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

꿈꾸는 하와이 - 요시모토 바나나

by librovely 2015. 2. 16.

 

 

 

 

꿈꾸는 하와이                                                                  요시모토 바나나            2014              민음사

 

책을 거의 읽지 않았었다

중학교 때 어떤 선생님이 자신이 꿈꾸는 미래 모습에 대해 써보라고 했을 때 나는 어떤 직업을 가진 상태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썼었다 물론 그 때도 책을 많이 읽지 않았었다 중학교 때는 누구나 그 시기에

읽고 지나가는 책 그러니까 제인에어 폭풍의 언덕 데미안 뭐 이런 책들을 의미도 정확히 알지 못한채 그냥

책을 읽고 있다는 것 자체에만 의미를 부여하며 읽었을 뿐이었다  그 때 꿈꾼 그 직업은 아니지만 어쨌든

조금은 유사한 일을 하고 있고 글을 쓰며 살고 있지는 못하다 난 대체 왜 글을 쓰고 싶다고 썼던건지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하다 초등학교 때 위인전 따위를 읽고 독후감을 쓰면 동상 정도를 받았었다 그 때 그 어린

나이에도 사상이 지저분했던 나는 엄마가 그래도 학교에 왔다갔다 하며 얼굴을 비추니까 그거 감안해서

상을 뭐라도 하나 줘야하는데 줄만큼 작품이 좋지는 않으니 동상...을 준거구나 했다 그럴만한게 위인전을

읽지도 않고 뒤의 연표 부분을 펴 놓고 거기에 대강 살을 붙여서 순식간에 써서 내곤 했으니까...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어쨌거나 그렇게 책과 담을 쌓고 지내오다가 너무 너무 무료한 일상에 지쳐 책이나

읽어볼까 하며 읽기 시작했던 때 그 때 손에 잡았던 책이 그 유명한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이었다

지금은 내용이 생각도 나지 않는데 책 읽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때는 역시 짧고 소소한 일본 소설이 좋은

것 같다...그러나 그것도 좀 읽다보면 비슷비슷해지도 자극이 약해 밍숭거리기 시작하고 그 때부터는 다른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그냥 다시 한 번 가벼운 일본 책을 읽어볼까 해서 빌려왔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문체도 귀엽고 소녀소녀하고 그런데 외모는 전혀 그렇지 않다...얼핏보면 뭔가 상당히

남자처럼 거칠게 생긴 그녀인데 글은 소녀스러운 걸 보면 외모는 역시 내면에 대해 전혀 말해주지 않는

껍데기에 불과한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일본 사람들은 하와이에 특별한 로망이 있는 경우가 많은걸까? 되게 재미있게 본 일드<오늘은 회사 쉬겠

습니다>에서도 어떤 남자가 하와이에 한 번 다녀온 후 툭하면 하와이 타령을 한다 요시모토 바나나도

하와이를 아주 좋아하는 모양이다....거의 마음의 고향처럼 느껴질 지경...하와이가 왜 그리 좋은걸까?

나는 그냥 하와이 하면 아무 생각없이 무념무상 여유 부리며 지낼 휴양지 느낌이 들 뿐인데...게다가

휴양지를 제대로 가 본 일도 없으면서도 뭔가 그건 내 취향이 아니야...라는 생각도 하고 있고...

 

아주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그냥 읽을만했다...아주 가끔 골똘해지게 만드는 부분도 있었고...

그렇지만 역시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앞으로 자주 읽지는 않을 것 같다

 

 

 

 

 

 

지나치게 격정적인 연애는 자주 만날 수 있게 되면 대개 애처롭게 끝나고 만다

아마도 그녀가 여정 중인 사람이었기에 시작되었을 연애

게다가 그와 그녀는 힐로와 코나에 각각 떨어져 사니까 오가기도 꽤 힘들 것 같았고

 

가장 아름다웠던 추억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

 

인간들끼리도 그렇지만 인간이 아닌 생물과의 만남은 훨씬 허망하고 아름답다고 생각된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참 많은 생물과 눈을 마주했구나 싶다

차에 치여 죽어 가는 고양이  창틀에 앉은  물까치 시골 집 현관에 나타난 너구리

그 다양한 눈동자를 잠시 들여다보고는 그리고 헤어졌다 그 모두가 이 지구상에 똑같이 살아가고 있다

 

자신에게 딱 맞는 역할 속에 자연스럽게 있을 수 있다는 것 그 안에서 홀로 늦은 걸음이나마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 나 자신으로 있을 뿐이라는 것 그 이상의 행복이 있을까

누가 뭐라든 이 세상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자신 뿐이다

그런 삶에는 자신과 누군가를 비교해서 부러워하거나 누군가가 자신을 제대로 알아만 주었다면 이런

상황에 있지 않았을거라는 생각보다 훨씬 가치 있는 작은 따스함이 있다 끊임없이 샘솟는 동력이 있다

 

그것은 여행 중에 하는 생활놀이에 지나지 않으리라

평소 일상에 쫓기면서 하는 빨래와 지녁 준비와는 전혀 다르다

낮 동안의 다양한 경험이 시간을 풍성하게 해주었기에 지금이 여행 중인 시간이라는 것을 알기에

모든 행동이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만 나아가고 이게 끝나면 다음은 이거 네 맞아요 그렇게 아무 미련 없이 말해 버려야지

안 그러면 자기 인생을 실현할 수 없다고요

그런 목소리를 싹 쓸어버리려고 우리를 지금 이 시간에 머무르게한다

그것이 하와이의 바람 해변 파도

만약 가고 싶다면 비행기 티멧을 사서 다음 날 아침에는 그 섬에 있어 보자

정작 해 보면 의외로 간단한 일이다

비가 오더라도 운이 조금 없더라도 살짝 재미가 없더라도 그 사람만의 하외이가

거기에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