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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달리는 여자, 사람입니다 - 손민지

by librovely 2022. 10. 2.

달리는 여자, 사람입니다                                                    손민지                      2021             동녘

 

달리기

나는 달리기를 하지는 않지만 운동을 하고 있기에 저자의 달리기에 헬스를 대입해보며 공감하며 읽었다

다 맞는 말...아무리 오래 해도 매일 시작하러 나서기 전 망설인다는 것도 똑같....

나는 (제대로 한 건 아니지만) 27살 10월인가 부터 헬스장에 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보름을 열심히 보름은

대충...을 반복하다가 한 달 정도 아예 쉬고는 급 허리가 아파서 고생을 한 후로는 꾸준히 갔다 주 4회 이상

열심히 갔던 거 같... 코로나로 2년 멈춘 거 빼고는 꾸준히... 지금은 8개월째 주 6회 가고 있다...이쯤되면

익숙해질 때도 되었건만 매일 망설인다 오늘은 안 갈까...ㅋㅋㅋㅋㅋ 제일 좋은 방법은 시간을 정해놓고

아침에 출근하듯이 무념무상 그냥 기어나가는 것...기계적으로....

 

체력 이야기도 공감...나도 아주 약한 체력으로 친구들과 약속 잡는 것도 망설였었다 제일 건강했어야

할 나이인 20대 초반에 2시간 마다 카페에 가서 쉬어야 하는 체력...이었는데 운동을 한 후로는 체력이 아주

좋아져서 잠을 늦게 자기 시작 ㅋㅋㅋㅋ 이게 나에게 좋은건지는 몰겠.... 하여튼 체력이 있어야 인간 구실을

할 수 있다는 말은 끄덕끄덕...사람이 지치면 주변인에게 쉬 짜증을 내고 예민하게 굴기 마련이지...인간이란

그 따위인 존재인거다...체력이 정신을 지켜줌 ㅋㅋㅋㅋㅋㅋ

 

이 책을 한참 읽던 중 그러니까 지난 주에...정말 끔찍한 일이 있었다...퇴근 후 걸려온 전화...내가 아닌

사람들간의 분노... 그 중간에 끼어서....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2~3일을 보냈다...정말 기운이 쭉쭉 빠졌는데

꾸역꾸역 헬스장으로 향했다...운동을 해야해 이럴 때일수록 더 운동을 해야해...이러면서...실제로도 효과가

있었다...나아졌다....기분이....난 동물이고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니 운동으로 도파민을 만들어야 한다

코르티솔이 너무 쳐 흐르고 있으니 일단 처음에는 코르티솔이 나온다 해도 곧 도파민이가 나올거니 참고 

버텨내며 운동을 하자...이러면서 ㅋㅋㅋㅋㅋ 

 

저자는 달리기도 하고 달리기를 안 하는 날에는 보조 운동으로 헬스도 하고 그러는 것 같다 왜 본 운동을 달리기로

잡는걸까 무릎에도 무리가 갈텐데... 그런데 생각해보니 러너스 하이...란 말도 있고 유산소가 엔돌핀 도파민이 나오게

해서 그런걸지도... 나도 유산소를 하긴 하는데...인터벌로 조금 하고 대부분은 거의 빠르게 걷기...무거운 거 들을 때에

비해 기분이가 좋아지는 순간 몸이 갑자기 가벼워지기 시작하는 순간이 있긴 한 거 같.... 

 

뇌에 관한 책은 꾸준히 읽고 있는데...운동이 뇌에 얼마나 좋은지....

인간이라면 모름지기 운동이 필수인 것 같다 

 

좋은 책이다 재미있게 읽었다

 

 

 

 

 

 

달리는 시간만큼 과거의 관계로부터 벗어나는 셈이었다 달릴 때면 정말 과거를 끊어버리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해방감마저 들었다

몸의 고통 앞에서 한낱 상념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돼 버렸다 이런 식으로 달릴 때마다 나는 단순하게 고통

스러웠고 모순적이게도 고통스러운 만큼 머릿속은 명쾌해졌다 

 

기분이란 되게 별것 아닌 것이었다 달리기 한 번에 단 30분 만에 제압할 수 있는 것이었다

불쾌한 말이 나를 할퀴는 날에는 그 기분 속에 나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나는 기꺼이 나를 구원해줄 수

있다 그것도 단 30분 만에 무조건 한번 달리고 오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옷을 챙겨 입고 나선다

달리면서 맞딱드릴 고통쯤은 기꺼이 받아들일 셈이다 그렇게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내가 왜 기분이 바빴는지

정도는 가볍게 무시할 수 있게 된다 기분에서 벗어난 스스로가 강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러고는 깨닫게 된다

내 기분을 결정할 사람은 나여야만 한다는 것을 

 

내 몸은 예쁘게 보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잘 달리기 위해 건강하게 기능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

 

런데이라는 앱

1분 달리기와 2분 걷기를 반복하다 점점 시간을 늘려 3분씩 달리고 5분씩 달려 마지막에는 3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리는 것이 훈련의 최종 목표였다

 

30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만날 수 있는 친구들도 많이 줄었다 자연스레 카카오톡으로 시시콜콜한 일상을

나누는 일도 거의 없다 고민이 생기면 팟캐스트를 듣거나 인터넷을 검색한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사례를 조언 삼아 혼자 결정하는 일에 익숙해졌다

주위 사람들에게 사소한 고민을 털어놓는 대신 마음의 부스러기들을 잘 모아서 글감으로 발전시키려고

해본다 말을 줄이고 글을 쓰는 셈이다 어쨌든 혼자 보내는 시간을 통해 생활의 찌꺼기 같은 감정을 스스로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가끔은 해결되지 않는 끈질긴 감정이 생겨나는데 세상에 나 홀로인

것만 같은 기분이 그렇다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고독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달리러 나가는

수밖에 없다 달리기는 혼자가 되기에 가장 합당한 일이기 때문이다 

달리기는 타인과 나눠서 할 수는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누가 나 대신 달려줄 수 없다 내가 딱 내디딘 만큼만

앞으로 나아갈 때 달리기는 철저히 나 혼자만의 일이 된다 

 

내게 달리기라는 도구가 없었다면 여전히 나는 시시콜콜한 고민을 털어놓고 싶어서 혼자인 것을 감당할 수 

없어서 끊임없이 누군가를 괴롭혔을지도 모르겠다 그 대상은 늘 가까운 친구나 연인이었다

외로움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타인에게 의지하는 것밖에는 몰랐다 그래서  친구의 수나 친구와의 약속 빈도

연인의 관심 같은 것에 쩔쩔맸다 그런 것들이 없으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았다 계속해서 타인과의

관계에 집착했고 어딘가에는 내게 꼭 맞는 사람이 있을 거라 믿었다 

 

벨 훅스의 <사랑은 사치일까>

여성들이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때 우리는 스스로 자신을 구원하기로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

깨닫게 된다 

 

러닝 총량이란 지난 3년간 자연스레 발견한 나만의 에너지 충전량으로 일상을 무리 없이 보내기 위해

한 달 동안 달려야 하는 거리다

나의 경우 한 번에 4~5킬로미터를 일주일에 2~3회 달리면 일상을 살아가는 데 적당한 에너지가 충전된다

 

예전에 비해 외로움을 덜 느끼는 이유는 글을 쓰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시작한 후로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답답함도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한다는

소외감도 줄었다 내 안에 고인 말들은 대부분 글감이 된다 

내 이야기는 먼 길을 떠나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닿을 것이고 운이 좋으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글을 쓰는 것 자체로도 글의 여정을 상상하는 것으로도 나는 덜 외로워진다 

 

체력이 일상을 받쳐주지 않는 날들이 지속될수록 나는 점점 신경질적이 되어갔다

그 신경질의 대상은 대부분 엄마였다 

나의 약한 몸이 가까운 사랑하는 이를 공격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체력의 문제는 몸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좁아져 가는 것을 의미했다 

삶에 달리기가 들어온 후로 일상의 많은 일이 대수롭지 않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