주 참 좋았어

시후미가 말하고 그 순간 토오루는 깨닫는다 이것은 피아니스트의 힘이 아니라 시후미의 힘이다 라고

자신은 시후미가 하는 대로 흘러갈 뿐이라고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언젠가 시후미는 그런 말을 했다

내세울 만큼 행복하다는 건 아니지만 사실 행복하고 안하고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니까

 

 

창밖을 보는 건 좋지만 유리창에 손자국은 남기지 마라

어릴 적 어머니에게 종종 그런 꾸지람을 들었다

유리창과 자신의 몸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어떻게 익혔을까

 

 

시후미는 아무렇지도 않을테지

마흔 살 여자의 일상 속에서 친구의 아들을 못 만나는 것쯤 무슨 대수이겠는가

요우코(토오루의 엄마)씨와는 벌써 십년지기 친구인데 그런데도 너를 몰랐어 손해봤지 뭐야

그것은 무척 시후미다운 말투였다 직설적이고 달콤하고 경쾌하다

손해를 본 것은 시후미가 아니다

십 년 전의 시후미는....서른 살의 시후미 열 다섯 살의 시후미 독신의 그리고 소녀 적의.

토오루는 그것이 너무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레이엄 그린의 <정사의 끝>은 시후미가 토오루 나이 정도에 읽은 책으로 읽기 전과 비교하여 읽은 후에

모든 것이 달라져 버린 소설인 듯 싶었다

토오루는 그저께 그 책을 다 읽었다

책을 좋아하는 것은 시후미와 거의 유일한 공통점이다

클래식 음악과 빌리 조엘도 토오루는 시후미의 영향을 받아 듣기 시작했다 네 권의 사진집도

 

 

어디든 좋아요

시후미를 만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아

기다린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토오루는 생각한다

기다리는 것이 힘들지만 기다리지 않는 시간보다 훨씬 행복하다

 

 

적어도 나에 대해 네가 뭔가를 해야 된다든지 해서는 안된다든지 그런 것을 생각할 필요는 없어

모두 끝난 후 시후미는 그런 말을 했다

 

 

죠세프 케세르 <라이온>도 시후미가 좋다고 한 책이다

 

 

어릴 적

토오루는 신기한 마음으로 생각한다

그 시절은 혼자라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겼다

혼자여도 아무렇지 않았다

이 얼마나 강인하고 둔감한 일인가

 

 

어차피 언젠가는 헤어져야 한다 머리 한구석으로 늘 그것을 생각하고 있다 (코우지)

 

 

토오루는 시후미와 함께가 아니면 무슨 말을 주고 받든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후미에 대해서만 자신의 말이 제대로 기능한다

 

 

세간에 쓸어 담을 만큼 흔하다는 불륜 관계의 남녀와 이것은 전혀 닮지 않았다

 

 

같이 살아요

말이 느닷없이 토오루의 입을 따라 나왔다 침묵이 찾아들고 이윽고 시후미가 양손을 올렸다

좀 봐줘

토오루는 어쨌든 돌려 보내고 싶지 않았다

미안해요

그러나 정신이 들고 보니 토오루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말은, 언제나 토오루를 배신한다

 

 

시간은 문제되지 않았다

세 시간 다섯 시간 설령 열 시간을 같이 있는다 해도 충분하게 느껴지지 않으니까

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시간이 온다

문제는 그 점이다

 

 

말했지?

한 집에서 함께 사는 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절대 같은 게 아니라고

누구와 살든 난 함께 살아가고 싶은 사람과 살아 그렇게 마음 먹었어

-함께 살아가고 싶은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건?

그럼 너 우리집으로 이사올래?

토오루로서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함께 생활하지 않고 함께 살아간다는조건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토오루는 애써 느긋하게 단어가 만족스럽게 울릴 수 있도록 신경쓰며 그렇게 말했다

시후미는 금세 눈썹을 치켜 올린다

조건 같은 거 내세운 적 없어

-아 미안해요

 

 

그런데 요우코씨는 뭐라고 할까?

-걱정돼요?

아니

아니 걱정 안 돼

라고 그것은 특별한 순간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 틀림없이 공범자인 듯한 교감이 통했다

문이 닫히고 택시는 달리기 시작했다 토오루는 좌석에 기대어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셨다

세상은, 더할 나위 없이 멋진 곳이었다

 

 

코우지에게 유일하게 두려운 것이 있다면 마음을 준다는 행위였다

묘하게 연상의 여자한테는 마음을 허락해 버린다

자기 사람이 될 수 없는 여자에게만 자기 사람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토오루는 그만 미소짓고 말았다 귀여운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귀여움이 자신에게는 전혀 매력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럽기도 했다

귀엽다는 사실만으로 사랑에 빠지다니 다들 왜 그렇게 겸허한 것일까

 

 

토오루는 자기 방에서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며 로렌스 G 더렐의 작품을 읽고 있다

<쥬스틴>으로 시작되어 <클레아>에 이르는 알렉산드리아 4중주는 시후미가 예전에 애독한 것이라고 했다

시후미가 읽은 책은 모두 읽고 싶다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행복해

 

 

 

 

 

-저자 후기-

읽으면서

어머나 어쩜 이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저로서는 기쁜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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