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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울의 아들 Saul fia Son of Saul 2015 헝가리

by librovely 2016. 3. 26.

 

 

개봉이 25일이었구나 나는 2월  22일인가? 월요일에 봤다 CGV 몇몇관에서 이 날 딱 한 번 상영 일정이 잡혀 있길래

이걸 놓치면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담스러운 월요일 시간도 퇴근 후 바로 볼 수 없는 애매한

시간이지만 그냥 혼자 여의도로 보러갔다 영화과 워낙 취향을 탈만한 영화라서 그런지 혼자 온 사람이 많았다

비자발적 강제 혼자놀기 모드로 전환중인 나는 ㅋㅋ ㅜㅜ 어쨌거나 이젠 영화 혼자 보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님

다만 오로지 영화 하나 보러 준비하고 집을 기어나가는 것은 좀 그러하다...가장 좋은 건 영화를 혼자 보고 누굴

만나거나 만나고 일찍 헤어져서 혼자 보러가거나 뭐 그런 것...하여튼 이 영화는 꼭 보고 싶었기에 오로지 영화만

보러 혼자 감

 

그렇게 가서 자리에 앉아 온 사람들을 스캔해보았다 여의도라서 그런지 아님 영화가 그래서 그런지 30대 직장인이

대부분...잠시 후 두 줄 앞 자리 사이드에 잘 생긴 남자가 혼자 들어와 앉는 것이 눈에 띄었다...신이시여...AAAㅏ...

이건 트리플A로 써야 함....ㅋㅋㅋㅋ 저 자리를 예매할 것을...내가 예매할 때는 자리 많이 있었는데 AAAAAAA ㅏ

물론 내 옆에도 남자가 혼자 와서 앉더라고요...근데 나같은 남자였음...그러니까 나의 남자버전이었음...그게

그러니까 그냥 좀 혼자있고 싶네요...울고싶어지네요...뭐 상대방도 마찬가지였겠지요...ㅋㅋㅋㅋ 농담임(이라고

쓰고 넘어가자)

 

이번 겨울 여행은 아우슈비츠스러웠다 혼자 다녀서 내면도 처절하게 외롭고 우울하였으며 표면적으로 접한 것들도

아우슈비츠 나치즘...이런 거였음....이 영화는 헝가리 영화인데 난 헝가리에도 다녀왔고....사실 독일한테 제일

호되게 당한 곳은 폴란드라는 느낌이 들었다...일단 수용소 위치도 거기고 사람도 엄청나게 죽었고... 해서 이 영화는

꼭 봐야할 영화로 느껴졌고 게다사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이거면 뭐 더 고민할 필요가 없는...

 

 이 사람은 왜 저러고 다니나 했는데 시체 처리반 정도로 보면 된다 수용소의 사람 중 일부를 뽑아 심부름꾼 비슷하

게 부려먹는다...샤워시켜줄게 하고는 죽이고 그럼 이 사람들이 들어가서 소지품 분리수거하고 시체 치우고 청소를

한다...묘한 위치에 있는거다 똑같이 수용된 사람들이지만 어쩌면 더 끔찍한 게 자신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정확히 알고 있을 그런 위치...

 가스실에서 가스에 숨 넘어간 사람들을 처리하던 어느 날... 숨이 확실히 끊어지지 않은 채 고통스러워하는

청소년 남자아이를 보게 되는데...물론 덜 죽은 사람은 따로 다시 죽게 만들긴 함...그런데 그 장면을 본 사울은...

그 시체에 집착하기 시작한다...자기 아들이고 랍비를 데려다가 장례를 잘 시켜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덜 죽었던 사람들은 해부대상? 연구대상? 하여튼 그래서 따로 옮겨지는데 사울은 그 시체를 들고 나온다

그리고 미친듯이 랍비를 찾아 헤맨다 자기 목숨보다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오로지 랍비를 찾아 아들이라고 믿는

그 소년의 장례를 치르겠다고 정신나간 사람처럼 집요하게 매달린다...조만간 자신들도 그 시체들과 같은 처지가

될거라고 믿는 그래서 어떻게든 탈출을 해보겠노라고 이런 저런 준비를 하는 동료들도 전혀 중요하지 않고 개의치

않고 오로지 아들의 장례를 치르는 것에만 매달리고 결국 당연히? 실패...하고 영화는 끝이 난다

 

 

워낙 잔인한 장면이 나올 수밖에 없어서 그런지 영화는 주인공 빼고는 그 주변부는 뿌옇게 처리해버렸다

상당히 사실적인 장면들...이지만 나는 그냥 멍 하니 바라봤을 뿐이었다 이미 나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실제 영상을

보고 받을 충격을 다 받은 상태였기에...바르샤바의 관련 뮤지엄에서는 그 당시 길에 심하게 말라서 죽어있는 시체를

수레에 흡사 쓰레기를 치우듯이 무감각하게 올려서 시체 더미 구덩이에 던져넣는 장면이 나왔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에서가 아닌 이 영상에서 나는 가장 심한 충격을 받았고 그게 어떤 일이었던건지가 제대로 느껴졌던 것 같았다...

고작 100여년 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은...

 

이 영화에서 나온 그 소년은 사울의 아들이 아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본 지 오래되어서 그러니까 한 달이 더

지나서 정확히 스토리가 기억나지는 않는다...하여튼 사울은 아들이 없었고 그냥 하루하루 어쩔 도리 없이 시체를

치우고 주어진 일을 해댔을 뿐이고 자신은 별 생각없이 무감각하게 그냥 하루하루 꾸역꾸역 살아나가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그런 게 가능한 존재가 아니었던거겠지 자신은 모르고 있었겠지만 그 현실을 받아

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이고 하루 하루 지나갈수록 감당하기 힘든 죄책감이 쌓여갔을 것이고 그러다가 어린 소년의

...숨이 덜 꾾어져서 고통스러워하는 소년을 보고 또 그 살아있던 소년의 목숨을 일부러 끊는 것을 지켜보고는

감당이 되지 않아서 정신 회로가 이상해진 것이 아니었을까 저 아이의 시체를 랍비에게 데려다가 장례라도 치뤄

주면 살리지 못한 그냥 방관하고 말았던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어떻게든

극복해보려고.... 그래서 저 아이는 내 아들이고 나는 저 아이의 장례를 치뤄줘야 한다는 목표가 생긴거고 그게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게 된 게 아닐까...

 

사람의 상상력은 생각보다 좋지 않은 것 같다 내 경우에는 그랬고 그래서 글로만 보았던 일을 영화로 보게 되면

그게 이런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 같고...그래서 의미있었던 것도 같다 보고 나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

던거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기분 좋게 영화관을 나올 수 있을 종류의 영화는 아니지만 볼 필요는 있는

영화같기도 하고 또 꼭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각자 사실 그대로 감당하기 힘든 어떤 일을 만났을 때 어떤 식으로

그 일을 견뎌내고 감당해내려 할까 뭐 그런 생각도 들게 만들었다

 

똑똑한 사람들이 쓴 평을 찾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