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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빈집 3-Iron 한국 2004 김기덕

by librovely 2010.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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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지 붙이는 일을 하는 걸로 보이는 젊은 남자
그가 부유한 집에 BMW 오토바이를 세워 놓고 전단을 붙이고 있고 오토바이 때문에 집 주인의 BMW자동차는
주차장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토바이라도 고가로 보이는데 전단지 아르
바이트라니 뭔가 말이 안된다...집주인은 벌레보듯 재희를 쳐다보고 재희도 그를 벌레보듯 쳐다본다



밤이 되자 재희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더니 전단이 그대로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한 후 공구를 사용하여 능숙하게
문을 열고 들어간다...집을 둘러보고는 정리정돈을 하고 빨래감은 손빨래를 해서 개운하게 널어놓는다
그리고 본인도 샤워를 한 후 남의 침대에서 잠을 잔다...아니 그 전에 하는 일 하나...사진 속 집주인과 함께
사진을 찍는다...그리고는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나온다...독특하구나....미친짓임에 틀림없는데 상당히 재미는
있어 보인다...나도 사실 남의 집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그런 마음으로 어쩌면 TV리얼 프로그램 따위를
즐겨 보는건지도 모르겠다...



저녁이 되어서 재희는 BMW 자동차가 나오던 그 집을 찾고 전단이 그대로인 것을 확인한 후 공구를 사용하여
능숙하게 문을 연다   아닌가? 이 집은 문이 열려 있었나? 모르겠다  그리고 하던 대로 정리하고 사진찍고 손빨래
하고 여기저기 구경한다...그런데 그 집에는 재희만 있는 게 아니다...남편에게 맞은 걸로 보이는 얼굴에 멍이 든
이승연이 그런 그를 물끄러미 계속 구경하는데 재희는 느끼지 못한다...그러다가 나중에 알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이승연은 그를 내보내지 않고 내버려둔다...



이승연은 전화를 받지 않고 한 번은 받아서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남편과의 사이가 짐작이 되는 부분...
그리고 남편이 돌아오고 이승연은 무표정하게 대하고 그런 그녀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고...
뭐랄까...요즘에는 별로 없겠지만 예전에 여자를 인간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몸종 정도로 생각하던
그런 남자같다는 느낌이...이승연은 인형이자 집안일 하는 그런 존재 정도...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마음 깊은
관심과 애정은 또 바라고 있는 거북한 관계...그런 상황을 지켜본 재희는 분노하고 이승연 남편에게 골프공을
쳐대서 그를 쓰러지게 만든 후 오토바이에 타고는 시동 소리를 심하게 내며 이승연에게 나오라는 신호를...



그렇게 둘은 오토바이 집시(?)생활을 시작하고...요상하지만 행복해 보이는 빈집 기행으로 하루 하루를 보낸다...
이승연은 생각보다 적응을 잘한다...셀카찍을 때 끼어서 같이 찍고 손빨래도 하고...그러다가 한 번은 주인에게
걸려서 얻어 맞기도 하고 한 번은 혼자 죽은채 방치되어있는 노인의 장례를 치르기도 한다...그러다가 노인의
아들이 찾아와서 거기에 거주하는 것을 들키고 경찰에 신고되어 재희만 감옥행...



이승연은 여자라서 그런지 납치로 판단하고 풀어준다....뭐 이런 경우가....
그런데 이상한건 이승연이건 재희건 마땅히 자신을 변호하지 않는다는 것...거의 말을 안한다...
아예 안했나? 둘은 같이 돌아다니면서도 단 한 번도 말을 하지 않았다...이런 설정은 왜 넣었을까?
하지만 말을 전혀 안했음에도 대사를 주절주절 길게 쓴 영화보다도 내용 전달 감정 전달은 더 잘 된 느낌이..
역시 언어보다는 비언어적 요소가 진심을 드러내는 법...속이기 힘드니까...표정은....



이승연은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 망나니 혹은 벌레같은 남자와 함께 다시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재희는 감옥에 들어가 거기에서도 이상한 행동을 계속한다...
참 그는 이승연 집에 들어갔던 이후로 골프공을 쳐대는 연습을 한다...왜 그랬을까?
이승연은 나중에 더 못치게 맞은편에 서고 그러면 연습을 멈추었는데 그러다가 하루는 골프공을 뚫어서 묶은
줄에서 골프공이 튀어나가 데이트 중이던 차 속의 여자가 공에 머리를 맞고 신음하게 되기도 한다...
그 이후로는 안하더니 감옥에 가서 이젠 마임으로 골프공을 쳐댄다....그러다가 다른 사람이 골프공을 역시 마임
으로 치우자 분노하며 달려든다...그 일로 그는 독방에 갇히고 거기에서 그는 여기 저기 숨어가며 교도관을 괴롭
힌다...안 보이는 곳에 매달려 있어서 사라진 줄 알고 교도관이 들어오게 만들고 그러다가 흠씬 얻어맞고 나중에
는 교도관의 뒤에 졸졸 따라다니며 보이지 않게 숨는 법을 익힌다...물론 들키고 얻어맞는다...



그렇게 얻어 맞다가 출소하고 역시 이승연을 찾아가는데...
그가 감옥에서 연마한 남의 뒤에 숨어서 시야에서 벗어나기 권법은 빛을 발하고 이승연 남편의 시야에서 그는
온전히 없는 존재...그렇게 이승연과 그는 다시 함께 살 수 있게 되었고 이승연은 웃음을 되찾고 그런 이승연에게
이유를 묻는 남편...그의 뒤에서 함께 웃고 있는 재희는 그렇게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살았겠지~ 로 영화가 끝난다..




빈집
침묵
시야에서 벗어나기
재희의 이런 행동은 뭘까...
뭔지 모르겠지만 난 그런 재희가 좋았다...비정상적인 행동으로 범벅된 인간이지만 왜 인간다워 보였던 걸까?
알량한 예의나 지켜가며 겉만 뻔지르한 속은 엉망인 인간들 혹은 나 스스로에 비해 그런 느낌이 들었던 걸까?



재희와 이승연...
둘은 잘 통한다...
굳이 반항하거나 설명하지 않고 그냥 자기 식으로 살다가 폭력적인 상황에도 처하고 그래도 스스로를 변호하거나
지키려 들지 않고 그냥 당하고...그럴 가치가 없다고 느꼈던 게 아닐까...이승연에게는 남편이 뭔가 반응을 보일
대상으로 조차 느껴지지 않았고 재희에게는 세상이 그렇게 느껴졌던 것이 아닐까...



만약 둘에게 영원한 빈집을 준다면 둘은 아무 말썽 없이 행복하게 살지 않았을까?
무슨 말이냐면...오히려 진정한 인간이 살기에는 이 세상의 이것저것이 어색한 것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
물론 그 어색한 것들을 이루는 건 나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면서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이 생각났다...원시시대의 인간...그들은 굳이 서로 얽매지도 않고
집이 정해져 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살아나간다는 것...이집 저집 빈집을 돌아다니며 큰 폐를 끼치지 않고
깨끗하게 머물다가 떠나고 이 사회에서 정상적인 인간이 갖추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는 친구 가족 재산 직업
따위에 대한 미련이 전혀 없는 재희...



재희가 교도관의 시야에서 벗어나고 나중에는 득도의 경지에 이르는 것을 보았을 때...
솔직히 나도 그럴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이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벗어나서 아무도 내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래도 외롭다는 생각이 들고 우울한 일들이 있을까? 내 생각에 외로움에 대한 느낌
우울함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은 대부분 타인의 시선에 비추어 본 스스로를 인식했을 때 일어나는 것 같다...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물론 그럴 수는 없겠지...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이 어떻게 온전히 그럴 수
있겠는가...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어떤 걸 봤더라...
수취인불명
해안선
고작 두 편밖에 안 봤구나...놀랍다...난 많이 본 걸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두 편 보고서도 난 김기덕 감독 영화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을만큼 그의 영화가 강하게 인식되었던 모양이다...
두 영화도 내용이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고 그냥 유사하게 느껴진 것 중 하나는 영화에 실성한 여자가 등장한다는
것...여자 비하 뭐 그런 식으로 느껴졌다기 보다는 그럴수밖에 없게 된 여자들을 보여주었기에 그 반대로 느껴졌다
김기덕 각본의 영화는 비몽과 영화는 영화다를 봤구나...두 영화 다 괜찮았었는데...



이 영화 마지막 부분에는 문장이 등장하는데...
이 세상이 꿈인지 알 길이 없다...는 뭐 그런 내용이었다....
나도 매트릭스를 본 이후로는 가끔 하는 생각...
꿈일까? 지금 이 상황이 꿈이 아니라는 증명도 할 수 없다...
외계인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증명할 수 없듯이...(이게 무슨 소리...ㅡㅡ;;)
외계인은 그야말로 우리 세계를 벗어나 존재하는 것이니 있는지 없는지 이 세상에 사는 내가 어찌 확인하겠으며
이 삶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만약 이 세상이 꿈이라면 나는 꿈 속에 존재하고 있는 중이니 역시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럼 이 삶이 꿈이길 바라나? 아니면 지금 믿고 있듯이 현실이길 바라는가?
현실이 지금의 그것보다 낫다면 이게 꿈이길 바라고 그렇지 않다면 그냥 현실이길 바란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100년 이내에는 확실히 알게 되리라는 것?
정말 정확한 사실은 내가 죽는다는 것? ㅡㅡ;
죽음을 생각하면 항상 교회생각뿐....



교회에 열심히 다녀야겠다...로 마무리...
김기덕 감독의 프로필을 보니 서울총회신학대학 출신이던데....
신학대라면 목사님 되는 학교 아닌가? 그래서 이런 마무리가???   그럴리가...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