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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나의 낭만적인 고양이 트렁크 - 전지영

by librovely 2008.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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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낭만적인 고양이 트렁크                                  전지영                        2008                웅진지식하우스



전지영

30대 중반의 싱글
대한항공 승무원
일러스트
광화문 오피스텔
탄산고양이
뉴욕
미대출신
솔직
유머러스
미모?


전지영 하면 떠오르는 것은 대강 이런 단어들이다
이 여자에 대해 내가 뭔가 알고 있느냐
알긴 뭘 알겠는가?  다른 작가들도 그러하듯이 이 작가도 나에겐 영 정체불명의 인간일 뿐이다?
전지영은 참 재미있다.  그래서 특이하다. 재밌다는 것도 여러 종류가 있을텐데...이 여자의 유머러스함은
정확히 내 스타일~~이다! 정말이지 내가 남자였다면 이런 여자가 이상형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에 드는 유머러스함을 지닌 여자분이시다.  거기에 승무원 출신이라니 외모 검증은 이미 끝난 거고...
하여튼 항상 드는 생각...이런 멋진 여자분이 싱글이라니...남자들은 참 불쌍하다.
아니 내가 싱글이라니... 남자들은 참 다행이다?...이렇게 세상은 결국 살만한 곳이라는 결론이? ㅡㅡ;;



사람들은 보통 자유 어쩌고 하면서 결혼에 목숨걸지 않는 여자들을 보면 생각없이 산다고 손가락질을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이 여자들은 오히려 생각을 많이 하고 살기에 그런 것 같다. 표면적으로는
헤헤~거리며 자기 자신을 낮추다 못해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리곤 하는 이 책의 저자 전지영만 봐도...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삶에 대해 나름대로 많이 생각하고 이상한건 이상하다고 생각할 줄 아는 지극히
인간적이며 지적인? 사람임을 알 수 있기에...내가 느끼기에 오히려 인생을 꽤 진지하게 살아가고 계신다.
물론 나처럼 맹~하고 앉아있다보니 옆에 아무도 없을 뿐이고 나이는 먹어갈 뿐이고 심신은 나날이 피폐해져갈
뿐이고...류의 싱글 아니 이 경우에는 노처녀라는 뭔가 찌질한 느낌의 단어가 더 적합해 보인다 가 있기도 하지만
근데 왜 싱글이라고 하면 어감이 괜찮은데 노처녀라고 하면 이상한걸까?? 처녀라는 여성을 가리키는 단어가
이미 비하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걸까?  나쁜놈보다 나쁜년이라는 단어가 더 심한 것처럼 느껴지는 건 또 뭘까?



하여튼 이 책은 웃기게 글을 잘 쓰시는 전지영의 책이라서 관심이~~
전지영의 책은 아주 재밌었다.  뉴욕에 대한 책과 제일 처음 출판한 여행기는 참 재미있었고
그 다음 쓰신 싱글은 스타일이다는 그럭저럭 재밌었고 그럼 이 책은? 이 책도 뭐 그럭저럭...단 맨 처음의 책과
뉴욕에 대한 책보다는 살짝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 취향의 문제일까? 이 책에 종종 등장한 일본이나 로마의
역사적인 소소한 이야기가 세계사라면 머리가 띵~해지는 나이기에 좀 머리에 안 들어온 이유도 있겠다.



그래도 그냥 저냥 읽을만하다.
이 책을 읽으니 뉴욕이야 뭐 볼때마다 읽을 때마다 다시 가고 싶은 곳이고 정말로 꼭 다시 가 볼 생각이고...
다음에는 꼭 여름에...그리고 시애틀...커피 경제학에도 등장하였고 지인이 지난 여름 1달 살다가? 와서
들려준 이야기 때문이기도 하고 하여튼 시애틀에 꼭 가보고 싶다. 화려한 도시는 아니라지만 뭔가 그 특유의
분위기가 있긴 한 거 같기에...교토와 로마 이야기는 음 세계사 내용이 뭐 상식수준인지 모르지만 하여튼
흥미를 좀 다운 시킨 느낌이... 로마인 이야기는 나도 4권까지 재밌게 읽긴 했지만 하여튼...



사실 로마인 이야기를 재밌게 읽은 이유는 세계사에 대한 관심보다는 거기 등장한 독특한 남자?들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다... 한니발...카이사르...스키피오...이 남자들은 얼마나 매력적?인 인물인가?  더불어 곁다리로 가끔
등장하는 알렉산드로스 대왕까지...으아암...



어쨌든 이 책을 읽어보니 여행가고 싶어진다...
돈과 동행인 영어 이렇게 3가지가 발목을 잡지 않으면 가능한거겠지?
돈이야 뭐 좋은 동네의 넓은 아파트를 포기하고 안 좋은 동네 좁은 주택을 선택한다면 즉 그냥 근근이 먹고
사는 것에서 만족한다면 가끔 여행갈 돈 못 모으겠는가...동행인은 뭐 어차피 얼마 없는 사람 다들 결혼할거고
그럼 모든 것은 가족과 할테니 혼자 가는 방향으로 하면 되고 영어? 영어야 뭐 아주 기본적인 회화만 가능하면
여행지에서 친구 사귀기는 불가능해도 먹고 돌아다니고 잠자는 것은 가능할테니...
결국 별로 걸리는 것도 없는데...근데 여행 가기는 쉽지 않다...사실 근근이 먹고 살기도 힘들다는 돈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아...불쌍하고 구차하니 그만 주절대자...



전지영의 책은 여행가고 싶어지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뭔가 위안을 준다
이렇게 멀쩡한 여자도 싱글이니까 나도 이상한 거 아닌지도 몰라...
혹은 솔직 담백한 그녀의 일상 이야기가 구질구질한 나의 일상에 대해 덜 부끄럽게 만들어 주기도 하는 것 같고
물론 내 생각에 그녀의 일상은 충분히 멋지다...다만 TV에 등장하는 너무나 동떨어진 인생들보다는 그래도.....
그리고 가벼워보이는 이야기에 녹아있는 그녀의 상당히 괜찮은 삶의 방식과 사고방식....도 좋다.



빌려보는 주제지만
전지영은 꾸준히 책을 써 주었으면 좋겠다~
그녀가 책을 내면 저 구석에서 쭈그리고 사는 한 불쌍한 노처녀가 좀 위안을 얻으니 말이다...ㅎㅎ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그 즉시 여행가방을 꾸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만약 그게 가능한 사람이 있다면 누군지 알고 싶다.
부러운 마음에 열혈 안티가 되어줄테니까



아침에 일어나 비틀비틀 고양이 밥부터 챙겨주다 보면 어쩌다 고양이 가정부로 전락했는지 궁금해진다
이것은 앞뒤 생각없이 여행을 떠났다가 집으로 날아온 카드명세서를 봤을 때 밀려오는 망연자실과 똑같다
여행도 대게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시작된다



나의 삶에서 두 마리의 고양이와 여행의 기억은 어느 한구석에 가만히 쌓여 있다가 지루하고 우울한 일상의
어느 순간 수면 위로 올라와 반짝반짝 빛난다



공부에 관해서라면 나 역시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해두겠다
정말이지 하기 싫다는 점에서 말이다
여고 시절의 성적표와 사진을 폭로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지구끝까지 쫓아가겠다!



혼자 생활한 지 몇년째인 싱글 여성이란 그 존재 자체가 어정쩡함의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 시작되고 또 내일도 오늘과 같으리라는 냉소적인 마음은 일상을 무력하게 만든다



뉴욕은 세상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도시 중 하나이다
화려한 5번가의 위용이나 눈부신 맨해튼 스카이라인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에는 대도시 특유의 에너지가 집결되어 있다 흔히 마음속에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찾아오고 또 그 욕망이
소비되는 세계의 중심지라는 곳이다 모든 것이 뒤섞여 흔치 않은 공기를 만들어내는 뉴욕은 그림 같은 풍광이
펼쳐진 여행지만큼이나  인상적인 무엇을 제공한다  이것은 뉴욕을 찾는 모든 여행자가 느끼게 되는 감상이다



만약 눈 먼 돈이 와르르 쏟아진다면 나는 그 즉시 뉴욕행 항공 티켓을 구입하겠다



우리가 예술가들의 터전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이유는 아마도 그들이 보여주는 창의적인 삶의 태도에 끌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윌리엄즈 버그 땅값이 나날이 오르는 이유에 대해)



할렘은 뉴욕의 다른 외곽 지역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듯했다  그러나 이곳에는 윌리엄즈 버그 혹은
롱아일랜드와 구분되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도시에선 사람도 고양이도 할 일이 많다
비싼 집 값을 갚아나가야 하기에 좀 더 높은 연봉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찾아야 하고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이면서도 무리 없는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 와중에 예술과 문화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쌓고 스스로를
개발하는 자기 관리의 완벽함을 보여주기 위해 1분 1초가 아까울 지경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은 사람도 고양이도 도태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이지 지치는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서점가의 여행 코너를 서성이다 보면 화려한 직업을 뒤로하고 떠난 자유로운 여행에 관한 책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뒤로 할 화려한 직업이 없는 관계로 자유롭게 떠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지겨우리만큼 끈질긴
압박들을 이를테면 너무 늦지 않은 나이에 해야 하는 결혼이라든가 확실하게 외면할 수 있는 곳에 있다는
사실은 언제나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해야 할 일을 합리적으로 계획하고 불필요한 노동을 줄이면서 편리한 선택을 하는 것 우리에게 강요되는
질서와 보편적인 가치들은 때로는 낭만이 차지해야 할 백분율을 점점 줄어들게 만든다
나에게 낭만과 현실의 비율은 그렇게 배분된다
현실을 위해 낭만의 함량을 줄이는 것보다 낭만을 위해 현실의 함량을 늘리는 것으로




어느 때인가 또래인 듯한 여성이 꽃을 고르는 내 모습을 유심히 보다가 이런 말을 건넸다
꽃을 정말 좋아하시나봐요  아 꽃과 함께 보내면 하루가 정말 아름답겠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릿속에서 옷가지가 널브러져 있어 상당히 아름답지 않은 내 방의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아 네 뭐....



시애틀에는 오히려 길 건너 하나씩 스타벅스의 로고가 눈에 들어오는 뉴욕의 번화가보다 스타벅스가 적어보였다
그 대신 시애틀의 이름 없는 카페에서 아주 맛있게 커피를 탐닉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스타벅스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시애틀 사람들은 정치적 윤리적 이유 때문에 스타벅스 커피를 외면한다지만 내 경우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뿐이다 



사람들은 화창한 오후 특히 점심시간이 지난 어느 순간 밀려오는 나른함에 낮잠을 잔다
그들은 그것이 꿀맛같은 오수였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아마추어들 같으니라고
상습적으로 잠을 즐기는 우리는 눈이 부시도록 볕이 좋은 날이면 일찌감치 자리를 편다
창문을 열어 바람이 들어오도록 하고 쏟아지는 햇볕은 커튼으로 가려놓는다
소파에 몸을 맡기기 전에는 푹신한 쿠션과 풋스툴 그리고 적어도 500쪽이 넘는 철학서적을 미리 준비한다
게으름뱅이가 되는 일에도 열심히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선배는 왜 승무원이 됐죠? (전지영이 선배에게 한 질문)
연봉이 높기 때문에
면세점에서 수시로 명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남들 못 가는 여행을 수시로 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결혼에 유리하기 때문에
바로 이것이 비행이 싫어도 그녀가 직장을 그만둘 수 없는 이유라고 했다



승무원은 유난히 이직률이 높다
그 중에서도 나는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사직서를 제출한 부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얼굴도 생각나지 않는 그 선배 승무원의 무미건조한 충고를 듣고 난 이후의 일이었다
사람들은 항공사를 그만두고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를 마치 기린을 만난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비행했던 곳이 하와이였다
그때 같이 하와이로 향했던 선배 중 누군가가 이번이 나의 마지막 비행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의아해 하는나에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승무원답지 않게 표정이 너무 자유로워 보였거든



30대의 사춘기라고 불리는 전형적인 증상
아무튼 세상에 재밌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기분은 참 우울하다
밤을 새워 일에 몰두하는 것도 연애와 결혼을 꿈꾸는 것도 독립적인 싱글의 삶도 모두 시시하게 느껴진다
이런 상태에 접어든 그녀들에게 가장 유혹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흔히 말하는 '적당한 결혼' 같은 해결책이다



"좋은 교육은 받았지만 재산이 없는 아가씨에겐 오직 결혼만이 명예로운 생활 대책이었고
결혼이 가져다 줄 행복 여부가 아무리 불확실하다 해도 결혼만이 가장 좋은 가난 예방책임이 분명했다"
설 <오만과 편견> 속 샬롯의 결혼관은 오늘날까지도 유효하다
제인 오스틴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200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미혼 여성의 노후 걱정과 상실감에 대한
유일한 치유책은 결혼이라고 한다  이것은 정말이지 기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