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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축학개론 2012 한국

by librovely 2012. 3. 22.



로맨스조 볼거다 라고 자랑하자 건축학개론 볼거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난 순간 네가 그런 영화를 다 봐? 라는 말을 했는데 그건 내가 이 영화와 말하는 건축가라는 영화를 혼동했기 때문
하여튼 말하는 건축가인줄 알고 그런 영화를 왜 보고 싶은건데 라고 묻자 건축과에 몸담았던 개인사를 이야기...
그게 좀 의아하면서도 아 그런가보다...했는데... 알고보니 그야말로 대중영화 분위기가 확 풍기는 영화였다


게다가 한가인 수지...음 이건 내 취향 아닐세...했는데...갑자기 보고 싶어졌다...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는데
그게 아마 듀나의 영화평에서 별점이 좀 높았던 것도 있고 물론 그녀(그인지 그녀인지..그녀 맞겠지?)의 별점은 나랑
좀 안 맞는 경향도..예를들면 디스 민즈 워나 스트레스를 부르는 직장상사 같은 경우 난 좋았는데 듀나는 별로였다고..
그것도 그렇고 또 평론가 별점이 7점이 넘는다니...슬쩍 보기에도 이건 뻔한 로맨스같은데...로맨틱 코미디보다 더
식상하고 지루하고 게다가 오그라들게 만드는 그야말로 로맨스같은데...뭔가 있나보다...라는 느낌이 왔다...
예고편도 안보고 듀나나 기타 등등의 글도 전혀 안 읽은 채 알 수 없는 기대감만 가득...


계속 신경 쓰이던 일이 끝나고 기분은 하늘을 날고 있었고...갑자기 뭐 하자고 하면 안하는 편인데...
그냥 갑자기 영화를 보기로 했고 건축학개론은 22일 개봉...인데 열심히 찾아보니 영등포 롯데시네마에서만 오늘부터...
퇴근하고 미친듯이 영등포로 내달려가서 저녁도 못 먹고 광고에서 주구장창 세뇌시키던 회사의 커피 앤 도넛을 들고
자리도 없어서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았는데...동행인이 왜 저리 뛰어서 날 앞서가나 했더니...끝 좌석을 꿰차시는...
원래 통로 자리는 내껀데...두 사람 사이에 끼어 앉는 게 싫어서 항상 내가 통로에 앉았는데...샌드위치 냄새로 민폐
끼칠 수 없다며 음흉하게 웃으며 끝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고...영화 시작한 후에 들어간 게 아니었다면
내가 당연히 힘으로 밀어냈을텐데...하여튼 그렇게 난 맘에 안 드는 자리에 앉았고 역시 이럴 때는 꼭 그렇지...
옆 자리 남자가 처음에는 팝콘을 너무 터프하게 드셔서 시끄러워 죽겠더니 나중에는 계속 움직이고 영 이상했다...
아마 어색한 사이의 여자와 같이 영화를 보러 온 것 같았다...뭐가 저리 안정이 안되고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지...
영화 보다가 말고 너 나가~ 하고 싶은 맘이 굴뚝 같았으면서도 나 또한 비닐 소리 내며 도넛을 씹어댔다...ㅡㅡ;



포스터를 보고는 두 커플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수지가 커서 한가인이 되고 이제훈이 커서 엄태웅이 되네....
두 경우 다 어색해...어울리지 않는다...특히 여자...수지는 눈이 길쭉한데 한가인은 둥글...이제훈 키는 나이들면
줄어드는 건지...음..성격의 변화는...뭐 15년의 세월이 흐르면 성격은 충분히 변할 수 있지...나만 봐도 그렇다...
내 내면의 성향은 그대로라고도 볼 수 있지만 겉으로 어느 정도 내 성격을 보여주느냐...에 대한 건 많이 변했다...
20살의 첫사랑을 35살에 만난 이야기...딱 내 나이의 이야기구나...


첫 부분을 놓쳐서 잘 모르겠다...하여튼 엄태웅과 한가인이 만나는 장면...한가인이 건축가인 엄태웅에게 건축 의뢰..
둘이 만난 카페가 너무 멋지다...카페 이름이 슬쩍 나왔는데...그래서 유심히 보고 기억했는데...테이크아웃드로잉~
그렇게 현재의 둘이 나오면서 과거의 그러니까 15년 전 풋풋한 스무살 대학교 1학년 시절이 번갈아 등장한다...


건축학개론 수업...이제훈은 건축학과 수지는 음악과..방송반 선배이며 건축과이며 부자고 바람둥이인 선배님이
수지를 꼬셨나? 그래서 건축학개론을 듣는...교양과목으로 듣고 그러는 것 같다...이 때 수지를 보고 첫눈에
반하는 이제훈... 이런 설정은 좀...첫눈에 반하는 건 얼굴만 본거니까...차라리 관심 없다가 뭔가를 보고 다시
보게 되는 설정이 낫지 않았을까...하여튼 그런데 뭐 이 뻔한 스토리가...음..건축과 교수님의 강의 진행 방식에
의해 아주 로맨틱하게 변하는거다...자신이 사는 곳에서 학교까지 오는 길을 표시하라고...시작점에 스티커를
붙이고...먼저 수지가 설명하고 들어간다...그 다음 같은 곳에 스티커를 겹쳐 붙이는 제훈...이런거지...스티커를
겹쳐 붙이는 장면이 아주 인상적... 그리고 같은 빨간 선 위에 다시 똑같이 선을 그리는...아주 의미심장하구나...


 



그 다음 과제로 교수는 학교까지 오는 길을 여행하듯 사진도 찍고 뭐 그러라고 하고...그래서 제훈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다가 그 사진기 안으로 들어온 수지를 보게 된다...아 촌스러워...뻔해~ 하면서도 원래 다 그런거지..유치하고..
하며 너그러워짐...


그렇게 둘은 친구같이 지낸다...그게 문제다...친구같이 지내기...
게다가 수지는 방송반 선배에게 마음이 있음을 은근슬쩍 흘리기도...그 때 이제훈의 표정변화가 볼만하다....
그 방송반 선배는 약간 성시경 분위기...성시경 하니까 동행인의 말이 생각남...우리가 둘 다 싫어하는 누군가에게
성시경같다고 해서 넌 싫다면서 그런 말을 하냐...게다가 닮지도 않았어...라고 하자 동행인이 말하기를...
나 성시경 되게 싫어해...그 말을 듣고 많이 웃었는데...하여튼 이 방송반 선배 성시경 분위기...나 또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분...성시경...하여튼 겉으로는 말끔한 그 분의 집에 간 이제훈과 친구는 연애 강의를 듣는다...
여자가 있으면 일단 술을 먹여...그럼 끝나는 거지..뭐 대강 이런 나도 다 알고 있는 참으로 대단하신 강의를...
한마디로 바람둥이...그게 끝인 모양인데 여자들은 그런 걸 잘 모르는 모양이다...그런 그를 수지가 좋아한다니
이제훈 마음은 답답했을듯...


이런 불쌍한 영혼에게 한 줄기 빛이 있었으니...그는 친구...재수생 친구....
그 친구는 수지를 처음 만나 놀 때 부터 이것 저것 가르쳐주기에 여념이 없었다....넌 정말이지 진짜 친구구나...ㅋ
머리가 그게 뭐냐...하며 그의 가방에서 나온 데뷰 스프레이도 아닌 무스...를 보고 정말...너무 웃겼다...
하여튼 이 친구에게 이제훈은 내 친구 이야기인데 하며 자기 얘기를 하고 재수생은 그게 너지 하며 다 눈치 챔...
그리고 담배를 피며 강의를 시작....일단 소주를 한 병 마셔...그리고 찾아가서 집앞이니까 나오라고하고 딱 끊어
그럼 여자가 궁금해서 미치지..그래서 나오면 술냄새가 나겠지...아무 말 안하고 여자를 밀면 벽에 닿게 되지...
그럼 벽을 한 번 치라고 했나? 뭐 하여튼 그러고 아무 말도 안하고 뒤돌아 가는거야....이 때 고독해 보이는 뒷모습...
그게 핵심이라고 하였다...아...이런 웃겨서 미칠 것만 같았다...


저런 경우 어떤 기분일까? 그건 딱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존재하지...
남자에게 맘이 있었다면 그냥 멋지고 이게 꿈이냐... 나를 정말 좋아하나보다...하고 착각의 나래를 펼칠 것이고
평소에 맘이 별로 없었거나 아예 아오안인 경우...저런 미*놈이 다 있냐...짜증나...혹은 신고하고 싶다...
아니 맘이 없었다면 아예 나가지도 않고 궁금하지도 않겠지...그런거다....



수지와 이제훈이 같이 여행도 가는데...둘은 여전히 친구 사이...그러다가 수지가 잠시 잠이 든건지 잠이 든 척
하는건지 정류장에서 기대서 주무시는데 이 때 이제훈이 몰래 뽀뽀를 하고는 재수생느님에게 다시 상담 의뢰...
그러자 재수생이 아주 한심하게 바라보면서 그게 키스냐? 라고 말하고 다시 가르침을...그리고 둘이서 게임을
하는데 수지가 손목 때리는 벌칙을 제시했다며 그건 손도 잡고 뭐 그래야 하는데 이거 나에게 마음이 있어서
그런거 아니냐고 하자 또 그 표정을 지으며 그럼 어떤 벌칙을 써야 하는데? 아구창이라도 때려야 하냐? 고
대답...아...정말 웃기다...이 부분에서는 좀 감정이입이...언제던가...내 친구와 나의 대화가 고스란히 녹아든
그런 분위기...정말 딱 저런 뉘앙스의 가르침과 배움이 있었는데...이게 이랬는데 이거 이래서 그런거지?
하면 풋...정신차려...그건 단지 이런거야...제발 의미부여 좀 하지마...뭐 이런 식...


하여튼 이제훈의 순진무구함이 빛을 발하는 장면이 많았다...누구나 저런 시간을 지나치는 법이고....
그 다음에는 오히려 뻔해지는 게 아닐까...좀 바보짓도 하고 착각도 하고...그런게 유치하고 좋은데...


답답하고 힘들어하는 이제훈...에게 재수생느님은 그럼 고백을 하라고 한다...그리고 그러기로 하는데...
하필 그 날 종강 뒷풀이로 만취해서 성시경 비슷한 선배와 집으로 돌아온 수지...를 보게 되고...
술로 몸도 못 가누는 수지는 성시경 비슷한 녀석과 같이 들어가고 그 앞에서 서성이다가 울면서 이제훈은
돌아가는데..괜히 택시기사에게 화를 내서 얻어 맞기도 하고...맞고 싶었던 것 같다...누군가에게건 두들겨 맞고
싶었겠지...아무 것도 못한 스스로가 얼마나 바보같았겠는가... 나라면 선배가 데리고 들어가는 걸 봤을 때 따라
가서 같이 들여보내고 선배를 데리고 나왔을 것 같다...그리고 아마도 오해한 게 아닐지...왜냐면 수지가 택시에서
내렸을 때 성시경 비슷한 것이 뭔가를 시도하는데 계속 피했기 때문...영화 속 수지 캐릭터는 내숭떠느라 그러는
스타일이 아님...그랬으니...어쨌든 오해는 필수인거지...


이 날 얼굴이 멍든채...어쩌면 속은 더 만신창이가 되었겠지...하여튼 그는 다시 재수생느님에게 찾아감...
재수생은 정말 안타까워하며 잊으라고 한다...그런 *년은 잊으라고...그리고 싱숭이와 생숭이를 다 데리고
나올테니 나중에 데이트하자며 말도 안되는 위로도 하고..공부는 못하는 것 같은데 참 그 녀석 마음만은 진심...



이 날 이후 수지를 피하다가 급기야 내 앞에서 꺼지라는 막말로 완전히 끝냄...
거 참 답답한 인간...나라면 네가 그 때 이래서 난 이랬다고 속시원히 말했을텐데...그럼 오해도 없고...
근데 뭐 너무 좋으면 그런 구차한 짓도 하기 싫은 모양이지...근데 누굴 좋아했다가 그런 일 하나로 그렇게
확 끝낼 수도 있는건가? 선배를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그랬던거겠지...


그리고 첫눈 오는 날 만나자는 약속을 수지는 지킨다...거기에 씨디 플레이어와 전람회 씨디를 가져다 둔다
이 설정이 좀 촌스럽다...이건 빠지면 좋았을 설정...
전람회의 음악은 영화 초반부터 나온다...수지랑 제훈이가 어떤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같이 이어폰으로 듣는
것이 전람회...기억의 습작으로 유명한 그 음반...그리고 수지는 제훈이에게 들어보라며 빌려주는데...



전람회...
나도 정말 좋아했던...대학가요제 나와서 상을 탈 때부터 좋아하기 시작... 꿈속에서..정말 좋았는데...
http://www.youtube.com/watch?v=ExRgjZLLBqY&feature=related
항상 내 인생이 그러하듯 엥겔계수만 지독하게 높았던 내가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있던 1집을 사서
많이 들었었는데...그기 94년이니까...고등학교 때구나... 기억의 습작도 물론 좋았는데 제일 좋았던 건
http://www.youtube.com/watch?v=Cx-0jC-qKj4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동행인도 전람회 좋아했다고...자신도 음반도 샀었다고..그리고 콘서트도 두 번이나
갔다고...나는 김동률이 좋았는데 동행인은 서동욱을 좋아했다고... 그러더니 갑자기 정색을 하며 전람회가
뭐야? 라고...하더니 어디가서 전람회 아는 척 하지 말라고...나이 나온다고...ㅎㅎ
하여튼 음악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넣는 건 좋은데...첫눈 오는 날 씨디 플레이어와 씨디는 좀 으음...


다시 영화이야기로...이제훈은 가난하다...홀어머니는 순대국을 시장에서 팔고 그 선배처럼 압서방...그러니까
압구정동 서초동 방배동에 살지 못하고 차도 없고 집도 가난하고 어머니의 이것저것 쌓아놓은 살림살이 하며
시장에서 다른 아줌마와 소리지르며 싸우기도 하는 그런 자신의 처지가 그는 화가난다...아무 상관 없었는데
그 선배와 비교가 되자...현실이 짜증이 난 것...그래서 GUESS 가 아닌 GEUSS를 입고 다녔고 그걸 선배가
수지 앞에서 비웃고...제훈은 그 옷을 벗어 던지고 대문을 걷어차 구겨 놓는다...CD플레이어도 없어서 그는
전람회 CD도 못 들었다...나중에 싸울 때 그걸 아마 수지에게 말했던 것 같은데...
(저 놈의 게스 철자 때문에 동행인과 낄낄대어서 처음에 영화 집중이 안 됨...잘 웃는 사람과 같이 보면
더 웃긴 것 같다...과도하게 웃어댄...)


사실 좋아한다면 그게 그딴게 무슨 상관일까...가짜 게스 티셔츠 따위가 뭐가 중요할까...
난 요즘 여자들이 지나치게 남자 조건만 따진다고 하는데...그게 이런 이유도 있다고 본다...
마음이 전혀 안가니까...어차피 그런 사람들 중 함께 일생을 보낼 사람을 고른다면 조건이라도 보자...
그게 아닐까? 아님 말고...


어쨌든 수지에게 그런 건 아무 상관 없었고...수지도 사실 나중에 알고 보니 마음이 있었고 그게 첫사랑이라고..
수지의 짐에서 제훈이 고백하려던 날 그녀의 낙서 비슷한 살고 싶은 집 구조를 만든 모형을 들고 있었는데
그걸 버렸고 또 그걸 수지가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혼한 수지...그녀는 결혼했을 때도 그걸 보관했던거고...
아마도 남편은 바람이 났던 모양이다...이혼을 안해주려 버텼다고 하니...그걸 들켰을 때 수지는 아니 가인은
고백한다...네가 첫사랑이고 그 때 한 그 허술한 것이 첫키스고 어쩌고...그리고 둘은 다시 뭔가를 하길래...
이게 뭐지...막장이야? 라는 생각에 의아했는데...왜냐면 엄태웅은 이미 고준희와 결혼을 한 달여 앞둔 상황
한가인이 조금이라도 먼저 나타나 결혼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라면 가능성이 있었을지도...고준희의 드레스를
골라주는 엄태웅의 눈빛에는 영혼이 없다...ㅡㅡ;;



고준희랑은 직장 동료...같은 건축 사무실..처음에 한가인은 그가 싱글이고 여자도 없다고 생각하고는 그에게
줄 넥타이를 고르는데..만나는 자리에 고준희와 동행한 엄태웅을 보고 이미 난 느낌이 왔다...저 여자군...
그리고 엄태웅이 착하고 예쁜 여자가 이상형이라는 말을 남기고 화장실에 간 사이 고준희는 자신은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엄태웅이 돌아오자 착하고 예쁜 여자가 자신이라고 하며 웃는데...정말 미웠다...미워....
뭐 저런 영혼 없어 보이는 여자와 결혼을? 아마도 그냥 같이 있다보니 혹은 여자가 다가오니까 그냥 그냥
흘러가다가 그렇게 된 것 같았다...하여튼 둘이 깨지고 한가인과 연결되면 그건 비현실적이고 삼류로 전락~
한다는 게 내 생각인데...역시 이 영화에서는 그런 일이 생기지는 않았고 한가인을 마음을 알면서도 그냥 결혼
외국으로 가는 길에서도 엄태웅의 눈빛에는 영혼이 없음...


고준희는 돈이 많고 그런 그녀는 부모님 도움을 받고 싶어하나 엄태웅이 싫어함...하여튼 그녀는 엄태웅에게
자주 찡얼댄다...원룸에서는 못산다...어쩌고 저쩌고...반면에 한가인은 엄태웅에게 홀어머니를 놓고 외국으로
가냐며 그러지 말라는 뉘앙스...엄태웅과 한가인은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있다...부모님을 잃은 아픔...
처음에 둘이 만나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같이 듣던 그 때 둘은 나는 엄마가 없어...나는 아빠가 없어...
라며 자신의 가장 슬프고 힘든 부분을 드러낸다...


이젠 버틸 수 없다고
휑한 웃음으로 내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았지만
이젠 말할 수 있는 걸
너의 슬픈 눈빛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걸
나에게 말해봐

이 부분이 그 때의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좋은 것만 공유해서는 안된다...
아마 사람이 사람과 깊게 이어지기 위해서는 뭔가 우중충한 내면을 공유해야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남자들이 여자 꼬실 때 고독한 혹은 슬픈 분위기를 내세우는 듯한...ㅋㅋ 옛날에 PC통신 시절에..
여자 꼬시는 법에 대해 어떤 하이텔계의 느님이 게시판에 연작을 내셨는데 아직도 생각나는 꼬심의 기술 중
하나가...담배를 피는 것...여자 앞에서 담배를 피면서 슬픈 표정으로 있어야 하는데 눈을 깜빡이지 않고 참으면
담배 연기로 인해 눈물이 주루룩 흐른다는 것...그러면 여자는 넘어온다..뭐 이런거였는데 읽으며 웃겨서 넘어갔던...


물론 기억의 습작 가사 중 가장 좋은 부분은 여기지....

너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볼 수만 있다면
철없던 나의 모습이 얼만큼 의미가 될 수 있는지


어쨌든 엄태웅은 외국으로 가고 한가인은 혼자 제주도로 내려가 아픈 아빠를 모시고 살며 피아노 레슨을...
그러다가 온 소포...가 난 씨디 플레이어와 전람회 CD 라는 것을 눈치 챔...좀 식상해...
하지만 그걸 들으며 앉아있는 한가인을 마지막으로 영화가 끝나는 건 좋았다...


언제더라...마지막 부분 즈음에 20대 때 수지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제훈의 모습이 회상될 때였나....
동행인이 옆에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못본척 했으나 다 보임...그리고 옆에 버스럭 거리던 남자도 눈물...
뭐...나도 슬펐는데..근데 눈물이 나오지는 않아...감정이입이 잘 안된다...이제훈이 뻘짓할 때는 그렇게도
감정이입이 되더니 이런 부분은 또 전혀 감이 안 오는...영화관에서 나올 때 동행인이 혼자 볼 걸 그랬다고
불만을...내가 옆에 있어서 맘껏 울지 못했다나...하긴 워낙 사이가 우스운 사이라서 그런 진지한 모습이 어색하긴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대체 왜 운건데 하니까 예전 연애하던 때 마음이 떠올랐다고 했다...좋겠다 그래...ㅡㅡ;
난 그런 게 없다...헛살았어.....


영화에 웃긴 장면이 많다...이제훈 어머니 캐릭터도 웃김...빨강 립스틱 빨강 양말...문만 열면 뭔가 쏟아지는 냉장고
처음에는 마냥 웃기더니 나이 들어서 혼자 지내야 하는 상황에도 통장을 넘겨주는 모습이...마음이 아팠다...



수지를 쳐다보는 눈빛 연기가 인상적...
연기인지 마음에서 정말 우러나와서 그렇게 된건지 궁금할 정도...
하긴 여자인 내가 봐도 풋풋하고 예쁘더라...어린티 줄줄 나는 여자의 표본을 보는 것 같았다...
수지는 마른 몸은 아니었다...그래서 더 스무살 같고 90년대 같고...어린 여자애들은 살이 좀 있어도 예쁘구나...


이제훈은...얼굴이 박해일 분위기....근데 정말 애 같다...ㅡㅡ;;
애 같으니까 스무 살 연기를 해도 괜찮은거지...영화관에서 자주 봐서 익숙하다...영화 시작 전에 삼성 카메라 광고에
한효주와 줄기차게 나오던 그 사람 맞지 아마...연기하는 건 처음 본 것 같은데...잘 하는 것 같다...



일본 영화에서만 가능할거라고 생각한 그런 러브 스토리...이를테면 러브레터같은 그런 그냥 예쁜 영화가
한국 영화에서도 가능한거구나...물론 러브레터 만큼은 아니었지만...그래도 이게 어딘가...
딴 건 몰라도 건축학개론 수업으로 시작된 스토리 부분은 아주 맘에 든다...그런 거 참 좋다...


그야말로 예쁜 영화다...
두 시간 동안 행복했다...
(씨디 플레이어와 씨디와 첫눈... 한가인 아버지 아픈 설정...엄태웅이 외국으로 몇 년 출국하는 설정...
동네의 빈집에서 둘이 추억을 쌓아가는 설정....만 어떻게 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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