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

나의 남자 - 임경선

by librovely 2019. 5. 20.

나의 남자                                                       임경선                   2016                 위즈덤하우스

에세이를 주로 쓰는 작가가 쓴 소설이라니 궁금했다

그리고 연애 소설이라니 뭔가 재밌을 느낌이 들었다 작가가 연애를 충분히 많이 해봤을 것 같아서

그랬던듯.... 읽은 지 정말 오래 지난 책이라서 사실 내용이 세세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데 뭐 연애소설이

다 그게 뭐 비슷한 것이긴 한데 이 책에서 좋았던 건 그 감정들은 어떤 식으로 표현했는가에 해당하는 부분

적절한 표현이 간접 경험에 아주 도움이 됨 ㅋㅋㅋㅋㅋ 이라고 쓰니 뭔가 슬픈데...원래 진짜는 소설 속에서

만나기 쉬운 거 아니냐며 대충 마무리 ㅋㅋㅋㅋㅋ  이 소설은 유부녀와 이혼남의 이야기인데 그게 진부하거나

너저분한 느낌이 들지 않았고 뭔가 장애물이 있기에 더 재밌게 느껴졌다....왜 나는 쉽지 않은 이야기들이 더

와닿는지 모르겠다...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뉘앙스 때문인걸까? 그래서 더 진짜...로 느껴지는건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오늘도 연애는 책에서 하고 앉았 ㅋㅋㅋㅋㅋㅋ 책에서라도 하니 다행임 이라고 정신승리 ㅋㅋㅋㅋㅋㅋ

재밌게 읽은 책이다

약간의 등장인물 설정이 조금 뻔한 부분이 있는 것 빼고는 좋았다

 

 

 

 

 

 

 

스스로가 무서워질 정도로 누군가를 좋아하고 상처 받을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머리의 말을 듣기를

거부하고 몸이 일으키는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일은 인간의 짧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리 자주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티 내지 않으려는 절실함은 티 나지 않게 끊어줘야 했다

 

아이가 아직 어려서 밤에 외출하기가 쉽지 않았다 볼일이 끝나면 바로 아이가 기다리는 집으로 가야

하는데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이대로 전혀 모르는 어딘가로 떠나 익숙한 일상과 세상에서 벗어나 사라져버리고 싶었다

 

남편과 나는 서로에게 잔소리도 간섭도 불필요한 질문도 하지 않았다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하는지가 아니라 언제 집에 돌아오는지만 알면 되었다

그것도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서로에게 필요에 의해 묻기 시작한 질문이었다

 

내가 먹다 남긴 밥의 마지막 부분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마치 남편이 아내가

남긴 음식을 처리하는 것처럼 깨끗하게 먹어치웠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나는 처음 느껴보는 형태의 기쁨으로 연하게 물들어갔다

 

이혼은 결혼 이상으로 강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테고 그런 특별한 감정을 한 여자에게

부딪혔다는 사실에 가슴 한편이 아파왔다

질투라는 감정이 나를 파먹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 역시도 남편에 대해 함구했다

성현 앞에서는 나도 그처럼 가족이 없는 한 명의 여자이고 싶었다

 

중요했던 것은 오로지 한 공간에 이렇게 같이 있는 것

당신과 함께 아주 가까이 있는 것

그리고 두 사람의 몸을 가능한 한 가까이 두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간의 피로와 긴장을 풀어주고 기력과 약간의 흥분 살아가는 의미까지도

충전해주었다 어쨌거나 일 미터 이내로 몸을 가까이 머물게 하는 것

그를 마주하고 그의 주변에서 맴도는 것이 내가 갈망하던 것이었다

 

어떻게든 같이 있는 시간을 지연하고 싶었다

 

그는 내가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그앞에서 나는 무릎에 힘이 빠지듯

한없이 약해졌다 내가 약해질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행복하기도

했다

 

인생에는 종종 마가 끼었다 큰일났다 싶으면서도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버릴 때가 있다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후회마저도 달콤한 것이다

 

그의 표정이 부드러울수록 나에겐 그것이 더 짓궂게 느껴졌다

병과 약이 한 사람에게서 나오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고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 어쩔 수 없음조차 나는 사랑했다

 

이 관계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적어도 나는 그를 물리적으로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그의 얼굴을 보려고 기다릴 필요도 없고 약속을 따로 잡을 필요도 없었다

그 사람이 보고  싶으면 내가 그에게로 가면 됐다

갈증은 내가 나서서 채울 수 있었다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안도되는지 몰랐다

 

내 삶은 그를 마음속에 두게 된 이후로 조금 더 생생한 색깔을 띠었다

이 감정을 느끼지 못했을 때 얼마나 죽은 것처럼 살았는지 그제야 깨달았다

콩깍지가 쓰였다고 말하 않았으면 좋겠다

천만에

모든 것은 이토록 확실하고 명료했다

 

마치 아무도 없는 광활한 세상의 끝에 도달한 것 같았다

결혼 십 주년 기념여행의 첫날 밤 나는 저 밑에서 길어 올린 가장 깊은 고독감을

느끼고 있었다

 

윤재를 내 생명보다도 사랑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다음 생에 태어난다면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가지지 않을 것이다

 

그의 부재를 통해 보다 선명하게 그를 기억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필요했다

나는 그에게 정신적으로 사로잡혀 있었다

유일한 구원은 이 여행이 끝나면 다시 그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발췌를 다 했는데 그리고 하는 동안에도 중간중간 임시저장을 했는데 어떻게 된건지

중간까지만 저장이 되어있다...중간에 오류가 생기며 튕겼는데 이꼴임....티스토리가 이상한건지

내 놋북이 이상한건지.....아까처럼 다 발췌하는 건 불가능...그냥 더 엄선해서 조금만 다시 발췌....

 

 

사랑은 하는 게 아니라 빠지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체념이 있었다

배우자가 있음에도 연애를 하는 것은 감기에 걸리는 것과 같다

그 다음에도 지속하는 것은 그들의 의지가 담긴 문제

 

십 년간 딱 한 번 이혼이라는 단어를 꺼낸 적이 있었다

남편과 아이가 있어도 지독한 고독을 느끼고 있을 때

 

나에게 시간이란 그 남자가 곁에 있는 시간과 곁에 없는 시간 단 둘로 나뉘었다

 

전에는 속에 돌덩어리가 들어 있는 것 같아 음식을 잘 못 먹었다면

이제는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아 음식이 잘 넘어가질 않았다

 

재회 후 나는 그의 공간에 다시 중독되었다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그에게로 갔다

 

'남편은 모든 걸 감지하면서도 그대로 두고 있었던 것이다

 

감정을 이기지 못하는 나 자신이 너무도 한심해 견딜 수가 없었다

 

 

 

 

작가의 말

예정에 없던 소설이었다

작년 봄 어느 날 불현듯 너무도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특별한 구상 하나 없이

겁도 없이 어느새 써 내려가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당시 나는 사랑에 빠지고 싶었나 보다

 

나에게 있어 사랑은 빠져버리는 것이고 서툰 것이고 바보가 되어 유치해지는 것이고

한 없이 약해지는 것이고 할 수 있을 때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하는 것이고 마침내는

이기적으로 욕심을 내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지운을 두고 이기적인 여자라고 욕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지운의 입장에 서게

된다면 나 역시도 그녀와 같은 행동을 할 것이다

어쩌겠는가 이렇게 타고난 것을

부디 우리 두 사람을 이해하고 용서해주길 바란다

그것이 아마도 내가 바라는 모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