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Demian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 민음사
데미안
책 이름이 예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그리고 중학교 다닐 때 그러니까 두 번 정도 읽었었다
물론 두 번 다 이해도 제대로 못했고 끝까지 읽지도 않았었다
(이 책을 읽을 당시 오멘이라는 이상한 시리즈 책에도 정신이 팔려 있었던 기억도 나고...)
지금 읽으면 이해가 되겠지...하며 책을 읽었는데 이해 불가능인건 여전했다...초반부에 나오는 싱클레어가
프란츠 크로머에게 괴롭힘 당하는 부분만 기억이 났고 그 유명한 아프락사스 어쩌고만 기억이 났다
그리고 다시 읽었는데...앞부분의 내용 보다는 뒷 부분의 내용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프란츠 크로머와 같은 존재는 이미 몇 십년 살면서 여러 번 여러 모습으로 만났던 것 같고...그 부분에 한해서는
과거보다는 지금의 내가 확실히 강해진 것 같고 이젠 어쩌면 남이 날 어떻게 하는 문제 보다는 내가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어떤 문제들이 나를 괴롭히는 것 같다...그렇다고 내가 뭔가에 대해 심오하게 고민하고 살았느냐 그건 아니지만..
하여튼 저 아래 해결 안된 상태로 꾹 눌러 놓은 것이 있다는 그런 의미...
청소년 권장도서에도 오르는 그런 아주 익숙한 제목의 책이지만 난 아직도 이 책이 어렵다...그러나 일단 수준이
엉망이라도 아니 아예 이해를 못했더라도 나름의 생각을 해보고 나서 똑똑이들의 평을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
뒷부분의 작품소개도 읽지 않고 꾹 참고 있는데...
스토리는 그리 복잡하지는 않다...
밝은 가정에서 살던 싱클레어가 크로머라는 질 나쁜 녀석의 그 암울한 반항적인 분위기에 휩쓸린건지
잘보이고 싶은 마음에 하지도 않은 나쁜짓을 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그 결과 크로머는 그 일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크로머에게 돈을 요구하기 시작한다...그의 요구는 집요하고 끝이 없고 싱클레어는 속수무책으로 제대로
괴롭힘을 당하는데 그 일을 차마 부모님께는 말하지 못하고 혼자 당한다...그렇게 과거의 따뜻하고 걱정없던 세계는
저편으로 가버리고 싱클레어는 악의 구렁텅이에서 겨우 겨우 숨쉬며 살아가는데 이 때 그에게 데미안이라는 친구가
나타나고 데미안의 도움으로 크로머는 더이상 싱클레어를 건드리지 않게 된다...이 때 데미안이 싱클레어가 자신에게
그 일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할 기회를 주지만 싱클레어는 그에게 선뜻 마음을 열지 않고 다시 부모의 품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나서 다시 학교 다니며 갈피를 못잡고 술집도 가서 널부러지고 그러다가 다시 데미안을 만나고 또 어떤 음악
소리를 듣고 찾아 들어간 곳에서 만난 사람과 이야기도 나누고 베아트리체라는 여자를 잠시 흠모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데미안의 엄마를 좋아하기도 하고...고독의 구렁텅이로 스스로를 던져 넣어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애쓰기도 하고...
이런 줄거리의 흐름 안에서 상당히 심오한 어떤 이야기들이 많이 던져지는데...
어쨌든 나중에는 데미안의 꿈에서처럼 실제로 전쟁이 나고 전쟁터에서 다치고 사경을 헤매다가 깨어난 싱클레어는
드디어 데미안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로 끝이 나는건가? 어쨌든 해피엔딩(?)이네...싱클레어는 자기 자신을 찾았음..?
책에 직접 등장하기도 하지만 니체...초인...이런 뉘앙스가 많다....
인간으로 태어나나 자기가 누군지도 모른채 반인반수 상태로 살다가 죽는 이가 많지만 표적을 지닌자...그러니까 이런
깨어있는 사람의 종자...는 니체의 초인과 통하는 거겠지? 또 예전에 읽었던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와도 통하는 이야기
하여튼 인간이 될 가능성을 지니고 태어나 실제로 인간답게 살기 위해 자기 내면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그래서 자신이
누군지 깨닫고 주어진 세계인 알을 깨어 부시고 나와 진정한 인간이 되라는 그런 이야기... 이 책은 1차 세계대전 즈음과
관련된 시기의 책이니까...헤세는 게다가 독일인이고...해서 이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표적을 지닌 자?
독일인의 우수함 이야기인가...하는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도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좀 들었다...
카인...아벨과 카인 이야기도 하는데...데미안은 카인이 미움을 받은 건 그가 정말 나쁜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표적을 지닌 자라서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들과 다르니까 두려워하다가 카인을 적으로 몰아세웠을 가능성도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이 부분에서 표적을 지닌 자가 유대인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쨌든 오해로 인해 두려워하게되고 그래서 공공의 적을 만들어 대적하게 만든다는...그런 뉘앙스...
또 예수님과 함께 매달린 도적 중 끝까지 회개하지 않은 도둑 이야기를 하면서 무덤 코 앞에서 회개하고 천국을 가겠다고
발버둥 친 도둑보다 차라리 자신의 길로 택한 악의 길을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도 개성있게 고수하는 그 도둑이 더
나은 인간이 아니겠느냐는 이야기도 하는데...이건 내가 돌머리라서 영 이해가 안간다...무슨 의미일까?
물론 얄팍하게 회개하고 살려달라고 구걸하는 도둑보다는 죄를 저질렀으니 이제서 회개한다고 비겁하게 구느니
그냥 죽고 벌을 죽을만큼 받아도 싸다...라고 생각한 그 도둑이 나은 거 아니냐는 그런 의미인가? 무슨 의미인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지만 그래도 뭔가 무섭구나...성경 내용을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건드리니...읽으면서도 죄짓는 느낌...
물론 이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소리로 쓴 건 아닐거다... 이런 것도 뭔가 깨어 부시는 그런 의미일까?
책에도 싱클레어는 누군가와의 심오한 대화를 통해 망치질하고 부수고 그런 과정을 겪었다며 혹은 책상에 니체의 책이
있었다며 대놓고 니체 언급...근데 지난 번에 니체가 쓴 책에 대한 댓글에 니체와 범게르만주의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나오는데...난 아니라고 생각하고...헤르만 헤세도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헤세도 니체의 팬(?)인 것 같다...
소설에 이렇게 대놓고 나오니까...니체의 초인이 헤세의 표적을 단 인간인거고...니체도 신은 죽었다고 했고 헤세도
기존의 신 그러니까 여호와도 믿어야 하지만 그와 더불어 악의 세계에 대해서도 외면하지 말고 더불어 바라봐야 한다는
무서운 이야기를 한다...기존의 교리에 대해서도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고...기존의 세상을 때려부시라고 하니까...ㅡㅡ;
태어나면서 주어진 밝은 세상만 존재하는 게 아니며 세상의 여러 기준과 진리도 여태까지 바뀌어 왔다...
그 수많은 금기들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니 너 스스로 너의 내면을 파고들어 스스로 진리를 찾아 만들어라...그런 소리일까
인간으로 태어났으나 그냥 아무 생각없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두려워 패거리나 만들고 그 패거리의 결속을 단단하게
다지기 위해 엉뚱한 것을 적이라고 선포하고 제 목숨을 걸고 달려들고 있는 이상한 시대를 바라보면서 뭐가 진리인지
진짜 두려운 게 무엇인지 똑바로 보라는 말인가보다...마지막 부분에 와서는 1차대전을 이야기하는 듯한 내용이 나온다
일단 데미안 꿈에도 나타났었다고 하고...예지몽이라고 하나 이런걸? 이 부분에서 떠오른 영화는 데인저러스 메소드...
거기에서도 융이 그랬나 프로이트가 그랬나? 뭔가 온다고....두려운 것이 시작된다고 하는데...그건 전쟁을 말하는 거였다
헤세도 융의 정신분석을 받은 경험이 있고...그래서 세계에 벌어질 끔찍한 광기를 꿈으로 암시하는 내용을 넣었던 걸까?
헤세는 실제로 1차 대전때 스스로 전쟁에 나서기 위해 지원도 한 경험이 있다 이 책에서도 데미안이나 싱클레어 둘 다
전쟁에 뛰어든다...물론 광기에 내몰린 사람들의 반대편에서 싸운 거겠지...
책의 내용 중 고독함...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아마 표적을 지닌 자는 고독함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아니 표적을 지닌 사람과 같이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고독함에 자신을 밀어 넣어야만 한다는 소리인 것 같다...그게 무슨 말이냐면 이 세상의 흔한 그러니까
나같은 흔한 인간들은 그저 뭔가 불안해하고 그래서 도피하기에 급급한거다...이런 흔한 사람들과 잘 어울리기 위해서는
그 역시 흔한 인간들처럼 술로 도피하거나 패거리를 지어 그 안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끼거나 해야 하고 교리나 진리와
같이 주어진 것들에 대해서는 그것이 설령 역사적으로 봤을 때 변해온 과거가 있다 하더라도 일단은 셧더마우스하고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길들여지라는 것...그래야 흔한 사람들...헤세의 표현대로 하자면 인간이 될 소지는 갖고 태어났으나
개미처럼 버러지처럼 혹은 반은 인간 반은 물고기처럼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과 무리없이 어울려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겠지...그러나 주어진 것들을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이성이라는 것으로 생각해보고 또 단
한 번뿐인 나의 삶을 어떻게 사는 것이 나 답게 사는 것인가 어떤 게 나의 운명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며 산다면 결국
사는 모습이 누구나 천편일률적일 수 없을 게 당연한거고 그런 경우 불안해서 두려워서 정말 스스로가 누군지 생각도
해보지 않았고 생각할 능력도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배척당할 수밖에 없다는 그런 말이겠지...물론 표적을 지닌 자들이
어딘가에 존재 하겠지만 그런 인간으로 태어나 정말 인간으로 죽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그래서 결국 고독을
버텨내야만 한다는 그런 의미인 것 같다...표적을 지닌 자는 미친 사람 취급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 아웃사이더
에서도 다양한 미쳤다고 분리된 사람들이 아웃사이더라서 못 본 것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된거라
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상당히 통하는 이야기들...
생각해보니...앞부분의 프란츠 크로머도 결국 실체 없는 두려움이었던거고...
세계대전이 일어나게 만든 원인도 어찌보면 두려움....때문이 아니었을까...
두려움...
누군가 나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내 밥그릇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나만 외로워질 수 있다는 두려움...
(물론 제일 큰 두려움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겠지..절대 피할 수 없고 혼자 감당해야하는 일이니까...)
겁이 난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왠지 마음을 동하게 만든다...
카인에 대한 이야기와 십자가에 매달린 도둑에 대한 이야기가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다...
내 머리론 도대체 모르겠다...
사실 하나도 모르겠다...
이 책 뭔가요?
자 이젠 똑똑이들의 평을 읽어보고 끄덕일 시간.....
우리들 하나하나를 총알 하나로 정말로 완전히 세상에서 없애버릴 수 있다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쓴다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으리라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은 그저 그 자신일 뿐만 아니라 일회적이고 아주 특별하고 어떤 경우에도 중요하며 주목할만한
존재이다
세계의 여러 현상이 그곳에서 오직 한 번 교차되며 다시 반복되는 일은 없는 하나의 점인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는 중요하고 영원하고 신성한 것이다
누구 속에서든 정신은 형상이 되고 누구 속에서든 피조물은 괴로워하고 있으며 누구 속에서든 한 구세주가 십자가에
매달리고 있다
사람이란 존재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이제 별로 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느끼기는 한다
그리고 느끼는 만큼 수월하게 죽어간다
나도 이 이야기를 다 쓰고 나면 좀더 수월하게 죽게 될 것이다
내 자신을 학식이 풍부한 사람이라고는 감히 부를 수 없다
나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는 구도자였으며 아직도 그렇다
그러나 이제 별을 쳐다보거나 책을 들여다보지는 않는다
내 피가 몸 속에서 소리내고 있는 그 가르침을 듣기 시작하고 있다
내 이야기는 유쾌하지 않다
꾸며낸 이야기들처럼 달콤하거나 조화롭지 않다
무의미와 혼한 착란과 꿈의 맛이 난다
이제 더는 자신을 기만하지 않겠다는 모든 사람들의 삶처럼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본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어떤 사람은 모호하게 어떤 사람은 보다 투명하게
누구나 그 나름대로 힘껏 노력한다
누구든 출생의 잔재 시원의 점액과 알 껍질을 임종까지 지니고 간다
더러는 결코 사람이 되지 못한 채 개구리에 그치고 말며 도마뱀에 개미에 그치고 만다
더러는 위는 사람이고 아래는 물고기인 채로 남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모두가 인간이 되라고 기원하며 자연이 던진 돌인 것이다
사람은 모두 유래가 같다 어머니들이 같다 우리는 같은 협곡에서 나온다
똑같이 심연으로부터 비롯된 시도이며 투척이지만 각자가 자기 나름의 목표를 향하여 노력한다
우리가 서로 이해할 수는 있다
그나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느 건 누구나 자기 자신뿐이다
두 세계의 경계가 서로 닿아있다
나는 밝고 올바른 세계에 속했다
그러나 내가 눈과 귀를 향하는 곳 어디에나 다른 것이 있었다
나는 다른 것들 속에서도 살고 있었다 비록 그것이 낯설고 무시무시했고 규칙적으로 양심의 가책과 불안을
얻을지라도 한동안 내가 가장 살고 싶어한 곳은 금지된 세계 안이었다
나는 계단을 올라갈 수가 없었다
나의 인생이 산산이 부수어져 있었다
달아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거나 물에 빠져 죽을 생각을 했다
이 순간이 중요한 순간이다
그것은 아버지의 신성함에 그어진 첫 칼자국이었다
유년생활을 떠받치고 있는 그리고 누구든 자신이 되기 전에 꺠뜨려야 하는 큰 기둥에 그어진 첫 칼자국
그 새로운 느낌에 곧 나 자신이 무서워졌다
토하고 나니까 좀 나았다
나는 몸이 약간 아플 때 아침 내내 카밀레 찻잔을 곁에 놓고 누워 옆방에서 어머니가 방을 치우는 소리
리나가 바깥 복도에서 고기 팔러 온 사람과 주고받는 말을 듣는 것을 몹시 좋아했다
학교에 가지 않은 오전은 무언가 마력적이고 동화적인 것이었다
그래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그러나 나는 이미 자주 그랬던 만큼 단지 조금 몸이 아플 뿐이었고 그 정도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그 정도는 결코 열한시에 시장에서 나를 기다리는 크로머로부터 나를 보호해 주지는 못했다
누가 놀라게 한다고 그렇게 놀라서는 안 돼
-그렇긴 하지 하지만 그런 일도 있을 수 있지 뭐
그런 것 같지 하지만 알아둬 너한테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사람 앞에서 두려워 떨면 그 사람은 생각을 해보기
시작하는거야 이상하게 생각이 되는거야 궁금해지지 네가 이상하게도 잘 놀란다고 그러고는 생각하지
사람이 저러는 건 겁이 날 때인데라고 겁쟁이들은 언제나 불안하지
하지만 너는 원래 겁쟁이가 아냐 물론 영웅도 아니지 지금 넌 뭔가 겁나는 일이 있어 겁나는 사람도 있고
그런데 그건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야 그래 사람을 무서워해서는 결코 안 될 거야
그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
그건 누군가에게 자기 자신을 지배할 힘을 내주었다는 것에서 비롯된거야
그 때 그가 너를 지배하는 힘을 가지는 거야 알아들었니?
나는 크로머라는 악마의 손아귀에서 풀려났다
그러나 그것은 내 자신의 힘과 노력을 통해서 풀려난 것이 아니었다
친절한 손이 나를 구해낸 지금 나는 자신을 더 어리게 의존적으로 만들었다
나는 밝은 세계에의 의존을 택했던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분명 나는 데미안 편이 되어 그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을 것이다
사실 그것은 두려움 외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데이안이 부모님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했을테니까
그는 충동과 경고로 조롱과 반어로 나를 보다 자립적으로 만들려고 했을 테니까
아 지금은 알고 있다
자기 자신에게로 인도하는 길을 가는 것보다 더 인간에게 거슬리는 것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어떤 짐승이나 사람이 자신의 모든 주의력과 모든 의지를 어떤 특정한 일로 향하게 하면
그는 그것에 도달하기도 하지 그게 전부야
네가 알고 싶었던 일도 정확하게 그래
어떤 사람을 충분히 자세히 바라봐
그에 대해서 자신보다 네가 더 잘 알게 돼
아주 똑바로 그 분 눈을 들여다보는 거야
그러면 거의 모든 사람들은 못 견디지
다들 불안해져
선 고귀함 아버지다움 아름답고도 드높은 것 감상적인 것
옳아 그러나 세계는 다른 것으로도 이루어져 있어
그런데 다른 건 죄다 그냥 악마한테로 미루어져 있어
세계의 이 다른 부분이 통째로 숨겨지고 묵살되는 거야
생명이 거기에 근거하는 성행활은 간단히 묵살하고 어쩌면 악마의 일이며 죄악이라고 선언하는거야
신을 여호와라고 존경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아 조금도 반대하지 않아
하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존경하고 성스럽게 간직해야 한다고 생각해
인위적으로 분리시킨 이 공식적인 절반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를 말이야
악마도 그 안에 포함해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세상 일들이 일어날 때 그 앞에서는 눈을 감지 않아도 되는
신을 위해서 말야
생각이란 우리가 그걸 따라 그대로 사는 생각만이 가치가 있어
너의 허용된 세계는 세계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을 넌 알았어
네 속에서 다른 모든 충동보다 강한 하나의 충동을 느끼고 있을거야
그런데 그건 금지된 것으로 간주되지
금지되었다는 것은 그러니까 영원한 것이 아니야 바뀔 수 있는거야
우리들 누구나 자기 스스로 찾아내야 해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금지되었는지
똑똑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건 전혀 가치가 없어 아무런 가치가 없어
자기 자신으로부터 떠날 뿐이야
자기 자신으로부터 떠나는 건 죄악이지 자기 자신안으로 완전히 기어들 수 있어야 해 거북이처럼
내가 이제 새로운 친구들 가운데서도 끊임없이 외롭고 남과 다르나는 것을 알면 알수록 그만큼 더 나는
거기에서 떨어져 나오지 못했다
오래 혼자 있는 것이 두려웠다
늘 거기로 마음이 기울었다고 느끼는 그 많은 부드럽고 은밀한 감정의 내습에 두려웠다
내게 가장 결핍된 한 가지 그건 친구였다
베아트리체와는 단 한마디도 말을 나눈 적은 없다
그럼에도 그녀는 당시 나에게 지극히 깊은 영향을 주었다
나는 술집 출입과 밤에 나돌아다니는 일로부터 멀어졌다
나는 다시 혼자 있을 수 있었다 다시 즐겨 책을 읽었고 즐겨 산책했다
너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조소를 받았다
그러나 이제 나는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숭배해야 했다
이것은 베아트리체도 데미안도 아니고 나라는 느낌이 왔다
내 친구의 모습이 저러리라
내 애인의 모습이 저러리라
이걸 알아야 할 것 같아
우리들 속에는 모든 것을 아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야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인가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을 찾아내면
그것은 그에게 주어진 우연이 아니라 그 자신이 그 자신의 욕구와 필요가 그를 거기로 인도한 것이다
철학을 한다는 건
아가리 닥치고 배 깔고 엎드려 생각하기
그들은 세계가 자기 안에 있다는 사실을 몰라
그러나 인식의 첫 불꽃이 희미하게 밝혀질 때 그때 그는 인간이 되지
그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물고기거나 양 버러지거나 거머리인 줄은 아시겠지
그들 하나하나 속에 인간이 될 가능성이 있지
가장 진부한 대화도 나직하고 꾸준한 망치질로 내 마음 속의 한 점을 계속 두드렸다
모든 대화가 내 허물을 벗는 일에 알 껍데기를 부수는 일에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다만 좋은 뜻을 가진 착상들을 몰아내고 그걸 이리저리 도덕화해서 해롭게 만들지 말라는 걸세
무엇인가 정말 근사한 생각 혹은 죄 많은 생각이 떠오르거든 싱클레어 누군가를 죽이거나 그 어떤
어마어마한 불결한 짓을 저지르고 싶거든 한 순간 생각하게
그렇게 자네 속에서 상상의 날개를 펴는 것은 압락사스라는 것을
자네가 죽이고 싶어하는 인간은 결코 아무아무개 씨가 아닐세
그 사람은 분명 하나의 위장에 불과할세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우리는 그 모습에서 바로 우리들 자신 속에 들어앉아 있는 그 무언가를 보고
미워하는 것이지
우리들 자신 속에 있지 않은 것 그건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
악의 없는 인간도 살면서 한 번쯤 혹은 몇 번은 경건과 감사라는 아름다운 도덕과 갈들에 빠지는 일을 겪게
마련이다 누구든 한 번은 자신을 아버지로부터 스승들로부터 갈라놓는 걸음을 떼어야 한다
누구든 고독의 혹독함을 조금은 느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걸 잘 견딜 수 없어 다시 밑으로 기어든다 하더라도 내 부모님들과 그들의 세계
내 유년의 환한 세계로부터 격렬한 싸움 속에서 결별하지 않고 천천히 거의 눈에 뜨이지 않게 그들로부터
멀어지고 낯설어졌다 마음이 안됐었다 그러나 그것이 마음 속까지 가지는 않았다 견딜만했다
그러나 우리가 습관에서가 아니라 지극히 고유한 욕구에서 사랑과 경외를 표했던 곳
바로 그곳에 씁쓸하고 무서운 순간이 온다
우리들 마음 속의 이끌어가는 물결이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멀어져 가려함을 갑자기 알아차렸다는 생각이
들 때 말이다
거기서는 친구이자 스승을 거부하는 생각 하나하나가 독침으로 우리 자신의 심장을 찌른다
각성된 인간에게는 한 가지의 의무 이외에는 아무런 아무런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 속에서 확고해지는 것
이미 나는 많은 고독을 맛보았다
이제 예감했다
더 깊은 고독이 있으며 그 고독은 벗어날 수 없는 것임을
나는 그렇게 외롭게 벌거벗은 채 서 있을 수 없어
나 또한 약간의 온기와 먹이를 필요로 하고 이따금씩은 자기 비슷한 것들을 곁에서 느끼고 싶어하는
한 마리 가엾은 약한 개라네 정말로 자신의 운명 말고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자
그에게는 그때부터 자기 비슷한 사람이 없어 완전히 홀로 서 있지
주위에는 오직 차가운 우주뿐이지 자네 알지 그건 겟세마네 동산의 예수야
오로지 운명만을 원하는 자 그에게는 이제 모범도 이상도 없어
사랑스러운 것이 아무것도 없어 위로가 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나는 자유로웠다
나 자신을 위해 온 하루를 쓸 수 있었다
교외의 낡은 집에서 조용하고 아름답게 지냈고 내 책상 위에는 니체가 몇 권 놓여 있다
니체와 함께 살았다 그의 영혼의 고독을 느꼈다
그와 함께 괴로워했다 그토록 가차없이 자신의 길을 갔던 사람이 존재했다는 것이 행복했다
그는 유럽의 정신과 이 시대의 징표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디서나 연합과 패거리짓기가 기세를 떨치고 있다고 그러나 그 어디서도 자유와 사랑은 없다고
대학생 서클 노래 동호인 모임에서 국가에 이르기까지의 이 모든 공동체는 두려움에서 무서움에서 당황에서
비롯된 것인데 그런 공동체는 내부가 상해 있고 낡고 와해가 임박했다는 것이었다
데미안이 말했다
진정한 연대란 개개인들이 서로를 앎으로써 새롭게 생성될 것이고
지금 연대라며 저기 저러고 있는 것은 다만 패거리짓기일 뿐이야
사람들이 서로에게 도피하고 있어 서로가 두렵기 때문이야
신사는 신사들끼리 노동자는 노동자들끼리
그런데 왜 불안한걸까?
그들은 한번도 자신인 젓이 없기 때문에 불안한 거야
사람들은 정확히 알아 사람 하나 죽이는 데 화약이 몇 그램 필요한지
그러나 어떻게 신에게 기도해야 하는지는 모르지
어떻게 한 시간을 유쾌하게 보낼 수 있는지조차 모르는걸
저런 대학생들이 가는 술집을 한 번 봐 아니면 부자들이 가는 유흥장들을 봐
그 모든 것에서는 진정한 명랑함이 나올 수 없단다
그러면서 새로운 이상을 내세우는 사람들에게는 돌을 던지지
싸움이 있으리라는 것을 나는 감지해
내가 오래 고립되어 있던 사람인 내가 완전한 혼자임을 맛보고 난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공동체를 알게 되었다
다시는 행복한 사람들의 연회를 축제를 갈망하지 않을 것이다 시샘하거나 향수를 떠올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천천히 나는 그 표적을 지닌 사람들의 비밀을 전수받았디
표적을 가진 우리들은 세상의 눈에는 이상한 사람들 위험한 광인들로 비칠지도 모른다
그것도 틀린 말이 아니지만 우리는 깨어난 사람들 혹은 깨어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는 사랑했고 그러면서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면서 자신을 잃어버린다
우리의 세계는 정말 썩어 있어 우린 알지 그렇지만 그건 몰락이나 그 비슷한 것을 예언할 이유는 못될거야
그러나 몇 년째 꾸는 꿈들로 추론하는 것은 혹은 느끼는 것은
낡은 한 세계의 와해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야
세계가 새로워지려 하고 있어
죽음의 냄새가 나
지금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상을 위하여 죽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다만 그것은 개인적 이상 자유로운 이상 선택한 이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떠맡겨진 공동의 이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내가 인간을 과소평가했음을 알았다
그렇게 봉사와 공동의 위험이 그들을 제아무리 제복을 입혀 획일화해 놓았어도 나는 많은 사람들
살아있는 사람 죽어가는 사람들이 운명의 의지에 눈부시도록 접근하는 것을 보았다
새로 태어날 수 있기 위하여 광분하여 죽이고 말살하고 죽으려는 영혼의 발산이었다
거대한 새가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하고 있었다
알은 세계였고 세계는 짓부수어져야 했다
나는 포플러 가까이에서 흙과 상처로 뒤덮인 채 발견되었다
꼬마 싱클레어 잘 들어 나는 떠나게 될거야 너는 나를 어쩌면 다시 한번 필요로 할 거야
크로머에 맞서든 다른 일이든 뭐든
그럴 때 나를 부르면 나는 달려오지 못해
그럴 때 넌 네 자신 안으로 귀기울여야 해
그러면 알아차릴 거야 내가 네 안에 있다는 것을
붕대를 감을 때는 아팠다 그때부터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이 아팠다
그러나 이따금 열쇠를 찾아내어 완전히 내 자신 속으로 내려가면 거기 어두운 거울 속에서 운명의 영상들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내려가면 거기서 나는 그 검은 거울 위로 몸을 숙이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나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그와 완전히 닮아 있었다
그와 내 친구이자 나의 인도자인 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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