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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사랑의 기초_연인들 - 정이현

by librovely 2013. 4. 2.

 

 

 

사랑의 기초   연인들                                                                              정이현               2012           문학동네

 

동교동 카페 이미에서 50 페이지 정도 읽고 나오고는 계속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아주 흥미진진한 건 아니고...뭐라고 해야할까? 정이현 특유의 꾸밈없는 글이 좋았던건가?

꾸밈없다는 게 솔직하다는 그런 것과는 뭔가 종류가 다른...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솔직을 넘어선...

그러니까 일반 사람들은 그게 현실인줄도 모르는 수준에서의 솔직함...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현실도 어찌보면 현실이

아닌거다...어느 정도 착각을 하고 살아가기 마련이고 그래서 더 잘 살 수 있는건지 모르지만 하여튼 정이현은 그 실상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것 같다...

 

뭐 대단한 것 충격받을 만한 그런 것을 드러내 보여준 건 아니지만... 하여튼 으레 연인을 다룬 소설과는 많이 다르다

예전에는 아주 좋아했으니 이제는 아오안이 된 작가 알랭 드 보통과 함께 기획하여 쓴 소설이라는 이야기가 외려 좋아

하는 정이현에게서까지 관심을 거두게 만들었는데 정이현은 정이현인거지...이 소설은 다분히 정이현 다움...

사실 읽다보니 뒤로갈수록 뭔가 뻔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나에겐 좋았던 소설...

연인을 다룬다...그러니까 연애 이야기인거다...내가 모르는 분야(?)라고 쳐도 그래도 그건 진짜가 아니야...정도의

느낌은 있는거다...이 소설은... 아 그렇게 사귀고 그렇게 행복하다가 그렇게 식어가고 그렇게 헤어지는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어떤게 보통의 연애일지 느낌이 왔다...그리고 그게 그다지 틀리지 않으리라는 생각

이런거라면 그다지 후회되지 않는구나..우리가 진짜 생각하는 그 연애는 어쩌면 영화 속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지도

그렇다면 난 참으로 바람직하게 연애를 경험하고 있는거지...영화 속에서만 소설 속에서만...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 소개팅이라서 좋았다...그래도 감정이입이...이 분야라면 실상을 좀 아는데 ㅎㅎ

뭔가 많이 사실적인 느낌이 들었다...

 

여자 주인공이 고등학교 시절 그 학교의 노는 아이에게 고백을 받고 잠시 사귀다가 마는 설정은 별로였다...

하이틴 로맨스 느낌이... 다만 그 남자아이와 끝나게 만든 그 문장은 괜찮았다

넌 우리가 대체 무슨 사이라고 생각해?

ㅜㅡ;

 

소개팅으로 기대 없이 만났지만 연애를 시작하게 된 민아와 준호는 평범한 연인관계를 유지하지만

준호가 결혼에 그다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부모님의 이혼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으로 민아의 마음이

상해서 삐그덕 대다가 결국 헤어지게 된다...헤어진건가? 헤어지는 것도 지극히 사실적이다...

헤어진건지 뭔지 모르게 슬그머니 서로 멀어지기...악역은 맡기 싫은건지 뭔지 모르지만 어쨌든 민아가 외국으로

떠나고 그걸 잡지 않고 뭐 그렇게 된 것... 그런거겠지...어쩌면 우리 이럴거면 헤어져 라고 말하는 행위는 아직은

헤어지기 싫은 경우에나 가능한 게 아닌지...헤어질지도 모르니 어서 날 잡아라...나에게 잘해라..뭐 이런 의미...

 

읽은 지 시간이 지나서 자세한 내용이 잘 생각도 안나는데...

하여튼 읽고 나서 든 생각은...사랑이라고 부르는 그 감정이 어쩌면 그렇게 꿈같은 감정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사랑이라는 감정이 꿈같은 것이라는 기대는 그걸 제대로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게서나 가능한 게 아닐까 하는...

아니면 착각 속에 빠져 살거나...

 

 

 

 

 

 

오늘 만나게 될 여자는 그보다 두 살 어리다고 했다

서울 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그보다 두 살 어린 미혼 여성은 몇 명이나 될까

수십만 명에 이를 터였다

수십만의 여자 중에 무작위로 고른 한 명이라니 세상에

그 단 한 명의 여자와 사랑에 빠지기를 기대하다니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애인을 사귀려는 목적으로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을 소개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우습고

괴상한 일인지 알 수 있다

 

그녀에게 결혼이란 개인적인 욕실을 갖게 되는 것이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달콤한 바닐라 향의 샴푸를 오로지 혼자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

내킬때면 언제나 거품 입욕제를 푼 욕조에 들어앉아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는 것

그런 상상을 할 때면 이상하게도 남편이라는 존재는 투명인간처럼 그 실체가 떠오르지 않았다

 

 

넌 우리가 대체 무슨 사이라고 생각해?

어중간한 사이의 남자에게라면 더욱 절대로 입밖에 내어서는 안 될 금기의 질문임을 그때의 민아가 알 턱이 없었다

 

 

다 관두고 잠깐 어디 갔다 왔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하소연에 누구보다 반색을 한 건 현석이다

그런 남자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연애의 초반부는 둘이 얼마나 똑같은지에 대해 열심히 감탄하며 보내는 시간이라면

중반부는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를 야금야금 깨달아가는 시간이다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거나 그 여자 없으면 죽어도 안 될 것 같다거나 하는 강렬한 열정과는 달랐다

그녀와 같이 보낸 시간은 기분 좋은 만큼의 따뜻한 온도로 기억에 남았다

한 번 더 보고 싶었고 조금씩 더 알아가고 싶었다

박민아라는 사람은 보기 드물게 사려깊은 여자였다

무슨 근거에서냐고 묻는다면 자박자박 논리적인 이유를 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설명할 수 없는 믿음이 있었다

첫 만남에서 겨우 두번째 계산대 앞에서 흔쾌히 지갑을 여는 여자는 짐작만큼 흔하지 않다

(난 정말 아니라서 절대 다시 안 만날 남자인 경우 무조건 두번째 간 곳에서 지갑을 여는데...음...)

 

 

이 사람에게라면 곧 더 깊은 이야기도 털어놓을 수 있을지 몰랐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까지도 달콤한 케이크 위에 올라앉은 체리뿐만 아니라 오븐에서 너무 늦게 꺼낸 식빵의 가장자리

처럼 누추한 삶의 모서리까지도 사이좋게 나눠 먹을 수 있는 사람

 

연애의 종착역이 결혼이어야 할까?

이 연애의 종착역이 결혼인가

여자친구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준호에게 연애란 비현실적인 어떤 것

구차한 현실의 저 너머에 존재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