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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낯선 땅에 홀리다 - 김연수 외

by librovely 2011. 10. 16.





낯선 땅에 홀리다                                                       김연수 외                            2011                     마음의숲



여러 명의 작가들이 여행에 대해 쓴 에세이(?)
여러 명이 썼지만 나에게 이 책은 김연수의 책일뿐
김연수의 글이 맨 처음에 있는데...아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어찌나 유머러스하던지...
몇 달 전에 김연수의 글을 읽었는데 그건 어렵던데...이 책의 글은 정말 웃기다...



피카소가 어릴 때 천재적으로 그림을 아주 잘 그렸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는 것 같다... 뭐 이런 당연한 소리를?
그의 작품은 (나에게는)어려운데 그가 그렇다고 일반적인 그림을 못 그리는 게 아니었다는 말...
정밀묘사 풍경화 뭐 이런 사실적인 그림도 아주 잘 그렸다고...
같은 맥락으로 김연수가 이런 가볍고 웃긴 글을 못 써서 안 쓰는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욕심같아서는 이런 글도 좀 자주 썼으면 하는...
















여행한다는 것은 완전히 말 그대로 사는 것 이다
현재를 위해 과거와 미래를 잊는 것이다
그것은 가슴을 열어 숨을 쉬는 것이고 모든 것을 즐기는 것이다
-알렉상드르 뒤마


쾌락은 우리를 자기 자신으로부터 떼어 놓지만
여행은 자신을 다시 끌고 가는 하나의 고행이다
-알베르 카뮈



김연수

그럼 남은 건 내가 먹어도 되겠느냐?
당연히
그리하여 만난 첫날부터 히로타상과 나는 서로 밥을 나눠 먹고 같은 방에서 잤다
친하기 때문에 밥을 나눠 먹고 같은 방에서 자는 경우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든 자고 나면 뭔가 혈육같은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긴 해도 문을 닫으면 저절로 잠기는 좁은 방에서 낯선 남자와 단둘이 밤을 보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다가 나는 곯아떨어졌다


아침을 먹은 뒤 나는 제일 먼저 노란색 28번 트램을 타러 갔다
사람들에게 내가 리스본에 꼭 가보라고 권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그 트램 때문이다
트램은 꼬불꼬불한 리스본의 골목을 기가 막힐 정도로 날렵하게 빠져나가면서 언덕을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하는 등 하루 종일 타고 다녀도 지루할 틈이 없다
게다가 창밖으로 보이는 리스본 사람들의 삶의 풍경은 단순히 전차를 탄다는 것 이상의 감동을 준다




김중혁

여행을 떠나기 전에 스톡홀름이 배경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렛미인이라는 뱀파이어 영화를 한 편 보았다
영화의 분위기가 딱 그랬다
눈 쌓인 숲 걸을 때 뽀드득 소리가 나는 마른 길 아주 작은 소리도 사방에 울려 퍼지게 만드는 적막한 공기



행복을 찾는 일이 우리 삶을 지배한다면
여행은 그 일의 역동성을 그 열의에서부터 역설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하게 드러내준다
-알랭 드 보통


나는 여행을 해야만 했고 내 머릿속에 쌓인 매혹을 흩트려 버려야만 했다
-랭보



박성원

이 세상에서 가장 불결한 여행이 무엇인지 알아?
그건 말이야 마음속에 욕망이나 목표가 있는 여행이야

난 베스트셀러보다 꼭꼭 숨어 있는 좋은 책을 발견할 때 난 그게 좋더라




성석제

라오스에서 나오는 농산물은 대부분 유기농으로 재배된다
농약이나 화학 비료를 생산하는 공장이 아예 없어서라고 한다


신이현

프놈펜
그냥 나 혼자 사랑에 빠진 도시다
매력적이지도 않은데 빠지다니 내가 바보다
생애 최고의 장소를 물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평화를 느꼈던 고요한 장소를 꼽는다


달달한 디저트를 즐길 줄 모르는 이는 인생의 단순한 행복을 모른다



존재하기 위해서 생존하기 위해서 떨쳐 버리기 위해서 여행한다
스스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무의식의 저쪽까지를 탐험할 필요가 있다
-폴 모랑



함정임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가야만 하는 길로부터 다른 길로 도망치고 있었다
늘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는 세상의 강박으로부터 저만치 떨어져 피었다가 지고 있는 붉은 꽃의 순연한
생과 마주쳤다


프로이트
정신과 의사들이 왜 정신과를 택하는지 압니까?
그것은 자신이 정상이라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러한 느낌을 승화시키는 방법으로 정신과를 선택합니다
바로 스스로에게 자신이 정상임을 확인시키는 방법이 되는 것이죠
사회는 정신적으로 비정상인 사람들을 그에게 맡기게 되고 이를 통해 그는 안심하게 됩니다
올리버 크롬웰이 한 말 중에 이런게 있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를 때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다 분석도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