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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여행의 기술 - 알랭 드 보통

by librovely 2011.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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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2004          이레



이 책은 3년 전 뉴욕여행 때 샀던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샀을 때 사은품으로 딸려 온 책
내 기억이 맞다면 아마 그랬던 것 같은데 맞을거다...그래서 양장본이 아니라 뭐라고 하지...페이퍼북?
개인적으로 양장본은 무겁고 너무 딱딱한 느낌이 들어서 책 느낌이 좀 약해지는 것 같아서 별로 안 좋아한다
가격도 비싸고...



뉴욕 여행 때도 이 책을 들고 다니며 읽었고 그 때는 긴 기간을 한 장소에 있었기 때문에 여유가 많아서 책도
읽고 그랬는데 아마 다 읽지는 않았고 다녀온 직후 참지 못하고 내리 읽어내려갔던 것 같다
그리고는 잊고 살다가 이번 여행에 또 들고 갔고 앞 부분만 읽다가 귀국 비행기 안에서 반 넘게 읽은 후 집에
도착해서 또 미친듯이 읽었다  그만큼 재미있다...정말 재미있다...




알랭 드 보통이면 알랭 드 보통만 떠올랐는데
작년에 잠시 만났던 남자 생각이 이젠 같이 떠오른다
서점에 같이 갔었고 어떤 책을 좋아하냐고 물었고 알랭 드 보통을 좋아한다고 말했고 한 권 골라 달라고 했고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어서 눈에 띄었고 이 책이 가장 유명하다고 말했더니 가장
좋았던 책을 알려 달라고 했던 것 같고 <불안>을 찾다가 그것보다는 이 책이 나을 것 같아서 <여행의 기술>을
집어 들었고 아니 이 책은 별로 일테니 그냥 가장 대중적인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어보라고 했다
그래도 굳이 이 책을 사겠다고 했고 얼마 후 만나서는 기특하게도(?) 100여쪽을 읽었다며 꺼내들었는데 그 다음
입에서 나온 말들은 한 마디로 요약해서 표현할 수 있겠다... 대실망...어떻게 저 책을 읽고 저런 말을 할 수 있을
까...그건 글 이해 실력 따위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생각이 든 경험이 있는가 혹은 그런 느낌을 상상할 수 있는가
의 문제가 아닌지...즉 공감할 수 있는가의 문제...그는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었고 이상하다고까지 말했다...




내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은 이유는 전적으로 저런 이유 때문이다...
꼭 내가 쓴 글처럼....내가 막연하게 느꼈을 그것들을 글로 일목요연하게 풀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내가 이래서 이랬구나...식의 생각을 상당히 많이 했고 맞아...정말 그래...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여행과 관련된 그림이나 글 혹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알랭 드 보통 자신이 여행을 다녔던 경험
을 그 이야기들과 맞물리게 들려주는데 대단하다는 생각...요즘 내 놓은 책은 엉망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싶지만
이 책은 정말 좋다...이런 류의 글을 또 누가 쓸 수 있을까?  물론 그의 책을 다 읽어본 지금 드는 생각은 그의
머리속에서 소재로 활용되는 철학자나 이야기 따위도 한계가 있고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그래도 이 책은 누구에게나 권해주고 싶을만큼 정말 재밌고 독특한 책이다  특히 나처럼 사전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에게는 더욱 새롭고 재밌을 것이다...워낙 글도 어렵지 않아서 더 읽기 좋다...



발췌하기에는 밑줄 그은 부분이 너무 많다....
대단히 식상한 표현이지만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데...주옥같은 문구가 너무 많다는 것...
아주 깊은 즐거움을 준 내용들만 두서없이 떠들어 보자면...





행복을 찾는 일이 우리 삶을 지배한다면 여행은 그 일의 역동성을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하게 드러내준다
일과 생존 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
바로 이 점 때문에 여행가고 싶어지는 게 아닐까...여행을 가면 여행 동안에는 그냥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일만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어진다...그것도 하루 종일



같이 여행 간 M이라는 사람과 사소한 문제로 티격태격하는 장면 또한 매우 인상적....
여기서 나 M이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했고 이런 나에게 동행인은 당연히 여자라고 했다....
어떻게 휴양지에 남자끼리 갔을거라고 생각했냐고 했는데 그 말을 들으니 그렇구나..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상하
게 기분이 나빴다....
몇 시간 전 크램 캐러멜을 둘러싼 싸움 이후로 미학적인 것이나 물질적인 것은 아무것도 즐기지 못했다




예기치 않게 시적인 느낌을 주는 장소
공항 터미널 항구 역 모텔



인생에서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몇 초보다 더 큰 해방감을 주는 시간을 찾아보기 힘들다



공동의 고립감은 혼자서 외로운 사람이 느끼는 압박감을 덜어주는 유익한 효과가 있다



진정한 자아와 가장 잘 만날 수 있는 곳은 반드시 집이 아니다


이방인은 내부인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한 위치



공항 간판은 나에게 즐거움을 준다
이국적이라는 형용사가 어울릴 것 같은 즐거움
이국적 정서는 특정한 곳에서 나온다
공항의 외국어 철자 안내 표지에서 이국적인 즐거움을 얻는 다는 건 정말 공감이 가는 부분...



플러그 소켓 욕실의 수도꼭지 잼을 담는 병  공항의 안내판은 디자이너가 의도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줄 수 있다


이 공간이 내포한 삶을 가지고 싶었다
자전거를 가지고 싶었다  매일 저녁 빨간 현관 문에 열쇠를 꽂고 돌리고 싶었다
똑같은 생각을 줄곧 했었다...여행지가 일상인 사람들처럼 그들이 열고 들어가는 일반적인 집에 들어가서
나의 일상을 누려보고 싶었고 종종 남의 집에 들어가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었다



왜 다른 나라에서 현관문 같은 사소한 것에 유혹을 느낄까
왜 전차가 있고 사람들이 커튼을 달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떤 장소에 사랑을 느낄까?



우리가 외국에서 이국적이라고 느끼는 것들은 우리가 고향에서 갈망했으나 얻지 못한 것일수도 있는 것이다



욕망은 이해하고 싶은 욕구를 낳는다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무슨 생각을 할까  어떤 친구들이 있을까



소크라테스는 어디 출신이냐는 질문을 받자 아테네라고 대답하지 않고 세계라고 대답했다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해야하나
무슨 생각을 해야 하나


니체
진정한 과제는 삶을 고양하기 위해 사실들을 이용하는 것



안내책자가 유적지를 찬양한다는 것은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권위 있는 평가에 부응할만한 태도를
보이라고 압력을 넣는 것과 마찬가지



나 자신의 주관적인 관심의 강도에 따라 이 도시에서 제공하는 것들을 배열한다면 어떻게 될까?



호기심은 몇 가지 크게 뭉뚱그려진 질문들로 이루어진 중추로부터 밖으로 때로는 아주 먼 곳까지 확장되는
작은 질문들의 사슬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어린시절에 우리는 이렇게 묻는다
왜 선과 악이 있을까
자연은 어떻게 움직일까
나는 왜 나일까 (베를린천사의시 앞부분이 떠오르는 대목...)
상황과 기질이 허락한다면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질문들을 중심에 놓고 살아간다



자연의 광대한 공간
우리 삶을 힘겹게 만드는 사건들 필연적으로 우리를 먼지로 돌려보낼 그 크고 헤아릴 수 없는 사건들을
좀 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얻는 데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우리가 관객으로서 어떤 화가의 그림을 좋아한다면 그것은 어떤 특정한 장면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특징을 그 화가가 골라냈다고 판단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름다움을 제대로 소유하는 방법은
그것에 대해 쓰거나 그것을 그림으로써 예술을 통하여 아름다운 장소들을 묘사하는 것이다



여행의 심리를 우리가 사는 곳에 적용할 수 있다면



혼자 여행을 하니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함께 가는 사람에 의해 결정되어버린다
우리의 어떤 측면이 나타나는 것을 교묘하게 막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