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제주 하늘은 맑음 - 김랑

by librovely 2011. 2. 9.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주 하늘은 맑음                                                                                 김랑          2010          나무수



설날이 되기 직전 밤
도서관에 갔다
여행다녀온 후 처음으로 도서관에 가니 그래도 서운함이 좀 가셨다
어떤 서운함?



여행 중에는 잘 모른다
그냥 하루 하루 정신없이 보고 돌아다니기에 잘 모른다 
그러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하루 이틀은 피곤함에 정신없이 자면서 보내고
그 다음에는 멍~해진다



아...여긴 거기가 아니다...여긴 집이다...내 방이다....
자다가 일어나서 그 사실을 인식한 후 잠시 속이 아려온다
아마 연인과 정신없이 연애를 하다가 실연을 당한 후 자다 일어나면 이런 기분이 들지 않을까?
아...우린 헤어졌지...자는 동안 잊었던 사실이 또렷하게 느껴지는 순간...



하여튼 여행은 끝이 났고 이젠 다시 반복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기쁘기 보다는 슬픈 일
하지만 어떤 점은 기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책 도서관
여행 기간에는 시간도 없었지만 있다고 해도 속이 시원할만큼 읽을 수 없다
하지만 이젠 집에도 책이 있고 또 내 개인 서재...도서관에는 책이 잔뜩 있고 매월 신간은 쏟아져 나온다
물론 쏟아져 나오는 신간을 사는 건 아니고 도서관에 신청...ㅡㅡ;



하여튼 집에 있는 책으로 버티다가 설날이 되기 전에 설날용을 쌓아두기 위해 도서관에 갔다
이 책 저 책 신나게 가방에 쳐(?) 넣고 있는데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제주 하늘은 맑음



제주도는 딱 한 번 가봤다
여행도 아니고 일하러 가봤다
그래서 별 기억도 없고 그리 예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섭지코지던가...거기 물빛이 꽤 괜찮았다는 기억은 남아 있지만...
그리고 다시 가보고 싶지도 않았다...




근데 이 책을 보니 구석구석 괜찮은 곳도 많겠구나...하는 생각에 이젠 다시 가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물론 솔직히 자연 경관을 보고 그다지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메마른 인간이기에...
멋진 사진이 많아서 감탄을 하며 봐 놓고서도 아주 심하게 제주도 가고 싶어...라는 마음이 생기지는 않았다




사진은 아주 예뻤고...
적당한 선에서 낭만적인 혹은 약간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준 글도 좋았다
사실 낭만적인 문체나 개인적인 이야기는 일정 선을 넘어서면..즉 조금이라도 과잉이 되면 그게 참 곤란(?)한
결과를 낳는데...그래서 쉽지 않은데...(그 예는 얼마 전 독후감을 쓴 흰 운동화를 신은 여자....어쩌고 책....)
저자는 깔끔하게 잘 써낸다...



이 책까지 김랑의 책은 3권을 다 읽었는데 이젠 여기 저기 흩어져 있던 이야기를 좀 조합해 보면 대강 그의
과거 연애사가 정리가 된다...라고 쓰고 싶지만 안된다...너무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아서...
여행지에서 그런 기억들이 가끔 회상되곤 하는 것 같은데...좀 궁금하다...과거에 좋아했던 이성이 여럿인 경우
여기에선 이 사람...저기에서는 또 다른 사람....이런 생각이 뒤섞일 수 있는걸까? 아님 가장 안타까운 순서로
떠오르는 것일까?



사실 사귀는 사람과 여행을 가는 것이 위험한 이유 중 하나는...
여행가면 평소보다 과도하게 예민해져서 불필요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만약 나중에 헤어지게 된다면 여행을 기억할 때마다 함께 떠올라서 난감할 것 같다는 생각이...
하긴 그게 두렵다면 연애 자체를 그만둬야지...같이 갔던 카페나 서점 거리 또한 지나칠 때마다 생각이 날테니
아무 곳도 가면 안되는 거 아니겠는가...이런 논리로 나아가자면...게다가 누가 연애 중에 헤어질 생각을 먼저
하겠는가...매번 반복되지만 그 때는 깨닫지 못하는 사실...



제주도로 여행 갈 계획이 있다면 남들이 잘 모르는 곳까지 세밀하게 알려주는 이 책이 좋을 듯..
책에 자주...단체여행객이 그나마 별로 없다는 뉘앙스의 글이 있어서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어딘가에 가면 개인 여행객이야 별 상관없지만 단체 여행객을 보면 약간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소란스럽다를 넘어선...그러니까...음...여행과 단체여행은 다르다는 생각이...패키지 여행은 여행이 아니라 뭐지..
물론 바빠서 일정을 알아보고 정리할 수 없어서 단체여행을 가는 경우도 있겠지....근데 정말 그걸 알아볼 시간이
없을까...ㅡㅡ;;그냥 책 가져가서 다니면서 봐도 그만인데....



하여튼 다음에 제주도에 갈 일이 있으면 이 책에서 마음이 닿았던 곳에 가봐야겠다
저자는 제주도에서 살고 싶기도 했다는데....
사실 읽으면서 뉴욕에 미치다를 쓴 사람이 쓴 책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체나 분위기야 그대로지만...뉴욕과 제주도는 달라도 너무 다른 게 아닌가 하는....생각이 들어서...














낯선 곳에서 늘 그리던 풍경이나 좋아하는 것과 마주치면 그곳에 대한 기억은 아주 오래 남는다



여행의 장점 중에 하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인데
여행지에서는 내가 그 누구도 아닌 그냥 여행자일 뿐이다



이제 나에게 여행은 자유를 위한 탈출구도 아니고 어디를 가봤다는 만족감도 아니야
지구 반대편을 걷는데 기억 속 풍경과 마주치고 또 다른 나와 만난다는 게 어떤 건지 너도 알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