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날들 김신회 2009 웅진윙스
도쿄싱글식탁이라는 김신회의 책을 읽었었다
아주 별로는 아니었지만 많이 재미있지도 않았었는데 이 책은 참 재미있게 읽었다
나이가 비슷해서 그런지 그녀의 생각은 꼭 내 생각 같았다
나이가 내 계산으로는 동갑같은데...
저자의 직업은 방송작가
정말 재밌을 직업이라는 생각...
난 방송작가나 잡지에디터가 일하기 참 재미있는 직업 같다...물론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단점도 있겠지만...
일 자체가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저자는 코미디 하우스 개그야 일요일일요일밤에의 작가도 했다고 한다
코미디 분야라니~~~ 정말 멋진 직업이다
방송작가는 남들보다 더 먼저 생각하는 것이 필요할테고 그런 것을 위해서 장기간 여행을 하곤 한다고 들었다
이 책의 저자도 소재를 찾기 위해 여행을 많이 다녔던 것 같다...아니 비단 소재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여행기라고 보기에는 그냥 평이한 수필같고 수필이라고 보기에는 여행기 같고...
김신회는 여행을 보통 혼자 다닌 것 같다...그렇게 장기간의 휴가철이 아닌 시기의 여행을 같이 할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고 성격상 혼자 다니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여행 중 로맨스
가 좀 있기도 한 것 같다...그리고 호텔에서 머물기보다는 게스트 하우스를 많이 이용한 거 같고 그래서 다른
여행자들을 만나고 어울릴 기회도 많았던 것 같고....
스스로 영어를 잘 못한다고 하던데....
나도 혼자 여행을 갈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나도 혼자 유럽 여행을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렇다고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고 싶지는 않고...적당한 방을 렌트할 수 있으면 좋은데 혼자가면 문제가
외로움 말고도 숙박비가 두 배로 든다는 문제...
글이 모두 여행가면 하게 될만한 생각들....
그래서 이 책을 펼쳐서 읽으면 잠시 일상을 벗어난 느낌이 들기도 했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것 같기도 했고
좋았다 방송작가라서 그런지 문체도 마음에 들고...사진도 좋고~~
내가 쓴 내용이라고 생각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공감이 가는 내용도 좋았다...
첫 부분에 등장한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옆좌석에 앉은 남자와의 두근두근한 내용은 완벽하였다....
왜 그렇게 완벽했는지는 읽다보니 알게되었지만...ㅎㅎ
여느 때처럼 고민하고 눈물 흘리고 외로움에 빠지고 실수하고 게으름에도 몸을 맡기는 가장 보통의 나를 만나는
소중함
나의 스물 일곱과 서른 둘 사이
사랑하던 사람이 등을 돌렸고
하루 아침에 일자리가 사라지는 일은 자꾸만 거듭됐고
친구들은 하나씩 결혼하고 아기를 낳아 보란듯이 눈부신 미소를 보여주었지만
나는 늘 제자리였다
때때로 이유없이 울컥했고 과연 내가 잘 살고 있는 건지 뒤를 돌아봐도 답은 보이지 않았다
당신의 흐릿한 일상도 마음속 불안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걸 안다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곳이 줄곧 바라보며 달려온 무언가가 흔들린다면 그때가 바로 가장 보통의 여행을 떠나야
할 때다
어른이 되면서 점점 줄어드는 것이 있다면?
피부의 탄력
언제든 연락해 만날 수 있는 친구
이유없이 터지는 웃음
그리고 두근거리는 설렘이 아닐까
이 감 통하는 센스 오브 유머!
어린시절부터 이렇게 웃음감이 통하는 남자를 만나보는 게 소원이었다
하지만 나의 개그에 남자들 열에 아홉은 반쯤 상한 미소를 보였고...
남자들은 자길 웃겨주는 여자를 반기지 않았다
설레여야 여행이다
실수해야 여행이다
트라팔가르광장 앞에 선 버스에서 내려
내셔널 포트릿 갤러리를 구경하다
타이레놀을 먹고 소파에 앉아 30분 동안 낮잠을 잤고
광장 앞 샌드위치 가게 프레타밍제에서
샐러드와 수프로 점심을 먹었다
비를 맞으며 워털루까지 걸어
빗물에 푹 젖은 빅벤과 런던 아이를 구경하고
어두운 카페에 들어가 핫초콜릿을 하나 시켜두고 멍하니
사람 구경을 했다
여행자로서가 아니라 생활인으로서 도쿄에 혼자 살아보기
철들고 나서부터 맘속으로만 품었던 그 계획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느낀 스물일곱 되던 해
나는 한 달간 도쿄에서 살아보기로 했다
가슴이 무너졌다
NO라는 대답보다 우물쭈물하는 태도보다
내 감정이 일시적임을 알리려 무던히도 노력하는 당신의 모습이 서운했다
멀리 떠나와 잠깐의 감정에 취했고 떠나기 전 날 무책임한 고백을 내뱉고 떠나버리는 여행자....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고백이라는 걸 해본 그때
일말의 성취감 따위는 느낄 겨를도 없이
아무 말도 안하면 그저 울어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 사람이 내 맘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걸
그리고 파리에 와 버렸다는 걸
결정적인 순간
먼저 시선을 피한 사람이 그 관계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을
사랑이 끝났다
한 문장으로 정리되는 두 사람의 1년
건조하기 짝이 없지만 두 사람 사이엔 오직 그 사실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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