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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생각

풋~ 맛뵈기로... - 진중권

by librovely 2009.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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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자 하니 인터넷 낭인들이 주제에 나의 객원 자격을 문제 삼는 모양이다.


어느 대학에서나 그러하듯이 한예종에서도 나를 채용할 때 근거로 삼은 것은 두 가지, 교직활동과 저술활동이다. 교원 채용 시에 이 두 가지 활동은 경력으로 환산되어 교수에 대한 처우의 수준을 결정하는 자료로 사용된다. 한예종 측에서 고용시에 작성한 ‘객원교수 경력 환산자료’라는 것이 있다. 거기에는 나의 교직 및 저술의 경력이 ‘전임교수 연구실적물 심사기준’에 따라 ‘몇 년 몇 월’이라는 수치로까지 환산되어 있다. 객원교수 임용의 근거는 이렇게 명확히 문서로 기록되어 있다. 이제 객원 임용의 근거가 된 두 가지 경력을 살펴보자.


먼저 교직경력. 나는 몇 년 전부터 여러 대학에서 Art & Technology 관련 연구와 강의를 수행해 왔다. 먼저 2006년 이후 KAIST Culture Technology 대학원에서 대우교수 혹은 겸직교수로 재직했다. 2007년에는 서강대 영상대학원에서 같은 분야의 겸임교수를 지냈다. 중앙대에서는 2003년 이후 겸임교수로 독어독문과와 문화연구학과에서 미디어 예술, 미디어 미학, 미디어 철학을 강의해 왔다. 연대 커뮤니케이션 학과와 성대의 신방과에서도 미디어 철학을 강의한 바 있고, 대학 밖의 아카데미와 온라인으로 미디어 미학과 예술에 관한 강의도 했다. 이 모든 경력의 증명은 채용 당시에 서류로 제출한 바 있다.


채용의 또 다른 근거는 저술경력이다. 그 동안 미학과 예술학 부분에서 내가 쓴 저서들에 관한 증명도 물론 채용 당시에 근거자료로 제출한 바 있다. 내가 그 동안 어떤 책을 써 왔고, 그 책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어땠을까? 인터넷으로 대충 검색해 정리해 보았다.

                 미학 오디세이

                   -서울대 ‘권장도서 100권’

-전문가 100인이 선정한 ‘90년대를 빛낸 100권의 책’ 선정 (2004년) <KBS 책을 말하다>로 방영

-동아일보 선정 ‘열아홉 살의 필독서 50권’ (2005년)

-한국일보 선정 ‘우리 시대의 명저 50’ (2007년)

-KAIST 독서마일리지 ‘추천도서 100권’ (2007년)

폭력과 상스러움

제43회 한국백상출판문화상 사회과학부문 (2002년)

국민일보 문화부 선정 올해의 책 (2002년)

현대미학강의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10월의 읽을 만한 책’ 선정 (2003년)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KBS <TV 책을 말하다> 선정 ‘올해의 10권의 책’ (2005년)

-문화관광부 추천 도서 (2005년) 

서양미술사 I

-문화체육관광부 추천 도서 (2008년)


 

<서양미술사I>이 유인촌 장관 산하의 문화부에서 2008년의 ‘추천도서’로 꼽힌 것이 매우 이채롭다. 그밖에 미학과 예술학 분야에서 내가 쓴 책들은 여러 대학과 대학원에서 교재나 참고문헌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것으로 부족하다면, 내 책에 대한 학계의 평가를 알아보자. 국립C대학교 영문과 O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 내가 쓴 미학 서적 두 권에 대한 논문을 싣고, 아예 책에 <이론과 이론기계-들뢰즈에서 진중권까지>라며 특별히 내 이름을 부제로 적어 넣기도 했다.


 

1부 이론에서 이론-기계로

들뢰즈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 유목주의와 자율주의의 비판적 검토

근대와 근대문학의 자명성을 의심하기 - 가라타니 고진 읽기

세속의 지성과 망명자의 시선 - 에드워드 사이드의 사유와 정치론을 중심으로

재현미학에서 존재미학으로 - 진중권의 미학서 두 권 읽기


 

매우 황송하게도 들뢰즈, 가라타니 고진, 애드워드 사이드와 나란히 진중권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S대 독문과의 A 교수는 내가 쓴 두 권의 미학서에 자극을 받아 <숭고의 미학>이라는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그 책의 서문을 인용한다.

“진중권 선생으로부터 증정 받은 <앙겔루스노부스>와 <현대미학강의>에 풍부하고도 유려하게 서술되어 있는 ‘숭고의 미학’의 역사와 현재성을 호흡하듯 읽어 내려가며 초심의 열정이 점차로 되살아났다. 거기에 이미 상당 부분 정리된 글을, 손질해서 책으로 내놓지 않는 것은 공부하는 사람들의 협업에 대한 직무유기라고 만날 때마다 격려와 질책을 술안주로 내놓는 진 선생의 덕담이 조금씩 마음을 움직였다.” (p.10)

서울대 미학과를 주축으로 하여 한국의 미학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저술한 <미학대계>의 리뷰를 쓰는 일도 내게로 돌아왔다. 서울대출판부에서 내게 직접 연락해 2008년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은 이 책의 리뷰를 당부한 것도 아마 미학 분야에서 나의 업적에 대한 일정한 평가를 반영한 것일 게다.

<인미협>에서는 주제넘게 나의 학술활동에까지 시비를 건다. 도대체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 용감함의 근원은 무식함에 있는 듯하다. 그들이 시비를 걸었던 <컴퓨터예술의 탄생>(2008)이라는 책을 보자. 우연히 인터넷을 뒤지다가 서울 S대학에서 HCI(Human-Computer Interface)를 연구하는 J교수가 이 책에 관해 언급한 글을 발견했다.

“우리 대학교 미디어학부의 정체성과도 관련이 있지만, 기술과 예술의 융합에 관심이 많습니다. 언젠가 이런 주제로 책도 꼭 한번 써보고 싶네요. 기술적인 이야기가 중간 중간에 있어서 저는 더 관심이 있었습니다.”

HCI를 전공하는 교수가 “꼭 한번 써보고 싶”다고 하는 책이 연구업적으로서 의심스럽다고 말하는 용감한 예술 전문가(?)는 도대체 누구신가, 혹시 변'학사'?


ps.1

왜 고소 안 하냐고? 내가 얘기하지 않았던가. 호랑이는 쥐새끼 한 마리를 잡아도 최선을 다한다고. 그렇게 어설프게 칼부림하면 자기만 다쳐요. 단칼이라고 하던가? 검객은 결정적인 순간에 딱 한 번만 칼을 써요. 아무튼 변모, 너는 내 최종목표가 아니에요. 네가 무슨 죄가 있다고. 삶을 위해 처절하게 발버둥치는 거잖아요. 하도 설치기에 무슨 일인가 이리저리 좀 알아봤더니, 세상에, 그림이 아주 크더라고. 그 돌대가리들이 아주 오래 준비한 것 같애. 지금 문화판에서 완장 찬 녀석들 때문에 여기저기서 민원이 참 많이 들어오네. 힘없는 사람들 왜 그렇게 못살게 구는 걸까? 권력 믿고 까부는 친구들, 머잖아 그 대가를 치르게 되지는 않을까?


 

ps.2

문화부 감사실과 통화를 했습니다. 원래 감사처분결과는 '대외보안'으로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인데, 최근 일부 부처에서 실명 대신 익명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처분결과를 공개하기도 한다네요.

1. 제 경우에는 그런데 실명으로 공개가 됐지요. 일단, 실명공개가 규정위반임은 그쪽에서도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실명을 흘린 것은 자기들이아니다. 한예종에서 흘러나간 게 아니냐.'고 하던데, 신문 기사를 보면 문화부의 최종학 감사관이 제 실명을 밝히며 처분결과를 언론에 공개했지요. 처음에는 슬쩍 흘렸다가, 그 다음에는 아예 까놓고 얘기했습니다. (<서울신문> 기사 참조)


2. 강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는 자신들은 따져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강의를 안 준 것이 학교측이라면,  당신들의 말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그 책임은 학교측에 돌아가는데, 왜 '부당수령'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는, 자신들은 '부당지급'이라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언론의 보도에는 모두 일관되게 그것이 '부당수령'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3. 출판사에까지 찾아와서 출판계약서를 사진으로 찍어간 데에 대해서는 그쪽에서도 답변을 아예 못하더군요. 출판기획까지는 한예종이 해도, 인세계약은 저자와 출판사 간의 문제이기에, 문화부에서 사적 문서를 사진으로 담아간 것이 '프라이버시 침해'에 해당한다는 데에는 그쪽에서도 동의했습니다.  아무튼 상부로 보고한 뒤,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민형사상으로 다퉈볼 법률적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1. 감사규정을 어기고 실명을 공개한 것
2. 부당수령이라는 표현으로 내 명예를 훼손한 것
3. 공권력에 의한 프라이버시 침해


이상, 직권남용,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되겠습니다.
일단 공식적인 답변을 받아보고, 천천히 다음 수순을 밟아나가지요.


http://blog.daum.net/miraculix/18263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