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Arirang 2011 한국

김기덕 감독의 영화
더 생각할 필요 없이 보고 싶었던 영화
다른 영화는 보기 전에 평론가 평점 정도는 훑어보고 가는데 김기덕과 홍상수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기준으로 볼 때 둘 중 김기덕이 더 그러하다 나에게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다 찾아보지도 않았지만 하여튼 내 취향...


이 영화는 몇 달 전 그러니까 풍산개 개봉 즈음에...
칸에서 상영되었고 이 영화에서 김기덕에 의해 부정적으로 언급된 그들이 누구냐에 대한 약간은 가십스러운 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당연히 보고싶었고...또 당연히 같이 볼 사람은 없었는데 갑자기 영화를 보기로 하고는 슬쩍
꺼내보니 한 명은 싫어하는 분위기고 한 명은 이 영화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는데...(아마 그래서) 좋다고 했고
일단 다수결 통과~


하지만 보고 나올 때 좀 후회...
영화가 별로여서 그런 게 아니라 둘의 반응이...한 명은 잤다고도 했고 또 한 명은 너무 길다고도 했고 지루했던 모양
그래서 차라리 혼자 보러 올 것을 그랬다는 생각이...그게 더 마음 편했을 것 같구나...


난?
난 아주 흥미롭게 봤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라서 괜히 수준높은 척? 이해하는 척 하는 게 아니고 이 영화는 그런 영화도 아니고...
내가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일단 김기덕에 대해 관심이 있고 또 좋아했기에...
좋아하면 관심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그의 영화부터 시작해서 사생활까지 머릿 속의 생각까지 궁금해진다...
그런 걸 알고 싶은 이유는 그런 걸 알면 더 그의 영화나 기타 등등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들이 고흐나 헤밍웨이의 사생활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와 같은 것이겠지...


내가 가끔 진중권에 대해 이야기하면 누군가는 어떻게 그런 걸 다 알아? 라고 하고 그럼 난 농담처럼 받아치는 말이
있는데 그건...응 나 나중에 진중권 전기 쓸 거 거든...이다...물론 당연히 농담이고...그만큼 이너넷 상에서 부유하는
그의 인터뷰를 포함한 각종 글들을 모조리 섭렵했다고 자부하기에...갑자기 진중권 이야기를 왜...
쓰다보니 음...진중권 스토킹 짓은 저 위의 이야기와는 좀 거리가 있구나...내가 진중권이 쓴 미학 오디세이를 더 잘
이해하려고 사생활을 궁금해하는 건 아니잖아...그냥 이건 이상한 짓이네....ㅡㅡ;;


그리고 그가 영화 속에서 던지는 말들의 상당 부분이 마음에 와닿았다고나 할까...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이야깃거리가
나온다...내 수준은 지극히 바닥이지만 어찌되었든 던지는 질문들이 내 취향...그러니까 김기덕 영화가 좋았겠지...


보는 내내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골똘해졌는데 지금은 기억이 다 나지는 않는...뭐 그렇다고 대사(?) 하나하나가 상당히
공들여진 철학적인 근본적인 그런 것들은 아니다...그런 무겁고 어려운 영화는 전혀 아니다...영화 속 설정처럼 그야말로
술을 마시며 편하게 앉아 떠들어댈 수 있는 그런 이야기...김기덕과 나는 살아가는 모습이 완전히 다르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느끼는 것들의 색은 비슷할 수 있는 법...그래서 그런지...그냥 그가 떠들고 웃고 울고 하는 모습을 100분 동안
지켜보니 내 마음이 개운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좋았다...잘 모르지만 막연히 그가 왜 그러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유명한 영화감독
그것도 김기덕처럼 약간 기인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감독은 나같은 일반인(?)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니 역시 그도 인간일뿐이고 그래서 그가 만든 영화가 다른 인간(?)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것인가 보다
물론 마냥 평범하지는 않다...예상외로 그는 상당히 마음이 여린...어쩌면 그래서 더 각본을 쓰고 영화를 만들기에
맞는지도....영화에서 김기덕이 그런 말을 한다...사람들은 내 영화가 거칠다고만 말한다고...그 안에 따뜻한 것을
담아도 그런 건 개의치 않고 단지 잔인하다는 말만 한다고...음...이 말을 들었을 때 또 난 진중권이 오버랩되면서
왜 다들 나처럼 김기덕 진중권을 제대로 못보는 건지 살짝 안타깝다는 생각이...


김기덕의 영화 해안선에도 비극적인 시대적 상황 안에서 여린 영혼 하나가 무너져 가는 내용이 나오고...
빈집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마찬가지...그럼 왜 하필 그런 것들은 김기덕은 잔인한 스토리 안에서 보여주는 것일까?
내 생각은 그렇다...그의 영화 안에 등장하는 그 잔인함이 현실에도 분명 있는 것이고 우린 그냥 그걸 안보고
편안하게 살고 있고..그러니까 그걸 보여주려고 영화를 만드는 것이지...내 안의 잔인함과 사회의 요상스러움을
봐야만 고칠 수 있는거니까...그리고 그런 것을 보여줘야 전달하고자 하는 따뜻한 것이 더욱 대비되어 강하게
다가가기도 할테고...


진중권의 말도 독설이라는 식으로 사람들이 비난하는데...
아무리 멀쩡한 유식해 보이는 말을 한다고 해도 그 안에 담긴 비열한 것들이 내가 보기에는 바른 말을 직설적으로
혹은 비꼬아서 하는 진중권보다 훨씬 독하고 잔인하다고 생각되는데...하여튼 껍데기만 보고 진짜 중요한 건
놓쳐버리는 사람들이 안타깝다...아니 어떻게 진중권과 김기덕을 싫어할 수가 있냐고요~~ ㅡㅡ;;


영화 속의 이야기도 그렇지만 난 영화 속 영상도 재밌게 봤다...김기덕의 다른 모습을 많이 본 영화~~
김기덕은 비몽을 찍고 충격을 받아 영화를 만들지 못하게 되었다...무슨 일인지 자세히는 모르지만...그리고
그 내용도 기사화되지 않아서 찾아볼 수도 없지만...난 이 점도 신기했다...왜 보통 영화를 찍거나 음반 작업을
할 때 사고가 나거나 하면 그걸 열심히 기사화해서 언론에 홍보용으로 노출시키고 그러지 않나? 하여튼 비몽을
만든 사람들 참 입이 무겁구나...어쨌든 그 영화에서 이나영이 목을 매는 장면이 있는데 사고가 나서 정말로
죽을 뻔 했는데 다행스럽게 금방 깨어났고 이나영 본인은 그런 일을 기억도 못하는 모양...


그럴만하다...자신이 쓴 각본대로 또 감독한대로 영화를 찍다가 사고가 나서 젊은 배우 하나 죽일 뻔 한 경험은
영화를 만드는 일 자체에 두려움을 갖게 만들기 충분하다...김기덕이 영화가 대체 뭔데 그걸 찍다가 한 사람의
미래를 없애버릴 수 있느냐...난 그렇게까지 강한 충격은 아니지만 나 또한 비슷한 일이 있었다...강도야 아주
약하지만 어떤 행동을 좋은 의도로 하다가 누군가를 다치게 할 뻔 했고 나 또한 그 후로는 절대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게 되었고 그 일이 그 때 사용한 물건만 봐도 떠올라 가끔씩 멍~ 해지고는 했기에...
별 일 없었지만 그 물건을 보면 자꾸 만약 그 때 그렇게 되었더라면...이라는 나쁜 생각을 자꾸 하곤 했다
물론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역시 시간이 해결해주는...



하여튼 이나영은 괜찮다고 했겠지만 김기덕은 그 일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했을 것이다...그냥 그런 상황을
만든 게 자신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걸 용서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고 다른 배우를 불러 영화를 찍는
일 자체가 그 일을 끊임없이 생각나게 할테니 시도조차 못했을 것이고 그러나 그는 감독이고 각본을 쓰는
사람이고 그 일을 너무 좋아했기에 영화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아마 김기덕은 영화를 찍는 일을 삶의
이유이자 큰 즐거움으로 여기지 않았을까? 영화를 찍어야 살겠는데 찍으려니 끔찍한 기억이 자꾸 죄책감에
빠져들게 만들고 또 그런일이 생길까 움츠러 들게 만들고...그래서 결국 택한 것이 자신을 배우로 사용(?)한
이 영화를 찍는 것...본인도 그렇게 말한다...다른 배우로 영화를 찍을 수 없어서 나를 찍는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큰 일은...
기사로 잠깐 시끄러웠던 장훈 감독 이야기...이 감독에게 상처를 많이 받은 모양이었다...
본인에게 그렇게 영화를 가르쳐달라고 와서 매달렸고 그렇게 몇 년 가르쳤고 나중에는 키워주기 위해 자신이 쓴
영화는 영화다 각본까지 주고 영화를 직접 감독하게 해줘서 영화 흥행도 성공하고 또 김기덕의 제자라는 타이틀
로 어느 정도의 힘까지 얻었던 그 시점에서...영화를 또 같이 찍기로 해놓고는 거대 자본의 유혹에 넘어가 김기덕
을 떠나 의형제를 만들고 성공 그리고 고지전까지 대성공...그런 사실을 알고 보니 고지전은 보기도 싫었음...
하지만 장훈이 영화는 잘 만드는 모양...흥행과 평론가 평점 둘 다 괜찮은 걸 보니...



김기덕은 그렇게 영화에 대놓고 난 상처받았다고 말하나...계속 그게 삶의 이치고 그를 미워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한다...무슨 마음인지 알 것 같다...밉지만 그렇다고 자기 밑에서 계속 있어야 한다는 법도 없다는 것도 알기에...
배울 것을 배웠으면 떠나는 게 당연한거다...이젠 하산할 때가 되었구나...? 하지만 너무 그냥 하산해버린건 아니니?
찍기로 한 건 마무리 하고 떠났어야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모르지...자세한 건 당사자들만 알 일이니까...
하여튼 장훈이 밉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김기덕이 그런 상처를 받았구나...에 초점을 두고 영화를 봤다...
이 일도 충격적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몽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일이라서 더 강하게 다가갔던 모양이다..



그래서 결국 김기덕은 시골로 들어가 난방도 안되는 집에서 텐트를 치고 살며 물도 나오지 않아 눈을 녹여가며
생활한다...지저분한 머리와 단촐한 살림살이...그래도 음식은 잘 차려 먹는다...간단하지만 이것 저것 메뉴도
바꿔가며...그런 영상이 재미있게 느껴졌다...주구장창 술먹고 울고 중얼거리는 우중충한 내용만 나오면 좀
그럴텐데...그런 내용이 나오면서 동시에 화면으로는 그가 알밤 홍시 간식도 먹고 라면도 끓여 먹고 물고기도
구워 먹고 커피도 내려먹는 장면이 참 맛있게도 나와서 좋았다...김기덕은 알고보니 초식남...어쩜 요리를...
개그 콘서트의 생활의 발견도 생각나고...나 이렇게 힘들고 이래서 상처받았어.....하면서도 먹을 건 먹고 고양이
밥도 주고 야옹야옹 따라하기도 하고...


음식 먹는 장면이 참 많이 나오는데...압권은 역시 홍시 먹기~~입을 클로즈업해서...요리가 가장 맛있게 찍힌 건
물고기 구이...커피 내려먹기도 여러 장면 나오는데...여과지가 아닌 휴지로 보이는 것을 페트병에 끼워서 물을
한방울씩 흘려 내리기도 하고 에스프레소 머신을 직접 만들어 럭셔리하게 내려서 마시기도...기계를 잘 다루는
것 같다...원래 감독하기 전에도 공장에서 기계 고치는 일을 했다고 한 것 같기도...하여튼 에스프레소 머신을
만드는 장면도 자세히 나오는데 뭔가 그건 살짝 자랑하는 느낌이..들어 웃기기도 하고...이 부분 말고도 상
이야기를 많이 한다...국제적인 영화제의 각종 상...그 이야기를 하는데 난 그런 상을 그리 크게 인식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김기덕도 귀요미...그런 상을 상당히 의식하기도 하고 자아감이 떨어질 즈음에는 스스로
상도 받았고 어쩌고 하는데 재밌다는 생각이...하여튼 커피믹스도 먹지 않고 일리커피를 내려 먹는 김기덕은
초식남...



가장 핵심적인 이야기를 해대는 부분에는 두 가지 설정이 나온다
하나는 흐트러진 자신과 머리를 말끔히 묶은 이성적인 자신이 서로 번갈아 이야기를 하는 설정...
즉 감성적인 무너진 자신과 또 그러한 자신을 바라보는 뭐라고 하더라 슈퍼 에고? 메타 인지? 뭔지 모르지만 하여튼
그런 설정...거기에 더 나아가 그렇게 찍은 둘의 영상을 노트북으로 보며 진지하게 혹은 헛웃음으로 반응을 보이는
또 다른 자신...3중이구나~ 이 부분에서는 백남준의 그 유명한 작품 TV부처가 생각났다...

 

 

또 하나는 자신의 그림자가 질문하고 그 그림자가 질문하는 영상을 보고 대답하는 설정...
영화야 보여주려고 그렇게 찍었지만 우리들도 살면서 자주 그러지 않나...자신이 스스로에게 질문 던지고 대답하고
비난하고 불쌍해하고 뭐 그런...



영화 속 내용 중 장훈 감독 말고 또 기사화되었던 내용이 악역을 맡은 배우는 스스로가 악하기에 그 연기가 가능하다?
뭐 그런 뉘앙스였는데 영화를 보니 그 배우들이 나쁜놈이다가 핵심이 아니라 그냥 우린 누구나 그 안에 악한 것들이
들어있다는 게 핵심인듯...물론 악역을 연기한 배우들도 그러하고 그들은 그것을 꺼내어 표출한 것이라는 말...
그들이 특별히 나쁘다는 게 아니라...그런 연기가 더 쉽다는 말...누구에게나...인간은 악한 마음이 있으니까...
그러면서 그는 본인도 욕을 해댄다...자신도 그렇다는 말이겠지...



영화에서 몇 번인가 누군가가 자꾸 문을 두드리고 열어보면 아무도 없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마다 반복해서 나가보면서도 그는 짜증을 내지 않는다...
그건 아마 사람들이 자신을 찾아주길 바라는...밖으로 이젠 나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 같다...
자신이 스스로에게 너 영화 찍어야지...네 영화 기다리는 사람 많잖아...라는 말을 하는데..음...그러게 말야...
정신없이 15편의 영화를 찍었다는 말도 많이 나온다...상 탄 것과 많은 편수가 그의 자신감 상실에 어느정도
치유책이 되었던 모양이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좀 나온다...외로움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친구도 거의 없었고 한 명의 그 친구는 혼혈이었다고...학교도 가난해서 제대로 못다녔고 일하던 공장에는 거의
여자밖에 없었다고...그래서 남의 인생을 구경하고 사는 편에 가까웠고 그게 영화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 것 같기도
하다고...



영화 끝부분에 가서 아마도 봄여름가을겨울의 영상으로 보이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맨발로 큰 돌이 묶인 끈을 허리에 매고 얼음 바닥을 지나 산을 오른다...팔에는 돌불상을 끌어안고...
그 영화를 안봤지만 다음 영화에 의하면...


사계절에 담긴 인생의 사계

천진한 동자승이 소년기, 청년기, 중년기를 거쳐 장년기에 이르는 파란 많은 인생사가 신비로운 호수 위 암자의 아름다운 사계(四季) 위에 그려진다.

봄... 업 : 장난에 빠진 아이, 살생의 업을 시작하다.
만물이 생성하는 봄. 숲에서 잡은 개구리와 뱀, 물고기에게 돌을 매달아 괴롭히는 짓궂은 장난에 빠져 천진한 웃음을 터트리는 아이. 그 모습을 지켜보던 노승은 잠든 아이의 등에 돌을 묶어둔다. 잠에서 깬 아이가 울먹이며 힘들다고 하소연하자, 노승은 잘못을 되돌려놓지 못하면 평생의 업이 될 것이라 이른다

여름...욕망 : 사랑에 눈뜬 소년, 집착을 알게되다.
아이가 자라 17세 소년이 되었을 때, 산사에 동갑내기 소녀가 요양하러 들어온다. 소년의 마음에 소녀를 향한 뜨거운 사랑이 차오르고, 노승도 그들의 사랑을 감지한다. 소녀가 떠난 후 더욱 깊어가는 사랑의 집착을 떨치지 못한 소년은 산사를 떠나고...

가을... 분노 : 살의를 품은 남자, 고통에 빠지다.
절을 떠난 후 십여년 만에 배신한 아내를 죽인 살인범이 되어 산사로 도피해 들어온 남자. 단풍만큼이나 붉게 타오르는 분노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불상 앞에서 자살을 시도하자 그를 모질게 매질하는 노승. 남자는 노승이 바닥에 써준 반야심경을 새기며 마음을 다스리고... 남자를 떠나보낸 고요한 산사에서 노승은 다비식을 치른다.

겨울... 비움(公) : 무의미를 느끼는 중년, 내면의 평화를 구하다.
중년의 나이로 폐허가 된 산사로 돌아온 남자. 노승의 사리를 수습해 얼음불상을 만들고, 겨울 산사에서 심신을 수련하며 내면의 평화를 구하는 나날을 보낸다. 절을 찾아온 이름 모를 여인이 어린 아이만을 남겨둔 채 떠나고...

그리고 봄... 새로운 인생의 사계가 시작되다.
노인이 된 남자는 어느새 자라난 동자승과 함께 산사의 평화로운 봄날을 보내고 있다. 동자승은 그 봄의 아이처럼 개구리와 뱀의 입속에 돌맹이를 집어넣는 장난을 치며 해맑은 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그러니까 영화 속 장면은 겨울...심신 수련의 장면...
즉 가을을 겪은 김기덕은 겨울...의 폐허에 들어가 앉아 다시 봄을 맞이하기 위해 내면의 평화를 구한다....는 의미일까...
그는 봄여름가을겨울의 심신을 다스리는 고행 장면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이 영화는 특별히 우리나라 영화상을 많이 탄 영화...뭔가 그런 이유에서도 이 영화가 의미가 있었을지도...)


그리고 총을 만든다...
총을 쏘러 운전하고 가는 길에 부르는 아리이랑~ 아리이랑~ 아라리이요~ 아아리라앙 고개로 날 넘겨주오
(영화 속에 이 노래가 가끔 나오는데 그는 꼭 여기까지만 부른다...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라는 가사는 아예 부르지 않는다...아리랑을 절규하듯 부르는 모습이 인상적...나중에 칸 영화제에서 부르는 장면도..)
그리고 총을 들고 다니며 몇 곳을 찾아가 방아쇠를 당긴다...물론 소리만 난다...
그렇게 과거의 상처를 지워버릴 생각인 모양이다...



포스터의 저 발은 김기덕의 발이다...
몇 년 동안 추위에 그대로 노출된 채 관리하지 않아 굳은 살이 생기고 터지기도 하고 피도 난 발뒤꿈치...
그 이미지가 김기덕 본인의 이미지와 상당히 비슷하게 느껴진 것일까?
발뒤꿈치를 보니 얼마전 보고 충격받았던 그을린 사랑의 발뒤꿈치 충격도 생각나고...



영화감독은 영화를 통해 고통도 이겨내는 모양이다...
이 영화는 김기덕이 마음 추스리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고...칸 영화제에서 상도 타게 되었고~~



하여튼 그렇게 그는 이젠 봄을 맞이한 모양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이 반복되는 것처럼 그가 영화에서도 말했듯 인생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거라고...
그러니 이젠 바닥을 쳤으니 올라가겠구나...그래서 아멘이라는 영화도 찍은걸까?
부산 영화제에서 아멘이라는 영화가 상영될 모양인데...언제 정식 개봉하는걸까...



대단한 작품성의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김기덕 영화를 좋아한다면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구로 CGV에서 쿠폰북도 주고 있다...평일 5000원 관람권 ...
영화표를 살 때 말하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