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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 한국 2010

by librovely 2011.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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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이상하다
제목 때문에 보기 싫어지게 만드는 영화
작년에 개봉했을 때 괜찮다는 말이 들렸던 것 같다
TV에서 하길래 봤다



정유미는 지방대 출신 나름대로 대학원까지 나왔지만 그래도 지방대 출신
토익도 3%안에 들고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그래도 지방대 출신...그게 발목을 잡는다
어렵게 취직을 하긴 했다 거기에서 남자도 사귀었다 하지만 부도가 났고 남자는 경력이 있어서 재취업
정유미는 고작 3개월의 경력이라서 경력직으로 재취업도 어렵다...게다가 여자의 경우 나이가 많으면 신입사원
으로 취업하기 힘든 걸로 안다...그래서 취업을 못한다...남자와도 헤어진다



2주 전 정도에 지하철에서 본 여자가 떠오른다
친구에 헤어지고 혼자 의자에 앉아서 귀에 MP3 이어폰을 꽂으려던 찰나 앞에 서 있던 여자 둘이 눈에 들어왔고
그들 중 한 명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이 느껴졌다  그래서 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전원을 켜지는 않았다
27-8살로 보이는 그녀는 그렇게 예쁜 외모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멋을 안 낸 것도 아니었다 지하철 타고 다니려면
힘들텐데도 킬힐을 신었고 옷도 나름대로 신경을 썼고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하여튼...그녀는 옆의 친구로
보이는 여자에게 이젠 회사도 그만 두어야 하고...뭐 어쩔 수 없지...내가 헤어지자고 해야지...어쩌고 하면서
옆의 친구를 바라봤고 그 친구는 그 말에 수긍한다는 표정으로 안타깝게 쳐다봤고 그 말을 하면서 그녀는 한 쪽
눈의 눈물을 슬쩍 닦아냈다.... 딱 거기까지만 보고 음악을 켜고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딴 건 모르겠는데...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고 그러니까 남자친구와도 이젠 헤어져야 하고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해야겠다....
그 말이 참 묘하게 들렸었다....직장을 그만두면 남자친구와 헤어져야 하는걸까? 먼저 말을 꺼내주어야 예의에
맞는걸까?  직장을 다닌다는 조건으로 둘은 사귈 수 있었던 걸까? 생각보다 좋아서 너무 좋아서 사귀는 경우가
아닌...그냥 이것 저것 맞기에 사귀는 일이 많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결혼 적령기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결혼 상대자로 맞벌이를 할 수 있었던 사람이고 그래서 사귄건데 그 조건이 사라지게 되니...미안해지고 먼저
헤어져 주는 게 예의에 맞는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이 영화에서 정유미는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정황상 실업과 함께 실연을 당한 듯 하다...
그리고 그녀는 지하로 방을 옮기고 계속 취업 준비....
그리고 계속되는 취업 실패...



그녀의 옆방에는 늙은 깡패가 산다...
젊을 때 대신 죄를 덮어쓰고 감옥에 다녀왔지만 그에게 준다던 A급 자리는 없다
용돈이나 받아써가며 생계를 유지해가고 있을 뿐...



둘은 몇 번 마주치고 정유미는 벌레 보듯이 보고 그도 별 관심이 없는데...
정유미의 상황을 알게 된 박중훈은 다른 마음이 아니라...그냥 사람이 사람에게 갖게되는 측은함으로 그녀를
대하게 된다...그런 그의 모습에 처음에는 피하다가 그녀도 진정성을 느끼고 마음을 연다



처음에는 뭐 이런 식상하고 그저 그런 영화가 다 있나 했는데...
둘이서 라면을 먹으면서 박중훈이 하는 대사에서 영화가 꽤 괜찮을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대사는 대강 이랬다
유럽에서는 취업이 안되면 나라에게 취업 자리 만들어 달라고 시위를 하고 난리인데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그게
다 자기가 못나서 자기 잘못인 줄 안다고...네 잘못이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아마 그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정유미라는 개인은 아무 문제가 없다...
취업을 하지 못하고 남자친구도 못 사귈 이유가 없다
그녀는 잘못이 없다



하지만 현실은...취업도 못하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다가 급기야 영양실조로 쓰러져 병원에 가기도 하고
사귀던 남자에게 실업자라는 이유로 차이기도 하고...아버지는 시골로 내려와 결혼이나 하고 살림이나 하며
살라고 말한다



어릴 때 대신 감옥에 가고 감옥에서 나온 후 단물 빠진 껌 처럼 소모되고 내뱉어진 박중훈이나...
지방대 출신이고 아무런 빽도 없어서 취업도 못하고 실연당하고 부모님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정유미나...
둘 다 바닥을 헤매는 중....
하지만 정유미는 끝까지 노력하고 결국 박중훈의 눈물겨운 노력에 힘입어 실력만 본다는 회사에 취업하게 된다
그리고 둘은 재회하고 환한 앞날을 예고하며 해피엔딩으로 영화가 끝난다...



음....
이 영화를 보니 실업의 고통이 느껴졌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죽음이나 병의 고통을 제외하고 최악의 상황은 내 경우에는 실업...
실업은 일단 돈 문제와도 직결되고 또 더 근본적으로..스스로가 쓸모없는 존재처럼 느껴질 수 있기에...
실연이고 절친과의 절교고...뭐고....내 경우에는 실업이 가장 큰 고통....
그런데 그런 고통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을 이제는 장난처럼 유행처럼 퍼진 그 말...청년실업...중인 사람들....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걸까?
일자리를 만들면 되는걸까?
아니면 너도 나도 몸이 아닌 머리로 일하는 직업만 선호하는 게 문제일까?
실업 수당이라는 제도가 만들어지면(물론 지금도 있는걸로 안다) 상황이 나아질까?



경제학 책을 읽어봐야 할까?
객관적인 사실들에 대해 너무 아는 게 없어서 저런 문제에 대한 내 의견 조차 없다...뭐가 뭔지 몰라서...
다만 우리나라가 심하다는 건 안다...
중고등학생의 아르바이트 상황이나
양질의 취업 자리가 없는 상황이나(비정규직...)
취직해도 심하게 야근 주말근무를 해대야 하는 상황이나
이것 저것 심하다는 것만 막연하게 안다...



하여튼 이런 저런 생각에 마음이 답답하지만 내가 알아서 또 뭐가 달라지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항상 이기적인 내가 그런 생각을 해보는 것조차 역겹기도 하고...



재미있고 살짝 영화다운 감동도 있고 또 영화다운 비현실적인 이야기 전개 및 설정도 있으나
그래도 괜찮은 영화....



사실 더 리얼하려면 정유미가 아닌 더 못생기고 평범하게 통통한 여자가 주인공이어야 하고....
직장에 들어 가서도 고생하는 모습이 나와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비비꼬인 생각도 들었다...ㅡㅡ;;