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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나는 장미의 이름을 이렇게 썼다 - 움베르토 에코

by librovely 2007.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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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가 장미의 이름을 쓰고나서 몇년 후에 쓴 책...

소설 장미의 이름 집필 과정 및 독자들과의 의사소통 후 생각이

쓰여진 책으로 100페이지 남짓한 작은 메모같은 책이다.

 

장미의 이름을 읽다가 자꾸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꾸욱

참았다... 이 해설집 비슷한 것을 읽으면 나의 순수한 소설읽

기는 망쳐버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으니...(맞는 생각이었다..)

 

장미의 이름에 비하면 순식간에 읽혀지는 매우 시원시원하고

지극히 논리정연한 해설집이다. (이윤기가 번역을 이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원작 자체가 어려웠음이 이 책을 읽어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번역도 깔끔하고 원글 자체가 워낙 아름다울만큼 논

리적이고 명쾌한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움베르토 에코가

대학 강단에서 얼마나 멋진 강의를 할 지 눈에 선했다. 역시 박학

다운 혹은 기호학자, 철학자다운 지독하게 논리적인 설명들..

물론 이 해설집 자체에서도 못 알아듣는 부분이 상당하다...그 이

유는 움베르토 에코가 말하는 중 인용하는 각종 서적들을 내가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가끔은 문장 자체가 난해하게 들어오

는 것도 있긴하다.) 움베르토 에코는 모든 텍스트는 기존의 텍스트

와의 대화를 통해 생성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움베르토

에코의 글에는 알아듣지도 못할 인용이 계속 나온다....

 

 장미의 이름을 2-3번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그만 두기를 반복...

처음 손에 잡았던 것이 아마 내 기억으로는 고등학교 때.....

그 때는 40여 페이지 읽다가 던져버렸고 그 후로 몇 번 시도했다가

못 읽고.... 몇달 전 거의 100페이지 정도 읽었다가 다른 책을 손에

잡으면서 그 새로운 책의 술술 읽혀짐에 넘어가서 또 손을 놓아버

렸다... 그러다가 얼마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니 뭔가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라는 생각으로 무조건 읽기로 결심... 읽다보니 역시

첫부분은 무척 쉽사리 읽혀지지 않았으나 상권의 중간에 접어들

면서는 훨씬 흥미도 생기고 덜 난해하게 느꼈고 첫부분의 고통

은 그 뒤로는 별로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물론 보통의 소설과는

비교 안 될만큼 까탈스런 소설이긴 했지만...) 그런데 이런 첫부분

의 고통이 비단 나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이

책을 보고 알게되었다. 움베르토 에코의 여자친구 중 하나가

(이 책을 보고 또 알게 된 것은... 움베르토 에코의 여자친구라는

것이 흔히 말하는 그 여자친구를 의미하는게 아니라 그냥 친구

중 여자친구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점도 ...ㅋㅋㅋ)장미의 이름을

읽고 나서 앞 부분 100여페이지가 너무 어려우니 빼는 것이 어떨

지 제안해 왔다고 한다. 그러자 움베르토 에코는 단호히 거절...

그 이유는 자신의 소설을 읽을 독자층을 조절하는 것이라고..

앞부분 100페이지(어쩜 내가 고통을 느낀 그 지점까지 딱 일치

하는건지 너무 신기....)라는 잠재적 난관을 극복해야만 이 소설

을 끝까지 읽어낼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난 2-3번의 시도끝에 그 난관을 극복한거네...V)

뭐 말은 이렇게 했어도 본래의 100여페이지 존재의미는 소설

구성에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고 사건의 본격적인 시작 없이

갖가지 배경이 나열되는 첫 부분은 아마도 어떤 소설이든 큰

흥미를 돋구기는 힘들 것이고 이 소설의 배경은 현대와는 완전

동떨어진 중세시대 그것도 수도원이기에 더욱 힘겹게 느껴졌

을 것이며 움베르토 에코의 방대한 지식으로 인한 다양한 인용

때문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는 이 책의 서두에서 먼저 대단한 것이 아닐지라도

그것을 창작한 그 과정에 대해서 말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 제작 과정을 글로 쓴다고 해서 그 작품이 다른 작품보다 월등

하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이야기를 말한다. 그깟 소설하나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제작 과정까지 책으로 펴내는가 하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움베르토 에코의 그럴듯한 설명이 참 재밌게 느껴졌

다... 역시 지혜로운 움베르토 에코...

 

 움베르토 에코는 원래 중세에 관심이 있었고 중세에 대해 이미

많은 지식을 습득한 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소설을 쓰기 위

해서 엄청난 중세시대 자료를 뒤지고 모았으며 역사적인 사실과

연결이 되도록 미켈레나 우베르티노라는 실재했던 인물을 등장

시켰고 중세시대라는 시대적 배경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수도원의 계단수까지도 헤아리며 그 시대의 자연스런 대화 형

태까지도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대단하다....더 대단한 것은

대화의 길이까지도 이동 공간을 계산해서 조절했다는 치밀함..

그러니까 소설속의 A지점에서 B지점까지 가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라면 그 거리를 파악하여 그 동안 이야기가 정확히 끝나도

록 길이를 조절했다는 것이다....

 

버릴 것이 전혀 없는(사실 제일 이해가 안되는 반어, 포스트모더

니즘 등에 대한 뒷부분의 몇 장은 그냥 버리고 싶기도 하다...)

이 책의 내용 중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갈 것은 책의 제목.....

 

[장미의 이름]... 왜 제목이 이러한가?에 대한 움베르토 에코의

답변....

움베르토 에코는 소설이란 읽혀지는 자에 의해 해석되어야 한

다고 한다..(시랑 똑같네...시는 학창시절에 읽혀지는 자의 상황

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다의성이 강조되어서 학습되었

는데 이에 비해 소설에 대해서는 그런 설명을 특별히 많이 들었

던 것 같지는 않다...그래서 당연한 말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신

선하게 다가오는 주장이었다.) 텍스트 그 자체로 독자에게 다가

가야 하며 독자는 철저히 스스로 읽어가며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목이라는 것이 읽기도 전에 이미 텍

스트의 어느 지점을 지목하며 강조해 버리고 방향지어 버리는

장애를 만든다는 것이다. 장미의 이름의 애초에 세운 제목은

'수도원의 범죄사건'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제목이 독자의

관심을 온통 미스테리 사건으로만 몰고갈 우려가 있다고 생각

했다고 한다... 이 책은 중세시대의 교황과 황제의 대립과 종교

계의 청빈문제 그리고 이단문제, 수도사와 수도원의 삶 등

많은 내용이 중심사건과 함께 녹아들어 있는데 제목을 저렇게

잡는 경우 범죄로만 초점이 맞추어진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나도 읽으면서 중세시대에서 직면했던 다양한 문제들을 접하

게 되고 그것에도 관심을 쏟았는데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도

다소 과장되게 말하자면 제목이 무의미해 보이기하는 장미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뭐 그렇다고 장미의 이름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무지해서 그렇게 느낀 것이고(어쩌면 내가 무지해서 움베르

토 에코가 주장한 제목이 생성할 수 있는 장애가 전혀 만들어지지

않은 장점이 있긴 했으나...)사실 반대로 장미라는 단어 자체에는

많은 의미가 상징적으로 녹아들어있다고 한다. 따라서 독자들이

그 많은 의미 중 어디에 포커스를 두어야 하는지 산만하게 함으로

움베르토 에코의 제목이 지녀야 할 특성을 잘 달성한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는 이 책에서 기호이야기를 하면서 살짝 소쉬르를

언급한다...대학 때 선택과목으로 현대사조를 들었는데 그 때

단지 학점을 잘 받기 위해 읽었던 소쉬르의 언어학...읽다가

상당히 놀랐었는데... 항상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던 언어 자체에

대한 분석...나중에는 재밌기도 했고... 대학 때 배웠던 것들 중

가장 난해하고 어려웠던 철학...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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